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마의 타자 이야기(feat. 타이핑 알바 이야기)

in #kr7 years ago

MyPhoto_1156265514_0631.jpg

6살때쯤 이었던것 같다.

우리집에도 컴퓨터가 생겼다.

지금의 컴퓨터랑은 너무나도 다른, 그런 컴퓨터였다.

내 기억속 그때의 컴퓨터에는 기본 게임이 몇가지 깔려있었던것 같다.

그 중 하나가 고인돌 이었고 나는 형과 매일 고인돌을 했다.

.

.

.

.

.

.

그러다가 컴퓨터가 조금 더 발전했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컴퓨터에는 스타크래프트가 다운받아졌다.

컴퓨터에 있는 기본 프로그램, 게임 중에는 타자연습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당시 우리 어머니는 형과 나에게 타자연습을 많이 시키셨다.

가장먼저 키보드를 어떤 손가락으로 입력하는지 부터 시작하여, 단어 연습, 짧은 문장 연습, 긴 문장연습 까지 타자연습을 참 많이 했다.

한번은 어머니가 긴글 연습을 해서 어머니 보다 더 높은 점수가 나오면 선물을 주신다고 하셨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어머니를 이기지 못했다.

.

.

.

.

.

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교내 타자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었다.

당시 300타 정도로 반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 였지만 같은 학년 1등인 친구는 무려 450타를 쳤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 였고 어떻게 저렇게 빠르지? 라는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 이후 타자 연습을 따로 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컴퓨터 게임을 하며 나의 타자는 점점 빨라졌다.

아마 이때쯤, 어머니의 속도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

.

.

.

.

군대에 갔을때였다.

매일 컴퓨터로 행정 업무를 해야했는데 타이핑 능력과 컴퓨터 활용 능력에 따라 일이 빨리 끝나고 느리게 끝나고가 달라졌다.

2년간 매일 그렇게 하다보니 타자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긴글 연습 기준으로는 700타, 짧은글 연습으로는 1000타를 넘게 기록하기도 했다.

타자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적어도 내가 본사람 중에서는 내가 제일 빠르다. 라는 생각을 했다.

.

.

.

.

.

러시아 유학시절 매일 밤마다 일기를 썼는데 손으로 쓰는게 아니라 키보드 타이핑을 해서 적었다.

한국말을 몰랐던 룸메이트들은 나의 손을 보고 그냥 두드리기만 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항상 의심을 했다.

그럴때면, 간단한 문장을 써서 영어로 말하고 그 문장을 번역기로 돌려서 내가 엉터리로 쓰고 있는게 아니라는것을 보여줬다.

.

.

.

.

.

사실 타자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지금 부터 하게 될 이야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네이버 쪽지를 확인하는데 흥미로운 쪽지가 하나 왔다.

타이핑 알바 모집, 영어책 1권 문제만 , 8만원드립니다. (이틀 만에 해주셔야함)

그냥 광고 쪽지 였다면 걸렀겠지만 예전에 공부했던 학원에서 온 쪽지라서 신뢰가 갔다.

"8만원? 괜찮은데? 영어면 뭐 어때 난 남들보다 더 빠르니까 빨리 끝낼 수 있을거야 !!"

그렇게 연락을 하고 책을 받고 타이핑을 시작하였다.

.

.

.

.

.

시작은 순조로웠다.

8만원이니까 10시간 안에만 끝나면 시급 8천원이니까 최저시급 이상의 알바를 했다고 생각하며 기분좋게 마무리 하려고 했다.

손톱도 정리하고 열심히 타이핑을 해서 1장을 끝냈는데....

총 30장을 해야하는데 1장하는데 20분이 걸린 나를 발견한다.

계산상으로만 해봐도 10시간이었다.

그래도 뭐 10시간 안에는 끝나겠지~~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타이핑을 치고 있었다.

KakaoTalk_20180425_003128643.jpg

치고 치고 또쳤다. 어제 오후부터 했는데 어제 새벽 4시까지 쳤다.

음악 틀어놓고 타이핑 치는데 시간이 왜이렇게 잘가는지 모를 정도로 잘갔다.

공부할때는 새벽 넘어가면 잠이라도 오던데 이건 잠도 오지 않았다.

20분에 1장을 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기계가 아니었다.

쉬는 시간도 필요 했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느려져 가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손가락을 움직이는지 손가락이 나를 움직이는지 그냥 보고 치고 보고 치고를 계속 반복 하였다 ㅠㅠㅠㅠ

이거 한다고 어제 스팀잇 포스팅도 못했다 :(

.

.

.

.

.

4시에 자고 1시간 자고 5시에 일어나서 어머니 부산역에 모셔다 드리고 집와서 잠들었다 눈뜨니 10시 였다.

씻고 밥먹고 다시 타이핑을 시작했다

오늘 7시 까지 마감해서 제출 해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어제 6시간 정도 했는데 겨우 반을 넘게 했기 때문이다

아침겸 점심으로 많이 먹고 계속 타이핑만 쳤다.

치고 또 치고

손목시계의 스탑와치가 10시간이 넘어가는 순간 최저임금은 이미 물건너 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

.

제출까지 3시간 정도 남았을 때였다.

