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소위 '빈곤 포르노'는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명징하게 본인들이 어떠한 관계에서 빈곤포르노를 생산하고 소비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떠올리지 못한 상태로, 생산하고 소비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들'은 창작되고 생산되며 소비되는 것이 너무도 뻔하기에, 사실은 '빈곤'을 넘어선 다른 여러 감정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의 판매가 더 나쁜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체로 빈곤을 지닌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빈곤을 창작하여 판매하는 사람들이 받는 보상이 실제로 빈곤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염려가 있으며, 소비자는 빈곤을 소비함으로써 약간의 도덕적 위안/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자유로울수는 없지요.
동의합니다. 제가 글을 써가며 몇 가지 문장을 쳐낸 부분이 있는데, @qrwerq님이 말씀하신 부분과 유사합니다.
현대 사회에는 모든 종류의 이미지가 소비되고 판매됩니다. 저는 이를 두고 "연예인이 이미지를 구축해서 자신을 판매하는 것과 다를게 무엇인가"라고 문장을 쓰다가, 다른 가벼운 감정들과 비교함으로써 대중의 연민과 빈곤의 이미지를 너무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것 같기고 하고, 제 의도와 다르게 절박한 심정의 사람들을 전부 매도해 버리는 느낌을 줄까봐 삭제했습니다. 또한 저는 다소 악의적이고 고민없는 창작자들만을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감정의 영역을 확장시켜버리면, '빈곤'과 '연민'이라는 주제는 작은 일부가 되고, 모든 창작자를 싸잡아내는 것이 아닐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가 리스팀한 글처럼 정말 고민과 고민 끝에 나오는 창작자까지 모두 옭아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느끼는 도덕적 위안/우월감은 제가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떤 글을 쓰든 타인의 감정을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데에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남을 돕겠다는 감정을 두고 '너의 감정은 위선이다'라고 어떻게 함부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단지 제가 느끼는 그 우월감에 대한 죄책감만을 표현했습니다.
@qrwerq님의 말씀에 사실 동의하는 바가 있지만 제 역량의 한계 탓에 글에서는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비겁한 방식의 글쓰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만약 저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계시고, 그래서 이를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