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함께한 40일간의 시간
지난 투자스토리에서 '내 안에 욕심이라는 괴물이 산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혹시 그 글을 못 보았다면 먼저 그 글 보기를 추천드린다.
이후 여러 일들이 있었으나 대부분의 내용을 빼고 이번 글로 들어가려고 한다.
(1) 나이스정보통신 & VAN사업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2000년대 이후로 국한한다해도 몇번의 큰 흐름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2000년대 중후반 대중국 관련주, 2010년 이후 일본대지진과 ‘차화정 시대’, 2014년경 이후에는 제약&바이오시대 등이 이런 흐름을 보여주었다.
이 포스팅은 이런 흐름가운데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의 큰 흐름이 어느 정도 우리 주식시장에서 조금씩 고점을 지나갈 무렵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나이스정보통신(036800)이라는 회사를 분석하고 투자하고 있었다.
[참조 : 나이스정보통신 홈페이지 http://www.nicevan.co.kr]
나이스정보통신은 국내 대표적인 VAN 사업자이다.
[참조 : VAN사업자의 카드결제 프로세스 http://www.nicevan.co.kr]
우리나라 시장에서 VAN사업자는 중소사업자 포함해서 상당수 존재하고 있었으나 이지체크(EasyCheck)라는 한국정보통신과 나이스체크(NiceCheck)라는 나이스정보통신이 양강구도를 이루고 이후 5~6개 사업자가 수익이 나는 구조였었다.
[참조 : 나이스정보통신 신용카드조회기 http://www.nicevan.co.kr]
그러면 왜 나는 이 회사에 투자를 결정했으며 본 포스팅에는 없지만 금융회사 내의 여러 반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을까?
머리아픈 부분은 가급적 줄이고 간단히만 VAN사업자의 역할을 보자.
예를 하나만 들면, 만약 내가 커피를 마시려고 커피전문점에 들어갔다. “아메리카노 1잔 주세요.”라고 주문하고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커피점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신용카드를 받아서 결제를 해야 하기에 카드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이때 각종 신용카드사를 대신해서 카드단말기를 설치해주고 그뿐 아니라 각 카드사 시스템과 연동이 되어서 이 신용카드가 문제가 없는 정상카드인지, 결제한도는 남아서 결제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승인이 떨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VAN사가 하는 역할인 것이다.
즉,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승인을 해주고 매출전표를 카드사에 제출하여 대금을 지급받고 카드사를 대신하여 가맹점을 모집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당시 나이스정보통신은 어떤 업황이 놓여 있었을까?
먼저 주가부터 보면, 2000년에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2003년에 액면분할 후 주당 1,000원대에 있었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으나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당시 2,000원대까지 하락하고 이전 주가를 회복하는 정도까지 밖에 와 있지를 못했다.
[참조 : 당시 나이스정보통신의 주가추이]
하지만 이런 주가의 점진적 회복세와 달리 이 기업의 실적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에도 상당히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실제로 위기 전인 2007년 연간 매출은 개별기업 기준 624억 수준이었으나 위기 당시인 2008년 연간 매출은 783억, 2009년 연간 매출은 984억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었다.
[참조 : 당시 나이스정보통신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
(2) 나는 왜 투자를 했을까? 이후 가치는 변했는가?
VAN 같은 사업자는 '누가 먼저 시장에 뛰어들어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자사의 단말기를 설치하느냐가 시장의 허들을 만드는 구조'이다. 이것을 해내면 그 다음에는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독과점 산업이 되는 것이다.
