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시간 혜성 이야기에 이어서 오늘부터는 행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 지구를 가지고 장난을 쳐보면서 지구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볼텐데요. 우리의 작은 손길에 따라 어떤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엄청난 사건들이 펼쳐지는지 살펴보죠.
오늘 신이 되어 쳐볼 장난은 쌍둥이 지구 만들기입니다. 똑같은 크기와 무게의 지구를 하나 더 만들어서 둘이 서로 마주 보고 돌게 하는 거죠. 두 지구는 둘 사이의 가운데 점을 중심으로 회전하게 됩니다. 마치 손잡고 도는 두 댄서처럼 말이죠.
그러면 일단 두지구는 서로를 마주 보게 됩니다. 조석고정(潮汐固定, Tidal locking)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건데요. 계속 한쪽면만 보게 되는 거죠. 상대편 지구의 뒷통수는 절대 볼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정말 두손을 맞잡은 댄서처럼 서로 마주보게 되는 거죠. 좀 로맨틱한가요?
더 로맨틱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마주보게 되면 둘 사이를 연결할 수도 있거든요. 긴 밧줄을 이용해서 양쪽을 연결한 뒤 줄을 타고 왔다갔다 할 수도 있고 더 기술이 발전한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겠죠. 근데 두 지구 사이의 거리는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할 수 있으니 좀 신축성이 있어야 할 겁니다.
밤하늘도 아주 판타스틱하게 바뀔 거에요. 지금의 달보다 40배나 큰 지구가 하늘에 뜰 테고 그 밝기도 천배나 밝죠. 달도 지구에 가까워지면 슈퍼문이 떴다고 엄청 크다고 하는데 슈퍼지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겁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슈퍼지구를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마주보는 지구의 얼굴쪽에서는 항상 보이지만 뒷통수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죠. 뒷통수쪽에 사는 사람들은 슈퍼지구를 보려면 비행기 타고 한참 가야합니다.
그리고 서로 상대적 위치가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달처럼 뜨거나 지지 않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떠있는 거죠. 적도 지역에서는 항상 머리 위에 떠 있고 한국 같은 중위도 쪽에선 중간에, 남북극 같은 고위도 쪽에서는 지평선에 걸쳐있게 됩니다.
이렇게 하늘에 거대한 지구가 고정되어 있으면 태양도 쉽게 가려질테니 일식도 휠씬 자주 일어날 겁니다. 태양이 움직이는 길목에 슈퍼지구가 정확히 놓여있을 때는 매일매일 일식이 일어날 수도 있죠.
일식이 일어나면 대낮에 멀쩡히 빛나던 태양이 지구에 가려지고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지며 밤이 찾아올 거에요. 하늘엔 별이 뜨고 기온은 갑자기 낮아지죠. 기온이 5도 또는 지역에 따라서 최대 20도까지 뚝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별거 아닌 거 같지만 실제 체험해보면 상당히 감동적이라고들 합니다. 개기일식을 보러가는 여행상품도 있고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평생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죠. 천문 매니아들에게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일만 일어나진 않겠죠?
무시무시한 대격변도 일어납니다. 바로 바다 때문이죠. 지금도 달의 중력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달보다 80배나 무거운 슈퍼지구가 달보다 훨씬가까운 거리에 생겼으니 엄청난 일이 일어나겠죠?
쌍둥이 지구가 생기는 순간 바닷물이 몰려들어서 대격변이 일어날 겁니다. 쌍둥이 지구 쪽으로 바닷물이 쏠리면서 몇백미터 높이의 해일이 일어나 육지를 덮치고 빠져나간 쪽은 바다 밑바닥이 순식간에 다드러나겠죠.
그런데 바닷물만 끌어당기진 않겠죠?
공기 역시 끌어당겨질 겁니다. 수백km 이상 상대편 지구를 향해 뻗어나가죠. 물론 처음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상대편 지구까지 가서 닿지는 못할 겁니다. 숨쉬면서 다른 지구로 날아갈 수는 없는 거죠.
하지만 우주복을 입고 날아간다면 기묘한 체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중력의 회색지대랄까요? 두 지구의 중심점은 중력이 상쇄되기 때문에 어느쪽으로도 끌려가지 않는 중립지대가 되죠. 그냥 거기 있고 싶으면 거기 계속 있을 수 있습니다. 어디로도 떨어지거나 날아가지 않죠.
