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치우는 일.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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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지전의 한 장면


내 돈 천만원이 이천만원이 되고 일억이 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높은 금액에 매수하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를 천국으로 이끌어 주고 따뜻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고지위에서 호버링 중인 헬리콥터까지 무사히 바래다 줄 그럴 사람 말이다.


느닷없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그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나의 방패막이가 되어준다.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곳에서 헬리콥터가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고서 긴 시간 넉넉히 걸어왔던터라 얼마 후면 꿈 같은 고향으로 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평화를 얻었다. 그렇기에, 뛰지 않아도 되고, 조바심으로 괜한 걱정 따위로 일을 망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소식을 늦게 전해들은 이들은 행여나 자신들은 두고 떠날까 헐레벌떡 달려왔다. 이곳의 지형이 얼마나 험난하고 기후는 괴팍스러운지 조금의 정보도 알 것 없이 닥치는대로 주워담은 군장은 오히려 한 걸음도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위태롭고 또 버거워보인다. 오는 길, 풍파도 만나고 풍광도 즐기며 내공이 쌓인 우리로서는 지금처럼만 꾸준히 걸어가더라도 곧 닿을 고지이지만, 그들은 이미 소진한 체력과 과도한 배낭과 군장을 메고도 조급한 나머지 우리를 앞서 가고자 부단히도 노력하는 모습이다.


수백, 수천이 넘던 행렬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갑작스레 요 며칠 사이 불어닥친 칼바람에 앞서가던 신병들 대부분이 속절없이 쓰러진다. 빠른 속도로 쌓여가던 그들의 주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높은 방벽이 되었다. 뒤 따르던 병사들 모두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사색이 됐고, 그 누구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다 떠밀리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총탄에 머리통이 터지고, 손과 발이 잘려 나가 흙먼지 속에 뒹굴고 있다. 먼 발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병사들 중 일부는 진작부터 들쳐 메고 온 군장을 내 던지고 급한대로 남은 수통만 챙긴 채 오던 길 돌아가느라 전후방할 것 없이 아비규환이다. 그들 중 또 누군가는 한 발 물러선 채 저만치 뒤편에서 긴 꼬리를 만들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를 기다린다.

한 나절이 채 되지 않아 사흘동안 스러진 병사들의 수보다 많은 무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사내가 피와 살들로 뒤덮은 방벽을 가리키며 외친다.


시체를 치워라! 그리고 진격하라!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코인 시장에서도 고점에 물려서 큰 손실을 보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작년 말과 같이 대세상승을 만나게 되면 그 구간에 재진입하게 될 기간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즉, 오랜 시간동안 손실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기회비용 측면에서도 손실보전이 섭섭치 않게 제공된다. 외부로부터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쇼크가 아니라면 하락 국면에서의 전 고점은 강력한 지지선이 되어 주기 때문에 역시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일종의 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대세상승 장에서는 신규 매수자가 대거 유입되기 쉬우며, 또 그들이 나보다 높게 매입한 금액 덕분에 든든한 지지선이 되어 준다는 이야기다. 결국, 내가 희망하는 매도가는 그들에게 저항선으로 작용하지만, 어느 덧 결국에는 또 다른 신규 매수자가 나타나 그들의 희망찬 기운으로 나의 여정을 하루 더 길게 만들어 준다.

암호화폐의 광풍이 몰아치는 지금, 여러 다양한 형태의 암호화폐를 다루는 커뮤니티와 블로그가 앞을 다투어 만들어지고 있다. 주를 이루는 절대 다수의 구성원은 말할 것도 없이 암호화폐 거래를 통한 부의 축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며, 또 그들 중 대부분은 실제 매매에 나서고 있다. 10대의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암호화폐 시장인만큼 과연 어떤 성격을 띄는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다. 더군다나, 내노라할만큼 청년실업률이 고도로 높고, 기성세대와의 갈등이 큰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은 썩 이상할 것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전혀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가 아니다. 또, 나는 그들이 재화를 축적하고자 하는 본능에 충실한 점을 두고 가타부타 할 자격은 물론이며,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다. 또한, 지금과 같이 자칫 광기스러운 투기 열풍을 심도있게 다루어야 하는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지금 이 글에서 다루려고 했던 바는 또 아니다.

