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덕담 - 모두 「타짜」의 곽철용 사장만큼만 성공하시길

in #kr7 years ago (edited)

이름을 듣고 바로 떠올리지 못할 분들이 있을까봐 설명하면, 곽철용은 바로 고니와 화란을 괴롭히던 그 고스톱 하우스 사장이다. 악역 전문 배우인 김응수 씨가 분했다. 영화 내내 잔인하고 허세 넘치는 면모를 보여준다. 자기 편으로 포섭한 줄 알았던 고니 앞에서 인생 설교 꼰대짓을 하다가 죽는 장면이 실로 백미.

근데 나이가 들어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젊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아, 조폭 두목이긴 하지만 이 정도 삶이면 나쁘지 않겠구나, 이 사람 참 성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곽사장만큼 돈을 벌겠다는 뜻이 아니다. 아래는 곽사장 장례식에서 아귀(김윤석 분)와 곽사장의 부하가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너 병원 뒤지고 다닌다며."
"복수해야죠."
"뭐 복수? 죽은 곽철용이가 너네 아버지냐? 복수하겠다고 지랄들을 하게? 복수 같은 그런 인간적인 순수한 감정으로다가 접근하면 안 되지. 도끼로 마빡을 찍든 식칼로 배때지를 쑤시든 고기 값을 번다. 이런 자본주의적 개념으로 나가야지.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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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곽철용의 부하는 고니에게 복수하러 갔다가 그만 자신도 목숨을 잃고 만다. 만약 어느 날 내가 살해당한다면 이걸 복수하겠다고 범인을 찾아다닐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보통은 없다. 게다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아들도 아니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다. 얼핏 거들먹거리는 외면과 달리 평소 그가 '자기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건 그저 돈으로 살 수 있는 환심이 아니다.

지인 중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떠올리며 종종 눈물을 적시는 분이 계시다. 지금도 한 성격 하시는 걸로 유명하신 분이다. 이 분은 결혼 후 처음 방문한 시댁에서, 초장부터 지고 들어가면 안 되겠다고 결심하고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아온 시어머니를 그렇게 무시했다고 한다. 다행히 이 전략(?)은 성공해서 시대가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집살이 없이 아주 편하게 명절을 보냈다고. 그런데 이제 자신도 나이가 들어 입장이 바뀐 채 다시 생각해보니, 자기가 그렇게 무례했을 수가 없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었던 시어머니만 떠올리면 그렇게 미안한 감정이 들 수 없다고.

정승집 노비가 죽으면 사람들이 잔뜩 찾아오지만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인간 관계란 본디 1을 주고 1을 받는 것이다. 줄 수 있는게 추억거리 밖에 없으면 제 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자주 보기 어렵고, 자신이 온전한 1이 되지 않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도 쉽게 친분이 생기지 않을 뿐더러 원래 있던 관계조차도 끊어지곤 하는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미 죽은 몸이 되어 아무 것도 줄 수 있는게 없는데 자신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성공이라 함은, 돈을 많이 벌고 권력을 쥐어 보는 것이 아니라, 죽은 뒤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굳이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발렌타인 데이이고 내일은 설 연휴다. 모두들 사랑하는 연인 가족 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 그리고 타짜의 곽사장만큼만 성공한 사람이 되실 수 있기를 바란다.

PS : 웃긴 덕담 죄송합니다. 그리고 하우스에서 고스톱 치다 걸리면 초범도 실형 나올 수 있습니다. 그냥 고스톱은 집에서 조신히 가족들끼리 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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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떠블로 가!"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그리운 사람'이 된다는 것
혼자 술 마실 때 종종 생각하던 저만의 성공의 기준이었는데 왠지 공감받은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네요 ^^;;
한껏 포근해진 날씨만큼 기분 좋은 설 연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ㅎㅎ 댓글 감사드립니다 평소보다 연휴가 좀 짧지만 그래도 넉넉하고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결국 나이가 들수록 사람 생각은 비슷해지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서글픈 이야기지만

항상 생각해봅니다. 제가 나쁜 일에 연루되었을때 "그럴 줄 알았어"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을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많을지...
보팅 주사위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https://steemkr.com/kr-overseas/@floridasnail/2018-2-14-2
tip! 0.243

