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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부터 우리는 동해안 강원 자전거길을 달렸다.
동해안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강원 자전거길과 경북자전거길을 달리게 될 것이다.
게다가 동해안 자전거길은 라이더들에게도 악명이 높은 코스이다.
좀 긴장 된다.
속초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도 먹고 출발했다.
코스는 먼저 통일 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거진항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자전거로 통일 전망대를 찍고, 거기부터 자전거를 타고 동해안을 타고 아래로 주욱 내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거진 가는 버스표도 끊고, 버스 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우선 속초에 있는 영금정 인증센터에 가서 도장부터 찍고 오기로 했다.
비가 오지만 연휴에 종주하는 사람이 꽤 있는지 자전거 탄 사람들이 많다.
인증 도장 찍고 인증 사진도 찍고, 거진 가는 버를 타려고 버스 터미널에 왔는데....
헉! 버스가 길이 막혀 못 온단다.
아마 늦게 와도 거진까지 안갈 거란다.
뭐 이런 일이...
워째 어제부터 관광객이 바글바글하더니 길에 차들이 주차장처럼 서 있다고 한다.
전날 어떤 아저씨 라이더가 일반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일반 버스는 자전거를 절대 안 태워준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시외버스터미널에 있는 아저씨는 우리 자전거는 작아서 법적으로 태워주게 되어 있으니 가서 일반버스를 타고 가란다.
에이.. 시작부터 일이 꼬인다.
자전거를 실어주네 마네 실갱이 하기도 귀찮고 해서 우린 그냥 자전거 타고 통일전망대까지 가보기로 했다.
속초부터 통일전망대까지 왕복을 하게 생겼다.ㅜㅜ
다음 인증 센터인 봉포해변 인증센터는 다행히 아주 가까웠다.
요런 예쁜 하트도 해변에 있길래 사진도 찍었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하늘은 잔뜩 흐리고, 해변이 아름답다지만 나 저 철조망이 영~ 눈에 거슬린다.
나무 데크를 깔아놓은 곳도 있지만 모래사장에서 넘어온 모래와 빗물로 너무 미끄러웠다.
자전거 바퀴가 옆으로 자꾸 미끌미끌 미끄러지는 거 같다.
게다가 자전거 바퀴며 체인이며 기어 등에 모래가 끼어 계속 어그적어그적 소리가 나서 엄청 신경이 쓰인다.
한강 자전거길에서도 우중 라이딩을 해 보았지만 그때는 빗물 때문에 앞이 좀 안 보이는 게 불편했는데, 동해안 자전거길은 모래와 빗물이 섞여서 길이 미끄러운 것이 아주 라이딩을 힘들게 했다.
완전 온몸을 초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달려야 한다.
아야진 해변에서 중국집에 들려 점심을 먹었다.
이집은 오늘 개업을 한 집이란다.
오늘은 뭐가 다 이상하다.
주방에 있는 아주머니와 배달하는 아저씨, 홀 서빙을 돕는 아저씨의 싸인이 잘 안 맞아 계속 아웅다웅하신다.
"첫날인데 주문 많은 걸 보니, 대박나시겠어요."라는 덕담으로 쎄한 분위기를 잠재우고, 잘 먹고 출발하려는데 빗줄기가 굵어진다.
버스타고 통일 전망대까지 가서 주욱 내려오려던 당초 계획은 무산되고 이대로는 오늘 안에 통일 전망대까지도 못 가겠다.ㅜㅜ
거긴 숙소도 없다는데... 그래서 작전을 다시 바꿔 일반버스를 타려고 기다려 보았다.
헐~ 버스기사 아저씨 분명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정류장에 서지도 않고 그냥 지나 가신다.
내가 헬멧을 쓰고 있으니 자전거족이란 걸 알고 승차거부를 하신 것이다.
우이쒸... 우린 미니벨론데..ㅜㅜ
이쯤되니 동해안 자전거길에 있는 '낭만가도'라는 말이 왠지 놀리는 기분이 든다.
특히 저렇게 '해안길'이라고 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사람도 많고, 모래도 많고, 비는 오고 아주 고약한 자전거길이 펼쳐진다.
게다가 해안길로 들어간 후에는 거기서 빠져나오는 이정표가 잘 안 되어 있어서 다시 자전거 길로 복귀하려면 몇번을 헤매야 한다.ㅜㅜ
아마도 동해안을 따라 있는 수십 개의 해변을 모두 들어가게 해 놓은 듯하다.
우린 자전거를 타러 온 거지 수영을 하러 온게 아닌데, 너무 관광으로만 행정을 하는 거 같다.ㅜㅜ
그냥 이쪽으로 가면 무슨 해변이 있다는 이정표만 해 놓고 해변을 구경하고 싶은 자전거족만 들어가면 될텐데, 대부분 그냥 라이딩만 즐기는 자전거족을 다 해변으로 들여보내 해수욕이나 캠핑 혹은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불편을 주는 거 같다.
강원도 지자체가 자전거길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번에는 숲속 산책길로 자전거 길 이정표가 되어 있다.
거기는 뾰족뾰족한 돌길이 계속 되다가, 한사람 겨우 산책할 수 있는 흙길(!!)이 나온다.
도대체 왜 자전거를 타고 여길 지나가게 해 놨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아저씨 한마디 하신다.
완전 길이 개판이구만...
동해안 자전거길을 가다보면 황당한 길과 엉뚱한 이정표, 게다가 간혹 아무 표시 없이 길이 끊기고 그런다.
그래서 정말 많은 자전거족들이 동해안 자전거길에 대한 불평이 많다.
