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엄기호. 2012
1, 널브러진 아이들
학교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교사는 왜 침묵하는가?
‘가르치는 일’에 대하여
- 참고문헌
몇 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잠재우는 수업장면을 보기 시작한 것은 벌써 20년 전 일이다. 수업시간에 널브러진 아이들에게 ‘학교’란 무엇일까? 그들이 시험기간 내내 OMR 답안지에 줄 세우고 엎드릴 때 어떤 심정일까? 그들이 수업시간을 그저 버티거나 흘려보낼 때 그들에게 ‘교사’란 무엇일까?
우리 교사들은 이렇게 그들을 계속 외면해도 되는 것일까? 모든 진학설명회는 상위 11%, 특별한 전형이라도 되어야 상위 30% 정도의 아이들이 대상이 된다. 나머지 아이들을 우리는 계속 외면해도 괜찮은 것일까? 그들을 불안하게 설득해서 보충,야자로 학교에 붙잡아서 점수 몇 점 올려도 정작 졸업 후에 암울한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계속 눈감아도 옳은 것일까? 엄기호는 이런 교육현장의 담론들을 현장에서, 사실적으로, 끈질기게 제기하는 몇 안되는 작가 중 하나다. 이 책은 감각을 잃은 교사들을 흔들어 고민하게 한다.
12년 동안이나 학교에 다녔는데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게 말이 되나. 아무런 책임감 없이 그저 가방 들고 다니게 하다가 졸업하면 낭떠러지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면서 왜 12년 동안 그렇게 고압적으로 사람을 윽박질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교생활을 즐겁게 한 것도 아니다. 중학교 때 왕따 비슷한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따돌림 당하면서 손목을 긋기도 했다. 행복하지도 못하고, 사회에서 살아남는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 것도 아니다. 약에 쓰려 해도 어디 한군데 쓸모가 없는 것이 학교라는 말이다.17
1, 널브러진 아이들
모든 수업이 의미 없는 널브러진 아이들 그들에게 교사란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교실에서 수업이라는 시간을 통해 ‘교사와 맺는 일체의 관계’ 자체를 거부하거나 무력화 해 버린다. 수업붕괴는 특수고 보다는 일반고, 자사고 보다는 공립고에서 특히 전문계 고에서 심하다. 성적 서열에 따라 붕괴가 가속화 된다.
인문계 고교는 지난 정권을 거치면서 그 위상이 추락했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새로 생긴 300개의 특목고와 자사고, 특성화고에 진학하면서 인문고교의 슬럼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과정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진도를 나가야하는 과목일수록 수업붕괴가 심하다.
학교속의 문맹자들, 읽기능력이 2년 이상 뒤처지면 실질적인 문맹자가 된다. (엄훈.2012).29
이들은 그저 학교에 와준다.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이들은 대체로 교육, 교사와 무관하게 지내고 있으며 교사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든 수업이 필요 없는 일명 ‘공부하는 애들’에게도 많은 수업들이 무의미하기는 마찬가지다. 공부하는 애들에게서도 입시전략 밖의 교과들은 붕괴가 나타난다. 한 이과학생에게 수학(교사)은 5000원, 국어는 500원 사회300원 국사나 컴퓨터는 과감히 버리는 과목이다. 이들에게도 교사란 별 가치 없는 존재이다.
- 학교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꿈, 진로 찾기’가 사회적 열풍이 된 최근 몇 년 동안 학생들은 과거보다 불안에서 벗어나서 자신감 있는 삶을 살게 되었을까?
통계청 자살률 통계를 최고 수치만으로 거칠게 정리하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고등학생에게 진학진로 문제로 스트레스로 주어 자살’하게 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통계청 자료(사망원인 통계,2012)를 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2년 인구 10만명당 28.1명으로 1983년 8.7명에 비해 오히려 3배 이상 증가해서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10년째 지키고 있다. 게다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청소년 자살생각의 원인 1위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엇일까? 중학생의 경우는 ‘가족, 친구문제’가 조금 더 많지만, 고등학생의 경우 스트레스 원인 1위는 ‘학업진로문제’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는 청소년 보다 더 많이 생활스트레스로 인한 자살행동이 일어난다는 (Hirch & Eills. 1996)연구 결과도 있다. 학교가 학생을 죽이고 있으므로 교육부는 학생을 죽지 않게 하려고 각종‘검사’를 실시하고 관리하려 한다.
