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키워 본 애완동물? 반려동물이라 해야 되나? 그 수는 많지 않다. 병아리, 금붕어 그리고 강아지 이 세 종료이다.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는 약하고 병들어 있었는지 정을 주기도 전에 비명횡사해버렸고, 금붕어는 아버님께서 관상용을 키우시는 거라 그저 한번 씩 밥을 준 기억 밖에 없다. 셋 중에 가장 정을 많이 준 동물은 역시나 강아지였다.
처음 강아지를 키우게 된 때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이다. 발발이라는 견종이었는데 이름을 호돌이라고 지어주었다. 그 나이 대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도 없어서 목줄도 채우지 않고 밖에 나가서 같이 뛰어놀고 맛있는 게 생기면 강아지에게 위험한지도 모르고 하나씩 나눠주고 그러면서 같이 자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착하고 똑똑했던 강아지였던 거 같다. 대문을 열어놔도 알아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가끔 밖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마주치면 항상 동네 개들을 이끌면서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처럼 동생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돌이를 만났었지만 그 모습은 싸늘하게 식은 채 도로에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란 뭐라고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울면서 손수 집 앞에 있는 소나무 밑에 묻어 주었고 생각날 때마다 들려서 좋아했던 과자도 주고 그랬지만 새로운 걸 많이 경험하는 나이답게 금방 잊혔다.
두 번째로 키우게 된 강아지는 믹스견 한마디로 똥개였다. 새끼 때 모습이 두치와 뿌구의 뿌꾸를 꼭 닮아서 이름을 뿌꾸라고 지어주었다. 이게 내가 살면서 한 큰 실수 top10에 들어간다. 호돌이와는 다르게 목줄을 묶어서 마당에서 길렀다. 묶여있는 게 불쌍해 보여서 학교가 끝나면 항상 같이 놀아줬었다. 똥개가 그렇듯이 금새 폭풍 성장을 하였고, 아직 덩치가 작은 나보다 훨씬 더 커졌다. 같이 놀 때면 항상 얼굴이 침 범벅이 되었었다. 몇 개월 뒤에 여름이 찾아왔고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니 뿌꾸가 집에 없었다. 부모님에게 물어보니 이제는 키울 수 없어서 지인에게 팔았다고 하였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대답이 아닌 식탁에 준비된 고기였다.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고기라고 하니깐 좋다고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다음날 그 고기가 뿌꾸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다시는 애완동물에게 정을 주지도 키우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지키며 커나갔고 대학생이 되었다. 나도 어느새 연애를 하게 되고 가끔 소소한 다툼도 하였다. 그중 다툼하나가 나에게 다시 강아지를 키우게 만들었다. 자취방에서 강아지를 키운다고 하는 그녀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강아지에게도 안 좋고 너에게도 안 좋다고 알려줬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 여자친구는 말티즈 한 마리를 분양받아왔다. 활발하고 귀엽다면서 이름을 꼬꼬라고 지어주었다. 강아지에게 닭 이름을 지어주는 4차원적인 그녀의 매력이 싫지는 않았다. 가끔 시간이 나면 여자친구의 자취방에 들려 꼬꼬가 놀아주고, 고향에 내려갈 때면 내가 꼬꼬를 돌봐주었었다. 그렇게 몇 개월 지나기 전에 우려하던 사고가 터졌다. 여자친구가 휴학을 하면서 꼬꼬를 기를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개를 극심하게 싫어하는지라 같이 고향으로 갈 수도 없었고, 무책임하게 유기를 할 수도 없었기에 결국 내 자취방에서 꼬꼬를 기르게 되었다.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우지도 정을 주지도 않는다고 다짐했었지만, 꼬꼬의 애교가 어느새 녹아버렸다. 바르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인터넷을 이용해 공부도 하고 학업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꼬꼬를 위해서 시간 날 때마다 산책도 해주었다. 여자친구도 나를 보러 오지는 않아도 꼬꼬를 보기 위해서 멀리서 찾아와 주었다. 그렇게 꼬꼬와 2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 없으면 안 될 사이가 되었지만 ROTC를 지원하고 3학년부터 학군단 생활을 시작하면서 꼬꼬를 돌봐줄 시간이 많이 부족해졌고, 결국에 부모님에게 꼬꼬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어머님께서 강아지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꼬꼬의 애교에 넘어가 버렸고, 자식들을 다 대학에 보내고 적적하셨던지 내 꼬꼬를 키워주셨다. 