다만, 아무리 녹록치 않은 이유로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이라도 그렇지, 나보다 높은 금액에 매수한 자를 그것도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을 마치 죽은 냥, 시체로 표현하는 것이 탐탁치 않다. 그 정도로 이성을 잃은 채 달려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산 자에 대한 그것은 조롱이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교만이다. 예상치 못한 급락 장세에 사색이 다 되어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존버’를 외치며 붙들어 매는 것은 과연 ‘희망’을 주기 위함인가 아니면, 나의 방패막이 되어 주고 든든한 지지선이 되어줄 높은 매수가의 사람을 하나라도 더 꼬셔 놓을 생각 때문이 아닌가 말이다.

암호화폐 시장, 이곳은 삶의 현장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전쟁터다. 그렇다고 전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예상치 못한 급락에 서로의 손 꼭 붙잡고 ‘존버’를 외치는 일면식도 없는 그저 ‘누군가’ 일 뿐이다. 굳이 이름을 알아야 할 것도, 무엇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는지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마치 전우인냥 ‘존버’를 외치며 격려 따위를 하고 있다.


몇번 읽다가 또 몇번을 고쳐쓰게 될는지 모르는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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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op-into-milk님 안녕하세요. 개부장 입니다. @julianpark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토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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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고 깜짝 놀랬네요. 네. 전쟁터이자 시체밭이죠 ㅎㅎ

탄식하지마세요

글을 제대로 읽지도 않으셨군요.

우리가 흔히 말했던 비유를 실감나게 묘사해주셨군요. 용어가 생각을 정의한다는 입장이라 말씀하신 시체로의 비유에 대해서 한 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슬펐습니다. 스팀잇의 누군가일지도 모르지만, 어느 커뮤니티에서의 그가 남긴 글은 몹시도 슬프고 또 화났습니다.

시세가 분출 하기 훨씬 이전에 선점했다는 그자는 몇번의 급락장을 맞이하고도 굳건하게 버텼다고 자랑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고점에 물린 자들을 일컬어 '시체를 치워야 더 멀리 간다.'고 공연히 말하며 그들을 조롱했습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그 '높은 가격'은 절대로 그가 '시체'라고 말하는 자들이 없었다면 가능하지도 않음을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겠죠?

그는 여전히, 그들을 향해 '존버'를 외치며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본성을 알고 싶으면 권력을 쥐어주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권력은 성공이라는 단어로도 바꿀 수 있겠죠. 성공을 통해 자기 바닥을 드러내는 사람이 요즘 많이 보이네요. 씁쓸합니다.

@홍보해

고맙습니다. 큰 힘이 됩니다.

결국은... 버티는자가 최후의 승자가 될겁니다

버티고 못 버티고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산 자를 시체라 하고, 내 득이 되고자 저들을 '치워야 할 것'으로 조롱하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지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현대 금융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부분, 그리고 누가 벌면 누가 잃는것 역시 처절하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시체라는 표현이 나쁘다는 데에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제가 외치는 존버는 약간 다릅니다. 이 시장이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국이라는 범위 내에서는 당장 눈앞의 손해에 쫄지말고 큰 그림을 그려 나가자고 같이 격려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생각이 담긴 글 부탁드리며 풀보팅으로 답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에도 훌륭한 댓글을 주셨네요. 거기다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까지도.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

빨리 제가 리스팀해서 읽은거라고 해주세요.

"졔가 누누히 말씀을 드리지마는, 한국 스띠밋이 이제는 뱅만 관즁시댸를 봐라보고 있는 가운뎨, kmlee 같은 고참 큐레이팅 슨슈같은 으미깊은 리스튐이 나와야 한다.. 스티밋 인쁘라 확충, 믈리 이찌 안크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철학자님의 리스팀 파워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정말 놀랍군요.

신선한 별명 없습니까. 철학자님, 소크라테스님, 교수님 말고 다른 별명 원합니다.

김리 어떻습니까. 반지의 제왕의 김리의 모습과 프로필 사진이 흡사 닮았는데요. kmlee를 조금 억지스럽게 읽으면 비슷하기도 하네요. ㅋ

그 비슷하게 불러주시는 분도 이미 계십니다. 마침 김리 아주 좋아하는데 프로필... 아 잠깐... 저작권 전문가에게 여쭤봐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리스팀하셔서 읽으러 왓었습니다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리스팀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저는 저의 글을 걸어들어가며
기회를 모색하려고 합니다.

주변이 소란스러울 수록
자신을 더 잘 챙겨야 하지않나 싶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에
말이죠...

또한 저도 님과 마찬가지로
현상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고 평가하고
할 정도로 사정이 넉넉하지 않기에..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