이런 중립지대를 라그랑주점 Lagrangian point 라고 하는데요.정확히 두지구의 중력이 상쇄되면서 이쪽 중력이 우세하지도 저쪽 중력이 우세하지도 않은 중간지대가 만들어지게 되는 겁니다.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위성이나 우주망원경, 우주정거장을 그곳에 위치시키기도 하죠. 만약 돌덩이나 공기, 물 같은 것을 적당량 가져가서 잘 가둬놓고 있을 수 있다면 나만의 인공행성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는 이제부터입니다.
두 지구의 공전은 사실 좀 불안정합니다. 두손 잡고 뱅글뱅글 돈다고 생각해보세요. 손을 잡고 있어도 밖으로 튕겨나갈 것만 같고 좀 불안하잖아요. 계속 그렇게 돌긴 힘들죠. 더구나 연결된 것도 없이 뚝 떨어진 상태에서 도는 지구는 더 불안하죠. 원심력이 강해서 아예 멀어질 수도 있고, 중력으로 인해 점점 가까워질 수도 있고,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할 수도 있고.. 하여튼 불안정합니다.
큰일이 일어나는 건 두 지구가 가까워지는 거죠.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가까워지다보면 처음엔 공기의 통로가 생기고 그 다음엔 바다가 서로 맡붙으면서 바다 통로가 생길 겁니다.
하늘을 향해 솟아 올라간 거대한 바다의 통로를 통해 물고기나 새가 둘 사이를 왔다갔다할 수도 있을 거에요. 정말 엄청난 장관이겠죠?
그러나 바다로 끝이 아닙니다. 땅 역시 끌어당기게 되고 지구는 계란 모양으로 변하죠. 그리고 결국엔 두지구의 지각이 붙어서 연결되면서 두지구는 완전히 연결되게 될 겁니다. 마치 아령모양처럼 되는 거죠.
이런 거대한 지각의 움직임은 당연히 엄청난 지진을 몰고 올 겁니다. 지구 전체의 지각과 그 속의 맨틀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요동칠테니까요. 땅 위에 제대로 서있을 건물은 하나도 없다고 봐야겠죠. 목슴을 부지하고 싶다면 인간들은 우주로 대피해야할 겁니다.
그러나 이게 또 끝이 아닙니다. 만약 이런 변화 속에서 소행성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두지구는 아령모양이 흐트러지면서 후프모양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운데가 뻥뚤린 도넛처럼 되는 거죠.
지구가 하나인게 정말 다행이죠? ㅎㅎ
오늘은 신의 힘으로 말도 안되는 장난을 좀 쳤는데요. 다음 시간엔 정말~ 진지하게 지구의 특성을 변화시켜보면서 지금 우리의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이야기
[저속한과학] 의외로 천문학자 칸트의 우주 vs 어쩌다 천문학자 섀플리의 우주
[저속한과학] 왕별 시리우스 vs 서민별 바너드 1탄
[저속한과학] 왕별 시리우스 vs 서민별 바너드 2탄
[저속한과학] 1910 핼리혜성 Gazua 대소동
[저속한과학] 무한도전 + 1박2일 혜성 대탐험
참고자료
translation please...
I am so curios..
I will try my best next time. thank you~
지구가 둘이라면? 이라는 상상도 재밌는데 그림이 너무 귀엽고 재밌어요 ㅋㅋㅋ 어린왕자 신, 빙글빙글 도는 신 두명, 훌라후프 돌리는 신 등등...ㅋㅋㅋㅋ 저런 여러가지 장관들을 볼 수는 없지만 지구가 하나라서 정말 다행이네요 :D
illust님 그림들에 비하면 귀여운 축에도 못 끼지요 ^^ 벌써부터 다음편은 어떤 캐릭터를 넣을지 걱정이네요. illust님 포스트들 보고 아이디어 좀 얻어야겠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너무 재미있게 잘읽었어요. 상상하신 상황들, 그림도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요!! 완전 제스타일 하하하 빅뱅이후 지구가 둘이던게 하나로 합쳐져서 지금의 지구가 된게 아닐까 잠시나마 상상했네요. 팔로우하고 가요 앞으로 더 좋은글 써주세요!!
