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한다’는 말이 아직도 뭔지 잘 모르겠어.
내 첫사랑을 누구로 해야할까?
난 어릴 떄 엄청 찌질했어. 적극적이지도 못 했고 소심남의 극치였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유치원 때 분명 누군가를 좋아했었어.
저학년이긴 했는데 정확히 몇학년인지도 모르던 초등학교 때도 분명 옆자리 짝궁을 좋아했었어.
친구들도 내가 항상 그 여자애한테 몸이 쏠려있다는 걸 알고 날 놀렸던 거 같아.
중학교 때는 남학교를 다녔는데 종합학원에서 같은 반이었던 다른 학교 여자애를 좋아했었어.
학원가는 가장 큰 이유가 그 여자애였던 거 같아.
참 이상했어.
걔가 안 나오는 날이면 무슨일일까 걱정 반 아쉬움 반.
아픈 날이면 뭐 때문에 아플까, 내가 대신 아파줄 순 없을까 고민하며 마음 아파했었지.
한 번은 당시에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점치기 놀이 같은 걸 걔 이름으로 내 이름이랑 몰래 했었는데 결과는 기억이 안 나고 그걸 썼던 종이를 안 치우다가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발견돼서 내가 그 여자애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켰었지 하핳
나중엔 내가 성적이 올라서 D반에서 E반으로 올라갔는데 반 층수가 달라져서 자주 못 봤던게 너무 아쉬웠었어. 근데 웃기는 건 뭔 줄 알아? 난 그여재아 연락처도 몰랐고 말도 몇번 안 걸어봤다는 거. ㅋㅋ
그 학원은 곧 그만두게 되었고 고1이 되면서 다시 다니게 됐어. 내가 중학교때부터 다시 돌아올 때까지 계속 일을 하고 있던 영어선생님이 있었는데 얼마 안 가서 그 선생님을 좋아하게 됐어. 마른 몸은 아니었고 매우 육감적이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뚱뚱하다고 했었어. 내가 그걸 듣고 얼마나 화를 냈는지 그 선생님은 모를걸.
근데 중학교때부터 친했던 애가 이 사실을 알고 신기해하더라. 내가 그 선생님을 엄청 싫어했었데. 앞에선 똥 씹는 표정으로 반항하고 뒤에선 엄청 욕하고. 나랑 7~8살 차이가 났었는데 빠르면 내가 24살 쯤에는 결혼할 수 있을까, 그때가서 애 낳으면 너무 늦게 낳게 되는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혼자 상상연애하고 상상결혼하고 별짓을 다 했었다. ㅋㅋㅋ
아 그 선생님이 태어난 년도의 동전을 모으기도 했었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걸 선물하면 뭔가 낭만적일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20살때부턴 재수하면서 미술을 시작하게되서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신세계였지. 이과생이었던 난 당연히 남중남고공대군대 테크를 탈 줄 알았는데 급격한 노선변경으로 여초사회를 경험하게 되었지. 공대군대테크를 탄 내 중고딩 친구들은 내 얘기를 듣고 엄청 부러워 하던데 실상을 알고나면 딱히 그러지도 않을걸? 공대 가고싶냐고? 당연히 아니지.ㅎㅎㅎㅎ
신기하게도 미술학원에서는 딱히 좋아하는 애가 없었어. 재수생이라 왠지 모법을 보여야한다는 병신같은 생각도 있었고. 관심가는 여자애 한 둘? 여자애 3명이랑 같이 철판볶음밥을 먹으러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여자애 한명이 밥을 엄청 잘 먹는 걸 보고 관심이 간 적은 있었어. 사실 신기함이 더 컸었지. 어떻게 저 작은 몸에 저게 다 들어가지...?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 관심을 한둘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변명같고 여초생활은 처음인지라 아직은 소심해서 그냥 조용히 있었어. 몇몇 안 되는 남자애들은 쉽게 말 걸고 친구처럼 대하고 하는게 신기했었지.
그러다 대학에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남자가 별로 없었어. 21명중에 4명? 청일점이라 좋은 환경이긴 했어. 근데 그거 알아? 남자 많은데서 여자가 적으면 여왕인데, 여자 많은데서 남자가 적으면 존나 일꾼이야. 잘 생기면 잘 생긴 일꾼. 못 생기면 못 생긴 일꾼. 일꾼이란 건 전제돼 있는거지.