이 당시 나이스정보통신의 PER은 4.4배 였다. PER이라는 지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평가척도지만 이 포스팅에서 이를 논하기에는 다시금 논점이 흐려지므로 하여튼 엄청 싼 주식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저평가 되었을까? 저평가의 이유를 한 두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당시 나는 주식시장이 나이스정보통신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감이 과도했던 시기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하면 온라인 사업자에 대한 무한한 성장성 때문에 PG(Payment Gateway)사업자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시장에서 크게 주가가 상승하고 있었던 반면 VAN 사업자는 ‘더 이상 오프라인 단말기를 설치할 점포도 이제는 많지 않고 앞으로 오프라인은 점점 온라인에 밀려서 점포가 줄어들 것 이다‘라는 시장의 우려감으로 인해 좋은 실적을 계속 내놓으면서도 시장에서의 밸류에이션 평가는 상당히 낮게, 저평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주가가 너무 싸기에 투자를 결정했다. ‘이렇게 돈을 잘 버는데 시장에서 순이익에 4배 정도밖에 안쳐준다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었다. 이 회사가 깔아놓은 가맹점과 단말기는 왜 가치평가에 포함될 수 없는가? 이미 독과점으로 되어가는 VAN시장에 대한 프리미엄은 없는건가?
물론 금융회사 내에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한 마디로 줄이면 '주가가 싼건 다 이유가 있는거'라고. '자네가 아직 이 시장을 모른다'고.
이렇게 투자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분들을 설득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나 그런 의견들이 경험과 연배가 있는 선배들이라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나는 나름 분석 후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려운 과정을 조금씩 헤쳐나가면서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 심지어 회사 내의 투자부문 결정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문제 생기면 자네가 책임져야 돼!" 이런 이야기까지 듣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과 달리 주식은 투자이후 꾸준히 하락세가 이어졌다. 매수 초기에는 ‘어차피 큰 금액으로 투자 된 것이 아니기에 하락하면 분할매수로 대응할 수 있어서 좋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락 시 마다 분할매수로 대응했지만 주당 6,000원을 넘던 주가가 다시금 4,500원 근처까지 고점대비 25%의 하락세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 주변의 우려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의 투자마인드였다. ‘내가 뭔가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닐까?’, ‘진짜 VAN사업은 성장성이 정체되는 건가?’, ‘혹시 내가 모르는 악재가 있는 게 아닐까?’, ‘어차피 저평가 주식은 다 그런 이유가 있어서 저평가 받고 있는 건데 나만 너무 좋아해서 이 주식을 사고 있는 거 아닐까?’
면밀한 분석과 그로인한 투자 믿음만 있다면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은 오히려 이 주식에 대한 여러 토론의 근간이 될 수 있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좋은 시너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보다 나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기에 고민은 더욱 가중되었다.
결국 주가의 하락도 하락이고 또 주변에서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걱정이었지만 제일 두려운 것은 나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투자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능한한 할수 있는 만큼의 분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가 이어지면 금융상품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하는데 사실 나는 너무 어리석다보니 이 믿음이 흔들렸다.(물론 금융상품에 대한 가치가 바뀌었다면 이 믿음은 헛된 믿음이 되는데 그 가치가 변함이 없는 데 시장의 시선으로 인해 나의 믿음이 흔들린다는 것이 문제였다.)
(3) 두려움과 함께한 40여일
이러는 사이 이 포스팅의 중심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 내용을 보면 ‘주권매매거래정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그 사유로 ‘횡령, 배임 혐의발생’이 되어 ‘상당 규모의 재무적 손실 발생여부 등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 지를 심사한다’는 것이었다.
이글은 분명히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심사 한다’고 공시되었으나 처음에 정신없이 읽었을 때는 ‘상장폐지’라는 단어만 눈에 들어왔다.
‘상장폐지라니?’ 눈앞이 깜깜하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곧 나이스정보통신 회사에 전화하고 주변 지인을 통해 파악해보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으나 이 당시를 회상하면 정말 앞이 깜깜했던 순간이었다. 이후 관련하여 여러 공시가 나왔고 이를 논하면 나의 당시 마음을 좀 더 설명할 수 있으나 이와 관련된 내용은 여기서 줄이려 한다.
나는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다음 공시가 날때까지 거의 40여일을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다. 하루에도 몇번씩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고 관련자와 통화를 했는지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정말 별일 아니라고 확신하면서도 '매매거래정지 해제' 공시가 나기까지 다른 사람에게는 말을 안했지만 내 마음 안에서는 별의 별 생각이 요동을 쳤다.
