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일기] 오늘. 사직했다. 1년, 중환자실 간호사의여정을 돌아보다.

in #kr7 years ago (edited)

거부기.PNG

오늘. 공식적으로. 사직이 되었다. 난 이제 대한민국이 인정하는백수이다.

"저 사직하겠습니다. "

약 1주일 전, 난 부서에 사직의사를 밝혔다.
모두가 놀랐고, 갑작스런 나의 결정에 부러움과 아쉬움의 분위기가 공존했다.
사실 동료들은 이 또한 별게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간호사 세계는 이직이 밥먹듯이 일어나는 곳이기에
그들도 사직 이야기를 들으면

"한명이 또 나가네. 또 누가 들어오려나."

인 것이다.

그래도 사직의사를 밝히고 1주일간 더 근무하면서
어짜피 갈사람이라 무시하고 없는사람 취급 한다던데, 그정도는 아니었다.
덕분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마지막 근무가 끝나고 간호관리자분들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나오면서, 참 후련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새가 된거같아 너무 홀가분했고, 날씨도 참 아름다웠다.
병원의 후문을 딱 나오니
그동안 내가 이 길을 다니며 있었던 1년간의 짧다면짧고 길다면 긴 일들이 쭉 생각났다.

제일처음.
처음 이곳에서 신규간호사 교육을 받았던 때가 생각났다.
별로 잘난것 없는 내가 신규 간호사들 대표가되어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주제에 신규들의 리더가 되었다.
욕도먹고 칭찬도 먹고 가지가지로 다먹었었다.
60명에 달하는 신규 간호사들을 데리고 회식하려고 여기저기 발로 뛰어댕기는것도 생각났다.

신규 교육이 끝난 후
모든게 끝난 줄 알았지만 발령받은 부서로 들어간 것도 생각이 났다.
마치 신병교육대를 졸업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군 복무를 하는 자대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정말 이느낌과 똑같다.)
그렇게 중환자실로 첫 발을 들였고, 내 1년의 한발자국을 떼었다.

프리셉터를 지정받고 본격 교육시작.
내가 처음보는 사람들과 처음보는 환자들. 익숙하지만 처음다뤄보는 기계들
그곳은 정말 신세계였다.
내가 4년간 공부했던 내용들은 실무에선 말그대로 '이론'일 뿐이었고, 그닥 쓸모가없었다.

예를들면, 혈압의 정상수치는 수축기압 90~120mmHg 이완기압 60~90mmHg 이다!
라고 배웠다면 여기서는 어떤환자는 혈압을 150/90정도로 유지 해야했고, 어떤환자는 120/80정도로 유지해야했다.

모든것을 거의 새로 공부해야했으며, 임상은 노동과 공부의 연속선상이었다.
모르면 무시당하는 곳.
심지어 장기요양환자의 보호자들은 우리보다도 해당환자의 질병에대해 더 세세하고, 잘 알고있다.
한번 모르는게 들통나면 그뒤론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시가 무한반복된다.

그렇게 약 4주간의 프리셉터 교육을 마치고 바로 독립.
이제 날 보호해주던 프리셉터 간호사가 없어졌다. 내가 단독으로 책임을지고 내 환자를 봐야한다.
이때부터
지옥신세계가 펼쳐진다. 그동안 프리셉터가 뒤에서 백을 봐주며 나름 할만하다 느꼇는데
이제 내가 환자들의 0~100까지 모든걸 다 봐야한다.

내시간안에 일을 다 못끝내니 초과근무 연장연장연장...
하루 15시간근무가 현실화되는곳이다. 물론 무보수.. 근무연장은 내잘못..

온갖 욕을 먹어가며 탈탈 털려도보고. 잘했다고도 들어보고.
정말 잘했다는 한마디가 정말 고마웠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인간은 칭찬이 필요하다.

아무튼 그렇게 어찌저찌 독립 후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1년을 보냈다. 어떻게 1년을보냈지 ㅎㅎ..

내가보던 환자가 죽음을 맞이했을때 펑펑 울어도보고
환자가 회복되어 병동으로 올라갔을때 하이파이브하면서 다시는 여기서 보지말자.
약속도해보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1년간.

원래 목표는 3년 근무였지만.
계속되는 3교대 근무. 한달 휴일 9~10일. 그중 1~3개는 교육.
제대로된 휴일이 없고, 잠도 잘 못자고. 바쁘고. 그렇게 내몸은 지쳐갔다. 건강도 망가졌다.
1년동안 내 삶의 중심엔 '나'가 없었고, 병원이있었다.
이 생활이 3년이 지속된다면 결국.
@jellypark 의 중심엔 '내'가 사라질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히 1년을 찍고 사표를 던졌다.

