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名)의 가치

in #kr7 years ago

#1
나는 무명이다. 내 이름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지만, 남에게 내세울 도구로써의 이름은 가지고 있지 않다. 가령, 지위나 계급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그 것들을 못 가지기도 하였고 안 가지기도 하였다. 이제 와서 나를 소개하는 일이 새삼 어렵다. 보통은 직업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듯 한데, 나는 직업이 없다. 내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이는 없지만 많은 이는 나를 백수로 여기고 있다. 직업이 없는 자의 이름이 그 것이라면 나는 백수다. 혹시, 먹고 살기 위한 돈을 버는 일이 직업이라면 내 직업은 아들이다. 부모님이 주시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으니..

나는 내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노력한 적이 없다. 요즘은 뛰어난 재능과 좋은 직업 이외에도 자신을 알리려는 노력 그 자체로 해당 목적을 달성하는 사례를 왕왕 본다. 나는 지위나 계급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듯이, 내 자신을 알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고 감사한 분들과 소통할 뿐이다. 나를 알리는 행위는 스팀잇 활동의 수단도 목적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내 글로 나를 표현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작가인가? 아니, 나는 무명이다.

#2
누군가의 본질을 알아감에 있어, 그 이가 가진 다양한 이름을 인식하는 것은 어떤 도움을 줄까? '경우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만능 답안을 알고 있지만 나는 '전혀 도움을 못 준다'고 결론 내렸다. 나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위에서 백수라고 밝혔다. 당신들에게 백수란 어떤 존재인가? 아마도 취업에 실패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나는 아니다. 나는 취업을 원한 적도 그 것에 도전한 적도 없다. 그 것에 도전도 못 할 정도로 망가진 출발선에 있던 것도 아니다. 그러면 나는 백수이면서 이미 당신이 알고 있는 백수와는 다른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무명이다.

스팀잇은 나같은 무명에게 너무나 관대한 곳이다. 내 글을 감상하는 일에 있어 아무도 내 지위와 계급을 요구 하지 않는다. 글에 담긴 내용만으로 담화가 이루어진다. 나에 대한 공개는 순전히 내 의지에 따른 것일뿐, 누구의 강요나 침범이 없으며 그 영역을 기준 삼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무명이기에 스팀잇을 더 좋아할 수 있다. 반면, 내세울 이름이 있기에 스팀잇이 미운 사람들도 보인다. 그들은 글 자체에 앞서 스스로 이름을 내보이고 싶어한다. 그 이름이 글의 가치를 더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의외로 이 곳에서는 그 행위가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몇몇 분들의 분노가 심해 보인다.

#3
이름을 얻기 위해서 기울인 노력 그 자체로 부귀영화를 누리시려는 분들이 많다. 그 피나는 노력이 억울해서라도, 이름을 얻은 것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음에도, 그 것을 사골 국물처럼 우리고 우리고 울궈서 급기야는 본인의 인생 경로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자신의 성공스토리가 되고 그 스토리의 탄생을 더 큰 성공불로소득의 발판으로 만든다.

나는 얻은 이름이 없다. 누구의 눈에 나는 32살 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 실패자이고 내 기준에 나는 꿈이 소멸하지 않은 자유인이다. 부모님의 눈에는 걱정되는 아들내미.. 나는 스팀잇때문에 인생이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것은 보팅을 더 얻어내기 위한 감성팔이가 아니었으며 무려 사실이었다.

처음으로 매일 매일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었고
내 노력을 평가받는 일의 보람을 알았으며
모든 일에 대해 '그 자체로 목적 삼을 수 없음에' 실망하고 집중하지 않던 내가
이 일에는 몰입하게 되었다.

#4
나는 지금 너무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다. 지금 받은 것이 크기 때문에 얼마 후에는 내가 받는 것이 적어짐으로 인해 실망하거나 자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시기를 버텨 내기 위한 준비도 이미 시작하였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무명이기에 해낼 수 있다.

