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300만개의 거품이 만드는 천상의 부드러움’이라고 흑맥주 기네스 광고에 쓰여 있다. 진짜 300만개인지 내 알 도리가 없으나, 천상의 부드러움은 익히 마셔 잘 안다.
기네스 거품은 맥주 거품보다 생크림에 가깝다. 밀도가 높고 부드럽다. 암갈색 액체에서는 옅은 초콜릿향이 난다.
반드시 잔에 따라 마셔야만 한다. 캔째로 마시면 맛과 향이 다 죽는다. 전용잔이 있으면 더 좋다.
‘퍼펙트 파인트(완벽한 한잔)’를 따르는 법은 다음과 같다. 차갑게 식은 기네스 캔을 깐다. 거품이 너무 일지 않게 잔의 각도를 45도로 기울인다. 잔의 80%까지 채우고 잔을 수직으로 세운다.
120초 동안 잔 속에서 펼쳐지는 쇼를 즐길 차례다. 질소 거품과 액체가 뒤엉켜 각각 잔 위쪽과 아래쪽으로 움직이는데, 그게 마치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쇼가 끝나면 베이지색 거품과 짙은 갈색 액체가 선명하게 갈린다. 캔에 남은 맥주를 잔에 다 따르면 퍼펙트 파인트가 된다.
애호가들은 퍼펙트 파인트의 맛이 대충 따른 기네스의 맛과 확연하게 다르다고 한다.
나는 기네스 폴이 진행되는 중에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30초쯤 작은 폭포쇼를 즐기다가 기네스를 한 입 마셔버리고 만다. 채 분리되지 않은 거품과 액체가 동시에 느껴지는데 그 또한 맛있다.
2분이라니. 술을 앞에 두고 2분이나 기다리라니.
기네스는 청량함과는 거리가 멀다. 풍만한 거품 사이로 삐져나오는 묵직하고도 달콤쌉싸름한 액체를 삼키다 보면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달콤한 인생.
영화 킹스맨에서 콜린 퍼스가 이 맥주를 마신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면서.
기네스는 동네 편의점에서 네 캔에 만원이다.
기네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 ‘아이리시 카밤’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아일랜드인들이 이 칵테일을 때려 마시고 차 사고를 하도 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나.
준비물은 기네스 전용잔, 기네스 1캔, 리큐르 베일리스 1잔, 아이리시 위스키 제임슨 반 잔이다. 기네스, 베일리스, 제임슨 이 세 술이 다 아일랜드 술이다.
술을 섞는 비율이 레시피마다 조금씩 다르다. 내 입에 가장 맛있는 제조법을 소개한다. 다년간의 제조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므로, 믿어도 좋다고 감히 자신한다.
퍼펙트 파인트를 만든다. 세 모금쯤 기네스를 즐긴다. 기네스를 잔의 8부정도 남긴다. 소맥을 타듯, 제임슨을 기네스에 붓는다. 그리고 베일리스를 위스키 샷잔에 따라 잔째로 기네스 잔 안에 퐁당, 빠뜨린다.
원샷한다.
제임슨이 섞여 더 깊어진 기네스가 밀고 들어온다. 제임슨과 기네스가 사라진 뒤에는 달콤하고 보드라운 베일리스가 목젖을 타고 흐른다. 그 쓴맛마저 맛있는 고진감래랄까.
꼭 단숨에 마셔야 한다. 베일리스는 우유로 만든 리큐르다. 베일리스 잔을 넣고 바로 마시지 않으면 우유 기름 덩어리 수십 개가 지렁이처럼 길게 퍼져 술 속에 떠다니는 흉악한 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맛도 없다.
뜬금 없으시겠지만... 오늘 휴일이라 말씀해주신대로 따라봤어요. 잔은 호가든이지만...이게 맞나요? (선생님께 검사맡는 학생 심정이랄까요)
참 잘했어요! 땅땅땅!!!
아이리쉬 밤이 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했지만, 아이리쉬 밤으로 만들어진 사람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크으 얘야 사실 너는... 두둥
생각해보니 밤이 아니라 카밤이었네요
기네스는 사랑입니다.
술이 땡기는 오늘...
리스팀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기네스 먹을 때 꼭 참고해서 마셔볼래요. ♪
기네스 정말 맛있죠! 아 그리고 다른 맥주보다 칼로리도 낮대요 ㅎㅎ
오... 그것은 더욱 더 끌리는 부분 ^^!!
뭔가 어울리고 매칭이 되는 술을 포스팅 하셨네요.
