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봄을 만나는 곳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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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만나는 곳 @jjy

휴일 아침 반가운 얼굴들이 한적한 관공서 마당으로 모여든다. 모두들 반갑게 손을 잡으며
활짝 웃는다. 아침부터 예고된 비가 서둘러 하루 전날 밤부터 내려 나들이 길을 열어 준다.
청명한 하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상큼했고 주위의 나무들을 살펴보니 벌써 눈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혹한에 사무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있을 것만 같았던 생각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 머리 위에서 들리는 새소리까지도 한결 맑고 높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굽이굽이 산모롱이를 돌다보니 하늘빛을 쏙 빼닮은 바다가 눈으로 들어온다. 잠시 휴게소에 들러 해우소를 다녀온 사람들과 커피나 그 밖의 간식거리를 손에 든 사람들과 한 데 모여 사진도 찍고 또 다시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한참이나 동행을 한다.

연휴의 관광지는 음식점마다 북새통이다. 빨리 달라는 성화에 신발이 안 보인다는 투정을 들으며 들어간 곳은 기대를 능가하는 실망을 안겨준다. 뜨는 둥 마는 둥 수저를 놓고 커피를 한 잔 들고 낮선 곳에서 길을 더듬어 바닷가로 향했다. 멀리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나도 그 길 걸었다. 오후의 봄볕이 쏟아지는 바다는 평화로운 그림이다. 부표에 빨강과 흰색의 대비가 선명한 깃발은 북서풍을 가리키고 있어도 태백준령이 찬 공기를 막아주는 바다는 바람도 포근하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울고 있다. 벌써 한참을 울었는지 빨리 차로 오라고 성화다.

낯선 항구의 풍경도 곧 어둠에 묻히고,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달려간다. 평소에 자주 걷지 않는 편이라 모처럼 몇 키로 걸은 표를 내는지 발가락이 아파 차 안에서 신을 벗고 등을 기대고 버스 관광의 필수덕목이라는 한 잔을 치과진료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절하고 눈을 감아 보지만 이번에는 묵직하고 두꺼운 책이 무릎 위에 놓인다. 모두들 노래만 하고 살았는지 가수들이 보면 통곡을 하고 갈 만큼 절창이다. 게다가 신나는 댄스곡으로 잘도 하는데 나는 어쩌다가 하는 노래라는 것이 남들 한참 달아오른 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 한번은 짓궂은 친구가 큰 소리로 아멘 하고 놀린 적도 있었다.

짧은 하루 나들이의 피곤함은 있었지만 오랜만에 일상에서 벗어나니 잠시 휴식에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장마철에 잠깐 해 나는 날에 거풍을 하고 난 기분으로 돌아왔는데, 방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다리를 쭉 뻗으니 그제야 찾아오는 안도감은 또 무언지.

다음날 아침 찬 공기에 어제의 그 바다가 간절하게 떠오른다. 금빛 윤슬이 찰랑거리는 봄 바다와 포근한 바람이 다시 그리워진다.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따라 잠시 집 주변으로 나간다. 지저분하게 흩어진 잡석 틈에서 밥풀데기 만한 새싹이 보인다. 아직 무슨 풀인지 구분이 되지는 않으나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기니 감장얼음을 피해 쇠별꽃이 벌써 손가락 두 마디나 자라고 있었다. 봄은 그 바다에 머물지 않고 앞질러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걸 정작 나만 모르고 있었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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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성큼 다가옴을 빗소리로 느끼고 있어요.
어쩐지 이 빗소리가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오랫만의 나들이로 즐거우셨길요 ^^

오랜만에 보는 봄바다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봄이 물씬 다가온게 느껴지는 하루네요 ^^

옷을 얇게 입고 방파제를 걷는데
바람도 햇빛도 부드럽고
식당에서 뽑아온 커피도 유난히 맛있었어요.

저도 바다보러 나들이가고 싶어지네요^^ 마음도 산뜻해지는게^ 정말 봄이 온것같아요^^

잠깐 시간내서 다녀오세요.
효과는 만점
포스팅거리도 다양해 집니다.

거풍(擧風)

쌓아 두었거나 바람이 안 통하는 곳에
두었던 물건을 바람에 쐼.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네이버)

감장얼음

지저분하게 검은 얼음?
이건 네이버 사전에서 추론하기가 어렵습니다.

※ 즐거운 나들이 다녀 오셨군요~^^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음대로 하면 매 달 가고 싶지만
일단 작은 기쁨으로 만족합니다.

이번 겨울은 긴듯 짧은듯 지나가버리네요~
얼른 완연한 봄이 찾아와서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ㅎㅎ

봄비가 언 땅을 녹이고 있어요.
땅은 빗물 한 모금 받아먹고
얼마나 많은 싹을 틔울지 기다려집니다.

오우~ 봄바다를 보고오신건가요~! ^^ 바다내음이 살짝쿵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ㅎㅎ 한주 활기차게 잘보내십시오~

산골사람이라 물만 보면 무조건 들떠요.
그러면서 하루도 못 가서
빨리 돌아오고 싶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