이 얘길 하려던건 아니고. 같이 다니던 패밀리가 있었어. 남자 둘 여자 둘 해서 네명이었는데 나이가 다 달랐고 막내가 여자애였어. 두 여자 모두 부산출신이었고 남자는 형 한명은 삼수생, 나는 재주생이어서 나이 많단 이유로 엮였던 거 같아.
그 막내가 정말 예뻤어. 예전에 닥터하우스란 미드에 나왔던 올리비아 와일드를 닮았는데 어떤 느낌이냐면 턱이 좀 큰데도 불구하고 눈 코 입이 다 예뻐서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난 특히나 걔의 눈을 좋아했어. 약간 날카로우면서도 커서 고양이 같은 느낌. 그래서 걘 모르지만 아는 사람들끼린 고양이라고 불렀었어. 얘랑은 밤까지 과제를 하면서 얘기를 많이 했던 거 같은데 같은 기숙사여서 항상 데려다 줬었어. 그게 나쁜 느낌은 아니었나봐. 한번은 둘 다 시계를 안 보고 있다가 기숙사 통금 시간이 다 되가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걔 손을 잡고 엄청 뛰었었는데 걔가 왠지 모르게 거기에 심쿵을 했는지 뭔지 문자가 오고 곧 이어 전화가 오고... 아! 그때 질렀어야 했는데, 눈치 없는 나새끼!
있던 기회를 내가 뻥 차버렸으니 그 후론 별다른 일 없었고 난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가게 되었지.
군대는 신검이 1급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엄청 운이 좋아서 상근을 갔어. 상근이 뭔지 잘 몰랐고 출퇴근한다길래 무슨 공익 같은건가보다 하고 있었어. 그러다 입소일이 되고 훈련소에 도착했는데... 어...? 대문이 빨게. 어, 빨개. 불행하게도 내가 사는 지역은 해군과 해병대밖에 없는 곳이었고 상근은 해병대소속이었던 거야. 훈련도 5주가 아닌 7주였고. 난 디졌구나... 그래 시발... 죽었다하고 7주만 존나 빡시게 견뎌보자! 하고 훈련소에 들어갔어.
근데 의외로 너무 잘 적응했어. 아니 적응했다기보단 아주 뛰어난 편이었어.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훈련중에 외나무 다리에서 목봉으로 상대를 떨어뜨리는 게임 같은 게 있었어. 근데 내가 거기서 33명을 쓰러뜨렸어! 사실 상대를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는거였어서 균형감각만 좋으면 허점을 발견해서 스윽 밀면 되는 거였거든. 근데 34명째에 체력이 다 하니까 상대가 그냥 힘으로 날 끝지점까지 밀어버리더라. 여튼 이건 동기들끼리만 알 수 있는 사실이고 오래달리기를 제외한 모든 체력검정에서 특급을 받은게 지금 증거로 남은 마지막 수단이야.
난 내가 이렇게 강력하다는(?) 사실에 놀랐어. 생각해보니 여전히 나보다 몸이 좋으신 아버지와 체대를 다니고 있던 형이 있어서 쭈구리고 있던 것이 문제였어. 한번은 형 체대 친구들한테 ‘니 동생은 왜 이렇게 말랐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니깐. 근데 군대에서 내 포텐셜이 터진거였지. 하.. 이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그렇게 7주훈련을 마치고 고향으로 와서는 상근행정병 찌끄레기가 되버렸는데 뭔가 자괴감이 들었지만 여튼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란 경험을 겪고나니 자신감이 넘쳐났었지. 그리고 21살 처음으로 내가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사건이 드디어 일어났어. 할로윈데이였어. 할로윈데이였는데 토요일이었을거야. 친구를 따라 외국인들 행사하는 곳을 갔었어. 머얼리서 엄청 키큰 외국인 여자가 보이더라고. 왠지 눈길이 자꾸 갔었어. 근데 딱히 뭔 일은 없었고 계속 기억에 남았지. 그리고 그날 밤 집 근처의 외국인 바에 파티를 연다길래 가게 되었는데 나보다 키가 크고 엄청 육감적인 외국인이 눈에 띄더라고. 말을 걸어보니 아버지는 백인 어머니는 흑인이라 했어. 이런저런 얘길 하는데 혹시 낮에 행사에 있었냐고 했는데 헐. 낮에 봤던 그 여자애였어. 신기하게도 얘도 날 봤데. 운명이란게 있다면 이런 걸 말하는 걸까?
편의상 ‘리리’라고 부를게. 리리는 나보다 나이가 2살 많았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내가 좋아했던 학원선생님이 내 키가 중학교였을 때 느꼈던 키와 몸과 그런 느낌들이 비슷했던 거 같아.
