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세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in #kr7 years ago

@ohthisisit 님의 먹스팀을 빙자한 결혼이야기를 보고 저 또한 많은 고민을 했던 일이기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나 결혼해” → “정말 축하해! 결혼식은 언제야?”

지인에게 “나 결혼해”라고 말하면 축하한다는 말 다음으로 오늘 말은 “결혼식은 언제야?”일 겁니다. 결혼을 하면 결혼식은 당연히 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을 올리며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 후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지는 않은 일입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당연하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려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ohthisisit님의 글을 보니, 소통할 수 없는 부모님이 뿌린 돈을 걷을 뿐인 의미 없는 결혼식을 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기에 결혼식 당일에는 정신이 없습니다. 많은 지인들이 참석해주시기에 한분 한분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운 일이지요. 부모님 지인들도 많이 오시기에 처음 뵙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런 자리에서 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요.

결혼의 시작을 알리고, 축하를 받고 싶은 자리에서 축의금 봉투를 받고 기록하며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우리의 결혼식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을 남들과 같이 가장 평범하게 결혼식을 올린다고 생각하면 꼭 올려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 겁니다.


그럼에도 왜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을 올릴까요?

개인적으로는 결혼식을 올리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올린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구요?

결혼식을 올리면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편하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당연히 결혼식을 올리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요.

결혼식은 다른 집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하나의 집을 이루는 의식입니다. 그 자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양쪽집의 많은 친척분들이 오십니다. 결혼식을 하지 않으면 그 친척분들이 의아해 하실 겁니다. 그럴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주시면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보통은 ‘왜 결혼식을 안한데?’ ‘왜 결혼식을 안했데?’라는 질문을 많이 받으실 겁니다. 부모님이요. 듣기 좋은 말도 한 두 번이어야 좋은데 부모님은 해명 아닌 해명을 여러 번 해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결혼식을 한 건데 왜 그렇게 물어보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결혼식을 내실 있게 하고 싶은 문화가 생겨나고 있듯 그분들에게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문화에서 살아오신 분들이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마음을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돈’입니다. 고마운 분에게 장문의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달한다면 그 마음이 가장 잘 전달되겠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부분 ‘돈’으로 선물을 전달하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드립니다.

결혼식 축의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혼식을 올리는 주인공의 부모님들도 그렇게 마음을 전달해 왔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정말 축하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드린 축의금도 있겠지만 문화 속에서 전달한 축의금도 있을 겁니다. 결혼식에서 부모님이 전달했던 축의금을 ‘돌려’받는 것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축하할 일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으니 내가 축하받을 일이 생기면 당연히 축하받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양가 부모님이 쿨(?)하신 분이시라면 다행이겠지만, 수많은 축하를 하고 정작 내 일에는 축하한다는 마음을 못 받으면 많이 아쉽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내가 축하를 받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들의 축하한 일에 마음을 전달하지 않겠다.’ 하고 살기도 어려운 일이니까요.

당연하게 해오던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당연히 생기지 않았던 문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 나도 평범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을까요?

결혼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혼식을 ‘평범하게’ 진행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요. 결혼식을 포기할까 생각 할 만큼요.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이기에 다른 대안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허례허식 같다면 그 결혼식에 의미를 넣어 특별한 결혼식을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희도 결혼 할 때 평범한 결혼식을 올리기는 싫어 나름 노력하여 결혼했습니다. 하객들에게 잘 들리지도 않고, 결혼은 우리가 잘 해야 행복하다는 생각에 주례는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연애인 축가를 부를 능력은 없고, 친구들의 축가는 특별하지 않은 것 같아 부부가 함께 축가를 불렀습니다. 잘 살겠다고. 친구는 축가 대신 백댄서로 고용해서 우리 부부와 같이 신나게 춤을 췄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이렇게 신나는 결혼식은 처음이다 할 만큼 신나게 결혼했습니다. 신나게 살겠다는 의미에서요.

결혼식에서 소통을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혼식 전후로도 많은 시간이 있습니다. 정말 축하해줄 사람이면 어떻게 결혼을 시작하던 축하해 줄 겁니다. 결혼을 하며 마음을 깊게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청첩장을 우편으로 보내지 않고 식사라도 한끼 혹은 한 잔 하며 전달한다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결혼 식 전 파티도 아주 즐거울 수 있지요.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큰 틀은 유지하면서 나만의 결혼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것에 양가 부모님이 동의하시면 문제가 없지만, 허례허식 같은 결혼식을 강요받는 게 싫어서 부모님에게 결혼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혼식 주인공은 부부이지만 결혼식의 최대 투자자(?)는 양가 부모님이시니까요.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당연히 할 것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는 미지의 영역으로 가는 길입니다. 박수를 받을 수도, 질타를 받을 수도 혹은 별 일 없이 넘어갈 수도 있겠지요.

