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은 오늘의 포스팅은 '제주의 구황음식'을 차근차근 따라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강의가 '제주음식 스토리텔링'이니만큼 선생님께서는 요리를 하시는 내내에도 재미있는 스토리를 많이 이야기해 주신다.
우리 선생님이 남자 선생님이시지만 얼마나 수다쟁이시냐면, 아주머니들을 대상으로 요리 수업을 오래 하시다보니 점점 정체성이 혼란스러우시단다.ㅋ
난 선생님이 수다쟁이여서 참 좋다.
오늘 요리를 위해 준비한 재료들 - 우리가 보통 요리할 때 준비하는 재료와 좀 다르다.
좀더 자세히 보면, 왼쪽부터 메밀, 차조, 보리이다. 주로 제주사람들이 쌀 대신 먹던 곡식들이다.
감저범벅
아직도 여전히 헷갈린다. 감저범벅은 고구마범벅이다. ㅋ
재료 : 고구마 2개, 메밀가루 2컵, 소금 약간, 물
일. 고구마를 크게 썰어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삶는다.
이. 고구마가 거의 익었을 때 메밀가루를 넣는다.
메밀가루를 넣고 몇번 저어주다가 불을 끄고 메밀가루가 잘 부착되게 저어주며 범벅을 만든다.
제주 할망들이 하는 말에 이런 말이 있단다.
메밀은 품에 잠깐 안았다가 먹어도 된다.
즉 메밀은 열에 빨리 익기 때문에 오래 끓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깜 품에 안기만 해도 익는 게 메밀이라는 과장된 표현이다.
뭐, 선생님께서는 제주어로 구사해주셨지만, 그말은 나도 못 알아들었고, 해석해 주셔서 알았다.ㅋ
그러니 감저 범벅을 만들 때 메밀가루를 넣고 불에서 오래 익힐 필요가 없다.
어느 정도 고구마에 메밀가루가 붙으면 조리는 끝이다.
삶은 고구마의 열기로 곧 메밀은 익는다.
완성된 감저범벅이다.
삼. 고구마 외에도 놈삐(무), 호박, 톳, 깅이(작은 게) 등을 넣어 만들어 먹기도 한다.
빼때기죽
'빼때기'는 고구마를 편썰기 해서 말린 것이다.
고구마의 수분을 날려서 보관을 오래하여 두고두고 먹으려고 한 조치이다.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곰팡이가 슬었다.
요리할 때는 이 곰팡이를 솔로 박박 닦아주어야 한다.
재료 : 빼때기 500g , 팥 300g, 차조 200g, 물
일. 팥은 씻어서 물을 넣고 물러질 때까지 삶는다.
콩을 삶을 때에는 전날 물에 담궈두어 불려서 삶는다. 하지만 팥은 불리지 않는다.
이유는 팥은 물에 담궈두어도 불지 않기 때문이다.
단단한 겉껍질을 가지고 있는 팥은 절대로 물에 담가둔다고 불지 않는다고 한다.
이. 팥이 약간 물러지면 솔로 빡빡 씻은 빼때기를 넣고 같이 삶는다.
사진에 보면 아무리 박박 씻었어도 아직 곰팡이 자욱이 보인다. 구황음식이니 그래도 이렇게 해서 먹는다.ㅜㅜ
삼. 빼때기가 완전히 물러지면 차조를 넣고 끓인다.
차조는 아주 작은 곡물이다. 그래서 대부분 차조가 들어가는 밥이나 죽을 할 때에 차조는 가장 나중에 넣어주어도 잘 익는다.
빼때기가 물러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바닥에 늘러붙지 않게 가끔 저어주어야 한다.
완성된 빼때기죽이다.
모멀조베기
제주어로 '모멀'은 '메밀'이다. 그리고 '조베기'는 '수제비'를 뜻한다.
