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에서...2.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in #writing7 years ago (edited)

감기가 나을만하면

첫째녀석이 어린이집에서 

감기를 데리고와서

둘째녀석은 한집에 살고 있는 탓에

그 감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어제부터 둘째녀석의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다

새벽에도 계속 

가래낀 기침을 해대는 통에

잠을 잘 못자는 둘째녀석이 안쓰러웠다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소아과로 향했다


며칠전 소아과에 갔을 때

사람이 많은 시간에 가서

호흡기 치료를 집에서 하라고

기계를 대여해 주셨다


1번 약 넣고 5분

2번 약 넣고 5분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번씩 

해야한다고 했다


둘째녀석을 안고서 호흡기기계를

입에 갖다대니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쳐대기 시작했다

나는 힘도 들고

사실 하루 두 번하는게 귀찮아서

'이 어린애가 10분을 가만히 버틴다는게 말이돼?' 

'이거로 얼마나 치료가 되겠어'라며 

또 핑계의 합리화를

해대기 시작했다


소아과에서 30분정도 기다린 끝에

선생님이 진료를 봐주셨다

"호흡기 계속 잘 해주셨죠?"

"아니...그게...사실 잘 못했어요..(긁적긁적)

애가 너무 움직여대서^^;"

의사선생님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둘째녀석에게 바라보며

나 들으라는 듯

혼 아닌 혼을 내기 시작하셨다

"아니 너 기침심해서 

몇개 없는 호흡기 기계 빌려줬는데

기껏 빌려간 녀석은 안하고

못 빌려간 녀석은 응급실에 실려가고

그럼 되겠어 안되겠어?

오늘부턴 잘 해야돼 알았지?"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팍에 뭔가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띵 해졌다


내가 빌려가지 않았다면 

그 아이가 응급실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빌려가서 열심히 사용했다면

못 빌려간 아이가 덜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병원에서 빌려주는걸

무지 당연하게 생각했다

내 아이가 지금 아프니까

그정도는 병원에서 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내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기계는 한정되어 있고

아프다고 소아과에 오는 아이들은

많았다

난 다만 운좋게 얻어 걸린 것일 뿐

당연히 내가 가져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 아이가 소중한만큼 

남의 아이도 그 엄마에겐 소중할 것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

눈이 치워진 거리도

별일 없이 무탈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누리고 있는 것처럼..


★ 책 속의 공감 글귀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

어느 기업에서 글쓰기 강연을 마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벽면에 달라 붙어 있는 메모판에

짧은 문장이 쓰여 있었는데,

찬찬히 읽어 내려 가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시선이 멈췄다. 뜨끔했다.

평평한 길을 걷다가 돌연 가파른 절벽을

만나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해 주세요

이곳을 청소해주시는 분들,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들입니다.

-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중에서 -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이 울컥해졌다. 생각해보면 인간관계만큼 힘든 일이 없는 것같다. 상대방도 하나의 인격이고 오랜세월 자기만의 내공이 있기에 나랑 의견이 안 맞는건 당연하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세상엔 나와 맞는 사람보다는 안 맞는 사람이 더 많기에 인간관계가 힘들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도 나를 힘들게 하는 

그 누군가라도 상대방이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 사람으로 인해 힘들었던 마음이 좀 위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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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있어, 그 사람이 아니라, 내게 문제가 있을수도 있겠다로 생각하려고 하곤 합니다. 얼른 아이들 감기 나으면 좋겠네요~ 저희 아이도 이번엔 엄마한테 옮아서 또 감기중입니다; 여기에 미세먼지는 매일 최악이니 더 어렵네요~

요즘 미세먼지로 난리네요ㅠ 예전엔 안개인줄알았는데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할줄이야. 맑은 날에 감사해야겠어요~

그러네요~사람밑에 사람없고 사람위에 사람 없다는 말이 이럴때 써도 되려나요? 누구나 어느 누구에게는 소중한 사람일텐데 말입니다. 이러고보면 누굴 미워한다는게 참 어리석어보이기도 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홀릭님, 어찌 그냥저냥 지나갈 수도 있는 한 마디를 가슴에 품고 이렇게 풀어내어주시는지요? 갑자기 제가 가진 모든 것들, 저의 무탈한 일상이 귀하게 느껴 집니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어려운 마음이 들수록 감사함을 놓쳐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해보면 감사한일이 많은것 같아요 생각을 잘 안해서 그렇지만요ㅎ 뭐가 그리 바쁘다고 많은걸 놓치고 사는지 모르겠네요^^

전 의사선생님이 말을 읽을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홀릭님은 다른 깨달음을 얻으셨네요. ^^ 사실 병원에서 일하면 애들한테 저런 종류의 거짓말을 하거든요. 어떤 아이가 응급실을 간게 진짜일수도 있지만 이런저런 경험상 흡입기때문에 가진 않았을거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듭니다. ^^ 일할때 말을 한번더 생각해보고 해야겠다는 또 다른 깨달음을 주는 글이네요.

