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라 여행기] ‘영혼의 성’의 모티브가 된 이유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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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前記] 영혼의 성(서양 수행자들의 신체관)/아빌라에서 언급했던 아빌라에 도착했다. 세고비아에서 버스를 타고 대략 50분 정도 거리이다. 숙소는 아빌라 성곽 내의 중심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였다. 주인이 Fernanado라는 이름의 콧수염 아재인데 자상하다. 50대 중후반은 되어 보이는데 집을 깨끗하게 잘 관리 했다. 수컷(지금 우리집은 아버지와 함께 수컷 두마리가 움트고 있다)인 나의 집은 난장판이다. 리치 칼튼 호텔에서 묵는 느낌이었다. 단지 담배를 좀 많이 피는 게 흠이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했나? 그러나 여행자가 그런 것에 불평할 이유는 없다. 없으면 없는 데로 있으면 있는 데로 지내다 가면 된다. 이틀 밤을 자고 바로 바르셀로나 인근의 만레사로 향하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서 시내 전체를 대충 돌아다녔다. 물론 여기도 당일치기로 둘러봐도 될 정도의 조그마한 마을이다. 성곽을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단지 여행 증명 사진족의 견적사항이지 나같이 주제를 정해 여행온 여행 찐드기들에게는 음미해볼 구석이 아주 많은 동네이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서양 수행자들의 영성에 대하여 꼭 언급되는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 요한과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을 선택한 이유 중 절반은 이들 때문이다. 톨레도, 세고비아를 정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아빌라의 숙소, 거실의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Fernando는 저녁때면 여기서 TV를 보면서 양주와 함께 시가를 피운다.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그의 옆에는 루아라는 암컷 강아지가 앉아있다. 나도 시가 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아빌라의 정식명칭은 아빌라 데 로스 카바예로스(Ávila de Los Caballeros)이다. 수도 마드리드 북서쪽 87km 지점에 있다. 로마에 의해 건설되었으며, 지금도 로마식 성벽이 시(市)를 둘러싸고 있다. 주요 산업은 모직물 공업이다. 중세적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 있고 로마네스크 양식의 산비센테 대성당과 산페드로교회, 13세기부터 르네상스까지의 조각들을 갖춘 궁전 등이 있다. 아빌라의 성곽은 구시가를 둘러싼 견고한 성벽으로 중세 성채 도시 아빌라의 상징이다. 11세기 중반에 이슬람교도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어졌으며 보존이 잘되어 있다. 규모는 길이 2,526m, 높이 12m, 두께 3m이다. 성벽 중간중간에 망루 역할을 했을 작은 탑들이 서 있고, 밖으로 통하는 8개의 문이 있다. 두산백과

아빌라는 메세타 고원의 평탄한 지대(대략 600m의 고도)로 밀 재배와 목축업이 성하며 계곡에서는 올리브 · 오렌지 · 포도 · 야채를 재배한다. 성곽에서 바깥을 보면 목초지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성곽 내부의 도시는 세고비아보다 현대화된 것 같다. 가톨릭 계통의 성지 순례지이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세고비아와 달리 아빌라는 과달라마 산맥에서 떨어져있다. 지형이 좀더 평탄하다.

어쩌면 아빌라의 데레사라고 표현되기보다 데레사의 아빌라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것도 같다. 16세기 한 여성의 영향력이 엄청남을 실감할 수 있다. 성녀 한 사람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아빌라 도시 전체가 데레사의 이름을 딴 상점과 명소들이 많다. 가톨릭 본명의 ‘데레사’의 근원이 이분인지 잘 모르겠으나 근세의 데레사 수녀님도 이분을 닮고자 하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 데레사 성녀의 저서, ‘영혼의 성’과 ‘완덕의 길’을 읽었다. 그러나 그녀의 자서전을 읽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쉬웠다. 십자가 성요한과 동시대의 분인데 그의 저서에서 풍기는 필체가 논리정연하고 분석적이라면 그녀의 글은 수행 체험과 느낌을 대화하듯이 풀어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두 저서가 ‘봉쇄수도원이곳의 수녀님들은 바깥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되어 이곳을 벗어나지 않고 노동을 하며 기도와 명상에 몰입한다. 내부 규칙을 지키고 외부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의 후배 수녀님들에게 당신의 내적 외적 영성 체험을 진솔하게 조언해주는 형식이다.