이제 난 공식 백수다.
사실 막막하다.
하지만 활 시위는 당겨졌다. 어디가서 꽂힐진 모르겠지만 일단 날아가 봐야겠다.

글을 한번 쓰고 다시 읽어본다.
글의 두서가없고 그냥 막 휘갈겨쓴 느낌이다. 그래도 난 글을 배워본적이 없으니
어쩔수 없지!라고 생각해야겠다. 독자들에겐 미안하지만.ㅎㅎㅎ

스팀잇을 전보다 좀 더 열심히 할수있을것같다! 아님 더 못하려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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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idea of the post

Nice to meet u~.:D

저는 방사선사라 매일같이 중환자실 포터블을 올라가는데 중환자실 간호사분들은 항상 힘들어보였고 바빠서 그런지 예민하더라구요...ㅎㅎ 1년 못버티고 나가는 분들도 여럿본거같네요 ㅎㅎㅎ
수고하셨습니다"~~!!!!!
한동안 푹 쉬세요!!★★

오오! 방사선사님이셨군요!
저도 1년을 못버틸 뻔? 했지만 정말 이악물고 1년을 어떻게 했네요.ㅋㅋ

전쟁터 같은 곳에서 1년이나 버티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저 같으면 한달도 못 버텼을 것 같은데ㅠㅠ 그런 곳에서 1년이나 버티셨는데 뭔들 못하겠어요! 앞으로 승승장구 하실겁니다ㅎㅎㅎ

그동안에 휴가 보낸다 생각하고 푹쉬세요. 고생많았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앞으로 무슨일인듯 못하겠냐!! 이런마인드입니다ㅎㅎ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분간 차분히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네요. ^^

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늦잠이란걸 자보았네요!

ㅎㅎㅎ 늦잠 좋지요. 저는 새벽에 늦게 잤는데도 평소 출근하던 습관대로 일찍 일어났네요. 모처럼의 주말인데 ㅠㅠ 이제 더 이상 잠이 안와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간호사되기도 힘드셨을텐데
고생하셨어요!!

네 정말 간호사가 되기뮈해.
그리고 좋은병원? 돈많이주는병원!에 가기위해노력했었던 시간이 있었는데 다 부질없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ㅎㅎ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제 새출발이네? 축하해~ ^^

이야아아아아아아아~~~~
다시 시작이다아아아~~~~ 소리지르고있어 맘속으루 ㅎㅎㅋㅋ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돛을 올렸는데 이게 이리 절 설레게할줄은 몰랐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몸과 마음 많이 상하셨을 텐데 조금씩 회복하길 바랍니다. 저녁이 있는 삶으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ㅠㅠ 저녁이 있는 삶....

ㅠㅠ 저녁이 있는삶...
별건 아니지만 별거아닌게 아닌...
이제 오랜만에 저녁에 가족과함께 저녁식사를 할수있게 됬네요!

응원해요 보팅 팔로우하고 또올게요^^

감사합니댜! 또오세요~~^^! ㅋㅋ
맞팔하겠습니당~

jellypark님 글 읽으면서 저도 퇴직할 때가 생각나는군요.
8년을 일했던 응급실에서의 생활들...
jellypark님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응급실에 계셨었나봐요! 8년을 하셨다니 ㅠㅠ 대선배님이시군요. 사실 관두고 나와서 뭘할지 정말 막막하긴하지만 뭐라도 해보려고요!

수고했엉~
한번 쉬었다가 가자

고마워어~~~ 한번 웅크리면서 쉬었다가 다시 뛰어올라야지!!

사직 하셨군요.
먼저 포스팅 보고 잊고 있었네요.

글에서 아쉬움이 많아 보이네요.
님 용기!!! 백배 응원 합니다.
다 잘 될 겁니다. 이제 새로운게 보이실 겁니다.

백배 "화이팅"입니다

새로운게 보인다!라는게 뭔지 알것같아요ㅎㅎ
아쉽기도하고 시원하기도하고. 만감이 교차하네요ㅎㅎ @kibumh 님의 백배 응원에 제 백배 화이팅을 곱해서! 만배 화이팅 입니다!!!!!

거봐요.. 벌써 댓글 답글에서 힘이 있잖아요.
완전 좋습니다. 시간도 많으시니 우선 못해본거
좀 해보세요.