지나고 나면 정말 별일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 기간 40일이 나에게는 천국과 지옥을 몇 번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른다. 이제와 그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에게는 정말 두려운 시간이었다.
(4) 암호화화폐에 투자를 하면서
암호화화폐를 투자하면서 내 안에 가끔씩 이런 두려움이 몰려온다. 투자대상에 대한 가치변화는 미미한데 혹시 나혼자 좋아했다가 나혼자 두려워하고 있는건 아닐까?
투자는 실패할 수 있다. 아무리 워렌버핏이라해도 모든 투자대안이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여러 투자 실패가 있었다.
내가 두려운 것은 암호화화폐에 대한 투자실패가 아니라 내 안에 믿음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글을 쓰면서 나에게 자문한다.
'혹 투자대상의 가치변화는 미미한데, 시장의 변화로 인해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가?'
Please, @lordwillbe
전체하락장일때 사람들은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거같습니다.
머리속에서 망하는시나리오도 짜보고 상승하는시나리오도 짜보고..
실물이 없으니 더욱이 그럴것이구요...
보시는분들중에 이하락장이 고통스럽다면
객관적인 정보들만 나열해서 마음의 방향을 잡아보시는것도 좋을거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assali님, 제 생각도 같습니다.
투자자가 기댈 수 있는 순자산을 파악할 수 없다보니 힘든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장의 변화로 인한 제 마음이 변화하는 것을 막고자 마음다짐하고 있습니다.
전 아직 깡통의 경험이 없습니다.
주식 할 때 -1000만원 갔다가 원금회복된게 다입니다.
이건 행운일까요? 불행일까요?
지인 중 20대에 주식으로 크게 성공해서 100억대의 자산을 보유한 친구가 있습니다. 근데 이친구 깡통 몇 번차고 인생바닥 몇 번 구경했습니다.
비록 제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지만 주위에 투자를 통해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은 다들 몇 번의 바닥을 경험 하더라구요.바닥을 구경해 보지 못한 저는 운이 좋은걸까요?
아님...나쁜걸까요?
믿음이 중요하다는것 에 동감합니다.
저가에 매입을 시작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분할매수로 대응을 하더라도 본인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지면은 심리가 흔들리게 됩니다. 작게 시작했지만 투자한 금액이 커져있고 현재의 마이너스도 부담되는 수준이니깐요. 이런 부담되는 수준까지 되면 괜히 본인이 흔들립니다. 내가 잘 못 생각 한 것일까 하고요
근데 지나고 나면 이 경우가 바닥이였던 경우가 많더라구요. 처음부터 전략을 잘 짜던가 원하는 만큼 매집을 한 후 그냥 안보는것이 상책인것 같습니다.
네 koreaculture님의 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좀 긴 호흡이 필요한 시기일거라 저도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한번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네. 저도 이 글을 적으면서 다시한번 처음 투자 시의 마음가짐을 다잡고 있습니다.
네 ㅎㅎ 앞으로는 쭉~~ 성공투자 되시길 바랍니다. 저도 한번 묻어가게요 ㅎㅎ
지금이 딱 그런 시점이군요.
네. doogie님.
지금이 그 시점과 오버랩되어 글을 적었습니다.
이 글과는 관련 없는 댓글인데, 최근 글에 요청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신청합니다.
팩텀(FCT) 백서 읽기 요청해봅니다.
30위권 내라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궁금해서 요청해봅니다.
팩텀은 저도 잘안고 하면 그렇지만
투자를 했던 코인입니다. 최근에 고점대비 꽤 하락을 했는데요.
여전히 저점대비해서는 엄청나게 상승한 코인입니다.
시간을 잡고 말씀하셨던 요청사항을 준비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많이 공감합니다.
더더욱 아는 것도 없이 들어 온 가상화폐 시장이었기에 이번 하락장에 또 공부를 많이 하게 되네요.
네. 어떤 투자안이든 다양한 기회에 시작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번의 운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경험을 통해서 분석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이고 고생많이 하셨네요~!
사실 마음고생 안해본사람이 더 찾기 힘들죠~
나중에 다 자양분이 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