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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그냥 에세이] 나는 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를 싫어하는가

in #kr7 years ago

동의합니다. 제가 글을 써가며 몇 가지 문장을 쳐낸 부분이 있는데, @qrwerq님이 말씀하신 부분과 유사합니다.

현대 사회에는 모든 종류의 이미지가 소비되고 판매됩니다. 저는 이를 두고 "연예인이 이미지를 구축해서 자신을 판매하는 것과 다를게 무엇인가"라고 문장을 쓰다가, 다른 가벼운 감정들과 비교함으로써 대중의 연민과 빈곤의 이미지를 너무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것 같기고 하고, 제 의도와 다르게 절박한 심정의 사람들을 전부 매도해 버리는 느낌을 줄까봐 삭제했습니다. 또한 저는 다소 악의적이고 고민없는 창작자들만을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감정의 영역을 확장시켜버리면, '빈곤'과 '연민'이라는 주제는 작은 일부가 되고, 모든 창작자를 싸잡아내는 것이 아닐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가 리스팀한 글처럼 정말 고민과 고민 끝에 나오는 창작자까지 모두 옭아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느끼는 도덕적 위안/우월감은 제가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떤 글을 쓰든 타인의 감정을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데에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남을 돕겠다는 감정을 두고 '너의 감정은 위선이다'라고 어떻게 함부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단지 제가 느끼는 그 우월감에 대한 죄책감만을 표현했습니다.

@qrwerq님의 말씀에 사실 동의하는 바가 있지만 제 역량의 한계 탓에 글에서는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비겁한 방식의 글쓰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만약 저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계시고, 그래서 이를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