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취업에 한 명 실패 했습니다. 좋지 않은 소식 죄송합니다.

in #kr7 years ago (edited)


cats.jpg



마음이 꿀꿀하다
───────

더웠다가 추웠다가... 변덕스런 날씨처럼 내 마음도 꿀꿀하다. 얼마전 나는 학생 두 명을 데리고 면접을 다녀왔다. 분위기도 좋았고... 급여는 넉넉치 않았지만, 담당 팀장의 인상이 너무 좋았다. 돈을 떠나서 제자가 꼭 여기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은 장애등급이 없다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일부러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아두었다. 면접 보는 날, 짜장면을 사주러 중국집에 갔다. 내 자리에 먼저 수저와 물을 놓아주는 센스 있는 학생이었다.

오늘은 나와 담임교사가 함께 학생을 응원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전공부장입니다.
오늘 담임 선생님과 학생 현장실습 확인겸..
응원해주려고 방문하고자 합니다. 가능할지요?

그 쪽에서 조금 망설이더니,말을 꺼낸다.

네... 오셔도 됩니다.. 그런데...
아마 학생의 취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장실습이 끝나면...

예. 알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담당자에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다.
긴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15분 동안 운전하며 수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음료수 한 박스를 가지고 회사로 들어갔다.

나는 이미 이 학생이 약 7일 뒤 현장실습후, 짤릴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앞에 앉은 21살 젊은 청년은 그 사실을 모른다. 학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손에 쥔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허겁지겁 먹는다. 일을 해서 그런지 옷도 더럽고, 머리에는 땀을 흘린 자국이 흔건하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응원차 방문해서 인지, 잠깐 대화하는 동안 연신 기분 좋게 웃는다.

바보 같은 녀석... 7일 후면 짤릴 것도 모르고...

후........ 한 숨이 나왔다.



피해자 코스프레
───────

최종 취업 여부에 상관없이, 그냥 열심히 뛰어다니라고 했다. 어른들께는 인사 꼬박꼬박 잘하고, 자기 일 다 끝나면 도와드릴 것 없는지 물어보고 찾아보라 했다. 하지만... 이미 이 학생은 다 할 줄 아는 친구다.

담당 팀장이 여자인데, 전에도 봤지만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장애를 핑계로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 취업 여부는 오직 회사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들어보니... 팀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학생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 학생 때문에 힘들다고 했단다.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이 친구는 혼자 현금계산, 교내 카페, 교내 우체국, 교내 인쇄소, 학교 전체 택배, 학교 전체 프린터 카트리지를 관리하던 학생이다. 예의도 바른 친구고.. 일 할 때는 뛰어다니는 성실한 학생이다.

아마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은 열심히 일하고 있고... 장애학생이 한 명들어와서.. 본인이 참 힘들다며... 우는 소리를 한 것 같다.... 그 작업들은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함께 하는거라.. 특별하게 어렵거나 복잡한 일도 아닌데... 장애 학생 한 명 같이 일해도 되는 충분히 되는 일인데...

우리 나라 선진국? 아직 멀었다. 아직도 사람들은 복지나 기부라고 하면..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착각이다.

  • 복지는 동정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한 권리며,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권리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장애인은 그 개인이나.. 그 가족만의 문제라고... 사람들은 착각한다. 본인이나 본인 주변엔 장애인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 전공분야 전문가로서, 팩트를 남겨두고 싶다. 이 세상에 누가 장애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 엄마 혹은 아빠의 탓이 아니다. 스팀잇에 글을 남기면 영원히 박제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장담한다.
장애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
.
.

내일.. 또 다른 학생을 응원하러 간다... 내일은 좋은 소식이 있을지...

Sort:  

내일은 좋은소식 있을거 같아요.
저도 멀리서나마 학생들 응원합니다.
좋은일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트맨님.. 그 분들좀 혼내 주세요. :)
응원 감사하고, 제가 더 노력해 보려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응원 전달하겠습니다.

