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teemit.com/kr/@ravenclaw69/4a8po3-2 에 이어서...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까지 갔다 온 이유는... 안 믿길 이야기들을 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지구상에서 재활용을 잘 하는 나라들의 순위를 매기면 한국은 몇 등이나 할 것 같으신가요? 10위권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우리는 세계 3~4위 수준입니다.
출처: https://www.weforum.org/agenda/2017/12/germany-recycles-more-than-any-other-country/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분리수거라고 하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구상에 우리만큼 분리수거 잘 하는 나라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1995년에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는데, 세계에서 4번째였습니다.
더 못 믿을 이야기들을 해드릴까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대략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됩니다.
출처: 환경부 폐기물 통계 http://webbook.me.go.kr/DLi-File/091/025/011/5622607.pdf
건설폐기물은 건축현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입니다. 철근콘트리트부터 장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요.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은 공장에서부터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축산분뇨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폐기물은 생활 폐기물이죠. 사실 건설폐기물과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은 둘 다 산업용 쓰레기들입니다.
그리고 환경부 폐기물 통계를 클릭해보시면 건축 폐기물의 97%를,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의 78%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통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믿을 수 없으실 겁니다.
폐기물 통계가 엄정하게 잡힌다는 것은 관리가 그만큼 빡빡하다는 이야기고, 재활용이 잘 되고 있고(?), 뭐 그렇다면 한국 폐기물 정책과 관리는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뭐 그럼 제가 무려 3편에 걸쳐서 폐기물 이야길 길게 할 필요도 없지요. 잘 관리되고 있는데 뭔 이야길 합니까. ㅎㅎ
실제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소각장(서울시에선 자원회수시설이라고 부릅니다)를 보면 아주 멋집니다. 이 홈페이지에서 봐도 시설 멋집니다. http://rrf.seoul.go.kr/index.do
그런데 서울시 자원회수 시설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만, 지역별로 소각장 프로세스가 다 다릅니다. 소각장을 계속 늘려오면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공정을 선택해왔기 때문입니다.
양천 소각장 프로세스
노원 소각장 프로세스
강남 소각장 프로세스
마포 소각장 프로세스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한 덕택에 아주 깨끗한 소각로를 돌리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게 “민원 제기 > 민원 해결”의 코스를 탔었습니다. 어떤 형태로 폐기물 처리를 할 것이냐에 대한 정보를 모두 다 공개하고, 이 공개된 정보에 기반, 숙의를 거친 다음에 좋은 방향을 선택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좀 기묘한 형태가 됩니다.
저 시설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저 시설들엔 소각과 자원 회수만 하는 시설이 아니라 다른 시설들이 아주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청소년수련관, 수영장, 실내체육관 등의 자원회수시설과는 동떨어진 시설이 전체 시설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명분이야 간단하죠. 혐오시설이 들어서서 집값이 떨어지면 안되니까 집값을 유지할 수 있는 주민 편의시설이 잔뜩 들어선 공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사실 업자 입장에선 행복한 상황이죠. 방글라데시나 스리랑카처럼 건설비용과 운영비용에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해골속의 순두부를 혹사시키지 않아도 되거든요. 돈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그 지역 주민들에게 청구됩니다. 집값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훨씬 더 콤펙트하게 지을 수 있는 시설을 엄청 크게 만들고 그 운용비용을 관리비로 분납하고 있는거지요.
반복하지만 업자는 손해볼 거 하나도 없습니다. 주민들이 관리비로 모두 낼 것이기 때문에 ‘편의성’과 관련된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면 됩니다. 그래서 몇몇 지역의 경우엔 분리수거를 안해도 됩니다. 그냥 해당 지역난방공사에서 쓰레기를 몽땅 갖고 가서 LNG로 열심히 태웁니다. 안 타는 물질을 다이옥신 안 나오게 태울려면 고온으로 태워야 합니다. 그러니 어마어마한 LNG를 사용하게 되지요. 이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양을 줄여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말도 안되는 해법입니다.
