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로가 쌓였다.
하루종일 생각했다.
'있다가 밤에 일찍자야지!'
그러나 밤이 깊어가고 두 아들과 아내가 잠들고 나자 이 소중한 시간이 아까워 어쩔줄을 모르겠다.
분명한건, 이대로 순순히 잘 수는 없다는 것이다.
#2
캔맥주 하나를 끝내고 하나 더 찾으러 냉장고에 가보니 없다. 냉장고에 안 넣어둔 것이다!
'자네는 맥주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쏘우가 찾아와 게임을 시작해도 면목이 없을 지경.
부랴부랴 늦게라도 넣고 다시 컴 앞에 앉아 글이라도 쓰며 기다린다.
맥주를 마시니 활기가 돌고 살아있는 것 같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맥주... 왜 진작 안마셨던가?
#3
사실은 오늘만 안마셨지 매일 마셨다.
점심때부터 맥주를 깐 날이 많다.
뱃살도 뱃살이지만 혹시모를 성인병이 걱정된다.
그러나 검사를 받으러 갈 수는 없다.
검사를 받으러 가는 것 만으로 부정타서 뭔가 진짜 검출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예 그런 생각도 안하고 착하게 살면 다 잘 될텐데 누가 그런걸...
체중이 늘고 관절이 다 안좋아진게 느껴진다.
운동을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시도 때도 없는 interrupt 에 항상 일할 시간이 없다.
집에서 일하는 자는 육아 동원령에 극히 취약하여 번번히 호출당하고 만다.
어디 출근이라도 했으면 못불러냈을 것을.
남들처럼 출근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을까?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요
부당거래 류승범의 명대사다.
내 심정을 대변해준다.
아무튼 그 스트레스로 매일 마시다가
요며칠은 너무 일 못하고 허송세월 한것에 대한 위기감으로 정말 자투리시간 누덕누덕 모아서 일에 집중하느라 마실 생각을 못하다가
지금 이제서야 여유를 가지고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차분히 자기객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4
요즘 육아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그러나 가벼운 잽을 워낙 꾸준히 많이 맞다가 데미지가 쌓이는 것 처럼 그렇게 지쳤다.
오히려 행복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이제는 말을 곧잘 하게 된 만 4살 아들이 나를 웃게 한다.
좀더 나이먹으면 밥을 잘 먹는다던데
아직은 그 경계선에서 밥을 잘 안먹는 시기...가 지나고 이제 밥을 조금씩 잘 먹기 시작하고 있다.
앉아서 밥을 같이 먹으며 물었다.
"맛있어?"
"참고 먹는거야~"
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말을 가르칠 용의자는 나뿐이다.
내가 언제 가르쳤는지 몰라도 용의자는 나뿐인 것이다.
맛없어도 좀 참고 먹으라고 힘들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들에게 요즘 부쩍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
아들은 요즘 부쩍 책임감과 인내심이 강해졌다.
미안한 마음과,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가 않다.
#5
비코가 오른다.
비코가 오르면 모든게 해결된다.
이오스는 아쉽다.
이오스는 전생에 무슨 대역죄를 지었길래 이러고 있을까?
죄인 이오스는 고개를 들라.
제발 좀 들라
읽다가 섬뜩하네요. 참고먹는거야~
우리 딸은 예전에 제가 용기가 없다고 남편과 얘기 나눴던걸 기억하고서는 틈만 나면 "엄마 나는 용기가 없어"하고 말해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답니다 ㅠㅠㅠ
곰돌이가 @zzing님의 소중한 댓글에 $0.010을 보팅해서 $0.013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5728번 $62.923을 보팅해서 $73.504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조만간 고개를 들겠지요..^^
아이들은 부모가 스치듯 했던 말을 마음에 담아뒀다가 다시 꺼내 부모를 놀라게 할 때가 많은 거 같아요. 육아로 잽 계속 맞다 보면 심신이 지치는 거 같습니다. 공감하며 읽었네요
네 그럼요, 이대로 잘 순 없죠 ㅎㅎ
일과 집안일이 구분이 확실히 안되면 정말 힘들겠어요. 저는 월요일 오전은 회사가서 쉬는 입장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