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펑 터지면 안돼. 그럼 나 속상해.”
“내가 동생 무섭지 않게 옆에서 지켜줄게. 아빠는 내가 무섭지 않게 옆에서 지켜줘.”
각각 그제 밤과 그끄제 밤, 큰놈이 잠들기 직전 내게 한 말이다. 녀석은 불과 수 주일 전까지 “아빠 나가서 자”라고 했었다.
“안돼”라는 말을 줄이고 나서 생긴 변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현저하게 덜 하기는 했다. 행동을 제지할 때에도 왜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 사이 첫째의 지능이 향상되어 상당한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아내의 대상포진과 장모님의 여행으로 선택지가 나밖에 없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한다. 대상포진은 영유아에게 전염될 수 있어 위험했다. 아내는 스스로를 집에 유폐하였다. 나와 아들들은 처가에서 생활했다. 금, 토, 일 장모님은 모처로 여행을 다녀오셨다. 결국 비빌 곳이 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는 소리다.
어찌 되었든 간에 아들에게 저런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굉장히 뭉클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잠들기 직전 큰놈은 참 예쁘다. 동화책 속 삽화의 아기처럼 양팔을 한쪽으로 포개고 거기에 얼굴을 얹고 눈을 감는데, 아 속눈썹이 길고 풍성하기도 하고, 얼굴은 또 어떻게 저리 뽀얀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젯밤 나는 그 예쁜 큰놈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한 시간여의 씨름 끝에 둘째를 거의 재웠는데, 첫째가 침실로 난입한 것이다. 들어와서는 차가 고장 났는데 고치려고 들어왔다는 둥 횡설수설했다. 그 방에 장난감 공구상자가 있기는 했다. 둘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가”라고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첫째는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드륵드륵 나가버렸다.
둘째의 눈이 동그래졌다. 말똥말똥한, 잠이 가신 눈동자였다. 나는 또 둘째를 안고 맨몸 스콰트를 하고 자장자장을 부르고 토닥토닥했다. 잠이 든 거 같아 눕히면 깨고, 다시 안고, 눕히고를 수차례 반복한 끝에 둘째의 눈꺼풀이 떨어졌다.
나는 첫째를 안고 골방에 들어가 왜 아빠 말을 듣지 않느냐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고작 네 살짜리에게 말이다. 첫째는 “자동차 고치려고 들어갔어. 내일부터 말 잘 들을 거야”라면서 울었다. 주룩 눈물을 흘리다가, 엉엉,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나는 “울지 마. 네가 잘못해놓고 왜 울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장난감을 고치려고 공구를 찾아 방에 들어온 것은 사실 별 잘못은 아니다. 그것은 그냥 나의 짜증이었다. 둘째를 재우는 그 지난한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데에 짜증이 났던 것이다. 첫째의 눈에 거인처럼 보일 나는 그 짜증을 오롯이 첫째에게 쏟아냈다. 첫째는 울다가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나는 첫째를 씻기고, 로션을 바르고, 자연탐구 서적 다섯 권을 소리 내 읽어줬다. 첫째가 특히 좋아하는 ‘우주 이야기’를 세 번 읽었다. 침대에서 첫째는 “할머니랑 잘래”라고 말했다. 나는 “오늘 아빠랑 자야 한다”며 “아빠 말 잘 들어야 장난감 사주지”라고 얼렀다. 아들은 이내 그 길고 긴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나는 첫째와 둘째 사이에서 잤다. 자다가 누가 내 정수리를 만져서 깜짝 놀라 깼다. 둘째가 몸을 휙 돌려 그 작고 통통한 손을 내 머리에 얹고 코를 골았다. 둘째는 생후 8개월이다.
멋진 아버지이십니다.. 운동과 술을 음미하시는 모습이 상상되는군요.. 엄지척입니다.
