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비 @armdown 철학자입니다. (armdown은 ‘아름다운’이라고 읽어주세요.) 이번 포스팅은 연재물의 시작입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인공지능의 논리적, 수학적 개념이 처음 제시된 것은 앨런 튜링의 1950년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논문은 아직 한국어로 된 쓸 만한 번역이 없습니다. 조사한 바로는 발췌된 형태로 번역이 출판된 것이 있으며, 인터넷에서 2종의 서로 다른 번역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기존의 번역들이 흡족하지 않아서, 새로운 번역을 제공하려 합니다. 저는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2017)의 1장에서 논문의 내용을 충분히 분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 책의 부록으로 수록할까 하다가, 책이 너무 두꺼워질까봐 그만두었는데, 새 학기도 시작하고 학생들에게 읽힐 겸해서 완역해 보려 합니다.
인공지능의 기초가 어떻게 마련되었는지 궁금한 독자들도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번역자나 독자나 모두 부담되는 일일 것 같아서, 나누어 순차적으로 포스팅합니다. 원문이 28쪽 정도 되는데, 한 번에 두세 쪽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주제들을 포스팅하는 것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쪼개서 올리지만, 연재가 끝나고 나면 주석을 붙여 하나의 포스팅에 정리할 생각입니다. 연재 중에 오류, 제안, 의견, 질문 등을 댓글로 자유롭게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리스팀, 보팅, 팔로는 사랑입니다.)
출전: A. M. Turing (1950),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 in Mind. A Quarterly Review of Psychology and Philosophy Vol. 49, No. 236, pp. 433-460.
참조: B. Jack Copeland (ed.), The Essential Turing. Seminal Writings in Computing, Logic, Philosophy, Artificial Intelligence, and Artificial Life, plus The Secrets of Enigma, “CLAREND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4, pp. 433-464.
계산 기계와 지능 (번역 연재 1회)
앨런 튜링
1. 흉내 게임
나는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고찰하자고 제안한다. 이 일은 ‘기계’와 ‘생각하다’라는 용어들의 의미를 정의하는 데서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그 정의들은 낱말들의 정상적인 용법을 가능한 한 많이 반영하도록 짜일 수도 있겠으나, 이런 태도는 위험하다. ‘기계’와 ‘생각하다’라는 낱말들의 의미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방식들을 조사함으로써 발견될 수 있다고 한다면,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의 의미와 그에 대한 답은 갤럽 여론조사 같은 통계적 조사를 통해 추구될 수 있다는 결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건 부조리하다. 나는 그런 정의를 시도하는 대신 그 물음을 다른 물음으로 대체할 텐데, 그것은 원래 물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비교적 애매하지 않은 낱말들로 표현되어 있다.
새로운 형식의 문제는 우리가 ‘흉내 게임’이라고 부르는 게임의 관점에서 기술될 수 있다. 이 게임은 세 사람이, 즉 한 남자(A), 한 여자(B), 그리고 남녀 아무나 다 가능한 심문자interrogator(C)가 한다. 심문자는 다른 두 사람과 떨어져 있는 방에 머문다. 심문자에게 게임의 목적은 다른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남자이고 어느 쪽이 여자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심문자는 두 사람을 X와 Y라는 표시로 알고 있으며, 게임의 끝에서 ‘X는 A이고 Y는 B이다’나 ‘X는 B이고 Y는 A이다’라고 말한다. 심문자는 A와 B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허용된다:
C: 나한테 당신 머리카락 길이를 말해줄래요?
이제 X가 실제 A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A는 답해야만 한다. 게임에서 A의 목적은 C가 오인wrong identification하도록 노력해서 유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답은 이럴 것이다.
‘나는 싱글 컷을 했고, 가장 긴 머리카락 가닥은 23센티미터 정도입니다.
음성의 톤이 심문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도록 답변은 글로 쓰여야 하며, 타자기로 쓴다면 훨씬 더 낫다. 이상적인 배치는 두 방 사이에서 원격 프린터로 소통하는 것이리라. 대안으로는 물음과 답변이 중개인을 통해 되풀이될 수도 있다. 제3의 참가자(B)에게 게임의 목적은 심문자를 돕는 것이다. 그녀의 최선의 전략은 아마도 진실한 답을 내놓는 것이리라. 그녀는 답변에 ‘나는 여자예요, 저 남자 말을 듣지 마세요!’라는 식의 말을 덧붙일 수도 있으나, 남자도 유사한 언급을 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하는 게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이 게임에서 기계가 A의 역할을 맡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심문자는 게임이 이와 같이 행해질 때에도 게임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행해질 때와 같은 빈도로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이 물음들은 우리의 원래 물음인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를 대신한다.
2. 새 문제에 대한 비판
‘이런 새 형식의 물음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를 물을 수도 있지만, 더불어 ‘이 새 물음이 탐구할 가치가 있는 걸까?’라고 물을 수도 있으리라. 우리는 둘째 물음을 지체 없이 탐구하고, 그럼으로써 무한 퇴행을 끝낼 것이다.
(계속)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기대됩니다. 보팅하고 리스팀합니다. 다만 천천히 하셔도 될 듯 삽니다. 너무 바쁘시기도 하지만 또 한가지는 스팀잇에 제가 팔로우한 분들 글 따라가기도 사실 너무 벅차기도 해서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름의 속도에 맞추겠습니다.
많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_ _)
열심히 꾸준히 작업하겠습니다.
굉장히 유익할 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오 번역이라니요 기대됩니다! 리스팀 보팅 하구 도망갑니다:)
저도 열심히 배워가고 있습니다.
꾸준히 열독하겠습니다. 언제나 좋은 지식을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암다운이 뭔지 의문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알게되었네요 ㅎㅎ
ㅎㅎ
이름만 들어봤던 튜링의 논문을 이렇게 편히 읽어 보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 하고 있으니 글 올라 올때 마다 보러 올께요.
아직도 완역된 출간본이 없다는 게 좀 너무해서 직접 나섰습니다.
튜링 논문 번역이라니 반갑습니다 ^^ 저는 공학을 전공했고 딥러닝, 컴퓨터비전, 계산신경과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열심히 정확하게 옮겨보겠습니다.
큰 보팅 주셔서 고맙고요(^__^), 팔로하면서 배우겠습니다.
이 실험은 조금 허무한거 같아요 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요.
마치 유시민 작가가 암호화폐를 현 기술의 비트코인만 보고 암호화폐라고 정의내리고 암호화폐를 폐지시키려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 실험을 벌이고 있는 이 순간에도 기계는 진화를 하고 있는데 말이죠.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의 명제를 갖는 것보다는 '생각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든 것 같다' 고 생각이 되는데, '지금 수준에서 어느 정도까지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라면 실험에 의의가 있을것 같아요.
'생각한다'는 말의 뜻을 정의하는 일이 어렵지요. 튜링은 그 문제에 답하려 했던 것이고요.
그러니까요. 생각은 3개월 된 아기도 생각을 하고 세살된 아이도 생각을 하는데...
뇌 과학이 어마어마한 발전을 하고 있고 매일매일 새로이 발견되는 산업분야라 시간의 문제이고 인류의 의지의 문제이지 불가능과 가능의 문제는 이제 아닌것 같아요.
큰 일을 하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격려 고맙습니다.
저도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고찰하자고 제안한다.
논문 도입부터 압도당하는 기분, 이런 질문에서 연구가 시작되는 것이군요.
튜링이 그래서 천재입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걸 막 생각하고, 그것도 심오하게 잘 해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 나면 정독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