우와 ㅋㅋㅋ 감사드립니다

일단 이 사람은 뭔가 잘못했을 사람이 아니다, 잘못을 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인상을 줄 수 있다면 참 좋겠죠 ㅎㅎ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Hi @admljy19! You have received 0.243 SBD tip + 0.01 SBD @tipU from @floridasnail :)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였다니..ㄷㄷ 그냥 연휴 전날로만 알았는데.. 이 글 보고 깨달았네요ㅋㅋ 자기를 위해 희생해주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만들었다면 성공한 인생이 맞겠지요. 좋은 글입니다 ^^

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척 어려운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잘 해줬으니 이 사람도 잘 해주겠지라고 기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자기 자신의 품격 자체가 높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짜 내편인 사람을 만드는것... 인생을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중 하나 아닐까요?
타짜 이야기 포스팅 보고 다시 생각하니 다른눈으로 보게됩니다.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 자식 관계를 빼면 보통은 저런 사람을 한 명도 못 만들고 가지 않나 싶군요

하우스 실형은 판돈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이쪽은 제 전문이라 ㅋㅋ
요즘엔 명절에 가정폭력 신고가 종종 들어오지요..
가족이 모여 즐거워야 할 자리가 가족이 모여 싸워야 할 자리가 되기도 하는 모습이 씁쓸합니다.
엄청난 필력으로 술술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는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점 당에 따라 다르겠죠? ㅋㅋ
돈이 없는 사람이 치면 점당 100원도 도박이 되고 부유한 가정에서 치면 오락이 되고 그런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ㅎㅎ 실제 하우스 실형은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아마 더 잘 아실 것 같습닌다

점 당 보단 전체 판돈 규모가 중요하지요 ㅋㅋ
하우스는 개설한 사람이 도박장 개장으로 가장 중하게 처벌받습니다^^

아수라발발타~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에 누가 올 지 생각해봐요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구요

매우 훌륭하신 생각인 것 같습니다 ㅎㅎ 꼭 죽어서 장례식에 오는 것 뿐 아니라, 아마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시다보면 살아 생전에도 좋은 일들을 많이 보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

훈훈한 글을 써주셨네요~ 저도 간만의 휴식을 잘 즐기고 있습니다. 잠시 쉬는 타임.. ㅋㅋ

ㅎㅎ 몸살기운 있던건 어떻게 되셨나요? 그래도 설날은 수능 시즌도 아니고 좀 한시름 놓으셨겠군요

ㅋㅋ 쉴 때 되니 거의 다 나았네요~ 술 좀 마셔도 될 듯 합니다. 가즈앗!! ㅋ

다행이네요 ㅋㅋ 즐거운 음주가무가 함께하는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ㅋㅋ 가즈아~!!

많은것을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네요.. 저도 좋은사람이 되고자 바르게 살고자 항상 노력해야겠어요.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즐건 명절되세요^^

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

타짜 정말 좋아하는 영화고 자주본 영화인데 이런 생각은 못해봤네요. 찬찬히 읽어보니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ㅎㅎ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저도 처음 영화볼 때는 완전히 지나간 부분이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유교의 제사가 죽어도 3대 까지는 살아있는 자손들이 자신을 기억할 것이다라는 기억 강제 보장(?)시스템 인 거 같습니다.
이제 죽은 다음 자손들에게 제삿밥 얻어 먹을 욕심도 없고 먼 후손이 나의 업적과 선행을 기억해 주길 원하는 마음도 없어졌습니다.
그저 있을때 잘하자!.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있을 때 잘해야하는게 맞죠... 괜한 죄책감으로 제사 화려하게 지내봤자 산 사람들끼리 새로운 갈등만 일으키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즐거운 명절되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저는 타짜를 보지 않았는데, 풍류판관님 말씀대로 성공한 삶이네요, 곽사장. 수평적 관계도 아닌 수직적 관계의 사람이 곽사장을 저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 정말 대단해요. 풍류판관님도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D

그렇죠 ㅎㅎ 수직적 관계라는 점에서 더 그렇네요, 사실 대부분 수직적 관계에서는 저런게 쉽지 않은데요

타짜는 제법 수작이에요 ㅋㅋ 나중에 한번 보셔도 나쁘지는 않을듯요 ^^ 즐거운 설연휴 되세요~!!

