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차트가 주식 매매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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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에 주식을 차트로 접했습니다.
아마 저와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의 99%는 주식을 처음 공부할 때 차트로 많이 배우실 겁니다. 빨간색과 파란색 봉들이 이동평균선과 만나는 점을 삼각자로 줄 그어가면서 데드와 골든크로스의 향연을 지켜보는 것이 한때 제 일과였었죠.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가만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참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당시에는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도 모르고 주식을 매매했었습니다. 시가총액의 개념부터 해서 PER과 같은 벨류에이션도 당연히 제 매수 조건에는 없었던 개념입니다. 차트에 관련된 책들도 거의 섭렵하다시피 했는데 딱 차트를 보면 종로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도사님처럼 짚어냈습니다. 누가 어떤 종목에서 고민 하고 있을 때 제가 조언해줬던 당시 기억을 회상해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딱 보아하니 며칠 전에 거래량이 터졌고 5, 20, 60일선이 서로 꼬이면서 위쪽으로 고개를 든 모습을 보니 이제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 같습니다. 대략 목표가는 이쯤에서 잡으시면 되고 60일선 이하로 주가 빠지는 경우에는 바로 던지세요”

정말 도사님이 따로 없없습니다.
모든 주식은 내 손아귀에 있었고 자신감이 붙어가던 어느 날 어린 나이에 나름 큰돈인 100만 원을 가지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었었죠. 뭐 사실 정확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저는 스캘퍼였습니다. 분봉에 틱 차트까지 째려보며 매수하고는 1분 봉이 고개를 드는 것만을 두 손 모아 기다렸던 경험을 하며 아 이것인 진정한 주식투자라고 자신의 신념을 하루하루 강화해나갔으니까요.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이상한’ 주식의 멋진 차트 흐름을 보고 투자를 했는데 굉장히 이례적으로 오버나잇을 했죠. 그런데 다음 날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점 하한가 공격을 당합니다. 다행히도 당시에는 상하한가가 지금의 30%가 아닌 15%였을 때였지만 어린 마음에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장 시작도 전에 하한가로 진입한 이유가 너무 궁금하더군요. 정말 처음으로 이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장이 횡령을 했다는 뉴스가 몇 줄 보이더군요.

혹시나 점 하한가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예시를 들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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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현재가창을 보시게 되면 299원에 약 1418만주가 걸려있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십니다. 이는 즉 299원에 내 주식을 팔 테니 사가라는 뜻으로, 저 주식을 사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하한가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제가 이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매도가 불가능합니다. 하한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99원에 팔고 싶은 주식을 걸어놓을 수밖에 없으며,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매도할 수가 없게 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점하한가'는 아주 강력한 악재의 출현으로 주식의 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가운데 매수자가 없는 경우 장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에서 시작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항상 눈으로만 보면서 넘겼던 ‘횡령’이라는 두 단어가 제 뇌를 짓이겼습니다. 사실 첫날 점 하한가 맞을 때만 해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을뿐더러 해소될 수 있을 것이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감사하게도 제게 초심자의 행운을 면해주기 위해 더 큰 시련을 주더군요. 그 점 하한가 행렬은 연속 5일이 돼서야 끝났습니다. 정말 뼛속이 시릴 정도로 참담했고 제 자만심에 치가 떨리더군요. 그 이후에 어떻게 됐냐고요? 당연히 주식을 그만두었습니다. 한동안 안 보게 되더라고요. 손해 본 몇 십만원도 당시 제게는 큰돈이었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 후에 오기가 생겨 주식과 관련된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나름 이쪽 바닥에서 뼈가 굵었던, 그리고 국적 불문하고 배울 것이 있다면 사다가 탐독을 했습니다. 조금씩 깨닫게 되더군요. 나는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투기를 한 것이라고요.