처음으로 번호를 먼저 물어보고 처음 밥을 먹자고 데이트신청도 해보고. 자신감이 넘쳐서 그랬나 서툴렀지만 내 딴에는 엄청 적극적으로 여자한테 들이댔었어. 그만큼 좋아하기도 했고.
세번째 만났을 떄였을까 리리네 집에 가게 되었어. 여자집에는 처음 가는데 이유 없이 그냥 떨리더라. 이상한 생각 할 겨를도 없을만큼. 같이 ‘써니’라는 영화를 봤어. 희안하게 영자막이 있는데 낯설어보였어. 영화 중에는 그런 장면이 전혀 안 나와서 생각치도 못 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왜... 그런 분위기 있잖아. 서로를 쳐다보는데 뭔가 잔잔한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 같은...
그렇게 난 첫키스를 시작할 뻔 했어. 왜 뻔이냐고? 난 키스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입술이 닿자마자 이빨끼리 부딪히는 바람에 키스가 그대로 끝났거든...ㅋㅋㅋ
나한테 처음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말 하는 자체도 부끄러운데 얘도 웃으면서 놀라는게 약간 수치스럽더라. 허헣.
그리고 진짜 첫키스가 시작됐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걔가 다시 자세(?)를 잡고 내게 말했던 문장이.
“Open your mouth.”
아직도 그때의 느낌은 결코 다시 경험해볼 수 없더라. 뭐라고 설명해야할지도 모를 느낌이어서 그냥 좋았다고만 표현하지 못 하는 내 자신이 안타까워.
그렇게 키스를 하고 너무 좋았던지 난 리리에게 사랑한다고 했어. 근데 리리는 놀라면서 말했어.
“It’s not love!”
뭐? 충격이었지. 이런 좋은 느낌을 가졌는데도 이게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다니. 난 너무 좋아 죽겠는데 말이야. 내가 사랑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선가 모르겠는데 난 사랑해야 키스를 하는거지만 리리에겐 키스는 키스이고 사랑은 사랑이었던 거야. 나에겐 너무 개방적인 느낌이어서 처음부터 너무 큰 벽을 깨는 기분이었어. 그리고 스스로 질문하게 되었지. 그럼 사랑이란게 도대체 뭐지?
그리고 다음 날에도 난 리리을 만나고 싶었어. 그래서 연락을 했는데 오늘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 난 리리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어. 혼자 날 싫어하게 된건지, 아님 아파서 그런건지 별 생각들을 하며 혼자 끙끙댔어. 바보같이.
지금 생각하기론 그냥 그날이어서 좀 보기 그런가보다 싶겠지만 그때는 미숙했던 내가 버림받을가봐 두려워했던게 너무 심했던 거 같아.
그래서 만나주지 않는 리리가 너무 미워서 공책에다 ‘리리 미워요, 리리 미워요, 리리 미워요’ 라는 문장을 계속 반복해서 적었어. 이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서.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쪽팔린다. 컄캬
그렇게 리리와는 안 만나게 되었고, 그 다음날 바로 내가 재수생 때 얼굴만 알고 있던 여자애 한명과 페이스북으로 우연히 연락을 하게 되었어.
신기하더라. 어제까지 그렇게 분노하고 고통스러웠는데 다른 여자랑 잘 될거라는 희망을 가지자 마자 바뀌는 내 마음이. 사랑이 뭐길래.
난 지방에 있었고 걘 서울에 살고 있어서 연락만 주구장창 몇개월을 한 거 같아. 그러다가 걔가 내가 있는 곳으로 친구와 여행을 오게 되었는데 아무리 눈치가 없던 나여도 같이 여행온 친구는 따로 다니고 나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보고 나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건 알 수 있었어.
숙소에 들어갈 때를 제외한 이틀을 전부 나와 함께 다녔으니 분위기는 엄청 좋았어. 헤어지게 될 때 서로 엄청 아쉬워했어. 그렇게 걔를 보내고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바로 다음 주, 발렌타인 데이에 걔가 또 내가 있는 곳으로 몇시간을 걸려 찾아왔어. 나는 거기에 감동해서 그날 밤 언덕에 있는 불 꺼진 카페 앞의 긴 의자에 같이 앉아서 처음으로 고백이란 걸 해봤어. 나의 첫 여자친구가 생긴거지!
