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wifi 키위파위님이 만들어 주신 대문을 오랜만에 사용해보았다.
몇 년동안 가깝게도 멀리도 자주 왕래하며 지냈던, 한 명의 동료가 곧 귀국을 앞두고 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급히 결정한 귀국이기에 못내 아쉬워 몇 주 안남은 시점에 몇 번이나 만나 같이 식사 자리를 가졌다. 만나면 별거 아닌 일로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같이 일한 교수들, 동료들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의 불안한 미래를 함께 상소히 나누던 든든한 존재였는데.
처음 만난 장소는 교수님의 공연장에서 후 잼 improvisation(jam session) 세션. 이상하게 사람을 참 편하게 만들어주는 내공이 느껴져, 먼저 다가가 제가 많이 부족해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평소엔 하지 않던 너스레 까지 떨었더랜다. 함께 블루스 한 곡을 연주한 실로 즐거웠던 4분 남짓한 그 시간속, 보컬을 배려하면서도 세련된 그의 연주에 순간 매료되어 버린 나. 옆에서 박자를 헤매던 기타리스트를 최대한 무시하려 노력하면서 성심성의껏 드럼을 치는 그와 몇 차례 눈빛교환을 나누고, 연주 후 한숨 돌리는 시간에 기쁘게 연락처를 나눴다. 그 후, 파리 중심에 살던 그 덕분에 룩셈부르크 공원도 종종 들리고 자주 카페에서 만나 이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는 얘기.
후에 석사를 다닐 학교를 알아보던 중 그가 자신이 석사 1학년으로 공부하고 있는 학교를 추천해 주었고 마침 교수진과 커리큘럼 방향성이 맞아 지원했다. 오디션 몇 달 후, 덜컥 심사과정을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은 나는 1학년, 그는 2학년으로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아뜰리에를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근처 마트에서 사온 점심을 같이 먹으며 틈틈히 교류를 나누곤 했다. 생계 유지가 빠듯한 같은 유학생 처지라 만날때 늘 좋은 곳을 가진 못했지만 늘 앞장서 계산하던 사려 깊은 동료이자 서로가 서로를 짠해 못지 않아 하는, 그런 사이였다. 자주 만나진 못해도 늘 가슴 한켠에 잘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살았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일단은 한국에 정착해보겠다며 올해 귀국을 결정했다. 나와 엇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았고, 늘 동생들을 아껴주고 아낌없는 조언 (자주 라떼는 말이야로 빠지긴 하지만)을 나눠주던 그였기에 내심 느껴지는 서운함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좋은 소식을 들으면 덩달아 기쁘고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며 동료애를 나누던 과거들도 떠오르고.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던 지난 날들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그는 분명 잘 되리라 확신하고 또 소망한다.
시간은 왜 이리 느리게 흘러가는가 싶었지만 모두 지치지 않고 한 뼘 씩 성장했다. 나도 처음 만났던 때보다는 안정된 일상을 지켜내는 수준을,(큰 맘 먹으면) 쌀국수 한그릇은 언제든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를 살아내고 있으니까. 그런 그도 안정되고 웃음 가득한 파리생활을 해내길 바랬는데. 졸업을 앞둔 내게 공연과 프로젝트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냐며 졸업자의 여유로 너털웃음을 짓는데, 와서 드럼 쳐줘야지 어딜 한국으로 도망 가냐고 웃으며 타박을 주는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살다보면 그런 인연이 찾아온다. 옆을 늘 지켜주지는 못하지만, 멀리서 잘 지내나 자주 들여다보는 좋은 인연.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달려가 든든히 편을 들어주고 누구보다 더욱 성을 내주는 사이. 서로의 커리어를 응원하며 누구보다 빛날 앞으로의 앞날을 기대해주는, 잊고 살다가도 가끔 떠오르면 주저하지 않고 카톡을 무심히 보내는 그런...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모습에 참으로 많은 걸 배웠다. 본인 왈- 인생의 새로운 서막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니, 이제는 그의 안녕을 빌어줄 차례다. 우리 그때 그랬지 웃으며 털어버릴 날이 금방 올 테니까, 그때까지 연습 많이 하고 계시라고.
Bon Voyage et Au revoir
무슨일이 생겼을때 바로 달려와주는 친구는 인생에서 한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글이 술술 잘 읽히네요^^ 앞으로 자주 봬요~!
반갑습니다. 그런 친구 한명만 있다면 삶이 더욱 돈독해지겠지요!
스팀잇이 예전과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일년 넘게 계속 글을 써오면서도 체감이 잘 되지 않네요. 앞으로 자주 소통하길 바라요.
한동안 허전 하시겠어요.
그런 친구 많지 않은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왕래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 몇달에 한번 볼까말까 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같이 고생했던 친구가 간다니 섭섭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