재료 : 메밀가루 1.5컵, 불린 미역 20g, 물 10컵, 굵은 소금 약간
일. 메밀가루에 소금을 약간 넣고 뜨거운 물로 묽은 반죽을 한다. 즉 익반죽을 해준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반죽의 농도가 아니다. 아주 묽은 반죽이어서 약간 풀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 냄비에 물이 끓으면 메밀반죽을 넣는데, 수저에 뜨거운 물을 묻히고 수저로 메밀반죽을 떠서 딱!하고 넣는다.
끓는 물에 수저를 넣었다가 그 수저로 메밀 반죽을 한 수저 뜬 다음에
냄비에 수저를 딱! 치면 한 수저만큼의 메밀 덩어리가 물에 퐁당 들어간다.
우리가 흔히 수제비를 해먹으면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쭉쭉 펴서 얇게 한입 크기로 떼어서 넣는데, 이건 수저로 떠서 넣는다.
아주 재미있는 조리 방법이다.ㅋ
혹시 모멀조베기(메밀수제비)집을 창업한다면 손님이 수저로 메밀을 떠넣어 먹을 수 있게 하는 아이템도 좋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아까도 말했지만, 메밀은 품에 잠깐 안았다가 먹어도 될 정도로 빨리 익기 때문에 이런 아이템도 재미있는 창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나 뭐라나.ㅋ
삼. 불린 미역을 넣고 한 소끔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한다.
여기서 미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육지에서 제일 유명한 미역은 완도 미역이다.
완도 미역은 질감이 단단하여 꼬들꼬들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완도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일 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물에 불렸다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붓고 오래 끓여야 미역국이 진국이 된다.
하지만 제주 미역은 다르다.
제주 미역은 질감이 아주 연하다고 한다.
그래서 미역국을 끓일 때 절대로 먼저 참기름에 달달 볶지 않는다. 그리고 물을 붓고 끓일 때도 한번 후루룩 끓여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오래 미역을 끓이면 조직이 거의 흩어져서 흐물흐물해져서 식감이 나빠진다고 한다.
제주 미역이 질감이 연한 것은 제주 인근 바다가 물살이 세서 나름 미역이 살아남기 위한 방식으로 파도에 몸을 실어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연하게 조직한다고 하니... 생태계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완성된 메밀수제비(모멀조베기)이다.
하루치 요리지만, 요리 과정도 신기하고 스토리도 많아 2부로 나누어서 상을 차려야 할 것 같다.
내일마저 상을 차리는 걸로~~^^
셋중에서 가장 먹고싶은건.. 모멀조베기! 제주 미역이 왜 연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았네요. 약간 매생이 같기도 하고? 지금은 메밀로 만든 모든 것을 먹고 싶은 밤이에요.....
매생이랑은 전혀 달라요.ㅋㅋ
매생이는 거의 머리카락처럼 가늘잖아요.
제주도 미역이 아무리 부드러워도 생김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역과 똑같이 생겼답니다^^
제주음식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어요 제주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는 느낌이에요.
네, 많은 육지 분들이 제주도에서의 삶을 꿈꾸지만, 실제 제주도 토박이 중에는 아직도 가난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아직은 그런 깊은 곳까지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만...
빼때기 죽은 제가 근무하는 남해에서도 지역토속 음식이라 일컫고 있지요. 힘든 시절 삶을 이어가기 위해 만든 음식이라 민초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는 형님이 자신은 어릴 때 빼때기 죽을 많이 먹었는데 지금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 수제비를 좋아하고 미역국도 좋아함에 메밀수제비에 참으로 침이 넘어갑니다. 다이어트 중이라 눈으로 맛있게 먹고 갑니다. ^^
부부가 같이 다이어트를 하시나봐요.
이런 제가 계속 음식 스토리텔링을 올리고 있어서 민폐를 끼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ㅜ
빼때기죽이 남해에도 있었나 보네요.
제주를 완전 정복하면 다른 도시로도 가볼까봐요.
향토 음식이 역사 공부에도 참 많이 도움이 되더라구요^^
남해에 설천이라는 지역에 고구마 빼때기가 유명하다고 그곳 출신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
입이 아니면 눈으로라도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뭐 그러다 먹고 싶은 충동에 몸부림도 치지만 어쩔 수 없죠. ^^;;;
민폐 아니니 올려주시고 눈으로라도 보겠습니다. ^^
역시 저는 빼때기죽이 맛날거 같습니다. ㅎ
음.. 진짜 그럴까요?