꼬꼬 때문인지 한 달에 한 번 내려가던 부모님 집도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갔더니 부모님께서는 더욱더 좋아해 주셨다. 그렇게 다시 1년이 지났고 자취방보다 훨씬 넓고 마당도 있는 집에서 지내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 활발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느덧 동생이 군대를 가게 되었다. 나는 자체 휴강을 하고 부모님 차를 타고 논산으로 향했다. 차 안에 꼬꼬가 없어서 물어봤지만 부모님께서는 장거리를 이동하니 집에 두고 왔다고 만 말씀하셨다. 그렇게 논산에서 동생을 보내고 나서 집에 내려가는 길에 어머님께서 조심스럽게 나에게 이야기를 꺼내셨다. 꼬꼬를 3일 전에 잃어버렸다고... 전단지를 붙이고 찾으로 다니고 있지만 아직 못 찾았다고... 공부하는 나에게 부담될까 봐 이야기 못했다고 알려주셨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강의고 뭐고 간에 전부 때려치우고 부모님을 따라서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찍어뒀던 꼬꼬 사진을 이용해서 전단지를 다시 만들고, 수십 장을 뽑아서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전단지를 붙였다. 그 뒤로 많은 전화가 왔었다. 버스에서 봤다는 둥, 집에서 보호 중인데 도착하니 금방 나갔다는 둥, 돈부터 보내라는 둥.. 수많은 제보와 허위 제보가 왔었지만 꼬꼬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매일매일 발품을 팔며 전단지를 붙이고 꼬꼬를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고, 여기에만 매달리며 계속 휴강을 할 수 없기에 나는 결국 대학교로 돌아왔다. 조금이라도 더 찾아보고자 유기견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올라온 강아지 사진들을 찾아보았고 어느 날 비슷해 보이는 강아지를 찾아서 보관 중이라는 장소로 가보았다. 하지만 그 주소지에 적혀있는 곳에는 큰 개들만 몇 마리 있었고 관리자에게 전화해보았지만 그런 개는 없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지금은 유기견 보호 센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거지 같은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가고, 다시 몇 주가 지나가고 영영 꼬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느꼈던 상실감은 너무 컸다.
고작이라고 해야 될까? 3년 같이 지냈던 꼬꼬와의 이별도 이렇게 가슴이 아팠는데,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서 출현한 전현무의 또또에 대한 감정은 얼마나 더 클까? 전현무에게서 느껴졌던 슬픔과 우려 섞인 감정이 충분히 공감이 갔다. 태국에 지내면서 운동 삼아 산책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으면 단지 내에서 유기견들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아마도 태국에서 지내다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면서 유기를 하고 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다가가도 무서워하지 않고 냄새만 살짝 맡고 유유히 자기 갈 길로 살아진다. 내가 데려와서 보살피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기에 안쓰러운 마음만 남아있다.
반려동물을 유기되는 경우가 나처럼 잃어버리는 것과 일부로 유기하는 것 등이 있겠지만 후자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장이든 동물을 쉽게 버릴 수 없을 건데... 물론 내 기준에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기에 유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이해해줄 수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내가 당장 뜯어말리고 싶다.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절대 쉬운 마음으로 입양을 결정하면 안 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제도 등 하고싶은 말이 많이 남았지만 머리속에서 뒤죽박죽 정리가 안되어 이만 글을 마친다. 옛 기억에 따라 끄적인 긴 글을 읽어줘서 감사하며,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반려동물을 귀여워서가 아닌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입양하길 바란다.
반려동물에 대한 부분은 저도 공감합니다.
키우기 전에 반드시.. 그에 준하는 여력이 있어야 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의미로 키워야겠죠^^
그래서 입양못하고 있답니다..