한달에 몇번은 내가 서울로 가고 몇번은 걔가 나한테 왔었어. 첫 연애부터 롱디로 시작한거지. 이때도 나한테 혼란이 있었어. 내가 이전에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밖에 생각 안 나고 그 사람밖에 보이질 않았어. 그래서 사귀고 싶었고 키스하고 싶었고. 그런데 얘랑 데이트 할 때는 좋긴 좋았지만 그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어.
연애를 하면 당연히 사랑하는거고 사랑하면 당연히 얘만 생각나고 얘만 보여야 할텐데 왜 난 첫 여자친구라는 얘가 그만큼 좋지 않을까? 다른 예쁜 사람이 있으면 자꾸 눈에 밟힌다는 사실이 난 참을 수 없었어.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사랑이 아니었으니깐!
얼마 안 가서 얘한테 헤어지자고 얘기하고 우리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게 되었어.
연애한다고 꼭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 그럼 지금까지 내가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도대체 뭘까 싶더라.
갑자기 생각나서 중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애의 이름을 sns에 쳤어. 올라온 사진들을 보는데 얼굴이 좀 달라져 있었어. 예전 중학생때의 그 감정이 살아나질 않더라. 뭔자 제정신으로 생각해보니까 너무 이상했어. 난 걔의 이름과 얼굴, 목소리정도밖에 알지 못 하는데 난 걔의 뭘 사랑한다고 느꼈던걸까? 뭐때문에 그렇게 맘 졸이고 있었던거지?
나에게 사랑이 정신병으로 느껴졌어. 엄청 순간일 뿐이고. 생각해보면 이상하잖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시간을 들이고 노력하고 한다는 것들이. 단순히 번식을 위한 유전자의 농간인걸까?
그 뒤로는 여자도 가볍게 만났고 오래 만나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사랑한다는 단어는 거의 쓰질 못 했어. 이게 감히 말할 단어가 아니라고 느껴졌거든. 그리고 그런 감정이 느껴지면 말로하는 대신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 라고 생각했어. 이게 너무 쉽게 말로 표현되는것도 사랑한다고 느끼는 내 감정에대한 모욕이라고 느껴졌으니깐.
그러다가 어떤 여자를 만났어. 몇년간 알고 지내던 여자였는데 그렇게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몸매가 좋아보이길래 우연히 자게 되었지.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냥 좋았어. 바로 사귀자고 했어. 걔도 얼떨결에 승낙한건지 생각이 없는건지 알았다고 하고 오랜만에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어.
만나는 동안 정말 별의별일이 다 있었어. 싸우기도 몇번 싸우고.
그치만 정말 좋아했고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껴서 그랬을까. 정신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전에 만나던 여자들에게 해주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해줬고 해줬다는 사실도 모르게 사랑했었어.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얘가 다른 남자를 만났어. 남자가 키도 작고 생긴것도 별로고 나이도 많았어. 그래서 그냥 같이 음악얘기 나누겠지 하고 별 걱정을 안 했어.
촉이란게 정말 있는걸까? 뭔가 이상한 날이 있었어. 어? 싶은...
메세지를 하는데 답장도 한참에야 늦게 오고.
에이 설마~
하고도 여자친구의 집앞에 찾아가게 되더라.
불은 꺼져있었어.
집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었지만 여자친구는 룸메이트와 살고 있어서 내가 맘대로 문 열고 들어갈 순 없었어.
그래.. 자고 있겠지.. 자고 있는거야..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는데 전혀 소용이 없었어.
그날 밤 계속 신경이 씌여서 잠도 안 오더라구.
결국 여자친구의 룸메이트에게 문자를 보냈어.
“룸메야. ㅇㅇ(여자친구), 지금 집에 있어?”
한 2시간이 지났을까? 답장이 왔어.
없다고.
아.
그거 알아? 정신과 몸은 진짜 연결돼있는 거 같더라.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그 시간까지 같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내 몸의 명치에서 왼쪽으로 10cm, 아래로 5cm, 그 안쪽으로 5cm 부근이 너무 에리더라.
심장이 아플 줄 알았는데 심장은 아니었어. 뭐였을까 그곳은.
더구나 다음 날 대면해서 바람핀 사실을 확인했고, 여자친구는 여자친구 본인보다 내가 더 신경썼던 허리를 다쳐서 왔어. 자기보다 내가 오히려 여자친구 건강을 걱정했었거든.
그리고 신기하게도 내가 지금껏 해주었던 모든 것들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었어.
사랑한다와 좋아한다를 비교하면 사랑한다는 것은 뭔가 내가 희생해서 상대를 충족시켜주는 그런 느낌이고 좋아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상대로 인해 내가 좋은 감정을 느끼는 그런 느낌이잖아.
