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감사합니다. 공수처 신설이나 전직 금지는 현실적으로 도입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인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개선은 오히려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 같은 (장기적으로 꼭 필요하고, 바탕에 있지만)장기적인 접근 보다는 ‘실형의 제도를 바꾸는 것’이기에 더 쉽고, 접근 가능하고, 효과가 즉각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화헌법개정에 대해 쓰신 글도 읽었습니다. 비인륜적인 권리를 먼저 포기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모범을 보이자는 의미도 있고,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강대국들이 군비를 지속 확장/유지하는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외교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실현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판/검/변 전직 금지나, 공수처 신설은 기득권들이 사익보다 공리를 우선한다면 당장에라도 발벗고 나서서 해야 하고 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블리스오블리제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저는 ‘검사로 재직하다가 변호사로 전직하여 경제적이득을 얻고, 직업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것 보다는, ‘사법을 관장하는 지위가, 더 큰 경제적 보상과 자유를 포기하더라도 소명감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기에 개인에게 충분히 만족스럽게 추구할 만한 지위’가 되길 꿈꾸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그런 위치에 있는 사회가 되길 꿈꿉니다.
You are viewing a single comment's thread from:
아, 저도 공수처 신설은 매우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지금 헌법 개정이 논의되는 가운데 '헌법 기관'으로의 지위를 부여하느냐에 대해서 좀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에요. 먼저 공수처를 신설하고, 공수처의 운영에 대한 모종의 노하우가 생기고 그 효과가 입증되면 차후 헌법 개정으로 헌법 기관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사실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서도 당연히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게 없으면 한미동맹은 어떻게 되느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더 고민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헌법에 대한 저의 입장은 시민의 기본권이 더 확대되고 국가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는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기본권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군인에게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부과되듯, 기본권도 공공의 필요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군인의 경우는 과거 두 차례나 군사 쿠데타를 통해서 헌정을 유린한 역사와 경험이 있기 때문에 87년 헌법에서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강조하는 초 강수를 둔 것이구요, 판/검/변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 이렇다할 '개혁' 조치를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헌법으로 권리를 바로 제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공무원들과 형평성의 문제도 생길테니까요.
저는 전관예우 금지를 명시한 변호사법의 요건을 더 강화해, 사건수임 금지 기간을 현행 1년인 것을 3년 정도까지로 늘리거나 수임금지 기관을 더 확대하는 것으로 제한을 강화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기회가 되어서 주진형선생님이 하시는 강의 듣고 왔습니다. 여태 글에서, 방송에서 보던 사람을 직접 보고 대화하고 왔는데 기분이 새롭더라구요. 그 분이 생각하는 방식은 아주 근본적인 부분 부터이고, 기존의 지식인들이 그래서 이게 문제다 하고 그쳤던 데에 반해서 이렇게 풀어야 한다는 해법을 개념적인 차원에서라도 또렷하게 전달하셔서 좋은 것 같습니다. 근데 강연 내용은 기존에 책에서 읽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그리 새롭진 않았고, 프리스티님 답글이 조금 더 반갑습니다 ^^
먼저, 헌법의 의의와 법 체계에 대해 제가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기존 제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의 발전형태가 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게 더 민주적인 방식인 것 같구요. 사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바로 볼 수 있는 헌법인데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예전 친구가 추천해 준 <헌법의 풍경>이라는 책을 방금 주문했습니다. 시간 날 때 헌법 전문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문제의 전관예우에 대해서는 그 단어자체를 풀이하면 ‘전 관에게 예를 갖춰서 우대’한다는 것인데 애초에 특권의식이 본질에 우선하는, 있어서는 안되는, 말도 안되는 관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던 관습이 되고, 후배 법관 개인으로써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인거죠. 실제 사례가 어떤지는 잘 모르고, 드라마에서나 남들이 말하는 데서 들은 정도의 지식이라 제가 과장된 단면만 본 것일 수도 있지만, 말씀하신 것 보다 더 강한 제한을 두거나, 상위법에서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법에 대해 무료 과외를 받는 느낌이네요. 상세하고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아 저도 법학 전공자는 아니라 이것저것 조사하면서 글을 쓰는 중입니다 ^^; 개헌과 관련한 책을 쓰는 중이라 초고중 일부를 정리해서 올리는 중인데, 관심 가져주셔서 저야말로 고맙죠.
저도 법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상횡이라, 변호사인 친구에게 검토도 받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친구가 헌법은 법학 만의 영역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더라구요. 아주 인상적인 말이었습니다. 사실 헌법은 시민 모두의 것인데, 이제까지 너무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법을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두고 있었기에 말씀하신대로 그들의 특권 의식이 생기고, 또 사법부에 대한 통제가 미진했기에 전관예우와 같은 말도 안되는 관습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법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거센 이 시점에서 꼭 폐단을 바로 잡는 제도가 세워지길 꿈꿉니다.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해 책을 쓰신다니 되게 바쁘시겠어요. 저는 되게 단편적인것들도 공부하면서 쓰려니 엄청 힘들더라구요. 책 나오게 되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