얼른 돈많이 벌고 좋은 여건 만들어서 함께하고싶네요 ㅠ
저두 냥이 한 마리 데려오고 싶지만.. 맞벌이다 보니 집에 사람이 없어서 데리고 올 수가 없네요ㅠ ㅎ 그냥 물고기나 열심히 키워야겠어요 ㅎㅎ
냥이는 그래도 사람 손 덜 탄다고하는데
그래도 힘들겠죠? ㅠ
저도 열대어나 식물 한번 알아봐야겠네요 ㅎㅎ
그렇겠죠 아무래두요.. ㅎㅎ 그래서 그냥 물고기 키워요 ㅎㅎ 가장 만만하니..! 인테리어도 되구요^^
한번 알아봐야겠네요 ㅋㅋㅋㅋ
키우던 개를 먹었다니 믿을수가 없습니다..
분명 부모님이 장난 치신걸 꺼에요..
진심이었습니다....
원래 복날에 잡아먹을려고 키우던 개를 ...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정을 준게 잘못이죠...ㅠ
아 ...강아지 잃어버리면 진ㅉ ㅏ...어떡해 상상도 안되네요 ㅠ..ㅠ.ㅠ
ㅠㅠ 목줄 잘 하고 다니셔야되요 ㅠㅠ
집 문단속도 잘하고.. ㅠ
이런 조금만 빨리 쓰시지...ㅋ
뭔가 이벤트때문에 아픈 추억 꺼내는게 그래서... 이제서야 ㅎㅎ
ㅠㅠ...근데 여친 댕댕이를 떠맡고 언제부터 온전히 왕초형꺼가 된 건지는 안 나와있네. 하긴 맡은 시점부터 뭐 의미 없는건가
자기가 키우고 싶어해놓고 책임감 따위는 별로 없었다....
뭐 잘 헤어진거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5년째 솔로지만........
호돌이 뿌꾸 꼬꼬 ㅠㅡㅠ
다 가슴아프게 이별을 했었네 토닥토닥..
근데 호돌이 도로에 누워있었다는거면
사고를 당한거였던거야??? ㅠㅡㅠ
교통사고야 ..
원래 집앞에 도로가 사람만 다니던 길이였는데
고가도로가 갑자기 생기면서 차량 통행이 많아졌거든..
그거 익숙하지 않아서 사고가 난거지ㅠ ㅠ
진짜 요즘은 시골도 차들땜에 목 줄 필수 인것 같아ㅠㅡㅠ
뭐 이미 긴 시간이 지난 일이긴 하지만 힘내왕초!!
뭐 6년이나 지난일인데 ㅋㅋ
고마웡 ~
잘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저 어렸을때 기르던 개 잡아서 보신탕으로 먹는집 많이 있어죠....
저도 강아지 좋아하는데 헤어지게 되면 가슴이 너무 아퍼서..
ㅠㅠ울었다.(@mipha 표절)
ㅠㅠ울었다.(@mipha 표절)
만남과 이별의 아픔을 반려동물들을 통해서 참 많이도 체험을 하셨군요.
초등학교때 많이 놀래셨겠어요. ㅠㅠ
식탁에 올라온 고기라니 흑흑....
사실 저도 어릴때 아버지께서 고기를 사오셔서
같이 먹자고 하셨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안먹고 싶어서
다음날 물어보니 그고기였더라구요.
저도 그때 집마당에서 개를 키우고있던터라 엄청 놀랐어요.
반려동물은 정말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책임질 마음이 생길때 입양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아프게 해어졌네요 ㅠㅠ...
저희 강아지도 잠시 문열어두었을때 혼자 나가서 한번 잃어버릴뻔했는데 어찌가 가슴이 철렁한지.. 다행히 제가 없어진걸 눈치챘고 주변에 도와주신 분이 계셔서 금방 찾았는데..
키우던개 잃어버리는건 진짜 상상하기도 싫다.
진짜 얼마나 걱정한지 그 상실감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네
읽으면서 제가 다 먹먹하네요
어렸을때 한번은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렸었는데
울면서 도로 주변에서만 찾았었죠
다행히 이웃집 여인강아지(?) 에게 홀려있어 발견했지만말예요
10년이나 된 경험인데도 아찔하네요
잃어버려도 이렇게나 가슴아픈데
어떻게 일부러 유기를 하나요... 후우
저도 어렸을데 개도 키우고 토기도 키워 보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결혼하고 잠시 토끼 키웠던 생각이 나는군요
아들은 키우기전까지 키우다 시골로 보냈었는데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답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반려동물은 가족으로서 입양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