우리도 직접 경험해 보니,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비가 와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길 찾느라 경치 감상할 틈이 없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시 정자에서 쉬는데 옆에 예쁜 집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예술가가 사는 집 같다.
꽃도 돌에 그린 그림도 아주 예뻤다.
그나마 잠시 정자에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통일전망대까지 가는 건 그래서 포기했다.
북천 철교 인증센터에서 도장 찍고 거진에서 자기로 했다.
다른 자전거 길에서는 인증센터 몇 킬로 전부터 인증센터가 얼마 남았다는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힘들다가도 그 이정표를 보면 힘이 난다.
하지만 동해안 자전거 길은 그런 이정표는 전혀 없고 이렇게 밥집 이정표만 주구장창 있다.ㅜㅜ
이 길을 내일 다시 내려와야 한다는...ㅜㅜ
시외버스는 안 오고, 일반버스는 승차거부하고, 꼬불꼬불 해수욕장 다 들어갔다 오느라 자전거는 모래범벅이고, 비까지 와서 길은 미끄럽고... 그러다 보니, 얼마 못왔다.
겨우 37킬로미터.
동해안 강원 자전거길... 그 지옥의 문이 열린 것이다.
이 글은 2017년 브롬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던 여행기입니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정비를 좀 더 해야 되는 모양이군요. 비도 오는데, 엄청 고생하셨네요 ㅜ
네, 동해안 자전거길은 다들 난이도를 상으로 보더라구요.
특히 관광객이 많은 동네를 들어서면 더 심각합니다.ㅜㅜ
하트 너무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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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거 좋아하시나봐요.ㅋ
올 봄에는 새로 계획하고 있는 종주 없으세요?
저도 뭔가 자기와의 싸움을 해보고 싶네요.
올봄에 그렇지 않아도 제주 올레길을 완주해 보려고, 올레 패스포트라는 것도 사두었는데...
그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시작을 못하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제주도에 살고 있으니 언제든 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도전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고요.ㅋ
손오공님은 운동 시작하시려고 신발 사셨잖아요.ㅋㅋ
자전거 여행 정말 멋집니다. 저도 언젠가 아내님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방콕에 계신 히마판님도 자전거로 방콕 구석구석을 다니시던데 저도 자전거로 제가 사는 곳부터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포스팅하고 싶네요 ㅎㅎ
언제나 안전하게 여행다니시길 바랍니다~^^
집에서 나설 때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습관이 쉽게 들지는 않더라구요.
작정하고 이렇게 종주를 하고 나니 그나마 자전거 타는 일이 잦아 지더라구요.
스티미언 중에 자전거 좋아하시는 분들이 몇분 계시죠.ㅋㅋ
너무많은 고생을 하셨네요 좋아서 하는일이니 즐거운고생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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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나중에 여행이 끝나고 생각해 보면 고생할 때 힘든 건 없어지고, 추억만 남더라구요.^^
우이쒸~~ ㅋㅋ 그 운전사 아져씨 정말 우이쒸네요^^
이날은 참 머피의범칙처럼 느껴지네요
정확히 눈이 마주쳤는데 스쳐지나가니, 마치 슬로우모션으로 아저씨가 지나가는 거 같았어요.
그런 느낌 있잖아요.
어? 이건 아닌데?? 하는....
20년전 태백에서 교회 학생부 애들과 헐쭘한 일반 자전거로 통일전망대까지 다녀온 적 있는데...생각 납니다. ^^
자전거 도로도 없던 시절 ...좀 무모했죠 ㅎㅎ초딩용 미니 자전거 포함 20명 넘는 자전거가 차도로만 다녔는데 양양을 지날 때 속초 경찰서에서 나와서 신경질 내면서 앞 뒤 호위해 주더군요 ㅎㅎ
속초 양양 강릉 중 그나마 양양이 자전거 타기 좋더라구요.
20년 전 그때부터 양양분들은 뭐가 달라도 달랐네요.^^
신경질이야 내셨지만 안전을 위해 뭔가를 해주셨잖아요.
좋은 추억을 가지고 계십니다.^^
지옥의 코스지만 사진은 계속 웃고 계시는걸요~ :)!!!
코스가 지옥같으면 뭔가 해내는 느낌도 있고, 순간순간 다이나믹해서 재미는 있더라구요.
어이도 없구요.ㅋㅋ
자전거를 잘 타시나봐요. ㅎㅎ
그렇게 잘 타진 않아요.
그래서 남들이 다 말리는데도 작은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던 거에요.
아무래도 자전거가 작으면 좀 만만하거든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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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십니다. 이런 빗속에서 자전거를 타시다니...
와이프가 자전거를 잘 못타기때문에 좀 어려울것 같고 아들이랑 이런
자전거 여행을 한번 해보고 싶어집니다.^^
저도 자전거 하나도 못탔었어요.
저 자전거 사고 한두번 동네에서 연습하고 바로 국토종주를 나선 거랍니다.
자전거는 국토종주하면서 늘었습니다.ㅋ
지금도 혼자는 차도에서 못타고, 복잡한 골목에서는 내려서 끌고 가고, 길치라 길도 잘 잃습니다.
아내분이 자전거를 잘 못 타시면 저처럼 미니벨로를 타보시는 걸 권합니다.
아무래도 자전거가 작으니 만만하게 느껴지거든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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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전망대까지 갔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그런데 많이 힘드셨군요...
통일 전망대는 다음날 갔습니다.
그랜드 슬램을 달성 하려면 통일 전망대에서 인증 도장을 꼭 찍어야 하거든요.ㅋㅋㅋ
군사철조망 .. 안타깝지만 남북관계가 100% 풀리지 않으면 없어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