지금 서울시에서 가동하고 있는 소각장들도 효율과 관련해선 좀 깨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 소각장들에서 최고 우선 순위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다이옥신 배출을 줄이는 겁니다. 다이옥신 배출을 줄이려면 800~1000도 이상의 고온으로 태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태워버리면 자원 낭비거든요? 그래서 태우고 난 열의 일부를 회수해서 발전기를 돌리고, 또 발생한 열의 극히 일부를 이용해 지역난방을 합니다. 450도 정도로 태우면 발전기랑 지역난방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데 오염 제거를 위해 일단 고온으로 태워버리는 겁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건... 에너지 효율적이지도 않고, 돈도 많이 들어서 돈 없는 지자체는 만들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소각처리를 하면 비닐이 또 문제를 일으킵니다. 비닐은 빨리 탑니다. 근데 얘가 찌꺼기로 달라 붙어요. 소각로의 효율이 떨어지게 되죠. 찢은 다음에 뭉치는 방법도 있는데 이 경우엔 찢어버리는 블레이드에 감겨서 기계를 멈춰버립니다.
이 문제 때문에 비닐은 종량제 봉투에 넣지 말고 재활용 쓰레기 수거일에 별도로 모았던 겁니다. 근데 비닐을 재활용하려고 했더니 음식물이나 이물질이 그대로 붙어 있는 상태에서 수거되고 있었기 때문에 재활용할 방법이 없었구요... 대형 소각시설로 가지 않았던 까닭에 소형 소각로에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었는데... 당연히 다이옥신이 엄청 나왔죠.
뭐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에도 비슷합니다. 서울시의 공식적인 설명은 ‘퇴비화’ 혹은 ‘사료화’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라는건 아주 불규칙하게 배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같은 것만 먹는 것도 아니고, 철따라 식재료 가격이 춤을 추기 때문에 항상 바뀔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럼 퇴비로 만든다고 할때 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되구요.
지난 번 스리랑카 편에서도 말씀드렸듯 염분의 문제도 걸립니다. 사료는 더 심하죠. 동종식육의 문제를 감안하면 돼지 사료로는 못 쓰고 기껏 해야 오리나 개 사료로 쓰게 되는데... 얘네도 맛이 오락가락하게 되는지라... 기업형 축산농가에선 잘 안 쓰려고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너무 잘 타는 물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소각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온도를 낮추기 위한 감속제로 썼었습니다. 전체 폐기물 분량에선 1%도 안되는 이 음식물 쓰레긴 여러가지로 골치 아팠던 쓰레기거든요. 그런데 감속제로 쓰다보니... 소각로에 그냥 같이 넣어서 태워버리면 골치 덩어리가 해결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1)편 처음 시작했던 그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추가로 연료를 더 넣고 음식물 쓰레기도 같이 태워버렸었습니다. 보도 타고 나서부턴 한동안 눈치보면서 태웠죠.
정리하자면...
- 이해당사자끼리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합의하는 형태가 아니라 민원에 대응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 즉, 실제 필요한 설비 대비 10배 이상의 건설 비용을 들여 만든 시설들을 갖고 있음.
- 이것도 돈이 있는 지자체만 가동.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일부 야매 시설에서 처리
- 음식물 쓰레기 같이 처리하기 난감한 폐기물 역시 야매로 처리되고 있다.
입니다... 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전 이 문제 역시 원전 해법을 찾았던 것과 같은 숙의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폐기물 처리 기술 개발을 위한 지역 단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폐기물 처리 기술 개발을 위해선 실증 시설을 돌려봐야 하는데... 실증 시설 역시 주민 공청회를 거쳐야 하거든요. 보통 이 공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실험실의 기술만으로 남아 있죠. 폐기물 처리 기술과 관련된 특허는 엄청나게 있는데...
이런 엄청난 일들이...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것들이 참 많네요ㅠㅠ
컨텐츠 전달자들이 길게 쓸 일이 없는 주제죠;;; 건드려야 하는건 많은데 기자들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이 알아먹을 수 있도록 설명해주지 않으면 기사화할 방법이;;
외국가면 분리수거 거의 안하고 걍 싸그리 다 버리는게 일상이더군요 살짝 충격먹었어요 제가 알고있던거랑 너무 달라서 말이죠
우리만큼 하는 나라들은 북유럽 3국과 EU 가입국가들 중에서도 아주 잘 사는 나라들 정도죠;;;
일본도 분리수거 엄청 열심히 하는데 한국이랑 달리 음식물쓰레기도 가정용쓰레기(생활쓰레기)로 취급해요.