저도 퍼펙트파인트로 마셔보고싶네요. 기네스는 그냥 우겨때려넣어버려도 거품이 넘치지 않아서 잔에 그냥 퍼붓고 기다렸는데, 시키는대로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코스트코 방문시에는 베일리스, 제임슨 한병씩 들고와야겠습니다.
크크 코스트코 회원님이셨군요. 베일리스 한 병 있으면 정말 쓸모가 많습니다. 제임슨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요. 추천합니다! 행복한 음주라이프 되소서.
맥주가 사람을 만드는군요
안녕하세요^^ 영화 대사 멋대로 패러디 해봤습니다
으어, 아이리쉬 고진감래라니. 2분간 기다리고 3분 정도 제조하고 원샷이면 네 캔이 순식간에 사라지겠는데요?ㅎㅎㅎ
흐흐 하지만 2캔쯤 드시면 배불러서 더 못 드실 걸요. 은근히 취기도 올라서 아마 푹 주무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지금껏 캔 째로 마셔서 맛을 잘 못 느꼈나 봅니다!
이 글을 정독하고 다시 한 번 맛보고 싶네요. 술에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저는 칼님을 약 올릴 겸(?) 오늘 저녁에 맥주 한잔해야겠네요 ㅎㅎ
아아 그간 캔째로 드셨다니 눈물이 ㅠㅠ 꼭 따라 드세요.
저는 오늘 고량주 마실 거라 괜찮아요^^ 가만있자 뭐랑 먹을까
으아... 저 고량주 한 번도 안먹어 봤는데 ㅋㅋㅋ 술을 잘 못마시니 감히 도전할 엄두도 안나네요. 저 대신 기름진 안주와 맛있게 드시길 바라겠습니다 ㅠ_ㅠ 왠지 진 것 같군요 ㅎㅎ
고량주는 시원한 짬뽕 국물이죠 ㅋㅋㅋㅋㅋㅋ 연태 고량주와 함께 하는 양꼬치도 좋구요 ㅠㅠ
역시 북조선 리동무가 중국 술에 빠삭하구만! 북조선 술은 들쭉술이 유명하지 않소?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모르는데 모른다고 해도 안 믿어 주실 눈치신데요.
기다렸습니다. 역시 목요일. 오늘은 첫 한 입이 기가 막히는 기네스 흑맥이로군요. 배우신 분이라 '반드시 부어마셔야한다.'는 점까지 빠지지 않고 지목을!
제가 부어마시기 위해 유일하게 전용잔을 갖고 있는 맥주입니다.
후아 일주일이 얼마나 짧은지. 방망이 깎는 노인의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여윽시 기네스 전용잔의 중요성을 아시는 분이셨군요. 자 그럼 이제 아이리시 카밤으로 넘어가 봅시다.
왠지 저와 동일한 이유로 잔이 있을 것 같은데요 ㅋㅋㅋ 굳이 잔을 샀기 보다는 잔이 포함된 마트 상품이었다던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네스 흑맥을 먹기 위해 따로 마련해놓은 잔이지 정말 기네스 마크는 아니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굳이 모셔둔 이유가 기네스 흑맥 때문인건 맞아요... 흑흑... 나름 저렴한 주제에 별개의 과정을 지켜야만 온전한 맛을 누릴 수 있다니... 괘씸합니다. 그래서 매너를 만드는 것일지도.
괘씸하지만 맛있는 너란 녀석... 저는 어제 58도 고량주를 마시고 잤는데 속이 개운한 것이 신통방통합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칼님 글을 읽고 기네스가 마시고 싶어졌어요!!
전용잔도 탐나고요^-^
많이 독하지 않아요. 조금씩 천천히 음미하시면 새로운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잔은 종종 대형마트에서 행사할 때 껴준답니다.
퇴근하고 집 가서 쉬원한 맥주 한잔..!
삶의 낙이죠 ㅎ
맞습니다 작은 기쁨이지요. 하지만 저는 오늘 고량주로 뜨거운 기쁨을!!
어휴 제가 취해서 한 번 베일리스를 그냥 부어버린 적이 있는데 두고두고 어찌나 욕을 욕을 먹었는지...
라운디님 제가 라운디님 팬이긴 하지만 그 건은 제가 어떻게 편을 들어드릴 수가 없네요. 너무나 명백한 잘못인 거...
기네스는 뭔가 차갑지 않게 부드럽게 향을 즐길 수 있어서 여름 보다는 겨울에 더 맛있는 것 같아요. 흑 베일리스랑
드디어 모르는 술인제임슨이랑 함께 하는 칵테일은 또 다른 유혹이네요.그러하옵니다 역시 여름엔 촥 터지는 라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을 또 기막히게 맙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도 그렇고 어제 @mylifeinseoul 님도 그러셨고 이번엔 @afinesword님까지 ㅋㅋㅋ 다들 소맥 말이에 일가견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 상황을 어쩌면 좋나요.