최근의 학교상담은 푸코가 말한 사목권력적 성격을 보여준다. 학생의 정서를 파악하고 관리하려 한다. 사목권력은 무리에게 행사되는 권력이면서 동시에 하나씩 보살피며 개인화 하는 권력이다. 권력을 통해 학생들을 ‘살게’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근대의 권력은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는 것(푸코 1998:279)이라 말했다. 그에 비해 교육현장은 “죽지 않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107
- 교사는 왜 침묵하는가?
최근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왕따가 문제가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진학률 100%, 취업보장시대는 지났다. 대학은 점점 쓸모없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갈 의지도 없고, 성적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왜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옆에 있는 약자에게 폭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교실이 아수라장이 되는 동안 교무실은 왜 침묵하게 되었을까.
일단 교사는 바쁘다, 교사의 일과시간은 수업과 수업사이에 다른 업무, 그리고 학생들과의 조각난 상담, 진지할 수 없는 학생관리 등으로 가득하다. 일과시간 내내 바쁨이라는 압축적 시간경험(조주은,2013)을 한다. 바쁨은 노동하는 시간이 조각조각 파편화 되어있다는데 기인한다.
분주함에 가깝다. 진지한 상담이나 교수방법연구, 수업계획 등 ‘진짜교사의 일’은 근무시간이 끝나야 할 수 있다. 학생 개인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분절되어 있다. 토막토막 만나야 하고 학생얼굴이 아닌 모니터를 보고 있어야 한다. 업무가 만남을 단절시키는 상황, 교육이 절대로 이루어 질수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교무실에서는 교육에 대한 토론이 사라진지 오래다. 일만 한다.
왜일까? 두 번째로 저자는 요즘 교사들은 과거의 교사와 의식과 문화가 다른 새로운 사회 즉 ‘성과사회’(한병철.2012:44)의 일원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교사들이 자신의 교육관이나 철학을 드러내면 그렇지 않은 교사들은 그것을 자신에 대한 판단이나, 지적, 공격으로 여겨 무례함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래서 교사들의 교육은 개인적 일이 되고 만다.
월등한 성적의 중산층만이 교사가 된다. 성과사회의 주체는 착취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착취하는 존재라는 말은 정확히 교사에게 적용된다. 규율을 내면화하고 규율에 단련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복종적 존재보다 더 생산적이다.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 사람이 교사이다. 이런 교사들이 동료에게 말문을 닫고 자신을 단속하며 고립한다. 231
학교에 성장대신 무기력만 남게 된 또 하나의 원인은 ‘성과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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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김윤정 (2012). 제8차 청소년정신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건강행태『질병관리본부-보고서』65-84
엄기호.2013. 『교사도학교가 두렵다』. 서울: 따비.38-107
바우만,지그문트.2009.『유동하는 공포』,함규진 역. 서울. 산책자
한병철,2012.『피로사회』,김태환 역. 서울. 문학과 지성사
요즘 둘레길을 자주 다니게 됩니다.
다니다보면 그 귀하디귀한 마스크가 제법
떨어져 있습니다. ^^
감히 줏어오지는 못합니다.
의미있는 책을 읽으셨군요.
이 책이 나온지도 7년이 지났네요. 그 사이 교육환경은 또 바뀌었겠지요.
자는 아이들을 일으키려고 특성화계열을 띄웠다가 지금은 또 시들해졌어요. 학생들을 상대로한 교육 실험은 그만 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한가지 더, 한국사는 필수과목이 되어서 반드시 이수해야합니다.
문득 든 생각이 긴 시간 학교를 안간 학생들은 학교가 그리운 곳을까 궁금합니다. 아이들보다 부모님들이 더 그리워할까요? ㅎㅎ
교사도 학생도 달갑지 않은 학교...그럼에도
존재해야 할까요?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