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의 떡을 배우다.(이론편) - with 조수경선생님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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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래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해야할 듯하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요리 수업 중, 이만큼 질적으로 좋은 수업이 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번엔 떡 수업을 했다. 그것도 제주도의 떡 수업을 듣게 되었다.
물론 떡이름이 어렵다는 건 함정이다.^^

떡 수업은 조수경 선생님이 진행하셨다.
조수경 선생님은 육지에서 제주도로 시집와 제주음식에 인연을 갖게 되신 분이시다.
집안이 모두 제주 음식과 관련된 사람으로 그 선생님의 시어머니 되시는 분이 '제주음식 명인'으로 유명하시다고 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난 아직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고...ㅋ
그리고 그분의 남편은 우리에게 제주음식을 가르쳐주시는 양용진 선생님이시니...
제주음식에 대해서 그 집안은 내로라 하는 집안인 것이다.

오늘은 제주 떡에 대한 이론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곡물음식의 조리형태는 죽에서 떡, 그리고 밥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매일 먹는 밥보다 떡이 선배 격이다.

떡은 만드는 과정에 따라 네가지로 구분한다. 증기로 찌는 떡, 떡메로 치는 떡, 기름에 지지는 떡, 물에 삶는 떡..

다른 지방과 제주의 떡은 완연히 차이가 있다. 우선 다른 지방에서는 주로 쌀로 떡을 해 먹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제주도에는 벼농사 지역이 거의 없어서 쌀이 귀했다. 그러니 쌀로 떡을 해먹기는 쉽지 않았다. 주로 잡곡으로 떡을 해 먹었기 때문에 제주도 떡에는 찰지게 떡메로 쳐서 만드는 떡이 없다고 한다.

제주에서 전해지는 떡의 종류는 40여 종이 있다.
그걸 하나하나 다 알아보자면 너무 학문적인 것 같고, 그중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떡 몇가지만 오늘은 소개하기로 한다.

고달시리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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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떡의 이름을 육지말로 번역하자면, 닭벼슬 시루떡이다.ㅋ
고달이 '닭벼슬'을 의미하는 제주어이다. 흰쌀을 위에 얹은 것이 닭벼슬을 닮았다고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쌀이 귀한 제주도에서 좁쌀로 시루떡을 할 때 위에 쌀가루를 뿌려놓아, 얼핏 보면 쌀로 만든 시루떡처럼 보이게 한 것이라고 한다.
제삿상에 올리는 떡인데, 이렇게 해서 귀신에게 쌀떡을 한 것처럼 속였다고 한다.
가난했던 제주도 사람들의 귀여운 속심수이다.

월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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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이해하려면 '월병'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동그란 모양의 떡인데, 제주에 많은 메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떡이다.
이 떡은 메밀가루로 반죽을 하여 끓는 물에 삶아서 만드는 것으로 제주도에서 떡 만들 때 자주 하는 방식의 삶는 떡이다.
제삿상에 동그란 해를 상징하는 떡으로 놓인다고 한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솔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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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떡이름이 외국어 같다. 마치 이탈리아어 같기도 하고...
솔벤은 떡을 찔 때 솔잎을 깔고 찌었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벤'은 '편'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우리가 아는 절편을 제주어로는 '절벤'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 떡은 귀한 쌀로 만든 떡이다.
이 떡은 제삿상에서 달을 상징한다고 한다.

기름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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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떡은 찹쌀가루로 만드는 것으로 기름에 지지는 떡이다.
커다란 콜라병 뚜껑 같은 모양틀로 찍어내서 테두리가 별모양을 닮았다.
우리가 수업시간이 이 떡을 배웠는데, 장난 아니게 맛있다.
간단히 생각하면 시장에서 파는 호떡같은 맛이 난다.
이 떡은 제삿상에서 별을 상징한다고 한다.

위의 세가지 떡은 해, 달, 별을 상징하는 제삿상 대표(?) 떡이라고 할 수 있겠다.(제주 떡을 일도 모르는 내 의견이다^^)

송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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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펜은 육지어로 송편이다.
하지만 육지에서 만드는 송편과 모양이 다르다.
육지 송편은 반달 모양인데 반해 제주 송편은 보름달 모양이다. 그것도 약간 기운 보름달을 형상화 하기 위해 한쪽을 살짝 손으로 찝어서 모양을 낸다.
이런 걸 보면 제주 사람들은 삶이 가난하기는 했지만 멋도 아는 사람들 같다.
귀한 쌀로 송편의 피를 만들었기 때문에 옛부터 제주에서는 '송편은 피를 먹고, 만두는 소를 먹는다'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 온단다.
이래저래 쌀은 제주에서 대접받는 곡물이다.

