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in #kr-book6 years ago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책의 두번째 장을 읽으면서 전에 읽고 정리해놓았던 ‘숨결과 바람될 때’ 책이 떠올라 약 9개월 전의 글을 다시 찾아 읽었다.

'숨결과 바람될 때'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 온 죽음을 마주한 작가가 남은 삶에서 무엇을 택하고 남은 날을 어떻게 보내냐에 대해 다루고,

반대로 유시민의 책에서 다루는 죽음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막연한 죽음을 생각하며 우리가 어떻게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고 잘 죽을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잘 죽는 다는 것.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죽는 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이를 위한 삶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잘 죽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울림을 주었던 책의 구절과 제 나름의 마구잡이 정리를 공유합니다.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걸로 살아볼 일이지!”
그러나 자살을 용기로만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삶도 용기만 있다고 해서 마냥 잘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사는 데도 죽는 데도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
삶의 그리고 죽음의 의미에 대한 확신이다.
그것이 없으면 삶도 죽음도 주체적 선택일 수 없다.
삶은 습관이고 죽음은 패배일 뿐이다.

세상도 인생도 다 굴곡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우리 모두는 우울증을 부르는 사회적 개인적 생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들 각자는 사회적인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생활 사건이 주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사회가 내 인생을 책임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나도 정답은 모른다. 그저 내 나름의 답을 가지고 살 뿐이다.



내 삶에 대한 평가는 살아 있는 동안만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먼 훗날, 또는 긴 역사 속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내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이 옳다.
그러니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말자.
내 스스로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꼭 그 만큼만 내 죽음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산다

#죽음의 의미

죽음이란 무엇일까. 생물학적으로는 세포의 소멸, 철학적으로는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지성적 자아의 소멸을 의미한다.
우리는 타인의 죽음에 대해 많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붕어, 서거, 타계, 별세, 순교, 순직, 의문사, 변사, 객사, 개죽음. 돌아가셨다, 떠나셨다, 하늘나라로 가셨다 등.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죽음은 그렇지 못하다.

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잊혀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이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엇을 할 때 살아 있음을 황홀하게 느끼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인가?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없는 것이다.

지금은 살아남는 것,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죽음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이 되었고 무작정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차분히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존엄한 삶을 추구하는 것과 함께 존엄한 죽음을 준비해야 마땅한 세상이다.

삶과 죽음은 다르지만 둘 다 존엄할 수 있다. 사람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치료를 거부하고 곡기를 끊어 스스로 삶을 마감한 ‘김 교수’의 죽음,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연구와 집필을 그치지 않는 호킹 박사의 삶, 이 둘 모두 존엄하다.
그 선택의 기초가 바로 당사자의 자유의지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죽는다면, 아마 암과 같은 병에 걸려 아파서 죽게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당연히 아프기는 싫지만 사람은 대부분 아파서 죽는다. 실제로 내가 아팠을 때, 나는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고민했다. 낯설지만, 언제 어디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게 죽음이다.

최근 여러 대화를 떠올려본다. 남편은 일본 교토의 작은 주택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어렸을 때 요절한 천재가 많다는 걸 알게된 내 친구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만한 멋진 락 음악을 남기고 간지나게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다행히 아직 잘 살아있다.)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며 직접 죽음의 시기를 선택하고 싶다는 친구도 있다. 실제로 최근에 크게 앓으셨던 우리 할아버지는 아무 것도 뜻대로 할 수 없었던 그 순간이 너무 고통스러워 가족들 몰래 스위스행 비행기표를 알아보셨다. 다행히 잘 회복하셨다.

내가 어떻게 죽을 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우린 분명 갖고 있지만, 실제로 뜻대로 되긴 어려울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죽음을 가까이 느꼈던 아팠던 지난 어느 날 이후,나는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삶을 택했다. 하고싶은 걸 하고 사려 노력하다 꽤나 진한 사랑을 하고 결혼을 앞두었던 그 때 나는 '이제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물론 가정을 꾸리고 지킬 게 많아지니 다시 죽음이 두려워지고 있지만;

유시민 작가의 말 처럼 '존엄한 죽음'의 기준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남들이 아무리 존엄하다 말해도 내가 개죽음이라 생각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마찬가지로 남들이 아무리 허무하다 해도 내가 후회없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면 그건 존엄한 죽음이다.

아직은 낯설고 먼 단어지만, 훗날 나의 삶과 역사를 돌아볼 때 '존엄'과 '행복'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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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1 : 청혼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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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1 왜 자살하지 않는가 -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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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죽기전까지 항상 고민해나가야할 문제 인거 같아요..

포스팅 너무 예쁩니다 ㅎㅎ
어떻게 잘 살지 어떻게 잘 죽을지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삶의 의미를 더 깊게 생각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삶과 죽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어입니다.