스타일에 맞으셔서 다행이네요. 더 재밌게 해보려고 했는데 정말 쥐어짜내도 잘 안떠오르더라구요. 지구 형성기에 화성만한 천체와 충돌해서 합쳐진 적도 있었던 걸 보면 상상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닐 겁니다 ㅎㅎ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와 이런 기발한 상상 너무 좋아요. 그림으로 쉽게 설명도 해주시고 ㅎㅎ
기발해지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료찾아 헤매었는지 모릅니다 ㅎㅎ;;
초특가 그곳에 가면 지구가 보인다!!! 그림 소개하고 싶어요 ㅋㅋㅋㅋㅋ
조만간 그림도 그려야하는데 당최 시간이 잘 안나네요 ㅜㅜ
아 신 님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 재미있습니다!
장관이겠지만 불안할 바에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지금이 좋은것 같습니다 'ㅂ'
지금이 정말 최고임엔 틀림없습니다. 이보다 환경이 더 좋기도 힘들죠. 사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리기 시작한 것이기도 하구요. 지금의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음 편에 잘 풀어보겠습니다 ^^
이번화도 정말 감탄하면서 봤씁니다! ㅎㅎ 어쩌다 한컷 개그 포인트 넣는것도 그렇게 어렵던데 매 컷마다 어쩜 이리 깨알같이 재미있으신지 +ㅂ+ 근데 심지어 고퀄 과학 에세이! 이번에도 리스팀 해갈께요!
썰렁할까봐 걱정하며 그렸는데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 웃기는 과학만화를 목표로 되는데까지,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려구요ㅎㅎ 다음 편에도 최선을 다해 쥐어짜보겠습니다~~
재밌게 보고갑니다.
다음시리즈들도 기대가되네요^_^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미난 생각을 그림과 글로 이해하기 쉽게 써주셨네요 :D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
진짜 대단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보람이 있네요.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보름달의 1000배 밝기면 거의 태양 수준이군요;;
그 쪽 면 사람들은 잠 다 잤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암막커튼이 불티나게 팔릴듯 싶네요 ㅋㅋㅋㅋ
너무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더 재미있게 만들어볼께요 ^^
와 감탄!!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
재밌는 일러스트와 내용이네요. 팔로우하고 갑니다~~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할께요~ ^^
잘 보고 갑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시는 능력이 탁월하시네요ㅎㅎ
간신히 어떻게 하다보니 만들긴 했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와! 이렇게 재밌는걸 넘 늦게 와서 봤어요. 죄송해요. 담번엔 일찍와서 볼게요 ㅎㅎㅎ
이렇게라도 와서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ㅋㅋㅋㅋㅋ지구가 둘이라면이라는 가설이 너무 재밌네요ㅎㅎ
달 위치에 태양계의 행성이 위치했을때 의 상황도 궁금합니다!
이미 그런 내용에 관한 비디오가 있습니다 ^^ 한번 보세요. 재밌어요.
잘 보고 갑니다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
우와~ 정말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지구가 2개라는 상상부터 너무 흥미가 넘치는데 이후에 어떻게 변해갈지 추정하는 과정도 재밌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예전부터 해봤던 상상인데 이후 과정에 대한 자료를 찾는게 힘들더라구요. 이번엔 운좋게 괜찮은 자료를 찾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
기발한 상상력을 가지셨네요! ㅋㅋ 쌍둥이 지구 ㅋㅋ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기발해 보려고 노력은 해보는데 참 쉽지가 않네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구관광 4박 5일 130만원이면 솔깃한데요? 내가 사는 곳에서 지구가 보인다면? 하는 상상만 해봤지 이렇게 과학적으로 구체적으로 예측해보진 않았는데 재밌어요 ㅎㅎㅎ 역시 밤지기님 글은 중간중간 그림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네요 :-)
너무 싼가요? 제가 여행인솔하고 20000스팀 받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스프링필드님은 공짜로 해드릴께요 ㅎㅎ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지구가 하나라서 참 다행입니다~(휴우~)
재미있는 이야기 잘 보고 가요!! ㅋㅋ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