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43. 한국인의 독특한 술자리문화

in #kr7 years ago (edited)

얼마전 국내의 한 온라인 설문조사업체에서 직장인들을 상대로 해서 술자리 문화에 대한 의식을 설문조사한 것이공개된 적이 있었다.  설문의 내용은 술자리에서 최악의 매너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 것이었는데, 1위는 '억지로 술권하기' 로서 전체에서 61.5%의 비율을 차지했으며, 2위는 '귀가금지'로서 31.9%의 비율을 차지했으며  늦게까지 술을 먹게 만들거나 혹은 아예 집에도 못들어가게 만드는 것이었으며, 3위는 30.9%의 비율로서 '술마시며 일 얘기하기' 였다고 한다.  그 뒤를 이어서는 '술에 취해서 했던 얘기 반복하기' 였고, 그 다음으로는 '술에 취해서 시비걸기' 였다고 하며, 그리고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없는 사람 험담하기' 였다고 한다. 

이 조사내용은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내용이니만큼, 현 시대의 한국사회에서 직장인들의 술자리문화나 회식문화가 어떠한 성향과 어떠한 분위기로서 흘러가고  있는지를 대변해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조사내용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억지로 술 먹으라고 권하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이것만큼 난감한 것도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한국인들의 구세대적인 사회관습에서는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혹은 식사자리를 같이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심정으로 서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해야만 사이가 더 돈독해지고 더 친해진다"라는 정서적인 공감대가 강하기 때문에,  술자리를 회피한다는 것은 기존의 보편적인 사회관념에 어긋나는 버릇없는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잘못하면 심할 경우에  "혼자서 잘난체 하는 놈" 혹은 " 조직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마음이 닫혀있는 사람" 등으로 오인받기 딱 좋은 행동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직장일을 하면서 술자리가 생기면 싫어도 싫은 내색을 하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같이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이니,  그 고충을 일일이 듣지 않아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고들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술자리에서의 예의범절 이라는 것을 올바른 사회생활을 위한 기초적인 소양이라고까지 인식할 정도였으니, 그 관습을 보고 자라고 익혀온 지금의 세대들이라고 해서 그 관습을 무시하고 따르지 말라고도 못할 것이다. 특히 남자가 술을 먹을 때에는 지켜야할 예의와 법도와 질서가 있고, 또는 남자가 술을 먹으면 취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서 실수를 할수 도 있는 것이니까, 서로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너그럽게 봐주고 넘어가자는 사고방식도 강하고,  또한 여자들에게도 여자로서 술자리에서 지켜야 할 법도가 있으니 이것을 어긋나게 잘못하면 안된다는 식의 아주 어려운 고차원 방정식 해법수준의 술자리 예의범절과 규칙들이 존재하는 것이 한국사회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볼 때에는 한국인들의 술문화가 너무 신기하고 독특하다는 말들을 하는 것이, 술을 먹기위해서 서로 모이는 식의 문화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술을 위한 술문화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설문조사 내용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억지로 술 권하기'를 뒤이어서 나오는,  2번째의 꼴불견 매너인 '집에 못가게 만들기'와  '직장일에 대한 이야기 하기',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나오는 '같은 이야기 반복하기' 와 '시비걸기' 그리고 '남 험담하기' 의 순서로 나타나는 것인데,  이것은 어느 술자리에서나 한국인들이 자리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될수록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추한 행태의 순서적 패턴을 정확하게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한국인들의 직장문화와 회식문화 그리고 술자리 문화는 참으로 독특하고도 이해불가한 측면이 많다. 직장일을 하면서 서로간의 팀웍과 상호존중을 돈독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서 업무의 효율성을 더 높이자는 취지로 식사자리와 술자리를 언제나 같이 하자는 문화가 팽배해져 있지만, 한국에서의 직장문화는 오히려 회식을 위한 술자리가 더 많을수록 혹은 식사자리가 더 많을수록에 서로간의 반목질시와 폭언과 무례함은 더 심해져서, 직장을 이직하거나 퇴직하는 자의 80%는 인간적 갈등때문이라고 할 정도이니, 도무지 모순도 이런 모순도 없을 것이요, 앞뒤 안맞는 언행불일치도 이렇게 심한 불일치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술자리에서의 가장 싫어하는 매너가 순서대로, 억지로 술 권하기, 집에 못가게 막기, 업무이야기 하기, 했던 말 또 하기, 시비걸기, 남 험담하기의 순서로 나오는 것 역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술을 같이 마시면서 어느정도 상대가 편안해지고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열수 있을 정도가 되어지면 나타나게 되는 전형적인 한국인들의 정을 나누는 그릇된 문화의 습성( ? )을 그대로 나타내고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가장 큰 장점이요 또한 가장 큰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니, 언제나 정이 넘치고 친근하고 한 가족처럼 사이좋게 지내자는 공동체의식을 엄청 강조하는 사람들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지켜야 할 것을 제일 지키지도 못하면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억지버릇 안하무인 꼴불견 짓도 제일 많이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인들인 것이다. 


* 같은 한국인이면서 너무 적나라하게 한국인들의 못된 술자리 문화를 까발리는 것 같아서, 이 글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거북한 느낌을 가지시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미리 죄송스럽다고 양해 말씀 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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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권하는 원시적인 의식은 정말 사라져야한다고 생각해요.