1일 1찬양, 기승전찬양, 스팀잇 광신도가 된 것 같아 글에서 불편함을 느끼실 분들에게 죄송하다. 저는 처음으로 좋아하는 공간이 생겨서 그래요. 저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나를 발굴(?)해 주신 귀인께 인사도 했다. 계속 마음 속에 감사했고,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 한 죄송함이 있었는데 기뻤다. 스팀잇의 엄마와 아빠와도 잘 지내고 있다. 실제 엄마 아빠처럼 엄마랑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아빠는 과묵하시다. 그외 친구들도 잘 지내는 듯 하다. 저만큼 부족하신 분은 없으시겠지만, 행여 아직 자신이 무명이라고 느끼는 분들이 스팀잇에서 많이 성장하시면 좋겠다. 그 것은 꼭 고래가 되어감을 의미하는 것만이 아니다. 스팀잇을 통해 스팀잇 밖에서의 성장도 충분히 도모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5
밀짚모자 해적단.PNG

이제 밀짚모자 해적단은 본대만 따져도 현상금이 15억이 넘는 거대 해적단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저 시절이 그립다. 저 당시의 밀짚모자 해적단과 지금의 그 것은 규모도 위상도 다르지만, 그들의 순수와 열정은 같다. 나도 혹시 지금의 나를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왔을 때, 무명에게 가치를 매겨준 스팀잇의 고마움을 잊지 않은 상태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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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강요하는이 없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

헤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재감은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드러낼 존재감도 없지만..) 요즘 자주 찾아뵙고 있습니다^^ 교류가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스팀잇은 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모든 생산활동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열 번 시도해서 한 번만 성공해도 그게 어딘가 합니다. :)

해주신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부족한 글 읽고 댓글까지 적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

1일 1찬양...ㅎㅎㅎ

윽 최소한 1주일은 자제 해야겠다. 많이 부끄럽군 ㅋㅋㅋㅋㅋㅋ

광신도라. .
열정적인. . 모습이네요. .
불같은 열정에 걱정하기도 했으나
그시기를 버텨내는 준비. . .
물같은 변함없이 무명으로 흩러가길
응원할게요👍

네, 다시 곤궁해질 시기가 온다면 야채님처럼 저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저에게 큰 힘일 것 같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

가든님 정말 엉덩이를 들썩이며 신나게 스팀잇에서 글을 쓰시고 있는 것 같아서 덩달아 신나네요. 들썩들썩.

네..얼핏 살펴보니 춤신춤왕이시라는.....저는 춤을 못 추는데..자주 찾아가서 노하우를 전수 받아야겠습니다!! 자주 교류해요~ ^^

결혼을 하고 나니까 누구아빠로 불리기 시작해서 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구요 ㅎㅎ 어떤 수식어가 붙는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나 공간이 있다는건 나란 사람이 살아있다는걸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가치 인것 같습니다.
스팀잇에서 그런 가치를 찾으셨다니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저도 뿌듯하고 기대가 됩니다 ^^

@supermaru님은 분명히 그런 가치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촉이 있거든요! 찾아가시는 길에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자주 들려 주시어 감사합니다 ^^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garden.park님의 글로 @garden.park님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요. 스팀잇으로 인해 명명되어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요:-)

네, 처음으로 가지게 되는 순수한(?)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흥분되고 두근두근 합니다. 좀 가라 앉히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주 들려주시고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래도 발톱 하나는 숨겨놓고 있으세요... 물가에 내놓은 아들같음 ㅎㅎ 그나저나... 나도 그냥 딸이라는 직업으로만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름따윈 제게 중요하지 않은... 여지껏 그 이름 하나 얻을려고 살아온거 같아요.

누님, 무슨 말씀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저도 좀 차분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아침에 했습니다ㅜㅜ 누님이 계셔서 스팀잇 활동이 더 큰 위로가 되고 의미가 깊습니다. 늘 물에 빠질까 염려해 주셔서 감사하고 계속 부탁 드립니다ㅋㅋㅋㅋ ^^

그냥 존재함 자체가 아름다움입니다. 누가 봐주거나 하지 않아도요. 그런데 누가 봐주면... 더 아름답게 변하죠. ^^*

헤헤,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말씀때문에 웃음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

응원하고요!!!
앞으로 중요한 건 지속이라고 봐요.
에너지를 얼마나 오래 뿜어낼 수 있는지...
글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스팀잇에 훌륭하게 데뷰했고요,
오래 가는 작가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생각의 가치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