아휴 아닙니다. 운동과 술을 즐기는 건 맞습니다 ㅋㅋ
얼마전에 한 스탠딩 코미디를 번역하면서 미국 코미디언이 아이 넷을 키우는데 잠재우는게 얼마나 힘든지를 말하는 내용이 있었네요. 역시 미국 아이들도 등센서가 있더군요. ㅎ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첫째 등센서는 상당히 민감했는데, 그에 비해 둘째는 둔하더라고요. 다행... 아이 넷이라니 휴우
응원합니다
아빠는 힘든거 같아요 저희집도 귀염둥아 1호 2호 가 있거든요
아이고 동지로군요. 아빠들 화이팅입니다! 아빠 만세!
훈훈하네요 ^^ㅎ
좋은 아버지신 것 같아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시는 모습이 다정해 보이십니다. ^^
잘 보고 갑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상은 아직 부족하고 버럭하기만 하는 아빠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이가 작은 걸까요 칼님의 손이 큰걸까요? 마지막 사진을 보고 위의 글을 다 잊어버렸어요 ㅎㅎㅎ
아기가 작은 겁니다... ㅋㅋ
둘째놈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게 귀여운데(제눈에는) 못 보여드리는 게 아쉽네요.
아이들은 어쩜 저렇게 말을 예쁘게 할까요? 펑 터지면 안돼라니 ㅋㅋ 너무 귀엽습니다.
저런 생각을 하는지 엉뚱하고 귀엽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루 24시간 중에 자는 시간 빼고는 한 30분쯤 귀여운 거 같아요...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합니다!
맑은 눈동자에 맺힌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
화가 나도 스르르 풀릴 것 같아요... ㅜㅜ
세상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위대합니다🌹
엔젤민님... 그게 막 또르르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으앙 울어젖히면서 몸부림을 치면서 눈물을 쏟는 거라서... 오히려 성질이 납...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아아... 육아는 현실 그 자체군요.
흑흑 저에겐 결혼도 육아도 너무 낭만적인 로망으로 가득한 것 같아요. ㅋㅋㅋㅋ
아녜요 저는 행복합니다 하하하 행복합니다 행복하다고요!!
저도 아이들한테 '안 돼'라는 말을 안 하기가 가장 힘든 일이네요~
칼님과 @darkhorse81 님과 같은 좋은 아버지들 보면서 자극 받는 것도 스팀잇에서 얻는 행복입니다! ^^
어휴 좋은 아버지라니 아닙니다. 아직 멀었어요. 어제도 으휴... 예쁘지만 좀 질리는 스타일...
맞네요~ 예쁜데 질렸다가 다시 예쁜 요망한 것들 ㅋㅋ
👨 펑 터진다는 게 무슨 의민지 한참 생각했네요. ㅎㅎ
아빠가 운동을 너무 많이 하는걸 아는건가, 크게 화를 내는걸 펑 터진다고 하는건가... 둘다 아닌거 맞죠? 항상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주세요! : )
바비마리님 그런데 말입니다,
어제는 "아빠 팡 터지면 안 돼. 나 그럼 슬퍼. 울 거야. 나는 밥 많이 먹고 어른 될 거야. 어른 되면 밥 안 먹을 거야. 밥 많이 먹으면 팡 터지니까"라더군요....
밥 많이 먹지 말란 소리였나봐요...
👨 .... 뭐 어쨋든 사랑이네요. 걱정하는거죠. ㅎㅎㅎㅎ
방가방가반가워요
팔로우하고
보팅하고감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담담하게 쓰셨지만 자기 고백과 함께 제 입가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글이네요. 역시 남자는 아이가 있어야 철이 조금 드나봐요. 저는... 아직 아기
부츄님 남자는 철들면 죽는 거 아니겠습니꽈. 저는 영영 철부지 피터팬 꼬꼬마... 안되겠네요. 얘들아 아빠가 열심히 벌게
ㅋㅋㅋ 사진을 보니 정말 거인처럼 보이실 것 같아요 +ㅁ+ (뭐 어른이 봐도 거인같으심..)