아주 거친 맛이었어요. 그나마 팥 때문에 단맛이 조금 가미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거친 맛이었답니다.
제가 팥을 좋아하기는 한데 거친 맛이라 과연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 ^^
고구마 한번 말려 보세요^^
요리의 스토리를 알고 만들면 느껴지는게 참 많을 거 같아요.
저에겐 모두 낮선 음식들이지만 한번 먹어보고싶네요ㅎㅎ
아마도 전통 음식의 남다른 매력인 거 같아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지거든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아주 쌩쌩맨이십니다.^^
모멀조베기....
맛이 어떨지 너무 궁금한데요????
마지막 완성된 사진 모습은 미역은 부들부들해서 술술 넘어갈거 같고~
수제비가 중간 중간 씹히는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ㅡ,.ㅡ
한미디로~ 먹어보고 싶어요 ㅜㅜ
보통은 수제비를 밀가루로 반죽을 하잖아요.
메밀로 한 수제비의 맛은 정말로 별미랍니다.
오늘 같은 날씨에 모멀조베기 먹고 싶네요~
요리 수업이 무척이나 흥미로운거 같아요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같아요~옛날 옛날에~^^
이야기 또 들으러 올께요~
네, 저도 수업 시간에 너무 재미있게 듣고 있어요.
무뚝뚝한 제주도 분들이 들려주지 못하는 이야기를, 우리 수다쟁이 선생님께서 너무 재미있게 풀어서 해주시거든요.^^
저는 모멀 조베기 곱배기요!
모멀 조베기는 곱배기로 먹어도 한시간 정도면 배가 푹 꺼지더라구요.ㅋㅋ
메밀의 맛도 특이하고, 제주 미역의 맛도 특이한 모멀 조베기는 제주 특식으로도 손색이 없네요^^
아하 이렇게 완성되었던 것이군요.
수저로 떠서 만드는 한 수저 메밀 덩어리 메밀수제비가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입에 한 가득 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요...
빼때기죽을 만들던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고구마를 집에서 말려서 직접 끓여먹곤 했었는데... 저는 어릴 때라 맛이없다고 안 먹었어요 하하. 저는 빼때기죽보다 그 고구마 말리다가 중간 쯤에 어중간하게 말랐을 때 쫀득쫀득하게 먹는 것이 맛있었답니다 ㅎㅎ
앗! 정말 어릴 때 빼때기죽을 드셔보셨군요??
킴쑤님 고향이 남해쪽이었나봐요.
재돌님도 빼때기죽에 대해 알고 계시던데..
빼때기죽의 맛을 기억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계시다니 부럽습니다.
음식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건 매우 좋은 일이더라구요.
제가 요즘 제주분들의 제주음식 유전자가 엄청 탐이 난답니다.ㅜㅜ
이걸 하루만에 다 만들긴 하는거죠.???
포스팅만 2부로 나눠서 해주시는거고..??
감저범벅은.. 고구마의 방언이 감저 인걸까요.?
이야기하며 배우는 음식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듯 싶네요
네, 하루가 뭐에요. 한 두시간이면 5, 6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답니다.^^
제주도 말로 고구마를 감저라고 해요. 대신 감자는 지슬이라고 하고요.
저도 아주 헷갈려서, 선생님이 감저 감저 할 때마다 속으로 '없는 감자를 왜 저렇게 찾으시나?'할 때가 많답니다. ㅋㅋ
결코 1-2시간 짜리 음식이 아닌 듯한데요..???
ㅠㅠ
아... 요리는 점점 저와는 안맞다는 확신이 생기네요 ㅋㅋㅋ
제주 방언.. 어렵수다~ ㅋㅋㅋ
제주 미역 질감이 더 부드럽군요
오늘 새로운 걸 알았네요 ^^
네, 그래서 제주 미역은 생미역으로 먹으면 아주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자주 오세요, 제가 새로운 것 많이 많이 알려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