이 글은 호기롭게 성인 발레 클래스에 도전했다가 세 번만에 끝나버린 중년 아줌마의 슬픈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편이 마지막입니다.
마음만은 발레리나
몸치라 춤이 안되니, 자세라도 발레리나 흉내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첫날 수업이 끝나고 돌아와 폭풍 검색을 통해 쁠리에니 아라베스크니 하는 발레 용어도 공부하고, 발의 포지션과 기본 자세도 익혔다.
요거이 바로 기본 1번 포지션. 가장 많이 쓰인다. 다만 내 발은 저렇게 180도로 안 벌어진다. 흑...
이것도 만만치 않게 많이 사용되는 2번 포지션. 모두 5번까지 있다.
이건 4번 포지션. 이것도 꽤 많이 사용된다(왠지 이런 말 하니까 발레 고수인 거 같지만 실은 세 번 다니고 그만 둔 사람... 아, 눙물이...ㅠ.ㅠ)
이젠 선생님이 2번 발 하라고 해도 당황하지 않고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180도가 아니라 기껏해야 100도지만.
역시 사람은 자세가 좋아야지. 허리 곧게 세우고, 가슴 펴고, 어깨는 밑으로 누르고, 복근에 힘주고... 새파랗게 젊지는 않지만, 그래서 한밑천도 없지만,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자!! 우아하게~!!
노력 앞에 장사 없다.
노력 앞에 장사 없다고 했다.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발레리나처럼 멋지고 우아한 자세를 가질 수 있으리라.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몸치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오드리 헵번처럼 우아한 자세만이라도 가져보자!
발레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이었기 때문에 다음 번 수업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었다. 나는 집에서 틈이 날 때마다 다리 자세를 연습했다. 무릎을 곧게 펴고, 허벅지에 힘을 줘서 두 다리를 붙이고. 괜히 걸어갈 때도 발등을 펴서 포인트 자세를 만들어 걷기도 하고(물론, 남들이 안 볼 때 집에서), 발가락 끝까지 예쁜 포인트 자세가 나오도록 발등을 손으로 꺾어보기도 했다. 심지어는 설거지를 할 때도 1번 자세나 2번 자세를 흉내내며 서 있었다. 최대한 발을 180도로 만들고 싶어서.
노력하면 이런 우아한 자세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숴~!!!
그런데 내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또 있었다. 내가 새파랗게 젊지도 않고, 그래서 한밑천도 없는, 뼈 나이를 생각해야 하는 아줌마였다는 사실이었다.
내겐 너무 신 포도. 아니, 신 발레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첫날 수업을 하면서 이거 오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세 번 수업을 끝으로 발레를 그만두었다. 사실 발레는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남들 신경 쓰지 않고 제멋에 취해 발레리나 흉내 내는 것도 좋았고, 몸이 조금은 더 유연해지고 자세가 좋아지는 '느낌적인 느낌'도 들었다. 좀 더 잘하고 싶어서 바닥에 가죽이 덧대어진 댄스화를 살까도 생각했다. 양말만 신은 채 하니까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서.
하지만 발레를 그만두어야 했다.
발레 해봤자 뭐. 별거 있어? 응, 재미있었어. 그냥 팔 뻗고, 다리 뻗는 거지 그게 운동이 되겠니? 몰라서 그러는데, 운동 무지하게 돼. 그냥 다른 운동 하자. 발레도 재미있었는데. ㅠ.ㅠ 근육과 체력도 키우고, 차라리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자. 그.. 그래야 할까? 발레는 다리를 괴롭히는 운동이야. 강수진 발레리나 발 봤어? 그게 인간이 할 운동이냐? 기껏 일주일에 한 번 하면서 감히 강수진 발레리라를 논하다니!
더 하고는 싶었지만, 내겐 너무 신 포도였다. 아니, 내겐 너무 신 발레였다. 무릎이 신 발레. ㅠ.ㅠ
아이고, 무릎이야! 무릎이 너무 시큰거려요. ㅠ.ㅠ
발레 자세를 따라잡겠다고 열심히 발과 무릎을 꺾었던 게 화근이었나 보다. 차라리 어깨나 코어에 집중할 것을. 처음에는 조금 뻐근한가 싶더니, 며칠 사이에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걸을 때도 순간순간 무릎이 시렸고, 앉았다가 일어날 때 찌릿찌릿 통증이 왔으며, 특히 계단을 내려갈 때가 쥐약이었다. 이대로 지속하다간 우아 찾다가 골병들게 생겼다.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관절을 생각해서 발레를 떠나보내기로 맘을 먹었다.
안녕. 내겐 너무 무릎 신 발레.
그동안 즐거웠어.
다음 주엔 요가 클래스로 가볼게.
내 발레 포즈나 발레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차마 안구 테러를 할 수는 없어서 내 분신 얼굴(?)과 합성해 봤다. 하.. 못다 이룬 내 꿈, 포토샵이 이뤄주는구나.
내가 꿈꿨던 우아한 자세. ㅠ.ㅠ 비록 합성이지만 멋지다.
원본 사진 출처: 여기
덧글:
혹여라도 발레를 생각했다가 저 때문에 접으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그러지 마시라고 알려드려요. 저는 무릎이 아파서 발레를 포기하지만(ㅠ.ㅠ) 뒤늦은 나이에도 발레를 성공적으로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처럼 욕심 부리면서 무리하게 발과 다리를 따라하려고 하지 마세요. 수십년간 단련되어 온 전문가를 따라하려다간 제 꼴 납니다. 발 모양보다는 코어나 몸의 자세에 더 집중하시는 게 좋아요.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시다 보면 여러분은 가능할 겁니다!!!