제임슨은 아이리시 위스키인데 피트향이 없고 순수하달까 깔끔하달까. 역시 좋습니다! (가격도 저렴해요)
유난히 이 블로그엔 술 주제가 많군요 ㅎㅎ
그나저나 기네스 저렇게 먹는건지 처음 알았어요.
사실 흑맥주에는 관심이 좀 없기도 했죠
매주 목요일마다 술 얘기를 씁니다. 아무래도 흑맥주는 좀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기는 해요
기네스보다 훨씬 어정쩡한 맛이지만.. 개인적으로 쾨스트리쳐를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맥주의 천국인 미쿡에 사는데도 리쿼샵에 가서 뒤져야 겨우 한두팩 나옵니다...ㅠㅠ
와 조금 검색해보니 평이 엄청 좋군요. 한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울지... 주말에 마트에 가서 사냥해보겠습니다.
기네스 좋죠 전 듀벨도 좋아합니다
흑맥주좋아해서
가끔 강릉 버드나무에 갑니다
좀 독한걸로
오죽스타우트가 가장 맛있더라고요
추천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듀벨 참 좋아합니다!
오죽 스타우트, 기억해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리쉬 카밤이 그런 유례가 있었군요 ㅋㅋㅋㅋㅋㅋ
역시 아피네스님 블로그에는 맛난 술얘기가 있을 줄 알았죠 :)
씨마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봬요. 저는 그간 꾸준히 마셔댔습니다 ㅎㅎ
으ㅠㅠ묘사를 정말 잘 해주셔서 침이 꼴딱꼴딱 넘어갑니다 저도 집에 기네스 전용잔을 두고 폭포처럼 떨어지는 모습을 즐깁니다ㅜㅜ으...당장 한입 마시고 싶네요
잔 없이 캔째로 먹는 사람들이 가끔 캔 안에 이상한 구슬이 들었다면서 캔 모가지를 따버리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ㅋㅋㅋㅋ
전 가끔 호가든과 함께 더티호를 만들어먹긴 하는데, 아이리쉬 카밤을 도전하고 싶게 글을 써주셨어요!>.<! 이번주 술은 바로 이겁니다! 마침 주말인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잘 보고 갑니다!
헉 캔모가지. 무서운 분들이시네요 ㅋㅋ 더티호 좋죠. 하지만 아이리시 카밤은 더 좋습니다!(단호)
불금 보내셔요!
지금 마시고 있습니다.
The One and Only.
오우 저는 사무실입니다. 하지만 부럽지 않습니다. 점심에 평양랭면이랑 소맥을 마셨거든요! 룰루
저는 금 토 마실 맥주를 목요일에 사지 않급니다. 왜냐면 목요일부터 마실까봐 ㅋㅋ 2분... 2분이면 한 캔 다 마실 수 있는데 나는.. 하하 불금 불맥하세요~^^ (이글에 사실은 긴 댓글은 필요없어요. 딱 한마디. 아멘~)
오오 酒여, 아멘
헐. 그와중에 저칼로리!
설마요~~ 좋아하는데 하필 저칼로리 ㅋ
기네스는 묵직하니 맛나요 ..
스타우트랑 꼭 비교하면서 많이마셨죠 ㅎㅎ
맞아요 저도 주말 내 몇 캔 마셨답니다. 기운 넘치는 한 주 보내세요!
하.. 이렇게 기네스를 맛있게 표현해주시면 안살수가 없네요!! 광고로 써야 할 문구인 듯!
헉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아지오 보고 있나!!
정확히 제가 좋아하는 그 느낌이네요.. 제가 저 묵직하고 달콤 쌈싸름한 맛에 감동해서 해페류를 참 좋아했는데 레페 브라운도 한동안 미친듯이 먹고 코젤다크는 좀 가볍더군요... 맛있게 만들어 보겠다고 집에서 맥주도 직접 만들어보고 했는데..역시 전문 회사가 전문 회사인 이유가 있다는 결론을 1년여 끝에 얻고 그냥 사먹기만 합니다. 아참 요즘은 아에 술을 끊었..
ㅋㅋ 역시 술은 사 먹는 걸로
아니 그런데 술을 끊으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어마어마한 의지로군요!
안녕하세요
방가방가반가워요
꾸욱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위에 @lekang님의 댓글을 보니, 기네스 maketh man 이네요. ㅎㅎㅎ
그죠 진짜 기발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