결혼식을 올리냐 마냐의 문제는 주인공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모든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듯)

용기가 없었던 저는
그래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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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결혼식을하고 정작 혼인신고를 하지않고 사는 부부가많은데
결혼식을 하지않고 혼인신고를 하고 사는 부부가 더 서로를 깊이 받아들인 커플이라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글에 현명한 댓글을 달아주시네요.
감사합니다.

많이 현실적으로 반영되어있네요. 잘 보고 갑니당 :)

막상 글을 쓰고 나니 너무 현실적으로만 적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글 잘보았습니당 ㅎㅎ
유교문화가 아직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언젠가는 식을 올리지 않거나 가벼운 결혼식이 장려되는 날이 올까요??
연애초반이라 아직은 저에게 와닿지는 않지만 포스팅 덕에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ㅎㅎ

가벼운 결혼식을 많이 선호하시니 변하지 않을까요?
유교 문화의 좋은 점도 많지만 아쉬운 점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용기가 없어 식을 올렸지요 ㅎㅎ
주변에 식을 안하고 혼인신고만 한 친구가 몇 있는데...애 낳고는 좀 후회하더라구요. 해도 안해도 다 어려워요...

제 주변분들은 다 식을 올리셔서 안하신분들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정말 해도 안해도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결혼식이란게 우리나라에서는 보상심리가 크게 작용하는거 같아요.
뿌린만큼 거둬가는 느낌이랄까요

어른분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같더라구요.
그분들의 마음도 이해는 됩니다.

저도 굳이 꼭 보이기식(이 아닐 수도 있지만) 결혼식을 해야하나 했으나. 저나 남편 둘 다 외동이고ㅠㅠ 양가 부모님이 정말 이제껏 주변에 내신 비용들이 넘나 많아서ㅠㅠ 결혼식 하고 미국으로 들어갔어요.
(혼인신고는 1년 전에 비자때문에 먼저 하고ㅎ)

양가 부모님들이 아쉬워하시겠어요. 두분 다 외동이시면...
포스팅을 보면 사진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외국에대한 동경이 생기네요.

시대도 변했는데 결혼 문화도 좀 업그레이드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요.

사회 모습이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도 따라서 바뀌면 차츰차츰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혼제도 자체에도 많은 문제가 있나요?
생각이 짧은 사람이라 궁금하네요 : )

마음만 표현하면 다행인데 이름 쓰고 주고 받는게 영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보기 좋은 일은 아니지요..
나중엔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여러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어리지만 결혼이라는것에 다시 생각하게됬습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되돌아보니 너무 속물같이 적은 글이라 부끄럽네요.
분에넘치는 칭찬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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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결혼식을 올렸어요. 작은 결혼식 찬성해주신 분은 저희 친정엄마 뿐이였고요~ 그래서 그냥 보통의 결혼식을 했지요. 주변에 알리고 청첩장 돌리고 해야하는 게 예의라는 어른들 입장도 이해가 가긴 가요. 세대가 바뀌면 점차 바뀌어가겠죠 결혼 당사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쪽으로... 팔로우하러 들어왔다가 댓글 남기고 갑니다!!

그래도 친정어머니가 이해해주셨다는 것을 보니
어머니와 마음이 잘 통하셔서 힘이 되실 것 같아요!
말씀처럼 당사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래봅니다.

이벤트 당첨되셔서 보팅하고 갑니다^^

우와 정말 당첨되다니!
감사합니다!

어머 저는 이 글을 왜 지금 봤을까용🤔
제 글에 댓글을 보니 후피님처럼 말씀해주시는 인생선배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처음엔 아, 내가 그냥 치기어리게 떼쓰는거구나 싶었어요. 근데 떼쓰는게 아니라,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생각하려구요 ㅎㅎ 말씀대로 '의미'라는건 모두에게 다른것이니까용. 근데 그전에 결혼할남자부터ㅠㅠ.....
아 그리고 후피님이 써주신 마크다운 활용법 두고두고 유용하게 쓰고있답니당.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