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c1h 입니다. 묵혀뒀던 여행 포스팅을 잠시 미루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해 보게 되는데요. 그 중 k-pop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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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해외에서의 k-pop 붐은 자화자찬의 형태라 생각했다. 소위 말하는 '국뽕'의 일부로서, 소속사와 언론이 만들어낸 확대해석이라는 의심을 감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랑스런 대한민국'이라는 일념 아래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성공한 한류라 취급했었나. 대표적으로, 원더걸스가 처음 미국 갔을 때만 해도 현지 반응이 좋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말하면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홍보했고 연일 빌보드 차트 진입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정도까진 아니다'라는 것이 조금씩 드러났다. 대부분의 성취가 국내 팬들의 성원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청난 히트를 쳤던 강남스타일도 반짝 성공으로 그쳤다. 현재까지 싸이의 모멘텀이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그저 '두유 노 강남스타일?' 이라는 씁슬한 자부심만 흔적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k-pop소식이 메스컴을 탈 때마다 다 믿지 않았다. 집단적 팬심을 클로즈업 하면 손 쉽게 큰 성공으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유럽에 교환학생을 와서 생활 해보니 내 의심은 조금 거둘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K-pop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k-pop 특유의 아이돌 문화와 그 특징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한국에서만 소비되던 노래가 해외에 알려져 있다는 것 자체가 청신호이기 때문이다. 열풍과 인기를 얻기 전에는 '인지'라는 단계가 있어야 한다. 그 수준까지는 확실히 온 것 같다. 이는 앞으로도 더욱 큰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는데, 그것을 소비할 잠재 고객들이 존재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취향만 제대로 공략된다면 더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노래에 푹 빠져 있다. 내가 있는 체코 프라하에서도 k-pop을 좋아하는 친구를 많이 만났다.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이며, 한국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먼저 다가올 정도로 적극적이다. 게다가 나보다 k-pop을 더 잘 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도 아이돌 노래를 꽤나 듣는 편인데, 나보다 훨씬 많은 그룹과 노래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인기였다. 다들 BTS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그들이 정말 한류의 중심이고 실세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뽕과 극성팬들이 합작한 버블 인기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오판이었다. 괜히 미국 앨렌쇼에 나가고 주요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매스컴의 보도와 실제의 인기가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k-pop이 주류문화에 진입했다고 제단하기는 이르다. 이에 대한 인식이 아류 문화 정도로 그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럽사회의 대중이 소비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난 여태껏 쇼핑몰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k-pop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클럽에서도 없다. 그렇게 인기라면 지나가다가 한 번 정도는 들렸어야 할텐데 말이다. 대체로 k-pop은 특정 매니아층이 주도하여 소비하고 있고 10대들이 그 중심이다. 일례로, "내 동생이 k-pop 좋아하는데"...라며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경우가 더럿 있었다. 하위문화에서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말은 배우지만 k-pop이나 드라마, k-beauty에는 아예 관심 없는 친구도 있었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긍정적 인식 때문에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 애매모한 '긍정적 인식'에 모멘텀을 가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k-pop하나로는 그 동력이 부족하다. k-pop변두리에 있는 이들까지 포용을 할 수 있는 문화적 소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류가 물꼬를 트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k-pop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라는 문화적 소스이다. 혹여나 k-pop의 눈부신 성공에 가려 이것 하나로 대표되는 몰-문화의 나라가 되어 버릴까 걱정이다. 이것을 누군가 나서서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국뽕'에 잔뜩 취하여 k-pop하나만 떠받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남스타일과 방탄소년단 말고도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 많아져야 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한국만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징을 잘 물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k-pop이 조용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듯이, 저기 어디선가 꿈틀 대는 한국의 힘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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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럽에서 아주 오래 지낸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니며 통계를 낸 것도 아닙니다. 경험적으로 느낀 k-pop의 위상입니다. 그리고 국가 브랜딩에 관한 부분은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토론거리, 이야기거리 댓글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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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Cheer Up!
제 개인적 통계로도 아직까진 컬트 문화의 위치를 못 벗어난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J-pop 같은 위상이랄까... 저변으로보면 훨씬 폭이 좁으니 그보다 못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솔직히 우리가 만드는 문화 컨텐츠를 몽땅 K브랜드로 묶어서 밀어붙이는 전략을 계속 고수하면 자칫하다간 한순간에 역풍을 맞을 것 같단 우려도 듭니다.
마지막 한 문장도 새겨들을 법하네요. "한국형 OOO" 은 다 망한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던데...문화의 영역도 K자 붙여 획일화 시키는게 썩 좋아 보이지 않네요. made in Korea와 무슨 차이가 있나 싶어요.
언어교환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외국인과 대화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10~20대 외국인은 거의 80% 정도가 K-POP을 비롯한 한류때문에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네! 놀라울 정도죠. k-pop이 어느정도 견인역할은 하고 있습니다. 그 10대~20대들이 자라서 사회의 중간에 위치하게 되었을 때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네요. 그 때까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으면 하구요
국내에서조차 하위문화인데 해외에서 그 이상의 성공을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겠지요.
일단 k-pop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긴 한 것 같습니다. 당장 비즈니스 관점으로 수익이 벌리는 것부터, 많은 팬들을 확보했기 때문이죠. 성공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는데요, 문화파급의 관점이라면 좀 더 많은 길을 가야겠죠.
다만 힙합과 재즈도 특정 인종의 하위문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위문화의 성공은 종종 있는 일이며 주류문화로 진입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한국이 k-pop하나로 대표되는 물-문화의 나라가 될까 걱정스럽지만, 아직은 좀 응원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K pop 의 영향은 예전의 k drama? 랑은 또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그 안에 우리나라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에 비해 사실 음악, 특히 가요에는 쉽게 전달될만한 문화적 요소는 좀 적지 않나 싶어요. 대신에 파급력은 유투브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크게 번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물론 그래봐야 매니아층이라고 해도 말이죠. 그리고 어느쪽이라도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을 - 북한만 있는 게 아니라는 ㅋㅋ - 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나 싶습니다~
스토리를 담고 있는 드라마와는 조금 차이가 있죠. 인물과 대사 그리고 배경이 있는 컨텐츠가 한국인들의 생활을 더 잘 전달할거라 봐요. 그런 부분에서 말씀하시는 문화적 요소의 차이는 있습니다. 대신k-pop은 러닝타임이 짧고 인터넷에서도 쉽게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이 있죠.
좋은 말씀 나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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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행할 때 생각보다 k pop 아는 친구들이 많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중국, 대만, 태국 같은 아시아권 친구들은 대부분 알더라고요
예전에는 한류 붐을 일부러 만들어냈다면 요즘은 유튜브, 트위터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도 그렇고요.. ㅎㅎ
아직 동남아권은 안가봤지만, 여행 다녀온 친구들이 k-pop인기 실감했다고 하네요.
거긴 진짜로 핫한가봐요 ㅋㅋㅋ아시아권 국가라 공감대 형성이 빠른 모양입니다. SNS플랫폼의 영향력도 분명 있구요.
한류가 점점 세계로 뻗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ㅋㅋ유럽클럽에서도 k-pop이 나오는 그날까지....
유럽은 아니지만 호주 음식점에서 K POP 흘러나오는 거 들은 적 있다는 ㅋㅋ
먼 일은 아닌 거 같아요 남미도 난리라고 하니까요 ㅎㅎ
호주에 남미까지....유럽이 유독 늦은건가봐요 ㅠ 동남아, 호주 또는 남미 가서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네요ㅎㅎ
여기도 빨리 붐이 일어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