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유독 몇몇 철학자만 편애하는가

in #kr7 years ago

나는 몇몇 철학자 또는 사상가를 편애한다. 작가나 예술가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취향의 문제라며 용인받으니 그나마 사정이 낫다. 문제는 나의 편애를 편협함으로 보아, "네 고유한 생각"이 없다는 증거라며 공격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또는 편식이 심하니까 생각도 편협한 것 아니냐는 공격도 많다.

공격이 있다는 거야 문제될 건 없다. 허나 학부생도 아닌 내가 몇몇 사상가만 편애한다는 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나의 편애는 오랜 진화의 결과이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몇몇 사상가를 참조하면서 이 사상가는 여기에, 저 사상가는 저기에 쓸모가 있다는 식의 짜깁기가 나에겐 더 이상하고 이해되지 않는다. 사상에 있어 그런 중립적인 이용이 가능하다는 게 나에겐 불가사의할 뿐이다.

물론 결이 비슷한 사상가들이 있어서 이들을 엮어 모종의 종합을 추구하는 일은 바람직하고 환영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양립하기도 어렵고 서로 모순된 사상을 종합하겠다는 시도는 그냥 유명세만 좇는 나열주의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이들이 너무도 많다.


이상 아직 뉴비 @armdown 철학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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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한

어떤 사람의 경향성을 비판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말씀하신대로 전혀 일관성 없는 말이나 행동이야말로

진정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겠죠.

물론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나 조변석개식으로

편한대로 가져다 붙이는 것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피해를 받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쪽에서는 악의가 전혀 없었더라도,
상대가 화를 내게 됩니다.

이런 문제 상황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경우가 있긴한데 그런 상황까지 생각하면 아무 것도 못하는 것 아닐까요

저도 그런 경우로 제쪽에서 오히려 피해를 입기도 하는데

그런 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이 글에 대해서 동의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사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특정한 철학과 사상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물론 좋아하는 사상가가 외에 다른 사상가들을 통해 나만의 세계관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더 이상 특정한 사상이 아닌 자신이 정립한 자신의 사상을 통해 자아실현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제 전제는 저의 사상을 벼리는 과정에서 일정한 철학자 군에게 많이 도움을 얻었다는 거였습니다. 근데 저의 독창적 생각은 보지 않고 저를 둘러싼 철학자들이 편중되었다고 비판하는 일이 흔하거든요.

솔직 담박한 비평 고맙습니다.

저도 말씀하신 전제에 이견이 없이 공감합니다. 저 또한 저의 사상을 정립하기 위해 다른 사상가로부터 마음에 드는 생각을 차용하여 창조의 재료로써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의 의견에 대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편애하는 철학자가 누구인가요? 알려주세요~~~
다분히 취향의 문제인데 왜???? 글쵸~

니체, 들뢰즈, 흄, 스피노자, 푸코 등 많아요.

문제는 일방적(?)으로 싫어하는 철학자도 많다는 거죠.

철학에 관심 있으시면 제가 쓴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2016)을 한 번 보세요.
도서관에서 빌려 보실 수도 있을 거예요.
이 책에 제가 싫어하는 철학자들과 그 이유를 자세히 밝혔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배울거만 배우면 되는거아닐까요 뭐 굳이 이런이유 저런이유대가면서 다른사람한테 인정을 받아야하나요

인정 받는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요.
근데 욕 먹으면 한두 번은 무시해도
자꾸 그러면 빈정상하게 되지요.
뭐, 이런 문제라고 보면 됩니다.

저는 교수님의 그런 생각과 태도가 좋아요!

고맙습니다.
저야 하지 말라고 해도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가치관의 차이라면 상관없을거 같아요 ^^ 만약 논쟁이나 근거를 펼친 주장으로 설득을 한다면 모를까 무언가 armdown 님의 본질과 비슷한 철학자들일꺼같내요 ㅎㅎㅎ

논쟁에서도 재미있는 게요,
논거가 신비주의나 비과학주의 막 이런 걸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싫어하는 건데 말이지요.

모순을 순정으로 크레파스칠을 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묘한 기시감이 생겼는 데, 철학자 님 덕분에 그 원인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크레파스칠. 멋진 비유입니다.
날카로운 면을 잘 드러내는 게 철학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