엔카르나시온 봉쇄 수도원은 아빌라 성 바깥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수도원의 외부자와 소통하는 방의 창틀을 통해서 아빌라 성곽 내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회전식 칸막이를 통해서 외부인은 수녀님들과 소통을 하는데 물건을 건네주기도 한다. 얼굴을 대면하지 못한다.

전기(前記)에서 언급했던 ‘영혼의 성’의 모태가 되는 엔카르나시온 수도원 마당의 ‘완덕으로 가는 길’을 상징화한 7궁방 도형과 봉쇄 수도원의 배치를 살펴보면서 이 수도원을 지은 설계자의 의도를 21세기 퓨전 수도 학인나는 수도자가 아닌 학인일 따름이다.의 눈으로 해석해보았다.


ps. 학인(學人)에서 ‘學’이라는 글자를 ‘覺’이라고 해석하는데 두 글자를 파자하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수 있다. 두 글자에 공통되게 보이는 위 글자는 머리통을 형상화한 ‘구(臼)’와 사귈 ‘효(爻)’가 합쳐졌는데 이는 왕성한 정신 활동을 의미한다. 주관과 객관이 만나서 인식되는 활동을 묘사한 글자이다. 수행용어로 표현하자면 명상이다. 그런데 ‘學’과 ‘覺’의 아래 글자는 ‘子’와 ‘見’인데 ‘子’는 씨앗을 의미하기도 하고 육체적인 몸을 의미한다. 배움(學)이라는 것은 본성(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형이상학적인 세계로 발전하여 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계속 닦다 보면 어느 순간 환하게 ‘볼 수 있는 見’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를 구한말 주역 학자인 야산(也山) 이달 선생은 ‘학이각(學而覺)배우다보면 깨닫는다’이라고 표현하였다. 배운다는 의미의 ‘학(學)’에서 ‘子’는 ‘방위로는 북방, 육체적 욕망’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인체 일곱 차크라의 제 밑바닥인 ‘뿌리muladhara’ 차크라와 연관된다. 따라서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철학적인 문제까지 의식이 확장되어 가는 것인데 의식만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육체도 함께 의식의 발전에 발맞추어 변화되는 것이다. 결국 수행이라는 것은 몸과 마음이 함께 발전되어 가야 제대로된 수행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타자와의 발전적 소통과 헌신이 당연히 함께해야하는 것이다.

수도원의 이름이 엔카르나시온인 근거는 여기에 있다. 가톨릭에서는 갱생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즉,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그 사람은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함의이다.

우연일까? 수도원의 위치가 북쪽에 위치되어 있다. ‘완덕으로 가는 길’의 방법을 제시해주는 7궁방의 수도터가 ‘영혼의 성’을 갖춘 몸들(여성 수행자들)이 모여서 수행하는 터전이 되는 이중의 성이 되고 있다. 수도하는 사람(수녀) 그리고 수도하는 곳(엔카르나시온 봉쇄수도원) 그리고 수도하는 사람이 바라보는 현실세계(아빌라의 성)가 남쪽의 세상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봉쇄 수도원에서 성곽 안쪽을 바라본다. 수행을 통한 내적 성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행의 이유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7가지 궁방의 의미 참고 링크


  1. 아가서 풀이「제7궁방」의 깊이
  2. 하느님을 향한 내적 여정은 우리 모두의 소명

그리스도인에게 ‘완덕의 길’은 ‘하느님과 함께 현존’하는 길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이고 이 방법을 제시해준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수도자의 인생 지표로 삼고 수도자 마음 안에 ‘예수의 성스러운 마음Spirit of Jesus/예수성심(聖心)’을 모시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의 삼신(三神) 성취인 법신(法身), 보신(補身), 화신(化身)의 사상과 유사하다. 삼신불

