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육아와 살림의 공동 주체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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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아직도 저기압이다. 어제는 밤늦게 잔득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이 아빠의 상기된 표정을 알아차리고 걱정스레 묻는다.

아빠! 어디 아파요?

신랑은 아이들에 물음에 뭐라 댓구도 없이 방으로 가서는 누워버린다. 얼굴 전체에 나 피곤함. 나 힘듦. 나 무기력함 이라고 써 있다. 이럴 때면 신랑이 어서 와서 도와 주기만을 바랬던 나의 간절했던 마음은 무색해 진다.

아직 아이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엄마손이 필요한 나이다. 그런데 엄마가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집안 살림에 육아까지 엄마손 하나로는 부족하다. 그러니 아빠의 손길이 간절한 데, 신랑이 이럴 때마다 왜 아빠는 양육과 살림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인 것 처럼 행동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우리 신랑만 이런가?

요 며칠 행동을 보면 과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 우리 신랑은 아이들한테는 정말 좋은 아빠이고, 집안 일도 곧잘 도와 준다. 그 스스로 자신이 집안일을 잘 돕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고 노력 하는 좋은 아빠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신랑을 보고 있노라면아빠니까 당연히 함께 해야 하는 공동 살림, 육아 주체라는 생각보다는 객체인데 주체가 힘들어 하니까, 주체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객체가 피곤해 지니까 도와준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내재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내 회사 가까운 곳으로 집을 이사하고 나니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다. 출퇴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남편이 일찍 출근해 버리면,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서 씻기고, 밥을 먹이고, 옷을 갈아 입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까지 데러다 주는 것은 오롯이 나의 일이 되어 버렸다. 물론 퇴근해서 아이를 하원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도 나온적이 있지만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울음을 들었을 때 뇌의 반응도 다르다고 한다. 엄마는 적극적인 뇌의 반응이 나오면서 아이를 도와야 겠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빠는 비교적 소극적인 뇌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아빠들도 다 이유와 사정이 있을 것이다. 현대를 살면서 가장 노릇을 하려면 정신적, 육체적 노동에 시달리지 않은 가장이 어디 있겠냐 싶다. 그러면 여자들은 안 그런가?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일하는 엄마도,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엄마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여자 혼자서 아이를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열달을 뱃속에 넣고 다니며 힘들게 아이를 낳아주기까지 했다.

요즘 아빠들은 아이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단다. 많은 아빠들이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 모습도 보여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육아와 살림에 있어 엄마가 담당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맞벌이 부부일수록 육아와 살림의 주체는 부부 공동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 신랑한테 카톡으로 소심한 꼬장 한번 부려 봤다. 앞으로 아이들 양육도 요일제로 바꾸자고.

아마 내일도 또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소연 해 본다.

육아와 살림은 돕는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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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정말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맞벌이해도 육아는 엄마의 몫 집에서 애보면 육아는 당연히 엄마의 몫인것 같아요ㅠ
오죽하면 아이낳고싶은 대한민국 광고에서 육아는 돕는게 아닌 같이 하고라는 문구가 나왔겠어요ㅋ

그런 광고가 있었군요~ 전 못 봤는데..그냥 남자들은 도와준다고 생각하는것 같아서요. 엄마들은 바빠서 요리 뛰고 저리 뛰고 아침마다 발을 동동구르면서 뭔가 하려 하는데 아빠들은 늦으면 화내죠. 그래도 신랑한테 한번씩 꼬장 부릴만 하네요. 밤 9시가 넘어 애들 다 재우고 와서는 느닷없이 파스타를 만들어 주네요~^^ㅎㅎ 애들 재우셨을텐데 언른 주무세요~

넹 근데 애들이 자주면 갑자기 기운이 돌아오네요ㅎㅎ 이시간 자기엔 너무 아까워서 그냥 버티고 있네요 ㅎ

맞아요~저도 그래요. 애들 잘때 쫌 자 주어야 하는데 이 시간이 자기엔 정말 아깝죠~^^

저도 마음은 가사와 육아는 도와주는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행동은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더라구요.
오늘도 해피맘님 덕분에 반성 또 반성하게 되네요.

진짜 공감이요 ㅠ_ㅠ
에횻- 어지러져있는 집안 보면 스트레쮸 ㅠㅠㅠㅠㅠㅠ

Really nice post .i like your post

맞습니다. 돕는다가 아니라 같이 한다가 맞지요.
생각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고 믿습니다.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저도 반성됩니다. 여러 계기를 통해 아내의 가사를 일부 돕고, 아이와도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하고, 야근이 많은 일상도 한몫해서 항상 미안하죠~ 육아와 살림은 정말 돕고 도와주는게 아니라, 함께 하는 그 자체여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네요~~ ^*

항상 느끼는거지만 엄마들은 위대한거 같아요!
앞으로는 같이하는걸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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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한지는 꽤 됐는데 처음 댓글 남겨요^^
저희집은 아빠인 제가 더 많은 시간 아이들과 함께하는 편입니다. 제가 출근하지 않는 날은 오후에 아이들 하원시켜서 밥먹이고 10시에 애들 엄마 올때까지 같이 있지요. 물론 특별히 해주는 건 없고 자기들끼리 놀도록 방임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애들이라 손이 갑니다. 제가 야간에 일하는 직장을 선택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아내가 그걸 너무 당연히 여기고 애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서운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집도 있다는 데 위안을 삼으시고 힘내세요 ㅋㅋ

옳은 말씀이십니다!
앞으로는 점점 더 나아지겠죠? 당장 우리 아이들부터 그렇게 가르쳐야죠. 육아와 집안일은 돕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

육아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ㅠ
게다가 아이들이 어리면 데리고 어디 다니기도 힘들죠ㅠ
힘내세요!^^

해피맘님
저도 나보다 7살 많은 남편이 늘 체력적으로 힘들어하고 회사에서 쏟는 에너지가 많아서 집에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으려고 할때 입밖으러 차마 꺼내지 못했지만 속으로 삭힌적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도 제 회사 코 앞으로 이사오니 더 그런 현상이 심해지더라구여.
그러다 제가 몸 마음도 아프게 되니 집안이 어두워지더라구요. 아이에게 가장 미안했습니다.

해피맘님은 현명하시니까 남편분과 잘 이야기하셔서 육아에 대한 함께 노력하시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편보다 내가 먼저 쓰러지는게 낫겠다는 생각 가끔 저도 하네요.
나도 힘든데 말이죠.

어흑 ㅠㅠ 반님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네요 ㅠㅠ

암요 암요!!
육아와 살림은 함께 하는 것이지요!!!
근데 한국남자들 대부분은 도와준다는 개념인거 같아요 ㅠㅠ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읽고 어찌나 답답~~~ 하던지!!!
전 그나마 전업맘이니 그냥 도와주는것도 고맙다 하고 있습니다 ㅋ

'육아와 살림은 돕는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정말 맞는 말인데요
실천하는건 너무 힘들더라구요
저도 항상 반성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이뻐서
큰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