억지로 술권하기는 최악중에 최악이죠
무슨일이 벌어질지알면서도... 유발시켜버리니;

어제도 술먹는데 억지로 노래방 가자고 해서 ㅎㅎㅎ, 그것도 여자분이...
열심히 도망쳤습니다^^

완전 극 공감가는 글입니다...

정말이지 술 권하는건 제발 좀 그만했으면 좋겠지 말입니다.
자기 페이스대로 조절하면서 술자리 하고있는데 억지로 먹이고 술취하면 놀리고,..
술자리가 더이상 유쾌한자리가 아닌지 오래된것 같아요..

맛있는음식, 좋은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술을 약간 곁들이는게 좋을뿐이지
술을 먹기위해 안주를 끝도없이 주문하고, 폭음, 폭식을 조장하는
회식문화는 정말 누구를 위한 술자리일까요? 🤦🏽‍♀️

술을 못하는 사람과 가정 있는 사람에겐 폭력과 다름이 없지요. 참 사라져야할 악폐인데, 끈질긴 생명력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도 이해해주고 술을 못먹는다고 샌님으로 치부해버리는 그런 인식도 버려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빨리 취하는게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ㅋㅋ

으아
1,2위는 듣는것만으로도 직장생활의 악몽이...
술마시고 주사 피우는 건 정말 보기 싫죠.

예전에 술 취한 상사가 안주였던 짝태를 저에게 던졌던 일이 생각나네요ㅠ

그래도 요즘에는 저의 직장에서는 억지로 술 권하거나 귀가 금지 같은것은 많이 나아진거 같네요. 양목님 오늘도 좋은 나눔 감사합니다.

공감이 됩니다. 까발려서 저런건 좋지않다는걸 서로 공유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술 취하면 다 용서가 되는건 건전한 음주문화 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봅니다. 재미있는 주제 잘 보고 갑니다.

그릇된 술문화...
참 요즘 제 또래 친구들도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술이 좀 됐다 싶으면
'아~ 잔들었는데 누가 안드냐~' 이러는데 그때마다 너무 괴롭습니다 ㅜㅜ

저는 전혀 거북스럽지 않네요 ㅎㅎ
근데 억지로 술권하기는 정말 싫어요!

정을 빙자한 악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네요ㅠㅠ 저런식의 행동을 취하시는 분들은 억지로 잡혀서 안좋은 점들을 겪고있는 분들의 기분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고 행동하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해봅니다.

술을 권하는게 정말 정말 싫은거같아요 먹고싶은만큼 먹으면서 술자리를 하는게 더좋은건데 그걸 강요하는건 정말 매너가 아닌것같기도해요 ㅎㅎㅎ 저는뭐 그냥 제가먹을만큼 따라마시고 ㅎㅎㅎ 꺽어마시고 ㅎㅎ 첫잔빼고는 거의 꺽어마시는데 술로인해 취중진담이 기분좋게 만들수도있지만 술로인해 정말 안좋게 되는경우도 있는것같아요 술문화 잘이끄는 사람들이되었으면하네요

저도 나중에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외국에 나가서 외국인들과 있으면 한국의 술문화를 소개, 적용시켜보고 싶고...ㅋㅋㅋㅋ 못된 심보가..! 그래서 최대한 좋은 우리의 것, 폭탄주 같은 것만 소개한답니다 :)

나쁜 것은 분명 나쁘고 좋은 것은 좋은 것 맞습니다 ^^
물론 마시는 분들이 서로 좋아하는 것이고 주변 피해주지 않는다면야 그룹만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겠지요 ^^
다만 못먹는 사람 술 좀 먹이지 마세요 ^^

제 직장에서도 많이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확실히 남자에게 술 권하는 문화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참 어떻게 보면 큰 문제이기도 한데 워낙 깊이 박힌 문화라 어떻게 할 수 없어 답답하네요 :(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는 2곳 다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알아서 적당량을 조절해 마시는 것이라고 교육시켰어요. 오히려 회사에서 술 많이 못 마시게... 회식하면 1차까지만 허용하도록 하고, 그 외는 개인적으로 하는 것으로요.

그래도 한국인의 술 문화는 오래전부터 내려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술을 마시지 않는 저로서는, 신입일 때 직장에서 회식을 할 때 참 힘겨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예전보다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팔로우할게요.

문제는 문제에요... 진짜 못마시는 사람한테까지 강요하고, 쓰읍 어른이 주는데 받아야지 하는 거 정말....ㅠㅠ너무 힘들어요

술 권하기는 정말 술 못먹는 분들에겐 부담을 넘어서 최악이죠. 전 그때 주는대로 받아먹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요즘 회식문화 많이 건전(?)해진것 같아요. 억지로 권하지도 않고, 카페나 일반 식당에서
회식하는 분들 종종 있어서요:)

헉 ㅠㅠ 귀가 금지는 너무한 거 같아요 ㅠㅠ

저는 학교 다닐 때도 술을 못 마셨는데 직장에서 선배님들한테 혼나가면서 배운 기억이 나네요. 정말 억지로 술 권하기는 너무 고통입니다. ㅠㅠ

술자리가 업무의 연장이며 동시에 사적인 만남에 해당하니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참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한국에서 "공과 사를 구분" 운운하는 말을 엄청 흔하게 들을 수 있다는건 한국인들은 공과 사를 구분하기 힘들어 한다는 뜻이지요.

통찰력이 잇으신분같네요. 저도 술자리문화..ㅠㅠ 맘이 맞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그만한 고통이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