‘영혼의 성’에서 데레사 수녀님은 ‘완덕의 길’에서 경험하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체험을 ‘신부가 신랑을 맞이하는 과정’에 빗대어 자세하게 설명하는 고백록이다. 여성으로서 후배 수녀님들에게 고립된 영성생활에 대하여 조언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언니라고 표현해야할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다. 데레사 성녀의 생가성당은 남쪽 성곽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수녀님이 태어난 곳에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태어남이란 것은 타자와 소통하는 육신의 세계이다. 그런데 남쪽 성곽에 있다는 것은 무슨뜻일까? 남방은 태양이 높이 떠있는 곳이다. 주역의 괘로 표현하자면 이(離)괘인데 밝게 비추는 것이다. 문명을 뜻하기도 하고 천국을 뜻하기도 한다. 아빌라 성안에서 육신으로 태어났고 다시 엔카르나시온(갱생) 수도원에서 ‘하느님과 함께 현존’하는 길을 택하였고 다시 세상 속으로 두번째 태어났다. 그리고 계속 ‘하느님과 함께 현존’하기 위해 살아가고 계셨다. 수녀님은 남쪽을 계속 바라보고 앉아 계신다.

공자 철학의 핵심은 ‘대학’과 ‘중용’에 잘 설명되어져 있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요약한 문양인 태극은 안으로 수렴했다가 바깥으로 펼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안으로 수렴한다는 것은 중용의 ‘윤집궐중(允執厥中)내적인 수양’과 같고 바깥으로 펼치는 것은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학문의 실천으로 공익의 실현’와 같다. 아빌라 데레사의 7궁방의 의미도 내가 하느님과 현존하고 이웃도 하느님과 현존하게 하는 것이다. 천국을 이세상에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강압적인 강요나 폭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러나서 그렇게 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타자도 그를 닮아 동참하는 것이다. 예수그리스도의 팔로워가 그러했듯이,





-계속-





스페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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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前記


프롤로그
수도원 문화의 성격
Fabada Asturiana 스페인의 순대국?
500년 이상된 스페인 수행자의 밥그릇
절벽위에 세워진 수행자들의 공동터전
동굴이 왜 수행자들의 공부방이 되는가? 자발적 고립은 양날의 칼
돈키호테에게 보여진 풍차: 일수사견(一水四見)
성모님의 염화미소?
영혼의 성(서양 수행자들의 신체관)/아빌라


이태리 여행 前記


1,000년 전통의 수도원 약국
베네딕토 영성을 찾아서


독일 여행前記


중세 시대 여성 자연 철학자의 정신을 찾아서/힐데가르트 폰 빙엔





[아빌라 여행기] ‘영혼의 성’의 모티브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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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파이님, 저 드라마토큰 몰라요. 저번에 글로리님도 드라마토큰 해주셨는데 피터 코린이입니다. ㅋㅋ. 아무튼 감사해요.

모르셔도 토큰이 10개 쌓이시면 나중에 좋은글에 저 문구로 댓글 다시고 보팅 받으실 수 있어요.^^

그니까 드라마토큰이란 댓글이 10개 쌓이면 저도 똑같이 좋은 글에 드라마토큰이라고 댓글달면 보팅받는 시스템?

빙고!! 그런데 하루 한두번 진짜 좋은 글에만 해야지 안그러면 블랙리스트 올라가요. 저처럼. T^T


You've got DRAMA. You are going to be a Whale!

To view or trade DRAMA go to steem-engine.com.

완덕에 이르려 애쓰던 때가 기억나네요. 덕분에 지금은 마법사가 되었지만 ㅎㅎ 그런데 어벤져스의 건틀릿이 데레사의 손이었다네요??

rhhhhhh.jpg

http://funy.kr/?p=72811

ㅋㅋㅋ. 센스쟁이

봉쇄 수도원...
가족과 면담도 저렇게 얼굴도 못 보게 되어 있군요.
왠만한 소명의식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소명이라기보다는 원해서 하신 거겠죠.

잘 먹고 잘 자고 다니신다니 다행입니다.
글에서 즐거움이 묻어 나네요.
사람은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나 봅니다.

jcar 토큰 보팅 요청 하고 갑니다. ^^

또요? 감사혀요. 형아!

안녕하세요. @baguri님의 jcar토큰 보팅입니다. ㅎㅎ

좋은 아침. 저는 코박봇 입니다.
보클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