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형 기자는 100명에 한 둘만 나와도 좋겠지요. 모든 기자들이 지사형 기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에 적어주신대로, 직업형 기자만 하더라도 충분합니다. 정말로 '직업'으로서 소명의식을 가진 기자 활동만으로도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기사만을 읽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매체들이 존재하고, 매체들마다 각 논조가 등장하지요. 시선의 방향도 다양할 것입니다. 물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자유롭지는 않겠지요. 이러한 이해관계자들도 매체마다, 기자마다 다를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기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지지합니다.
하여,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자분들은 본연의 직업 활동을 충실히 하시면 됩니다. 다만, 직업 활동에 관여하는 다른 배경/관점에 깔려 있는 기초적인 가정들을 명확히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기사를 살펴보면, 기사가 왜 이렇게 작성되었는지 맥락을 파악하고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맥락이 거세되거나, 혹은 배경을 위장하거나, 의도를 숨기는 기사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것은 독자가 가지고 싶어하는 균형의 관점에서, 분명히 문제입니다.
매체들마다, 기자들 마다, 기사들 마다, 편향된 시선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우리네 삶에는 무수히 편향된 시선과 관점이 존재할 테니까요. 그러한 편향된 시선들 속에서 솎아내고 추려내고 종합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편향에 대해 인정하고 솔직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편향이 항상 나쁜것만은 아닙니다. 누구나 편향적이기도 하니까요.) 오히려
경계해야할 것은, 편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단코 편향되지 않았다고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결국 양심은 결국 솔직함에서 나오고, 그 솔직함에 따른 판단은 독자들에게 넘겨주어야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기사의 흐름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립니다. 한 사건이 터집니다. 그러면 기자들은 육하원칙에 따라 그 사건에 대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씁니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해 새로 취재한 내용을 다음날, 다다음날 후속 기사로 생산합니다.
이미 최초 보도를 했기 때문에, 기자들은 독자가 어느 정도 사건의 배경지식을 알 것이라고 보고 기사를 씁니다. 모든 기사에서 사건의 최초 시점부터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특정 언론사의 특정 기사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너무 많은 언론사에서 너무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니까요.
악의적 왜곡 보도가 없지는 않겠으나, 이제 통할 리 만무합니다. 그러므로 그럴 이유도 없어지겠지요.
이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기사'들'이며, 이러한 기사는 단지 악의적이거나 왜곡으로 점철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지사형 기자보다는, 다수의 직업형 기자'들'이 존재하고, 그 것이 생업으로 연결될 때의 자유롭지 못한 부분(전반적으로 잠재적으로 깔려있을지도 모르는 분위기)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그 육하원칙 또한, 세계를 해석하는 '선별'적인 시선에 기인하며 이에 따라 결국 기자 혹은 데스크 차원에서 '편집'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편향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선별과 편집 자체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입니다. )
제가 말하는 '배경'은 단지 기사 안에서의 정보에 맥락에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하원칙에 따라 취재한 사건의 배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매체가 어떤 기업/단체/주체에 우호적인 시선을 쏟아내고 있다면, 이해관계를 한번쯤 의심해봐야합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해관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아니야. 우리는 이해관계가 전혀없어'라고 은근히 드러내거나, 아예 이러한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위장한 목소리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언제나 경계하는 것은, '아닌 척'하는 목소리와 시선들입니다. 저로서는 오히려 솔직함이 도움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