먹먹합니다. 예전에 잠시다니던 회사에서 전주 선화학교 출신 지적장애인들을 채용한적있었는데 단순 포장작업인데도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싫어하더군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조금 배려하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학생의 수준이면 충분히 좋은 곳에 취업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요. 응원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이 오겠지요.
배려... 참 좋은 단어인듯 싶습니다.
사실.. 가장 큰건 강력한 법 한방이 필요하네요.. ㅠㅠ

백퍼 공감하며
우리나라 장애 복지는 아직 먹고도 멀었습니다.
자신이 장애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조차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죠 . ㅠㅠ

백커 공감감사합니다. 많이 힘든데 이렇게 공감해주시니
힘이 됩니다. 더 힘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현실이 참 답답하네요.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할 문제네요.

분명 탈출구는 있는데, 누가 나서 해결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답답한 실정입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열심히 뛰어다닌 학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네요. 일이 닥쳐야 깨닫게 되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정말 언제 본인 주변에 장애인이 생길지 모르는 일인데 말입니다.

그렇지요. 저도 그 먹먹하다라는 단어가 가장 느껴집니다.
능력은 있는데... 안타깝고.. 그렇네요. 그래도 힘내야겠죠!!

좀더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요! 응원합니다!!!


스팀잇 내에서라도 좋은 일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energizer000 님 응원감사합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군요..ㅠㅠ
그래도 @abcteacher 님처럼 힘써주시니 조금씩 변화되리라고 생각됩니다!!

예, 능력은 있는데 기회가 없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지구정복하실 줄 알았는데, 베지터님 감사합니다.

슬프네요. ㅠㅠ
제가 그렇게 착각했던 사람이죠.
착각이었다는 걸 몸소 겪어보고서야 깨닫는 게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선생님께서 아까 오셔서 읽어주셨지만 글로 제 마음을 쏟아내었더니 오늘 좀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장애.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건에서 보듯이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저와 같은 부모는 사회에서 무언가를 해줄 거란 기대를 할 수가 없네요. 선생님처럼 힘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다행입니다. ^^

예, 저도 첫 발령에서... 도움반 학생들에게 예산이나 지원해 주는것도 찬밥이었는데...
어떤 교장 선생님은 더 좋은거.. 더 괜찮은 거 찾아보고 지원해주라고 하시더군요..
아주 천천히.. 느리지만 조금씩 바뀌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속도가 너무 느리네요..

발달장애인법이 통과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멉니다.
강력한 법 제도가 필요합니다. 의무고용률 말고.. 발달장애 의무고용률 4%만 되어도...

글을 잘 쓰시던데... 자녀분과 생활을 책으로 엮어 내시는 건 어떨까요?
부모님들께서는 자기 마음을 달래주고...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그런 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필요하고요..

좋은 선생님이시군요. 세상은 만만치 않구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예, 감사합니다. 정말 만만하지 않네요.
학교 <<<<<<<<<<<<<<<<<<<<<<<<<<<<<<<<<<<< 사회.. 그 벽이 너무나 머네요..

실재로 일해보면 일잘하는데.. 선입견이 너무 많네요.

배려도 사실 조심스러울때가 있어요..동정심이 되거나 그렇게 느낄까봐.. 그럼에도 복지가 참 많은곳에서 실행되어야하는거같아요

맞습니다. 그냥 쿨하게 다가가는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안타까운것은..저도 공장에서도 일 많이해봐서..
쉬는 시간에도 일하고, 능력도 다 되는데..
기회조차 사람들이 꺼려하니.. 그게 답답하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모두다 우리 아이들인데. 무엇이 중요한지 망각하며 사는 세상이네요.

사업체에서도 실재로 일 시켜보면 또 다른데..
선입견이란 것이 무섭네요.
법을 정착시켜 먼저 일이라도 시켜보는 것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저런... 화이팅 하세요ㅠㅠ

예~ 응원 감사합니다 :) 힘이 됩니다!!

그 누구도 나 혹은 우리 가족이 장애인이 될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시간에도 누군가는 죽고 장애인이 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죠.
특히나 일자리는 더 합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의미가 되니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취업 실패글이 아니군요.
그래서 더 슬픈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네요 ㅠㅠ

예전에 대학 고시반 출강 나갔던 경험으로 대충 어떤 기분이실지 짐작이 갑니다.. 남들을 쑥쑥 붙는다는데 내새끼들은 여전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