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고 학생이 돼 생각해봤는데 저도 선뜻 대답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대답은 여러번 곱씹어봤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무대 위에선 매번 안틀리는 것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 대답은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그냥 리스너로 남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음악을 함으로써 남들과는 다른 형태의 리스너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곡들을 직접 카피해보고, 피아노로 더듬어볼 때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돼요.
이 앨범도 많이 들었는데, 음악적인 부분에 집중해 들어보니 또 다르게 느껴지네요. 어쩔 수 없이 팻 메스니에 집중하게 되는데, 재즈베이시스트가 듣는 찰리 헤이든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올려주신 직접 그린 악보가 넘 좋습니다
저는 음악을 하고 나서 리스너로 더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본질적인 것에 더 빨리 다가가게 된 것 같고, 내가 어떤 음악에 반응하는지 조금 더 잘 알게되었다고 할까요? 음악을 분석적으로 듣는 것에 비판적인 분들 있는것도 알지만, 나를 감동시킨 음악이 도대체 왜 내 마음을 움직이는지 알려고 노력하는 게 감상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겸허하게 감상하게 하는 점도 있구요. 저 사람들이 한 음악을 평생 근처에도 따라갈 수 없겠구나 하며 직감하고 난 다음, 한없는 좌절을 거치고 난 뒤에도 기어이 음악을 놓지 않고 살아가다보니 어느새 저런 음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통로 역할을 해 준 그들에게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찰리 헤이든....돌아가셨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웬만한 가족 친지의 죽음보다도 훨씬 더 무겁게 와닿았습니다.
음악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저도 좋다고 느끼는 곡은 간단하게라도 카피를 해보는 편인데요. 카피를 하는 것과 그것을 분석하게 되는 원동력은 '좋다'라는 막연한 감정이기에, 분석적으로 듣는 것이 전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것을 왜 좋게 느끼는지 알게 되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기억해뒀다 곡을 쓸 때 쓰기도 하고요.
저는 비틀즈, 그 중에서도 폴 매카트니의 곡들을 듣고, 분석할 때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근처에도 따라갈 수 없다는... 그럴 때 또 저의 존재 가치가 작아지기도 하는데, 요즘은 조금씩 받아 들이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키스 자렛과 찰리 헤이든이 함께한 쟈스민 앨범을 무척 좋아합니다. 키스 자렛이 죽으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한 세대가 저무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