제가 3개월정도 놀았을때가 있었는데요
엄청 놀았습니다. 시간나서 결혼도 했구요 ㅋ

재밌게 노는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거 보면 포스팅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박쌤.. 수고했어.
1년이라 좀 아쉽긴 하지만..
내 친구 보니깐 1년만 하고도 지금 보건소에서 잘 만 일하더라...
박쌤에게 맞는 곳이 있을 거라 믿고~
스팀잇에서 봅시다~^^

언제나 고마운 리자누나!
지금 젤 고민이 임상이냐 탈임상이냐! 이게 내상각에 많은부분을 차지하는거같아ㅎㅎ
이것이 정해져야 그뒤를 볼수있는것같기도하고ㅎㅎ

수고많으셨습니다. 대한민국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 존경합니다 :)

감사합니다~
2년 3년 10년 임상에서 일하시는 간호사쌤들이 정말 존경스럽네요 저도 !!ㅎㅎ

고생하셨습니다.

아직 간호학과 학생이기때문에 완벽하게 공감은 하지 못하겠지만.... jellypark님의 결정 응원하겠습니다.

앞으로 스팀잇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정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무슨일이든 화이팅입니다@!$$@!#

화이팅!!!!

간호학과 학생이시군요! 플러스 남학생!!
요즘도 병원 실습가면 남자학생은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그러나요?? 정말 화장실 악취나는곳에서 옷갈아입고 실습하고. 제기억에 학생시절 실습기간이 젤 생각나네요ㅎㅎ

요즘은 대학교 한학년의 20% 정도는 남학생이에요.

저희과는 한학년이 80명이 정원인데 15명이 남자구요.

또 간호과도 많이 생겨서 병원에 남학생 탈의실이 생기긴 했어요.

작긴 하지만요 ㅋㅋ

얼마전에 부산 모 대학병원 실습을 갔는데요.

남자 탈의실에 들어가는순간 깜짝놀랐어요.

군대 느낌이 날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간호학과 남학생들이 있었거든요.

부산 시내 남자 간호사 수요가 여기있는 남학생만큼이나 될까? 라는생각도 들었구요.

실습할때면 힘들지만 다 지나고 돌이켜보면 기억이 많이 남을것 같습니다 :)

네 맞아요 ㅋㅋ 제가 11학번으로 들어갔는데, 그때쯤부터 학과에 남자 인원수가 급격히 늘기시작해서
평균 학번당 13명정도 되더라구요! ㅎㅎ
근데 불과 2년~3년 전만해도 병원에 남자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가방등의 짐은 여학생들에게 맡겨 대신 보관해주고 이렇게 했었거든요 ㅎㅎ
병원들이 바뀌고있다니 좋군요!

네 ! 저희 학교도 11학번은 남자선배가 2명인데 12학번부터는 10명이상으로 급상승 했어요 ㅎ

음.. 재충전 잘하셔서 새로운 멋진 여정이 열리시기를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감사합니다!
멋진 항해를위해 돛을 펼쳤으니 재미난일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기대 설렘 만땅입니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간호사가 그렇게 힘든 직업인지몰랐는데 이슈되는 사건들을 보고 알게 됬네요. 태움이라든지, 너무나도 과중한 업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에서 금지한다고 되는 문제도 아닌 것 같고, 간호사 수를 늘려야 할까요? 어떤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세상에는 의사도 필요하고 간호사도 꼭 필요한 직업이니까요. 해결을 해야 할 사회 문제 같은데 의외로 시끄러울 때만 그렇고 요즘은 이 이슈가 조용하네요. 아무튼 잠시 쉬시면서 재충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화이팅입니다.

네.그게 정말 안타까워요. 이슈될때만 시끄럽고 다시 조용해지고. 조직 내에서는 바뀌는게 없고.
항상 그런거같아요ㅎㅎ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선 간호사의 업무강도를 줄이고 간호사를 많이 뽑는게 가장 단순한 해결책일수 있지만 또 우리나라 특성상 병원에서 간호사를 많이 뽑을수록 환자들의 병원비가 올라가니 함부로 막 뽑을수도 없는거같긴해요 병원 입장에서ㅎㅎ
이런저런 문제들이 얽히고설켜있는거 같아요ㅎㅎ

더 좋은 발전과 기회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 응원해요!

감사합니당~~ ㅎㅎ 화이팅!!

고군분투하시더니 사직하셨군요.
간호사들의 근무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런 근무 여건인데도, 우리 때는 간호학과가 인기 학과였었지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잠깐의 휴식이니, 맘 편히 제대로 푹 쉬세요~^^

네 감사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학과에요.
매년 배출되는 간호사들은 많은데
임상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간호사수가 부족하네요ㅎㅎ. 이직률이 높아서 그런것같아요.
늦잠도자고 햇빛도좀 쬐고 그러고있어요 ㅎㅎ 너무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