크게 나누면
유리병&페트병&캔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 플라스틱 (태울 수 없는 쓰레기 / 비닐류) / 가정용쓰레기 (태울 수 있는 쓰레기) / 종이 / 의류
이렇게 분리수거를 합니다.
가끔 병, 캔이나 플라스틱류에 묻은 음식물찌꺼기를 안 헹구고 버릴 때가 있는데 까먹지 말아야겠어요!
뭐 기술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기술은 석탄에서 인공가스를 뽑아서 한꺼번에 폐기물도 태울 수 있는 기술인데요... 이게 상용화되면 많이 나아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그런 상용화를 위해 우리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나요?
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 이라는 기술인데... 한국중공업에서 실증 시설을 돌려보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은 GE 등에서 상용화했구요... 관심있게 지켜보는 수 밖에 없지요;;;
관심..! 쉬운듯 어려운 그것이군요
참,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장볼때 에코백을 이용합니다.
에코, 에코, 많은 사람들이 에코한 거 좋아하더라구요. 마케팅의 영향인가..
교토만 그런건지 전체적으로 다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네욥
유행이라고 하더라도 뭐 좋은 유행이지요. 비닐 적게 쓰는 것이 좋고...
새비닐을 받고 필요없어서 그대로 버리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저는 그래서 둘둘 접어 모아놓고 분리수거용 쓰레기통대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저도 외국가면 충격받았던 것 중 하나가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의 개념이 없었다는 것이었죠. 국물이 가득 들어있는 일회용그릇을 일반쓰레기통에 당연한듯 버렸던 사람들이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네요ㅎㅎ 그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재활용 분야에서 선방하고 있는 게 맞긴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일종의 님비현상에 비롯되는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이네요. 제가 알기로는 이 과정에서 민-관-사의 3중주 하모니가 엄청난지라..문제가 해결되기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근데 님비라고 비난만 할 수 없는게... 한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집 하나가 거의 가진 유일한 자산이잖아요;;; 그 값의 문제는 예민할 수 밖에 없죠. 처음부터 민주주의 운용능력의 문제라고 이야기했던 것도 이해 당사자간의 이견 조정이라는 한국사람들에겐 아직 좀 낯선 일을 아주 심도 깊게 할 수 있어야 하는 문제가 있는거라;;;;
저는 우리나라가 분리수거을 엄청 잘하는 나라중 하나라고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분리수거에 대한 실질적인 효용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네요 ; ) 글을 읽고나니 분리수거가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기 위해선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듯 합니다.. 좋은 글이네요 ! 보팅하고 리스팀 했습니다.
사실 생활폐기물 분리수거율이 56%에는 또 하나 비밀이 있죠;;; 저소득 노인분들이 돈 버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고물 모아서 파는 것이었던지라;;; ㅠㅠ
@ravenclaw69 이봐, 형제, 베네수엘라 인사
Buenos Dias! So you used google translator?
전 국민에게 쓰레기 처리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게 해야 하는지.. ㅠㅠ
비닐을 그렇게 편히 막 사용하는데 그만큼의 편리함의 댓가가 다 있는것이군요. 그럼 결국 민원때문에 쓸데없는 돈을 더 쓰고 있는 셈인데, 결국 그돈은 주민들의 세금에서 나가고 있다.. 라고 생각하면 되나요?
좋은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작지만 최대로 꾹 누르고 갑니다.
상황 설명을 정확하게 하고, 그 상황에 대한 가능한 해법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면 되는데... 그게 서로의 욕망 때문에 정확하게 공유가 되지 못하고 있죠. 뭐 업자들은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 상관없으니 최대한 비싼 걸 제시하고 지역 주민들은 그거 분납을 자신이 한다는 생각을 못한 상태에서 ㅇㅋ 도장을 찍어버리죠. 공무원은 일단 민원 처리하고 보고할 숫자만 좋게 나오면 되니까 길게 끌고 가질 못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