그런데 난 여자친구를 분명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무언가 희생해서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게 아까워졌다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결국 나도 상대에게서 받고싶은 무언가가 있었다고 느껴졌거든.
결국 사랑한다고 내가 생각했던것도 사랑이 아니라 상대와 뭔가 동일시하면서 상대가 좋아지면서 내가 좋은 느낌을 바라는 것이면 이것도 이기적인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을 봐도 비슷한 것 같아.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를 위한 무언가를 하지만 정작 상대는 그 무언가를 싫어할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좋아져야 그게 사랑이었구나 라고 느끼지 당장에 좋았어도 나중에 결과가 안 좋으면 그 감정들이 다시 미움으로 바뀌기도 하잖아. 결국엔 공정하게 따지다보면 다 자기를 위한 것들 뿐이라는 걸 보여줄 뿐이었어, 나에게는.
그래서 난 사랑한다는 말보다 ‘좋아한다’는 말이 더 좋아.
사랑이란 건 되게 애매하게 우회해서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 같고 좋아한다는 이기적인 감정이 더 원시적이고 솔직하고 맞는 거 같아.
그래서 누가 나에게 자길 사랑하냐고 묻거든 난 이렇게 대답할거야.
“사랑 안 해. 좋아해, 정말로.”
실화를 바탕으로사실 다 실화 한번 사랑에 대해서 제가 어떤 사건들을 거쳤고 어떻게 생각이 바뀌게 되었는지 제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얘기해준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봤어요.
밤새 썼더니 머리가 아프네요. 전 이만 자러가보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뉴비는 언제나 응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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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주재미있게읽었습니다 이미 리리 님께서 사랑의 스승 이었나봅니다 ㅎㅎㅎ
아리고 아픈곳 그아픔도 이젠 부러워 지는 나이가 되가고 있다보니 그마저도 때론 부러울때가 있네요
고맙습니다
항상 사랑은 뭘까 고민하게 되는 시점에 생각나게되는 훌륭한 스승님입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으.. 마지막 부분은 제 속이 다 쓰리네요.. ㅠㅠ 리리님의 말이 결국 현실이 되어버렸군요. 전 사랑해서 키스를 하고 이것저것 한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연애관이 있어서 저 말을 직접 들었다면 컬쳐쇼크에 온몸이 얼어붙었을 것 같습니다ㅋㅋ 결국 글 말미 여자친구의 행동은 사랑과 육체관계가 따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네요..
아마도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게 되신 jiuun 님의 방어기제가 '좋아해'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한다를 이기적인 감정으로 표현하신 것이 상처받은 jiuun 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덩달아 맘아팠습니다.
어느 날 '좋아해' 말고 '사랑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진정한 인연을 만나시리라 믿습니다. 그때 그토록 담아두었던 사랑한다는 말을 아낌없이 해주시길..
p.s. 해병대 상근도 7주훈련은 같이 받으니 같은 해병대죠! ^^ 고생많으셨습니다 ㅎㅎ
저도 엄청난 보수였습니다..ㅋㅋㅋ
첫키스부터 끝판왕을 만남 셈이죠
그때는 리리가 엄청 미웠는데 지금은 사랑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계기가 되준 그녀에게 감사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다시 읽고보니 사랑한다와 좋아한다에 대해서 더 얘기했어야 했나싶네요 ㅎㅎ
근데 마진숏님도 해병이셨군요 ㄷㄷ 어찌 제가 감히 해병대라 할 수 있겠음까...ㅎㅎ
여튼 간만에 편지 쓰듯이 써봣는데 재미있었네요
진지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리리...그 여자 마음에 드네요.
소줌한 시간속에 초대 고마워요.ㅎ
그 여자와 언젠가 한번 만나게 된다면 그때 얘길 나눠보고 싶어요 ㅎㅎ 만날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태어난 년도의 동전을 모으는 것. 제가 보기엔 낭만적인 것 같은데요? ㅎㅎ
jiuun님의 연애사(?), 사랑 혹은 좋아함의 역사(?)를 면밀하게 살펴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사랑과 좋아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저는 아직 사랑함과 좋아함의 구별이 쉽지않네요
짧지 않은 내용이지만,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친구랑 같이 술 한잔 두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네요.
그렇게 읽어주셨다니 정말 감사드려요 ㅋㅋ 제가 원했던 분위기로 읽어주셨네요
길고 긴 사랑의 역사를 잘 읽었습니다 우어 ㅠㅠㅠ
너무 긴거 아닌가 싶었는데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