개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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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개떡이다.^^
왜냐하면 제주도 사람들은 상여가 나갈 때 이 떡을 길에 버리면 혼백을 모셔가는 개가 이 떡을 먹는다고 했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니 말 그대로 개가 먹는 개떡이다. 물론 개가 안 먹고 사람이 먹는다^^
갑자기 사람이 죽어 급하게 떡을 하기 위해 메일가루나 밀가루로 떡을 해서 혼백상에 올렸다니 중요한 떡이다.

빙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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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떡은 제주도 전통 오일장에 가면 인기있는 메뉴이다.
제주시에 있는 전통 오일장에는 50년간 한자리에서 빙떡만 만들어 파신다는 제주 할망이 있다고 한다. 무척 유명하시다고...
빙떡은 메밀가루로 반죽을 하여 파르페처럼 철판에 얇게 반죽을 부치고, 삶은 무채를 싸서 먹는 것이다.
그 이름은 '떡병'자를 써서 빙떡이라는 유래도 있고, 빙빙 말아 먹는 떡이라고 해서 빙떡이라는 유래도 있다고 한다.
메밀에 있다는 독을 무가 완화시켜준다고 하니 옛날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깃든 떡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오메기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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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있는 떡이 바로 오메기떡이다.
오메기떡에도 유래가 있다.
우선 오메기는 검은좁쌀(우리가 흔히 밥에다 넣어 먹은 차조와는 다르다.)을 이르는 제주어이다. 하지만 오메기떡에는 이 좁쌀이 들어있지 않다. 좁쌀로 떡을 만들면 약간 흙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찹쌀가루에 쑥가루를 넣어 오메기의 맛을 조금 재현했다고 한다.
또다른 이야기는 오메기떡은 팥앙금을 잘 오므려 만드는 떡이라고 해서 오메기떡이라는 말도 있다.
무엇이 정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메기떡은 제주의 힛트 관광 상품임에는 분명하다.

제주의 떡은 제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요즘도 제주 며느리들은 제사 때가 되면 기름떡이며 빙떡을 전날 밤새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대가 좋아져서 왠만한 떡은 방앗간에서 기계로 거의 만들 수 있지만, 제주의 떡 중 몇몇은 아직도 기계로는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아마도 쌀로 떡을 하는 경우보다 잡곡으로 떡을 하는 경우가 많아 찰기가 없어서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다 보니 더 젊은 사람들은 점점 제사도 간소하게 하고 힘들게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떡은 살짝 생략해 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은 제주 떡을 누군가는 지켜야 할 것이다.

내가 배운 제주어 정리
고달 : 닭벼슬
오메기 : 좁쌀

오늘 떡사진은 전부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향토음식>이라는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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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 처음 보는 떡이네요.ㅇㅅㅇ;;;;
제가 떡을 원래 안좋아라 하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ㅎㅎ

아니에요. 제주도 떡이 유난히 낯선 떡이 많아서 그럴 거에요.
저도 떡을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데, 제주음식을 배우면서 제주도 먹거리에 대해서는 뭐든 호기심이 가고 있는 시기랍니다.^^

저 떡들 다 머코 싶퍼요~^^
웰빙떡들이라 입에서 막 달라네요.^^
택배 배달은 될려나,,,!?

@bbana님이 떡을 참 좋아하시는군요^^
제주 떡은 육지 떡처럼 입에서 살살 녹는 그런 떡은 아닌 거 같아요.
그나마 아직까지 남아서 그 맥을 이어가는 떡은 꽤 맛있는 떡이 많이 있지만요.
아무튼 떡이든 밥이든 반찬이든 제주도 사람들은 옛날부터 웰빙식으로 먹었다네요^^

떡종류가 진짜 엄청나군요 전 오메기떡만 있는줄알았는데.