주식투자에 있어서 차트를 잘 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만, 차트의 활용범위는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것에 그쳐야지 주가 차트의 모양이 주식을 사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가장 많이 속았던 차트를 통한 투자 방법은 골든크로스 매매입니다. 일반적으로 장기 이동평균선이 단기 이동평균선을 밑에서 위로 뚫고 올라오면 매수하는 투자 방법인데요, 이 방법이 차트책에 여러가지 예시와 함께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왠지 이 필승비법만 제대로 배운다면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한동안 자로 씨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참 부질없더군요.

기업의 주가를 형성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주가를 변화시키는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기업은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이고, 그 근간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즉, 주가의 움직임도 사람으로 귀속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독심술을 행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전혀 읽을수 없습니다. 많은 시간을 공유해온 가족들의 생각 조차도 읽기 힘든데 하물며 우리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기업의 오너 생각을 어떻게 읽겠습니까? 또한, 이 주식을 매수 또는 매도 하려는 사람의 마음도 알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차트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소위 ‘맥점’이라는 부분도 실제 매매에서는 생각보다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굉장히 많음을 주식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량주 위주의 투자를 하신다면 벼락부자가 되실 확률은 크지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을 중시하는 투자자가 되시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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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도 그럴때가 있었군요. 의외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쪽에는 관심이 없으실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반대로 차트에 대한 책을 보다가 이렇게 기계적으로 주식투자하면 다 부자되겠다고 생각하고 보지 않다가, 윌리엄 오닐책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주봉의 추세를 보면서 구매한다는 것은 시장의 심리를 잘 나타내주는 시장의 관상지표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지요. 얼굴만 관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시장도 관상학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지요. 그러고 보니, 제시리버모어와 잭스웨거의 책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사실 저희같은 비전문 영역의 사람들은 재무제표와 같은 증권분석서를 읽는 것이 그리 쉽지 않거든요. 기본지표 PER/PBR/ROE 정도만 보고 주봉의 차트 추세를 보고 투기?하는 것이 더 심플하고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 차트 주봉보기 원칙은

  1. 물타기는 떨어졌다가 올라가는 주식을 물타기한다.
  2. 30%씩 분할매수 분할매도의 원칙을 지킨다.
  3. 올라가는 주식(주봉우상향)을 사지 떨어지는 주식을 절대 사지 않는다.

이렇게 3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못벌돈도 벌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잘 안지켜집니다.

저도 차트에 무관심하다 뒤늦게 궁금해진 경우입니다.펀드멘털과 가격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또 서로 각자 자기 나름의 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괴리가 큰 것도 문제지만, 꼭 일치해야만 하는 것도 법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글치요. 우리같은 아마추어들은 욕심을 조금 버리고 시간에 투자하는 방법이 좋은 것 같습니다. 막 분석해서 돈을 버나 느긋하게 기다려서 시간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나 둘다 좋은 방법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식해서 돈버는 것은 제 생각인데요....

運七氣三

氣는 분석에 의해서건 차트 추세의 확신에 의해서건 배짱이 두둑해야하죠. Just killing time하는 느긋함이 氣勢이지요.

ps. 포스팅 탐방하려고 했는데 리스팀만 하셨네요.

물타기 전략은 시간과 자금이 풍부한 경우, 그리고 회사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만 없다면 좋은 전략임에 분명합니다. 저는 장기추세를 볼때 RSI지표를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물론 차트를 통한 투자가 심플합니다만, 생각보다 안 맞는경우가 많았습니다. 뭐 물론 제가 차트를 잘 못봐서 그런일이 발생했을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요즘에는 차트는 보조지표로만 활용합니다.

