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자녀들은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받길 원한다. 높은 등급의 성적을 받아야, 이른바 좋은 대학교 간판을 달 수 있다. 대학교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은 "선발"을 위한 것이다. 그것은 "경쟁"인 것이다. 경쟁은 나쁜 것인가? 경쟁이 싫다면, 경쟁을 하지 않으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다른 분야에 전문성을 개발하면 된다. 하지만 부모들과 아이들은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한다.
자신의 적성이 "공부"가 아님을, 자신의 행복한 미래는 "공무원"이 아님을 알면서도, 남들이 가는 무난한 길을 그저 따라간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나의 적성이나 흥미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치"가 중요하다. 그러면서 공부하는 자신도 은연중에 합격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무원 공부에 자신의 시간을 베팅하며.. 빠져나오기 힘든 모래 지옥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이 많다.
공부는 천금 같은 내 시간을 베팅하는 도박이란 사실,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사실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면, 일단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해야 한다. 영어 학원에 가보라. 원어민 프리토킹을 통해, 수준별로 등급을 정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클래스에 들어간다. 하지만 학교에선 그렇지 않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고, 우리 아이가 수준에 맞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C반에 들어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조금 뒤처진 것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다. 그럼 수준별 수업을 위해 누가 C반에 들어가야만 하는가?
중학교만 되어도, 영어와 수학 시간에 교육과정 수준을 50% 이상 따라가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그래도 간다. 공교육은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수준과 진도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개인의 몫이다.
수학이나 영어를 빵점을 받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유급이 없다. 내가 이해하기에 어려운 수준이라도, 혹은 나의 수준에는 너무나 쉬운 내용이라도, 그냥 수업시간에 조용히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 분위기에 동조하면 된다.
그러고는 "학교가 교육이 어떻다... 그렇게 가르치면 안 되지.... 아이들을 수준에 맞게 가르쳐야지.. 그러니까 학원에 보내는 거다... 과외가 아니면 안 된다... " 여러 말이 나온다.
모든 학습 결과의 온전한 책임은 바로 학습자에게 있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그 아무리 좋은 선생, 뛰어난 과외 선생님이 붙어도... 본인이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마신다. 간절함 없는 학습자, 흥미가 없는 학습자는, 절대 진짜 공부를 할 수 없다.
지금의 인문학적 시험, 언어적 시험은 인지력과 노력의 합산물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공부 머리"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유전적으로 뛰어난 "공부 머리"가 있는 친구들이 있다. 다만 노력으로 어느 정도 뇌 근육을 발달시키며 극복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폭이 얼마나 클까? 몇 % 학생들이 과연 공부에 올인하며, 노력을 통해 극복을 할까?
학생들에게는 흥미와 방향을 제시하고, 공부 자극을 주고, 효과적인 뇌기반 학습을 알려주고, 어떻게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된다.
모든 학생들이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너무 많은 시간적, 금전적인 "소모 경쟁"이 일어나고 있진 않을까?
공부는 솔직해야 한다. 솔직히 나와 나의 적성과 마주 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 적성이 보인다. 그래야 내가 잘 할 수 있고, 인정받으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을 발견할 수 있다. 주변에서 아무리 공무원이 최고네.. 대학 간판이 최고네 말을 해도, 온전히 본인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나는 "공부 머리"가 있는 사람인가? 나는 합격할 만큼 간절히 노력할 수 있을까?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내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지금은 제가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데요. 예전에 한국에서 삶을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행복한 삶이 아니라. 남들이 봤을때 행복한 삶을 살았던것같아요. 성공한 인생이 공식처럼 정해져있어서 그걸 맹목적으로 따라가려고 했었던것같아요.
동감합니다. 저의 자녀들은 어떻게 키워야 할 지 고민스럽네요.
무난한 길, 안정된 공간-그 안에서 벗어나는걸 두려워들 하죠. 티쳐님이 무한 세계의 통로를 열어주세요. 도울게요.
예, 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말랑말랑 연극대본> 이란 책을 쓰기도 했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 대한 진짜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같네요.... 안정된 공간을 벗어나길 두려워 한다는 말씀 공감됩니다. 학생들은 SNS를 하면서 더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가 봅니다.
존재의 불안---그래서 소통을 통해 큰 하나가 되어 안정하려 sns를 하지만 깊은 소통이 어려우니 외로움도 두려움도 해소되진 않죠. 이곳-스팀잇-아직 초창기인 생태계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봅니다. 티쳐님같은 분들이 정말 소중해요.
동의합니다~~!! 그런데 나의 적성을 살리는 교육을 학교에서 실현하기가 쉽지 않죠... 정말 시간과 돈,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변화가 필요할 듯 합니다.
저는 사교육만 과대 과장광고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씁쓸하게도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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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서 제 딸에게 공부 안시켜요. ㅎㅎ 하고 싶은거 뭐냐고 했더니 가수가 꿈이랍니다. 주말마다 데리고 노래방가요. ^^
@abcteacher님의 글들은 읽고나서 잠시 생각을 하게 되는 글들이 많습니다.ㅎ 정말 한국의 학생들이 자신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도 4학년까지 보내고, '자기 소개서'를 쓰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그제서야, 아.. 내가 나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달려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물론 그전에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확실히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의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공부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리스팀 좀 해주세요 T_T 고민 많이 한 글들이 많이 묻히네요 ㅠㅠ 크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