그런건가요? 자주 다니는 병원인데 저렇게 말씀해주신건 처음이었거든요ㅎ 물론 거짓일수도 있지만 실제면 안타까울일이잖아요ㅠ 너무 순진했나봐요^^

누군가에는 전부죠. 아 맞다. 한 사람 한 사람 가치있는 사람이에요

네 맞습니다^^

@holic7 님의 의미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마 전, 긴박했던 일이 생각 났습니다.
제게 있는 딸아이의 일이었습니다. 아직 학교에 취학하지는 않은 어린아이 인데, 언젠가 부터 밤에 잘 때마다, 거친 숨소리와 코골이가 있었습니다. 뒤척이기는 했어도, 깨거나 하지 않았기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일상의 감기와 같은 증상으로 동네 병원에 방문 하였고,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라는 말과 함께, 보다 큰 병원으로 가라는 소견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호흡과 양쪽중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게다가 더욱이 안타까운 사실은 진료를 담당했던 주치의 선생님의 말이, "수술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수술이 밀려서 1년 넘게 대기를 해야 합니다" 라는 말이었죠..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동시에 밤마다 숨쉬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에 눈물나게 아이에게 미안함 마음이 몰려 왔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2주일간의 뛰어다님 끝에 결국 수술일자를 당겨서, 수술을 하게 되었고, 다시 한달여가 지는 지금은 빠른 회복으로 거의 완치가 되었습니다.

"원무과 직원을 찾아다니며, 어떻게 좀 안되겠냐" 제 부탁을 끝내 들어준 직원이 남긴 말이, 제 아이가 수술을 하게 되면, 그 만큼 모두다 밀린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부모라는 이름이도 내 자식을 먼저 생각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holic7 님 께서 합리화 하셨다는 것으로 인해 비록 다른 아이에게 기회가 없었을 것엔 안타깝지만, 그 어느 부모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게다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걸요..

부디 너무 속상해 하시거나, 너무 안타까워 하지는 마세요..

의미 있는 포스팅에 감사를 드립니다.

티원님^^ 댓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어릴땐 감기가 폐렴이나 중이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해서 참 무서운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히 둘 다는 아니어서 안심하고 있네요.
수술이 시급한데 1년이나 기다려야한다니 참 듣는 저도 답답함이 느껴지네요. 티원님 고생 많으셨을것같아요ㅠ 2주도 길다면 긴 시간인데 지금은 괜찮은거죠?
의사선생님 말 듣고 그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호흡기 열심히 해주고 있네요ㅎ 차도가 좀 있길 바랄뿐이에요ㅠ

참 홀릭7님 글읽으면서 제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내가 얻음으로 다른사람은 잃을수도
있다는 생각.. 남을 배려하는 습관을 가져야할꺼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모카님 저도 감사합니다^^

무언가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 하는 건 저희네 일상에서 쉬운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홀릭님 글을 보면서 당연한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네요.
아이들이 빨리 낫길 바라요.

네 말씀감사합니다^^

마지막 부분을 생각하신 것 자체가 이미 훌룡한 어머니 아닐까요.. 인생을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이 생각과 사고를 만드니까요. 아이의 미래가 밝아보입니다..^^

극찬이신데요?ㅎ감사합니다
하트님 말씀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저도 평상시에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당연한일이 아닐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뒤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네요~ㅜㅜ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방문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못 빌려간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가다니...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항상 백프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ㅜㅜ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들...

의사선생님이 괜히 한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호흡기 하고 있습니다ㅎㅎ 돌아보면 감사한일. 고마웠던 사람들이 참 많은것 같아요^^

언제나 홀릭님의 글은 제가 닥쳐있는 상황들을 다른 눈으로 볼수 있는 지혜를 주시는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왠지 오늘은 어제와 다른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할수 있을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방문 감사해욧~

그러네요. 다시 한번 무언가를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네요. 내가 얻음으로 해서 또 누군가는 잃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ㅜㅠ 누군가에게는 전부인 사람들에게도 친절을 베풀 수 있는 내일 하루가 되어야 겠네요~^^

내가 하는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걸 알면서도 항상 놓치고 살죠..
그저 몸에 배려하는 습관이 배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나 싶습니다...하하

맞는 말씀 입니다 습관이 되는게 쉽지않아서 문제지요^^;

나아닌 다른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렇게 배우지만 평소에는 많이 잊고 사는것 같습니다.
아르바이트생 등에 적힌 "남의집 귀한자식"이 생각납니다.

머리로 아는 것들인데도 행동화하는게 쉽지가 않죠ㅎ 남의집 귀한자식이라고 적힌 글귀를 보면 막대하진 않을 듯 싶네요^^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는 말인 것 같아요. 혹시나 누구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언해주었을 때, 다시 한 번 입장을 바꾸어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누구를 배려하는 멋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찔리네요...ㅎㅎ)

저도 좀 찔리네요ㅎ 마음의 여유가 있거나 생각할 시간이 있을 때에만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꼭 돌이켜볼 때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안타깝게도ㅎ

알고는 있지만 늘 생각하기는 어려운거같아요! 그래서 항상 사람은 모두 귀하다라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해요!ㅎㅎ 그나저나 아이가 얼른 나았으면 좋겠네요ㅎㅎ

좋은 마인드네요^^ 방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