만약 어느 날 내가 살해당한다면 이걸 복수하겠다고 범인을 찾아다닐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도덕적 관념에 가려져 보지 못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어쩌면 곽철용은 자기 자신에 한해서는 꽤나 괜찮은(?)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악인은 악인이죠. 전두환이 자기 대신 감옥 다녀온 충신 장세동이 있어도 사람 죽인 독재자인 것은 동일한 것처럼요 ㅎ

단 주변 사람들을 포용하고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에는 분명 배울 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깊이 동감합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사람들은 '곽철용이 악인이다'라는 표면적 메시지를 받아들이느라 풍류님이 벗겨놓은 지점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이 더 고맙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

편안하고 행복한 설 연휴 되시길! :D

ㅎㅎ 어느 것에서든 다른 관점에서 보는게 저는 제일 재밌더라고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설 연휴되시기 바랍니다^^
저는 음식 조심하겠습니다 ㅎㅎ

고스톱은 집에서만... 기억하겠습니다. ㅎㅎ

ㅎㅎ 중요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인간 관계는 기본적으로 1을 주고 1을 받는 관계. 1을 줄 수 없으면 그 외의 나머지 것들로 발복을 잡히고 받은 1때문에 고개를 못 들때가 많죠. 부모 자식 관계도 그렇고 형제의 경우도 그렇고 온전한 1이 되지 못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게 인간 사는 세상입니다. 정확하게 잘 지적하셨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을 받지 못해도 그냥 자신의 2 ,3 까지도 줄 수 있는 의리있는 친구나 사람을 곁에 둔다면 정말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글 명절 선물로 생각하고 잘 읽고 갑니다.

쌓아온 시간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이란 이기적인 동물이지만 또 합리적인 동물은 아니지 않습니까? ㅎㅎ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건 감정이죠

사람은 삼시세끼가 주어지고 매달 명품을 살 수 있다고 꼭
행복한 존재도 아니기 때문에.. 이 사람이 있어서 내가 행복했고 이 사람이 없으니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 뭔가 복수라도 해야겠다는건 사실 이해할 수 없는 컨셉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 문제는 그렇게 감정에 호소해서 자신을 위해 움직이게 만들 그런 인간적인 매력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없는 것이죠

무슨 일을 하건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나에게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
죽음의 이전에 취업을 하고 이직을 하면서 갑과 을이 바뀌고 또 안볼 것 같은 사람을 다른 위치에서 보는걸 보면 직급과 자리로써 행동하기 보다는 사람대 사람으로 대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싫은 말을 할때도 상대방이 충분히 공감할만한 합리적인 선에서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누군가 을한테 대하는걸 보면 그 사람 품성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특히 아랫사람이나 약한 사람에게 잘 하는지가 그 사람의 인격인 것 같고 평판을 의식해서 평생 연극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결국 자연스럽게 쌓아온 인품이 나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필력이 너무 좋으시네요.. 저도 책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깊은 사색을 하셨을지가 짐작이 갑니다. 풍류판관님 블로그를 발견한 것 하나만으로도 스팀잇에 가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글들도 너무 재밌게 읽어서 다 댓글은 달지 못하고 보팅만 쭉 하고 왔습니다. 앞으로도 유익한 글들 부탁합니다..^^

ㅎㅎ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뉴비시네요... 처음에는 좀 힘드실지 몰라도 살면서 쌓아오신 생각의 량과 읽은 책들이 충분하다면 금방 자리 잡으실 겁니다. 보팅 감사드립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많이 나눠주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요즘,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하는 글인 것 같아요 :)

설날이고 해서 특히 올렸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그렇네요,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것은 돈과 지위로도 하지 못하는 것이네요. 최근에 본 영화 ‘코코’ 에서도 현생의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면 이승에서도 사라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글을 보니 다시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