결국 짜증 부리고 무한 책 읽기의 벌을 받으셨네요;; 사실 화를 내고 나면 언제나 후회가 되고, 지치는데 순간의 화와 짜증을 참지 못 해 큰 소리를 내곤 하죠. 아이들은 정말 천사같은데 말입니다. ^^
블리님... 제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아이들 정말 천사같죠. 잘 때랑 웃을 때. 하지만 땡깡에 시동을 걸기 시작하면... 휴우 절레절레
사실 육아가 참 힘든 일이죠 ^^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크나큰 기쁨인 동시에 또 크나큰 시련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녀석들이 주는 환희는 제가 지금껏 경험 못 해본 것이기는 합니다.
반강제적인 독박육아임에도 엄청 능숙하신 것 같아요!! 초보 엄마로써 부럽습니다!
어휴 아닙니다. 능숙은요. 멀었습니다. 영영 능숙해지지는 못할 거 같아요. 조금 익숙해진다 싶으면 다 커버리겠지요.
주말에 독박육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셨나봐요...
첫째가 너무 서러웠겠어요.
아이는 정말 장난감을 고치려고 했던 것일텐데..
나 같으면 "아빠, 펑 터져버려!"했을텐데..ㅋ
아버님~~ 아이는 그저 아이일 뿐입니다~~^^
그러게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거야"라고 말해 저를 충격에 빠뜨렸답니다. 그래도 예쁘긴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 귀엽네요. 애정이 담뿍 느껴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애정하긴 하는데... 이놈들 가끔은 침대에 던져버리고 싶네요.
근육이 터질 것 같습니다 ㅎㅎㅎ멋진 몸이시네요.
헉 감사합니다. 사진이 그래보여서 그렇지 실제로 터질 것 같은 그뉵 없습니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칼님의 말과 행동도 이해가 가요 :) 결론은 (이러나저러나) 칼님 가정은 사랑이 가득한 집이네요 +_+
사랑이 가득한 집이라... 애증이라고 해둘까요...
아들 둘이 든든하시겠어요!
아빠 화이팅!
아들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아비가 되겠습니다. 화이팅! 엄마도 화이팅입니다!
아 마지막에 정수리에 머리카락을 만지는 아기의 손이라니..
상상만해도 넘 행복해보이네요.. 사랑하는 어느 여인의 손보다도.ㅎ
글만 봐도 좋은 아버님이신 거 같습니다.ㅎㅎ 거기에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행복해 보이시는 마지막 사진까지.. 멋진 아버님이세요 ^^
저 그게 쓰다듬는 느낌이라기보다는 턱 얹는 느낌이어서 ㅋㅋ 귀여웠습니다.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 좋은 아버지 되려면 먼거 같습니다. 나쁜 아버지만 안 돼도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아아. 아가야. 팡 터지지 말라니. 어흑 너무 귀엽. 근데 설마 칼님 운동 너무 많이 하셔서 첫째가 아빠 팡 터질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요...?
라운디님, 저도 녀석이 왜 저러나 궁금했는데, 엊그제 얘기하는 거 듣고 의문이 풀렸습니다.
"아빠 나 밥 많이 먹고 아빠처럼 클 거야. 어른 되면 밥 안 먹을 거야. 밥 많이 먹으면 팡 터지니까."
즉 저보고 밥 좀 그만 처묵으라고 한 거...
읗하하ㅓ항하하핳ㅎ하하하호하홯핳 뭔가 감동 스토리 나올 것 같아서 뭉클한 마음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훅 들어오시다니... 저도 요즘 좀 처묵처묵했더니 (살짝) 팡 터지고 있는 듯...
심지어 아내가 대상포진이 낳아서 아이들과 접촉이 가능해지자마자. 큰놈이 저를 곧바로 팽해버린 것 아니겠습니까.
어젯밤에는 "아빠 나가. 들어오지 마"라고... 이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