쩜하 다섯방 ㄷ ㄷ
정말 엄청난 경험을 하셨네요.
워낙 변수가 많은 주식시장에서 원칙없이 투자한다면 정말 멘탈이 견뎌나지 못할거예요, 소중한 경험을 진솔하게 표현해주셔서 읽은 저로서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중한 포스팅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 저도 주식때문에 한번 쓴맛을 보고 근 10년은 주식시장 근처에도 안갔었죠 ㅎㅎ

나름 매력도 있는 투자자산이라 생각합니다 :)

저도 차트쟁이이네요.
그런데 결국 회사가 좋아야 주가가 오른다는 진리가 먼저 인 것 같아요.
좋은 회사 발굴해서 국물까지 우려 먹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펀더멘털이든 차트든 모든 것은 회사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좋은 글 그리고 경험 노하우 잘 보고 갑니다.

조금이나마 도움 되셨다니 감사합니다.

그런거였군요. 주식 좀 들여다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챠트는 일단 물려야 겠습니다.

아닙니다. 차트도 훌륭한 지표의 역할을 합니다. 시간되시면 같이 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주식 같은 경우는 회사의 기본 가치가 좋은 종목을
최적의 타이밍에 매수하기 위해 차트 분석이 필요하지요.ㅎ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요지입니다. 감사합니다 :)

가치에 근거하여 투자하는 투자자가 되어야겠죠~^^ 그나저나 시작은 다 비슷한것 같습니다.ㅎㅎ

만약 처음에 차트로 성공했었다면 지금과는 길이 많이 달라졌을것 같다는 생각이드네요 :)

글이너무좋습니다 보팅!

감사드립니다!!

주식도 지식이네요 아무나 못하는거로군요

뭐든지 경험이 누적되면 난이도가 많이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

무엇이 답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투자에 임해야 겠구나 싶네요..

잘 보고 가요

P.S
보통 쓰디쓴 손해를 보면
아예처다도 보지 않는경우가 다수인데
오히려 달려드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네요

ㅎㅎㅎ 오기가 생겼던것 같아요 :)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조금이나마 도움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우...저와 생각이 비슷하시군요.
저도 그래프를 열심히 파봤는데, 결국 그래프는 중요하긴 하겠으나, 결국은 사람의 심리적인 요인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알고는 분석을 그만뒀습니다. 물론, 사거나 팔 때 전반적인 것을 보기는 하지만, 결국 개미는 기관투자자에게 밀리고, 사람들은 루머에 휩쓸린다는 것을 더 크게 생각하고 그래프를 봅니다.
팔로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게 정답이라 생각해요. 차트는 심리적요인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거래량을 보라고 조언하시는분들도 많이 계시죠.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지표는 분명합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오히려 도움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법칙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제 그 생각이 옳다면 해봐야 안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안 되면 그만둬야 하구요.

해봐야 안다고 하신 말씀에 십분 동의합니다 :)

네 ㅎ 동감합니다.
차트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명심 또 명심해야겠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진수님 :)

와 진짜..보고싶었던 글이네요. 저같은 사람은 어차피 스팀잇에서 이런 이야기해도 많이 안보지만 많이들 보시고 의견 이야기하는거 보니 좋네요!
사람들이 갖는 차트에 대한 잘못된 맹신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리스팀해야겠네요

도움이 되는 지표임은 확실합니다만 말씀하신대로 맹신은 금물입니다 :)

올리신 글에 동의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동편균선의 골든 크로스만 보고 투자하시다 낭패를 당하시는걸 무수히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식보다 fundamental 이 덜 영향을 받는 index 선물을 차트분석으로만 계속 해 왔습니다. 코인시장에는 들어온지 얼마 안되었지만 느낀것은 장투는 fundamental 이 꼭 필요하고 swing 이나 단타는 차트를 볼줄 알아야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골든/데드는 말씀하신대로 생각보다 잘 맞질 않아요. 말씀하신데로 선물이 조금은 더 선형적인 모습으로 움직이는데 동의합니다.

코인시장에는 들어온지 얼마 안되었지만 느낀것은 장투는 fundamental 이 꼭 필요하고 swing 이나 단타는 차트를 볼줄 알아야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 말씀 정말 동의합니다 :)

교양 강의를 들으면서 금융학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여전히 알아야할 지식이 많군요. 좀 더 공부해서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