제주떡으로 기록에 남아있는 게 40종류라는데, 대부분 오메기떡 하나만 알더라구요..
전 이번 기회에 대충 열개 정도는 배울 거 같아요~
모두 포스팅해볼테니 계속 관심 가져 주세요^^

떡이름도 이쁘고 다채로워요.
기름떡은 지금 먹고 싶어요 ㅠ..
송펜은 달펜같아요~

기름떡은 아는 제주 동생의 말에 따르면 “안 맛있을 수 없는 떡”이라네요 ㅋㅋ
송편이 보름달을 상징한 거니 달펜이 맞네요^^

빵과 떡은 경쟁자 관계가 아니던가요? ㅎㅎ 빵에 이어 떡까지 파시다니... 떡이 모양도 좋지만 이름도 너무 이쁘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빵이랑 떡 중 선택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ㅠㅠ
그냥 취미라면 둘다 해도 되겠지요?ㅋㅋ

떡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가 있어서 이름도 맛도 특별할거 같아요
제주에 이렇게 숨은 멋이 있다는걸 gghite 님 덕분에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제주에 사는 동안, 제주의 모든 숨어있는 멋을 찾아볼렵니다^^
파도파도 재밌는 제주네요~~

제가 아는건 며칠전 선물로 받아본 오메기떡~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빙떡~
그런데 그외에도 이렇게 많은줄 처음 알았습니다~~~ ㅡㅡ;

그러니까요. 오메기떡은 너무 유명해져서 제주에 오지 않고도 먹을 수 있네요~
빙떡도 드셔보셨어요?

예전에 제주도 놀러갔을때 먹어봐습니다 ^^
제가 떡을 잘 안먹는데~~ 이 떡은 맛있더라구요

저 많은 떡 중에 먹어본 떡이 1개도 없네요 ㅠㅠ
너무 아쉽습니다.

이런... 정말 한개도???
다음에 제주도 여행 오시면 꼭 드셔보세요~~~

처음보는 떡이 참 많습니다.
고달시리는 케잌같이 생겼고.. 월변 솔벤은 무 썰어놓은 것처럼 곱게 생겼습니다. 오메기떡이 제주떡의 전부인줄 알았는데 그게 그게 아니군요!

열심히 활동하시던 @gilma님을 제가 어제 처음 안 것과 같은 이치지요.
숨은 보석?ㅋㅋㅋ

저는 빵순이인데 그보다 떡순이가 한수 위예요. 사진만 봐도 좋네요.ㅎㅎ😍
가끔 오메기떡 선물 받는데 맛있지만 너무 달아요. (다 그런건 아닐거 같아요)^^
쌀이 귀한 제주 잊지 않을거 같아요^^

안에 든 팥앙금 때문일 거에요 너무 단 건.
진짜 오메기떡에 가까운 걸 파는 집이 있다더라구요.
언제 한번 저도 거길 가보려구요~
아마 그건 덜 달지 싶네요^^

육지에서 귀하게 생각 않던 쌀이라 제주분들과 이야기할 때 더 느껴져요~
우리도 사실 쌀을 귀히 여겨야 하는데 말이죠 ㅋ

고달시리떡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먹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맛이 없다에 한표 ㅋㅋ
좁쌀로 만든 떡은 정말 맛이 없다더라구요..
제가 그 떡을 먹어볼 기회가 생기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gghite님이 제주음식 명인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ㅎㅎ 그럴까요?
사실 땡기는 게 있긴 해요.
제주에 전통주가 다섯가지가 있는데.
그 술에 관한 명인은 오직 오메기술 한분밖에 없다네요...
아직 할망들 사이에서 전승은 되고 있다니 제주어 열심히 배워 할망한테 술배워 명인이 되어 볼까 하는..ㅋㅋ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채로운 떡을 보니 한입 먹어보고 싶은걸요^^
떡이 제사와 깊은 관계가있는걸 몰랐네요 좋은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떡이 요즘은 간식거리지만 옛날에는 큰일 치룰 때만 먹었을테니까요.
게다가 제주사람들은 가난해서 설날이나 생일날, 추석때도 떡 많이 해서 먹고 그러지 않았다네요.
그러다 보니 떡이 제사 때나 먹을 수 있었겠지요.
제사는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거든요~

와~ 빙떡 제가 진짜 좋아하는 데!! 저희 할머니가 많이 만들어주셨었어요 ㅎㅎ

할머니가 어딨 분이신데 빙떡을 자주 만들어주셨을까요??
좋은 추억 가지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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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식당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기름떡을
먹어보고 반했는데 여기서 보니 띠용~ 입니다^^
저는 떡순이 빵순이라서 오일장에 가면
떡부터 산답니다 ^^ 냉동실에 든든히 채워둬아죠!!
님께 맛난 떡 많이 배워야겠어요^^ 미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