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분수

in #kr7 years ago (edited)

저는 잘생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묘한 매력은 있었나 봅니다. 학창 시절에는 거의 늘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누나들로부터 이쁨을 많이 받았습니다. 20대 초중반때 기억의 일부를 떠올려봅니다. 어딜가나 중년 아주머니들이나 또래 젊은 여성들이 저를 바라보는 표정은 밝았습니다. 길가다 마주치는 사람들도 굳이 저에게 인상을 쓰거나 피하지 않았습니다. 공공장소에 가서 앉아 있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빈자리 옆이나 앞에 여성들이 있어도 제가 그 빈자리에 앉는다고 불쾌한 표정을 짓는 여성들은 없었습니다. 조직에서도 누나들에게 늘 이쁨을 받았습니다. 소위 말해 들이대는 여성들도 있었고 저와 부담없이 농담 따먹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40살을 목전에 둔 지금은 양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가끔 대중교통을 타면 전철에서 저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표정은 일그러집니다. 젊은 여성들은 저를 피해서 자리를 옮깁니다. 카페에 콘센트가 있는 자리가 하나만 남아있으면 거기 앉게 되는데, 마주 앉은 여성들은 제가 앉으면 자리를 피해 다른곳으로 가 버립니다. 심지어 중년 여성이나 할머니들마저도 저를 보고 인상을 짓거나 고개를 기분 나쁘게 돌려버리니 어떨때는 기분이 참 그렇습니다.나도 보는 눈이 있는데 ㅋㅋ 제가 변한건 없고, 태도에 문제가 아니라면 변한건 오로지 외모 뿐이겠지요. 어쨌든 여자들분에게 인기가 없어도 됩니다. 다만, 나이를 먹어가고 매력이 없어지는 현실이 마음이 아픕니다. 가는 세월을 어찌 붙잡겠냐만은 그래도 멋있게 살고 싶은 바람은 있습니다.

아직 마흔은 아니지만 마흔이면 스무살 청년들보다 인생을 두배 더 산 것 입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녀보면 서른만돼도 '쉰내'난다고 조롱을 당합니다. 하물며, 40살이나 50살을 바라보는 그들의 태도는 어떨런지요. 돌이켜보면 제가 스무살때도 서른이나 마흔은 아주 저 멀리 있는 사람처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외모적으로도 또래들보다 늙어서 매력이 없지만, 정서적으로도 통하기 힘든 그런.. 사람들은 멋있게 늙으면 되고 그럴 수 있다고 자위하지만 저는 늙기가 싫습니다. 늙는게 너무 싫습니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도 싫지만 매력이 사라져가는 것도 너무 괴롭습니다.

사람들이 타인의 매력, 특히 외모를 평가하는 눈은 10대 후반이나 20대에 굳어버립니다. 나이 60을 먹은 남자도 찾기는 20살 여성을 찾습니다. 그 사람들이 쓰레기인게 아니라 인간이 그렇게 만들어 진 동물입니다. 여자라고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다 늙은 60살 할아버지보다는 20살 남자를 더 예쁘게 보겠지요. 그러다보니 분수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40살 넘은 남자들이 예쁜 20대 여자를 찾습니다. 그러다가 결혼할 시기를 놓쳐버립니다. 여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본인의 나이는 30살이 넘고 40살이 넘어서 매력이 뚝 떨어져버린 상태인데도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결혼할 시기를 놓쳐버립니다. 결혼을 무조건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결혼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은 열에 일곱정도는 자기 분수를 모르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혹은, 나는 결혼 필요를 못 느낀다거나 자유를 좋아한다는 식으로 포장을 하기도 하더라구요.

