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 관한 생각들 (2) - 시민들은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in #kr7 years ago


 지난 글 에 이어, 이번에도 개헌 이슈에 관련해 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개헌에 관한 합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계속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 자유한국당이 '관제 개헌' 운운하며 개헌에 태클을 거니 청와대가 직접 국면 돌파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가 지나간 시점에서, 슬슬 개헌 속도 내기를 위해서 여론을 모아가려는 듯 합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현행 헌법의 헌법 개정 절차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에 의한 발의나 대통령의 발의, 두 가지 다 가능합니다. 국회에서 현재 개헌안과 관련하여 작업을 하고 있는 기구는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약칭 헌정특위)가 있구요, 대통령이 발의하는 정부 개헌안을 담당하고 있는 기구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약칭 국민헌법자문특위) 입니다. 문 대통령이 시사한 것처럼, 개헌이 대통령 발의로 추진된다면 후자 쪽의 기구에서 마련된 안이 중심이 되겠죠?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선 것에는, 민심이 개헌에 우호적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최근 몇 달 간 개헌과 관련한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개헌에 긍정적인 입장이 60~70퍼센트에 달합니다. 반대하는 여론은 20퍼센트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구요.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촛불 집회와 탄핵 이후 뭔가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밑바닥 여론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러한 심리가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으로 나타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1987년 현행 헌법의 제정 이래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들이 적지 않았습니다만 개헌 찬성이 다수를 점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97년 대선의 DJP연합으로 내각제 개헌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만, 대선을 중심으로 한 정략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개헌 찬성 여론이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과거 신문 기사를 좀 찾아보니 찬성 여론이 40퍼센트를 밑도는 정도였던 것 같네요. 2007년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4년제 대통령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했습니다만,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물러났죠. 그에 비한다면 지금의 개헌론은 시기 상 대선을 전후로 한 정치공학적 논의에서 좀 떨어져 있는 탓인지 개헌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개헌 찬성 여론이 다수를 점한다고 해서 개헌이 정말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닌 듯합니다. 개헌은 나라의 골자라고 할 수 있는 헌법을 바꾸는 일입니다. 그만큼 어떤 개헌안이 나오느냐에 따라서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죠. 그만큼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에 대한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은 듯 합니다. 이를테면 정치권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될 수 밖에 없는 정부형태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대통령제가 이원집정부제에 비해서 크게 앞서있진 않습니다. 그만큼 개헌의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보다도 구체적으로 제도 변화에 따라 권력 구조의 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겠죠. 그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개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냐는 질문에 대해서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개헌에 대한 찬성과 별개로 개헌 이슈에 대하여 시민적 공론화가 이뤄지고 있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헌을 주도하는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 앞서 이야기한 국민헌법자문특위에서는 '국민헌법'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개헌 쟁점에 대해서 소개하고, 온라인 투표와 댓글로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을 좀 더 공론화하려고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안건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구요. 아직 참여가 그리 많지 않은게 개헌 이슈에 대한 낮은 관심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좀 슬프긴 하지만...

 국회 헌정특위에서도 홈페이지에서 현재 논의가 되고 있는 개헌 쟁점들에 대해서 살펴보기 편리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개헌 이슈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민들이 개헌 이슈에 대해서 좀 더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들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정부와 여당이 선호하는 6월 개헌이 좋은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개헌에 대한 에너지를 받기 위해서 최대한 빠른 개헌을 준비하는 것은 알겠지만, 30년 만의 개헌이자 아마도 좀처럼 다시 오지 않을 개헌의 기회인 만큼 그 방향과 내용에 대해 더 숙의가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이야기 되는 개헌에 대한 초점이 주로 정부형태와 권력구조, 사법개혁, 지방분권 등에 쏠려있는 것도 좀 불만입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적극적 평화주의를 근간에 깐 헌법이라던가, 토지공개념을 현재 여당이 이야기하는 것 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 중요하지 않은 이슈가 있겠습니다만은...

 아무튼 개헌에 대한 관심이 좀 더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작업을 하는 한편 어떻게 하면 개헌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을지 방법들을 강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책도 좀 팔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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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날치기 국회사 정말 좋은 책인데... ㅠㅠ @홍보해

포인트가 아직 충전이 안 되었나보네요 orz

더 좋은 책이 되어야 하는데 ㅜㅜ

개헌에 정치적 계산이 많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국민들도 여론에 휩쓸리지 마시고

그것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되는지 판별해보고

정말 잘 판단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여론 조사 응답률이 궁금하네요.

낮은 응답률을 마치 진실인냥 포장하는 여론 조사 회사가 많습니다.

히틀러가 자신을 지지해달라 믿어달라 하고 개헌한 후 집권한 사태를 생각하며

개헌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정말 고심해서 잘 판단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신문 여론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14.3퍼센트네요. 다행히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닌듯 합니다. 정말로 시민들의 뜻이 반영되는 개헌이 되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개헌에 대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다른 여론 조사의 경우 5%인데 14.3%면 비교적 높은 편이네요.

국민들이 제발 깊게 생각해서 옳은 판단 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이 좋다고 따라가는 국민이 없기를.. 바라며..

문제는 정치에 대해서 국민들 대다수는 관심이 없으며
개헌이 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40%는 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무려 대학까지 졸업했다는 친구들이 여당 야당의 개념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마저 있으니.. 심각하죠.

확실히 공화국의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일은 슬픈 일입니다. 공교육 과정에서부터 기본적인 시민 교육이 이뤄져야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통째로 갈아엎어야해서 진행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것이 소수에 의해 진행되는 것 자체는 별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개헌이 실생활 속에 자리 잡아서 조문 하나의 수정에도 신중해지고 다수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또 그리 함으로써 인식 속에 자리잡은 헌법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의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6월 지방선거와 개헌을 병행하는건 너무 조급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구요. 특히 지금까지 한국 헌정사에서 개헌의 역사가, 지도자의 독재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나 소수 정치엘리트의 정치적 담합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좀 광범위한 시민들의 토론과 합의 과정에 의한 개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분명히 대선을 치르고 조각을 하고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개헌에 신경을 못 썼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공을 국회에 넘겨두었던 것이구요. 대체 왜 이번 선거때 개헌을 마무리짓고 싶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헌이라는 중대한 작업을 3개월만에 심도 깊은 토론, 문제점 도출 및 일정한 수준의 동의를 만들어내겠다는게 얼마나 무모한지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겁니다. ...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미 어느정도 소수의 엘리트들이 만들어낸 개헌안이 준비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