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를 받으며 든 생각

in #busy6 years ago (edited)


세상 살다보면 정말 아무 쓸모도 없고 존재감마저도 미미한데 그것의 부재로 인해 난감한 일들이 벌어질 때가 있지요. 혹은 반대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어떤 것 덕에 어려운 일을 무사히 해결해 낼 수 있을 때도 있고요. 늘 그럴수는 없을진 모르지만 작은 것, 존재감이 없는 것에도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도록 해봐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직업적인 것이겠지만 수업 속 아이들을 생각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미치게 되더군요. 특히 작년 거의 존재감이 없이 교실에 있던 한 아이가 올해 3월이 되자마자 대안학교로 가버린 일이 떠올랐습니다. 원래 존재감이 없었고 아이들과의 교류도 적었던지라 별로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미인가 대안학교로 간 덕에 여러가지 학적처리를 하느라 6월까지 이런저런 행정업무들이 계속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거기다 반의 아이들이 그 아이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각종 활동에서 그 아이의 부재를 느끼고 그 아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그 아이의 빈 자리라는 것을 느끼었죠. 작은 학교라 인원변동없이 학년이 올라가는지라 더 그랬던거 같습니다. 어쩌면 사랑니 같은 아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오늘 치과를 갔습니다. 얼마 전부터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오른쪽 아래 제일 안쪽 어금니가 아프더라고요. 참고 먹다보면 아픈 게 가셔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미루고 미루던 치과진료를 오늘에야 가게 된 거죠. 1년 전쯤에 치과에서 떼운 곳이라 떼운 게 문제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더랍니다. 진료를 받으며 의사선생님에게 그렇게 말을 했고요. 근데 의사선생님이 혹 이를 심하게 가는 버릇이나 이를 꽉 다무는 습관 같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런 버릇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던 터라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했죠. X-ray를 보여주는데 그 어금니에 금이 가고 전에 떼운 것이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과하게 많이 사용해서 그런 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진료 내역을 보시더니 전에 사랑니를 뽑은 후 불편한 점이 없었냐고 물어보더군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사랑니를 뽑고 나서 음식을 씹다가 오른쪽 위와 아래의 제일 안쪽 어금니가 부딫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이야기 했죠. 아마 그것 때문에 아래쪽 어금니에 금이 간 거 같다고하더군요. 약 7개월 전에 불현듯 잇몸 밖으로 외출한 사랑니를 뽑았었습니다.(https://steemit.com/kr/@zaedol/c52yu) 쓸모가 없는 것이니 하고 빼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생활을 했었죠. 가끔 위아래 어금니가 부딫혀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이죠. 그렇게 생각한 사랑니 발치 덕에 어금니가 금니로 둔갑하게 되었습니다.

저녁놀1.JPG

저녁놀2_1.JPG

우리집의 자랑거리(?)가 되어버린 부엌 쪽 창문으로 바라본 저녁놀입니다. 어쩌면 살아가는데 아무 의미도 없고 있어도 없어도 였던 이 풍경이 어느덧 삶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스팀잇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 했을테죠.
오늘 치과 진료를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다들 건강은 잘 챙기고 있으신가요? 부디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보내고 있길 바랍니다. ^^

사족.
학창시절에 우리 신체기관 중 절대로 쓸모없는 기관은 없다며 맹장 역시 어떤 기능을 할 것이라고 어쩌면 앞으로 닥칠 우주 시대에 우주에서 생활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관은 아닐까 라는 말을 하던 선생님이 있으셨죠. 맹장 수술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냥 우스개 소리로 여겼는데 이 글을 쓰며 문득 떠오르네요. 근데 맹장이 하는 기능이 있는가요? 흠... ^^;;

대문.jpg

by @doroth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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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같은 아이. 매년 교실에 꼭 있지요. 지나고 나서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ㅎ

그렇지요. 후회가 안 남게 해야 할 건데 말이죠. 남은 2학기 분발해 봐야 겠습니다. ^^

며칠전 ...오랜만에 노을가져 오셨네요..^^

그러게요. 오래간만이네요. ^^ 잘 지내시죠?

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치과치료는 진짜 고생인거같아요 ㅠㅠ..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집이 부럽네요!

아마 가장 가기 싫은 병원 중 하나가 치과일 거라 생각합니다. 나이가 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인지 늘 한껏 아픈 다음에야 겨우 가보게 되는 곳이지요. 미리미리 다녀서 초기에 간단히 치료해야 할텐데 말이죠. ^^;;; 부럽다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어금니가 생각보다 약한건지 금이 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네요
저는 제가 사랑니같은 아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저학년 때는 조용히 지냈거든요

저 역시 존재감 없이 학교를 다닌 일인이지요. 그래서 교실에서 저 같은 아이를 보면 한편 반가우면서도 안타깝고 어떻게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 속에서 건강하게 관계 맺어지고 학창시절이 빛나는 추억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고민도 됩니다. 그러면서도 섣부르게 먼저 손 내밀지 못하기도 하고요. 어금니에 금이 잘 간다니 조심하셔요. 전 나름 이가 튼튼하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이네요. ^^;;;

제가 보지 못 한 풍경도
듣지 못 한 이야기도 매일 생겨나고 지나가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거군요
그 안에 속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저 역시 누군가는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매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를 먼지로 흩어내고 지내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다 저의 그 이야기를 알아주는 이를 만나면 너무 고맙게 느껴지지요. 아내가 그런 사람이었고요. 이젠 스팀잇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요. 그리고 뜰님보다는 좁은 의미지만 그 안에 속해 있음이 감사하고요. 이렇게 찾아주시고 제 작은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

함께가자 우리 토끼를 깨워서 함께가는 거북이가 되어야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를 여기서 보게 되네요 :) 우와 신기합니다. by 키만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를 참 좋아합니다. 심지어 저 글귀는 제가 맡은 반 급훈으로 내걸어 놓고 있지요. ^^;;
여행이야기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 곧 찾아가 그동안 못 본 이야기를 봐야겠어요. ^^

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너무너무 더운 날씨에 정말 진이 빠지는 거 같은 요즘이네요. ^^;;;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치과 치료 받으시면서 많은 생각을 하셨네요.
존재감은 없었지만 그것이 없어지고나면 빈자리를 느끼게 되는것 같아요.집안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노을 볼수 있다는것은 행운이네요^^

숙박 출장 중이라 집에서의 노을이 그립네요. ^^;;;
빈자리를 느끼기 전에 그 소중함을 알아채야 할 건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