저의 발레를 응원해주셨던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 전하며, 다음 번에는 요가 수업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bree1042님 보팅 감사합니다. 곰돌이가 1.7배로 돌려드리고 가요~ 영차~
[곰돌이 명성도 55기념 이벤트] 너의 보팅을 두배로 돌려줄께~ / 스팀잇에 빛을 비춰줘~ lightsteem alpha
고맙습니다. :)
ㅠ,ㅠ 한국오면 도가니탕 사드림....
더 맛난 거 사주세요. ㅎㅎㅎ
욕보셨습니다.ㅎㅎ 갑자기 빌리엘리어트 다시 보고 싶네요.^^
역시 발레는 (관절 나이라도) 어릴 때 해야 하나봐요. ㅋㅋㅋ
4번 포지션은 거의 묘기 수준이네요. 발목, 무릎에 무리가 안갈래야 안갈수가 없겠습니다^^
실상 취미 발레 하는 사람들은 무리하게 발을 따라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일단은 몸 자세가 좋아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전 너무 과욕을 부리다가... -_-
도전 자체도 아름답습니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으셨다고 하니 요가로 충분히 운동하신 다음 다시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랫동안 놀리던 몸뚱아리를 써보려니 힘드네요. ^^;;
요가 수업 후기도 기대할게요. 정말 재밌어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신 발레라고 해서 무슨 말인가 했네요. 이런 슬픈 사연이 ㅜㅜ. 요가 수업 좋습니다. 선생님을 잘 만나야하지만요. 요가 클래스 후기도 기대합니다.
네. 십여년 전이긴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 요가를 좀 배웠었기 때문에 요가는 훨씬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십년전이라...살짝 우려가 됩니다. ㅎㅎ. 살살 하셔요~
요가 합성도 어케 하실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글솜씨보다 뽀샵 솜씨가 늘고 있는 느낌... ㅎㅎㅎㅎ
너무 무리하지 않으셨어야했는데..ㅠ-ㅠ
병원가서 꼭 치료 받으세요~~
요가수업 후기도 잼나게 들려주세요.
한동안 무릎을 공주님처럼(!) 모셨더니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워낙 운동을 안 하던 몸이라 갑자기 움직이니 더 그랬나봐요.
하아.. 이젠 진짜 몸 사려가면서 해야겠어요. ㅠ.ㅠ
Congratulations @bree1042!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그래도 도전해보셨으니...
나중에 후회하실일은 없는게 좋은거죠!
네. 계속 궁금해하는 것보다는 좋은 거 같아요. ^^
으어 이제 무릎 괜찮으세요? 재밌으셨다니 더 안타까워요ㅠㅠ ㅋ
전 가끔 발레를 볼때조차도 너무 아플 것 같아 고통스러울때가 있어요; 우아한 요가 수업 후기를 기다려야겠어요- 언젠간 몸에 착 맞는 운동을 찾기를!
발레리나들은 동작을 너무 쉬워보이게 하니까. 사실 점프나 회전 이런 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서 있는 자세마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_-;;
제게 딱 맞는 운동 찾을 겁니다!! ^^
저는 작년에 스키를 처음 탔는데 엄청 긴장하면서 발끝을 몇 시간 동안 모으고 스키를 타니 저녁에 무릎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ㅠㅠ 무릎이 갈린 느낌이랄까......ㅠㅠ
감초님도 그 느낌 겪어보셨군요. ㅠ.ㅠ
이 몸뚱아리 지니고(?) 다니느라 힘들어 하는 무릎한테 좀 잘해줘야겠어요. ㅠ.ㅠ
;ㅂ ; 이렇게 끝나셨던거군요. 저도 요가 수업 분위기가 참 좋았는데(특히 밤에 촛불 켜고 아로마 향 맡으면서 하는 수업이 있었거든요), 욕심 부려서 하다보니 목디스크가 심해져서 눈물을 머금고 그만뒀습니다. 역시 저에게는 줌바가 ㅋ
목디스크 조심하셔야 해요. 저도 욕심 좀 자제하고 살살해야겠어요.
줌바는 몇번 해봤는데,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안 나오면 좀 실망(?)스럽더라고요. ㅎㅎㅎ
토닥토닥..... 다음 수업도 응원해봅니다. ^^/
넵! 다음 번엔 요가로!!
아공 건강하자고 하는 운동인데 아프시면 안되죠..ㅠㅠ
요가랑 필라테스 같은거부터 시작해서 몸을 유연하게 만들고 다시 도전하심이!!! 발레도 하실 수 있어요!!!ㅎ
발레는 유연성도 필요하지만 의외로 근육이 필요하더라고요. 뭐 저야 둘 다 없지만..
아무튼 이번에는 요가를 해보려고요. T^T
그 무릎만 아니었으면, 스팀잇 강수진의 탄생을 볼 수 있었는데요, 아깝네요!ㅎㅎ
아무래도 스팀잇의 강수진 자리는 젊은 처자들에게 넘겨야 할 거 같습니다. ^^;;
어릴때 언니가 다니는 발레학원에 놀러가면 동생이 소질이 있다는 말에 제가 더 신나서 열심히 따라하곤 했었는데ㅎㅎ
커서 생각해보니 그게 선생님의 상술(...?)이 아니셨을까 의심이 들긴하지만 아직도 발레에대한 로망이 속 안에 있어요~
발레하면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불이님과 어울리는데 아쉽네요 > <
요가로 코어근육을 키우시고 다시 도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