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친할아버지를 모시고 보훈 병원에 다녀왔다. 한 달에 한 번씩 동행하는데 무릎이 많이 안 좋아지셔서 이제 잰걸음밖에 못 하신다. 작년 이 맘때까지만 해도 30분 거리 정도는 함께 걸을 수 있으셨는데 내색은 안 하셔도 통증이 심하신 듯 하여 하루종일 속이 쓰렸다. 나는 충주에 살고 할아버지는 청주에 사신다. (보훈병원은 대전에 있다) 할머니는 먼저 하늘로 떠나셨다. 다행히 큰엄마가 식사는 챙겨 드리지만..할아버지의 가장 큰 즐거움은 외출이다. 일주일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료 급식을 찾아 다니신다. 국가유공자(6.25참전용사)이시고 그로 인한 연금때문에 무료 급식이 아니면 식사를 하실 수 없는 경제 상황은 아니지만 할아버지는 그 외출을 좋아하신다. 또한, 보훈 회관에서는 국가유공자들에게 정말 많은 혜택을 준다. 무료 목욕도 하시고 무료 식권도 나누어주어 동네식당에서 밥도 먹을 수 있다. 이번 달 들어 아픈 무릎때문에 자주 그 행사에 빠지시는 듯 하다. 나는 백수임에도 한달에 한 번 병원에 동행하고 2주에 한 번 찾아 뵙는 일 이상을 못 해드린다.
#2
외할머니는 우리아빠엄마와 같은 아파트에 사신다. 같은 집은 아니다. 같은 아파트이다. 나는 아빠엄마랑 같이 살지는 않고 집에서 5분 거리에 투 룸에서 산다. (^^;) 큰 손자인 나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신다. 본인 아들(그러니까 나의 외삼촌)보다 더 좋아하신다. 리얼루다가 그렇다. 외할아버지는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할머니를 1.5일에 한 번씩 찾아 뵙는다. 왜냐하면 우유, 브로컬리, 양상추, 파프리카, 롤케익 등등 사다 드릴 것이 많다. 그리고 은행 볼 일을 봐드려야 하고 미세먼지가 거의 없고 아주 춥거나 덥지 않은 날은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한다. 5일 장이 서는 날은 함께 외식을 하고 장 구경을 한다. 할머니는 나랑 있을 때 제일 행복해 하신다. 우리엄마는 세상에 없는 효녀인데 성질이 좀..(더럽다) 그래서 나한테 모든 이야기를 털어 놓으신다. 그래도 가끔은 할머니의 콜이 귀찮을 때도 있다.
그게 기억난다. 나는 유독 집에서 택배를 많이 받는 삶을 살았는데 자취할 때도 그랬고 심지어 군대에서도 그랬다. 보통 읽고 싶은 책과 먹고 싶은 초콜릿 같은 것을 엄마한테 부탁했는데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직장이 있으셔서 할머니가 택배를 대신 보내기도 했다. 내가 무려 상말(상병 말호봉,7호봉이었나)때 택배가 부대로 왔는데 할머니가 예전에 적어 놓으신 것을 그대로 적어 보내셔서 받는 이가 '일병 가든팍'이었다. 중대장이 "이쇄뀌 몇 달동안 집에 전화 한 번 안 했냐"고 뒤지게 혼냈다. 나는 군대에서 엄마랑 이틀에 한 번씩 통화를 했는데 말이다.ㅋㅋㅋㅋㅋ
#3
나는 사실 작은 공간을 제공 받아 판교에서 스타트업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요즘은 인큐베이터나 엑셀러레이터가 잘 되어있고 내가 인연을 맺은 분들이 계셔서 그런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전혀 사업가적 마인드가 없는 나는 그 일이 맞지 않는 옷으로 느껴졌고 어찌 됐든 수도권에 방을 구해주시려는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 충주로 가겠다고.. 부모님은 내 미래때문에 불안해 하셨지만 한 편으로 좋아하셨다. 나는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좋았다. 그렇다고 내가 내 미래를 다 버리고 이 곳에 온 게 아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 목표한 바가 있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남들은 내가 충주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으면..나를 측은하게 여길려고 한다. 솔직히 꼴사납고 짜증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내가 뭐가 잘 안되서 온 것처럼 적당히 맞춰준다.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니까..