이야기가 옆으로 샜습니다. 결혼이야기야 진지하게 들어가면 끝도 없는 토론 요소가 있으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다 늙은 50대 아재를 진심으로 사랑해 줄 20살 여자는 거의 없습니다.돈이 많으면 돈 빨아 먹으려고 영혼없이 옆에 있어주는 척은 하겠죠, 그리고 진짜 사랑은 또래 남자랑 합니다 그리고 20살 여자라고 40대 아재한테 불쾌하다는 듯 인상쓰지 마세요. 아무리 20대 여성이어도 못생긴 여성이면 50대 아재도 싫어합니다. 그건 성별을 바꿔도 마찬가지입니다. 뚱뚱한 중년 아주머니나 할머니에게 인상쓰지 마세요. 중년 아주머니나 할머니도 키작고 못 생겼으면 아무리 20대 남자라고 해도 싫어해요. 이 말이 뭐냐하면 자기 분수를 알고 행동하자는 소리입니다. 아무리 이기심으로 점철된 사회라고는 하지만 자기 분수도 모르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분수를 모르는 언행은 타인에게 미움을 사기 쉽상입니다. 꼭 본문에서 언급한 외모 말고도 분수를 모르는 사람들은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사람들이 조금 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솔직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저도 그렇지는 않은지 글을 쓰면서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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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30대가 꺾이면서 예전과는 약간 다른 시선에 곧잘 당황하고는 합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만 너무 티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ㅋㅋ

오 공감하시는군요. 저도 요새 곧잘 느낍니다. 내가 늙었구나...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티를 내는 것 같아요. 제가 늙고 못 생기고 매력없는 건 알지만 티 팍팍 내는 사람들을 보면 불쾌하더라구요. 특히, 그 티내는 분이 예쁘지 않은 분이면 더더욱!! 내로남불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그런분이 티를 내면 더욱 욱하게 됩니다ㅋ
스팀잇이라 과격한 표현을 못쓰겠군요 ㅋㅋ 마음아시죠?

그럼요. 잘 알지요~~ㅎㅎ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네요!!ㅋㅋ
우리나라가 나이와 아름다음에 대한 잣대가 좀 획일화 되어있긴 하져ㅎ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랄뿐이에요ㅎ

과연 나아질런지요. 개인적으로 가꾸거나 아예 신경 안 쓰고 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매력이라는 것이 외모가 중요한것이 아님을 알아야할텐데요... 유난히 한국 사람들이 외모를 중시하는 것 같아요 ㅠㅠ 늙는 것이 저도 슬프고 싫지만, 늙어가는 제 모습은 싫지 않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말든 독고다이!!! ㅋㅋㅋㅋ

저도 독고다이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더 단단히 길러야겠네요 ㅋㅋ

저도 완전 공감합니다

나이들 면서 외모가 볼품없어지는 것은 얼쩔 수 없는 부분인 듯 싶습니다
자기의 분수를 아는 것도 중요한 요소 인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외모가 볼품없어지는 건 저도 인정하는데 저도 마찬가지고 모두가 각자의 분수를 알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상대방에게 대놓고 불쾌하다는 표정은 좀 안 지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오히려 30.40대에 남자의 매력이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ㅋ중후해지는 매력

혹시 여성분이신가요? 그렇다면 정말 새로운 시각인데요?! ㅎㅎ

꾸욱.들렸다가요

솔직함이 담겨 있는 글이네요.
저도 되돌아 보게 되네요.
글은 그래서 좋네요.

많은 리스크를 지고 쓴글임에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되돌아볼수있는 생각을 갖게 해주셨어요...ㅎㅎ

의도하지 않아도 변태로 보이는 나이인가봐요ㅠ 슬푸네요ㅠ

앗. 숨만쉬어도 변태로 내몰릴 수 있는 나이일수도 있겠군요. 슬픕니다 ㅎㅎ ㅠ..ㅠ

앗 저는 스벅에서 뵀을 때 저보다 한 두 살 정도 많으신 줄알았어요 ㅋㅋ 고로 종식님은 동안이신걸로!

엄훠! 잘생긴 김달걀님께서 그리 봐주시니 기분이 째집니다 ㅎㅎㅎ

제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봐야겠어요. 사무실 의자에만 앉아있어서 감이 떨어졌나봐요 ㅠ
하긴 회사에서도 회의 들가면 제 주위에 사람이 앉지 않는 것 같긴해요. 헐~~~

외모지상주의...
가 절로 떠오르네요..

생생하게 진솔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내뱉은 글을
읽노라면 나이드는게 시간의 무게를 짊어지는
추와 같기도 하겠구나 싶은 생각을 만드네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