존엄한 죽음이나 마음의 준비가 된 죽음과는 달리, 최근 뉴스에 나오는 마음 아픈 죽음에 대한 소식들은, 예상치 못한 사고라 더더욱 마음이 아프네요. 뜻밖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 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것...당연시 생각될수도 있겠지만 무탈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좋은 삶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씬농님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아직은 회피하고 있는 단어가 죽음 이네요.
하지만 꼭 생각은 해 봐야될 거 같아요.
내가 가치있게 평가하는 만큼 죽음도 의미를 가지는데 매우 공감해요 ^^

"훗날 나의 삶과 역사를 돌아볼 때 '존엄'과 '행복'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항상 저는 선택을 함에 있어서 앞에 신농님이 적어놓은 문구를 생각해요. 그럼 명확하게 결론이 나더라구요.ㅎㅎ
인생 한번 사는데 행복하게 살기에도 시간이 너무 모자라니 말이죠~

한 번 읽어볼게요~

모두다 한번쯤은 고민했던 단어들이죠
하지만..
아직은 죽음에 대해서 미리 준비 해놓고 싶지 않습니다
암튼 복잡한것도 싫어질때가
바로 난해한 문제를 풀려고 할때죠 ㅎㅎㅎ
불금..즐겁게 보내세요..
많이 생각 하지 마시구요 ^^*ㅋ

죽음의 존엄.....죽음이란 그냥 무섭게 느껴집니다.ㅡㅡ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지를 선택 할 수 있다면 과연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저 스스로에 대해 고민해 볼만한 문제인것 같습니다.
그 답이야 말로 내 삶의 목표가 될 수도 있겠지요.

삶이나 죽음이나 어찌보면 동질한 무게의 짐이 아닐까 봅니다. 죽음 이후에는 우리가 이처럼 글을 남기거나 생각을 전달할 수 없기에 현재 삶에서의 죽음에 대한 추상적인 생각이나 상상이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현 삶에서 행복했고 잘 살다간다라는 말을 남길수 있게 살고싶습니다~

신농님, 저도 늘 오늘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고 싶어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사람이 되고싶지 않은데...현실이 녹록치 않네요ㅎ 그렇게 살다가 문득 어떤 날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늘은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네요..!ㅎㅎ

경아님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가요 ㅎ.ㅎ!!

콜이용 😆😆😆

현직 의사인 아툴 가완디의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보면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평균적인 모습 -존엄과는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죽어가는 병원 시스템- 을 직면하게 되는데요. 그럴때마다 저도 혹시 암이라도 걸리면 스위스로 날아가야겠다 - 라는 생각을 합니다.

죽음하나만으로도 눈물날거 같아요 신뇽님ㅜㅜ

으앗 울지마세요 우부님 ㅠㅠ ㅎㅎㅎㅎ

예전 중2병일때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죠 ㅜ
늘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금요일되세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픔에 괴로워하지 않는 죽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산다는 의미...
죽음의 의미...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여러 생각이 드네요.

팔로우 하고 갈게요 :)

죽음에 대해 달리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유시민작가님의 말씀처럼 내가 만족한 삶 후회없는 죽음을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할거 같아요.

유시민은 방송에 나와서 작가로서 하는 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닿더라구요~ 책을 읽으면 더 벅찰것 같으네요 ^^

유시민의 "어떻게 살것인가",, 아주 재밌는 책,

유시민 작가님 하시던 방송도 그만두셨으니 또 새로운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 적 많아요.
절대 병들어서 죽기는 싫어요. 뭔가 의로운 일을 하다가 죽고 싶네요.

역시 롱다리님 👍

시작과 끝. 무엇을 하든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니 항상 '시작과 끝'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유의지'라는 단어는 참 매력적으로 보입니다만 처절한 사투를 포함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화려하지는 않아도 남의 시선 생각치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계속 추구하는 사람이 현실적으로나 명예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것이 가장 큰 행복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살것인가 못지 않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는것 같아요...

신농님~ 알 이즈 웰~!
즐건 주말보내세요:]

저도 요즘 유시민씨의 책, 청춘의 독서를 읽고 있어요.
책 소개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재미있어서 빠져들곤 합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신농님의 북 리뷰 반가워요-

'주체적이지 않다면 삶은 습관이고 죽음은 패배일 뿐이다'라는 얘기가 심장을 때리네요. 요즘 습관처럼 살아가고 있었는데, 무엇이 날 행복하게 만드는지 적극적으로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신농님 글은 크으으으 bbbbb

어떻게 살다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가끔씩 진지하게 찾아오는 질문인데 늘 바람은 고통없이 꿈꾸듯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거겠죠. 아직 덜 행복한 나는 죽으려면 먼 듯합니다.ㅎㅎㅎ

가끔씩 혼자 걸어가다보면 나의 죽음에대해서 고민을 했던 적이 많은데요. 죽음의 의미를 생각할 필요가 없더라구요. 이것도 걱정이고 스트레스이니까요. 그냥 물흐드듯이 살다가 가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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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끝없는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더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알차고 재미있게 살다가 마감했으면 좋겠어요.

죽음은 막연하게 느껴지고 그 순간이 두려울 것 같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그렇기에 더 오늘을 잘 살아내야하는 것 같아요. 담담하면서도 깊은 신농님의 글 잘읽었어요 :)

제가좋아하는 유작가의 책이네요
읽은 지 오래되서 시간내서 유작가님 책 정주행 해야 겠습니다

아직 죽음을 생각해보기에는 이른 나이라는 핑계로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는데요. xinnong 님의 북스팀을 읽고나서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해요!

스스로에 집중하려 노력하는 요즘입니다.

어제 한 정치인의 죽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신농님 :)
죽음에 대해 가끔씩 생각하는데 살아있을때 적어도 떳떳할만한게 한구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요즘 나른하게 있는 요즘 나태한 제 자신이 보이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