나는 살면서 부모님 얼굴을 최대한 자주 보는 것이 목표이다. 내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로 꿈을 삼아본 적 없다. 이 나이까지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것은 아주 큰 문제이고 그 것때문에 나를 괄시하는 세상이 있지만 나는 상관없다. 나는 내 능력 안에서는 노력하고 있다. 허황된 것은 바라지 않는다. 늘 부모님 곁에 든든하게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힘 닿는데까지 챙겨 드리고 싶다. 인간극장을 찍으려고 이러는 건 아니다. 내가 받은 것이 많아서 갚고 싶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을 할 때 내가 가장 기뻐서..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하는 일이 많아지고 명확해지고 수입이 생기게 되면 그 나름대로 엄청난 장점들이 있겠지만, 그 때문에 고작 지금 하는만큼도 못 할까봐 기우를 한다. 엄마 아빠가 나이 들어감이 아주 조금씩 느껴져서 속이 타 들어간다. 나는 평생 백수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부자가 목표이지도 않다. 절대 변하지 않을 내 꿈은 그냥 소소한 효자다.
#4
이건 주인공 아이와 아빠를 희화화 시키고 싶어서 올리는 짤이 아니다. 아이는 엄청난 식탐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고 있었는데 솔루션을 받고 처음으로 식탐을 극복하여 아빠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모습이다. 아빠가 울먹 거리는 모습이 인상깊다. 부모님은 우리의 대단한 성공에도 기뻐하시지만 소소한 나눔에도 행복해하신다. 이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산다. 하지만 나도 작은 성공으로나마 기쁘게 해 드리고 싶기도 하다..!!
부모님하고 떨어서 산지 이제 10년정도가 지났는데 1년에 한두번밖에 못찾아뵜었는데 자주찾아뵈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효자이신듯 합니다.
아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으니 이것도 못하면 정말 제 자신의 삶이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로 부모님과 친한 것은 아니지만.. 제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 부모님임은 맞습니다. @dreamya님께서 부모님을 더 자주 찾아뵈시면 스스로 더 행복해지실 듯 합니다. ^^
일병 가든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든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헤
사소함에서 오는 것들이 켜켜이 쌓여 그 어떤 것보다 파장이 크게 일 수도 있다는 걸 요근래 느끼고 있답니다. 계신 곳이 충주 청주 대전 그 부근이신가보군요. 청주는 종종 오간 적이 있어 익숙합니다. 분명 가든 팍님의 마음 알고 계실거라 믿어요.
근데, 하루 한 번씩 꼭 웃게 해주시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엄마는 세상에 없는 효녀인데 성질이 좀..(더럽다) 이런 감각, 매우 취향저격아닌가욬ㅋㅋㅋㅋ
티가든님 취향을 자꾸 저격해서 제가 뿌듯합니당! ㅋㅋㅋㅋ ^^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는 좋으시겠어요^^
제가... 더 좋습니다! 헤헤 ^^
삶이란 정말 아이러니 한것 같아요. 더 행복하고 잘살기 위해 돈을 벌고 성공을 하려고 하는건데...사람이 정작 행복하다고 잘살고 있다고 느끼는것들은 정말 작고 소소한 일상에게 깨닫게 되니 말이예요. 저희 아이들이 저한테 어떻게 할때 행복한가를 생각하면 부모님께 효도 하는게 어려운게 아닐텐데 나이가 들수록 자꾸 너무 먼곳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것 같네요 ㅎ
그 모든 것을 알고 느끼시는 @supermaru님은 이미 행복하신 분입니다. 저도 늘 스팀잇을 통해 지켜보면서 함께 행복을 누리고 싶습니다 ^^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효도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네, 저의 건강도 가족의 건강도.. 건강이 가장 큰 행운이고 행복인 듯 합니다! ^^ 늘 건강하셔요!!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다정한 가족 참 보기 좋습니다. :)
헤헤,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이 느껴집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