뭐 어느정도 끝이 보였다.

그래서 이 속도로만 하면 무리 없이 마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때 쯤이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영어시험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지문의 길이가 길어진다 ㅠㅠㅠㅠㅠㅠㅠㅠ

.

.

.

.

.

2중지문이니 3중지문이니 나오는데 정말 던져버리고 싶었다.

이러다가 마감시간 못지킬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빨리 치려고 할수록 오타는 왜이렇게 많이 나는지...

7시까지 가서 제출해야했는데

6시에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에 앉아서 까지 계속해서 노트북을 두드렸다.

오늘 지하철에서 나를 본 사람들은 저 학생은 참 공부를 열심히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

.

.

.

.

도착 직전에서야 겨우 마감 할 수 있었다.

스탑워치는 14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일을 맡기신 분의 마음에는 든 것 같았고, 8만원이라는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돈은 받았는데....

뭔가 손해 본 기분이었다

어제 하루와 오늘 하루가 몽땅 날아간 기분이라고 할까

영어 타이핑 알바, 다시는 안할것 같다.ㅋㅋㅋ

.

.

.

.

.

마지막으로 나의 타이핑 인증.

여러분.

타이핑 알바 만만한게 볼게 아닙니다 ㅋㅋㅋㅋ

긴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스팀잇의 타나마였습니다. :)

Sort: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OCR 프로그램으로 읽은 후에.. 편집하는 것이 직접 타이핑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려나요? ^^;; (긁적 긁적~)

그렇게 할까도 생각했는데 의뢰한쪽에서 처음 시킬때 타이핑이라고 말했고, 혹시 프로그램으로 읽다가 오류 난걸 제가 놓치게 될까까요 ㅎ

또 혹시 잘못돼서 다시 할까봐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답니다 ㅠㅠㅠ

만약 돈을 안받고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했다면 그렇게 했을것 같아요 :)

... 타이핑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저는 사실 시도조차 안해봤고 거들떠도 안보는 것이지만 궁금했답니다. ^^;
답변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

저도 한번의 좋은경험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ㅋㅋ

하늘님 오늘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

좋은 아침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타이핑 알바 하고 싶었던 알바였는데.. 쉽게 봐선 안되는군요~
예전에 색칠공부 알바라는게 있었는데.. 조금만 선을 넘겨도 안되서.. 실제로 돈 받은 사람이 없었다는.. 그런 얘기가 돌았었는데~
타나마님 정말 열심히 하셨네요~~ 그래도 일 주신분이 좋으신 분이었네요 ^^

저도 끝나고 나서 들었는데 타이핑 알바의 경우에 오, 탈자가 있으면 돈을 제대로 안준다고 한곳도 있었다고 하네요.... 전 정말 좋은 분 만난것 같아요.

타이핑 잘하시는군요 🖒
힘들어도 재밌는 추억이 될만한 알바였겠네요

돈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새벽 4시까지 키보드를 두드리던 기억, 잊지 않고 돈 아껴쓰려구요 ㅋㅋㅋ

돈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쓰지 않는것 🖒

고인돌... 완전 반갑네요 ㅋㅋㅋ 저도 컴퓨터 학원가서 젤 처음 했던게 고인돌이였는데..ㅋㅋㅋ
그때 한컴타자연습도 엄청 해서 지금정도면 타이핑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빠른게 아니였네요... 1000은 접해보지 못한 속도입니다용~~~
타이핑 알바 힘들죠~ 고생 많으셨어요^^

고인돌이라는 이름은 기억나도 게임은 어떻게 했는지 거의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ㅋㅋ

그냥 형이랑 싸우면서 재밌게 했던 기억만 있구요.

저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정말 정말 정말더 빠르실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타이핑 알바라는것이 있군요~.
소액거리 하려다 고생할것 같내요^^...
저두 도전 못할것 같습니다.
예전에 삽하 300장 그려 본적 있는데 3달 꼬빡 드렸던것 같아요^^

아마 정말 돈이 급한것 아니면 안할것 같습니다 ㅠㅠ

이틀이 거의 다 날라갔거든요.

돈벌기가 참 힘든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갑니다 ㅎ

고인돌과 타자연습! 반갑네요 ㅎㅎ
타이핑 알바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팔로우와 보팅 놓고 갑니다 ٩(๑❛ᴗ❛๑)۶

ㅎㅎ 감사합니다 .

처음으로 해본 타이핑 알바, 쉽게 보고 들어갔다가 크게 혼나고 왔습니다.

맞팔 완료 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뵐게요 ~~

타자가 느린저로써는 해볼 생각도 안해봤지만, 딱봐도 힘들어 보이네요
약간 다르긴하지만 번역작업은 오타나 실수당 수당이 감소 된다고 들은적이있는데, 8만원 무사히 다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정말요 changckd님 말씀대로 했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제대로 못받을 뻔했네요....

그나저나 changckd님 스팀잇에서는 오랜만에 뵙습니다?

약은 꼬박꼬박 드시고 계십니까?

술좀 줄이시구요.

누가 그랬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때다.

당신은 낙엽, 아니 불어오는 바람도 조심 하세요.

토요일날 봅시다.

갈고닦았던 실력을 뽐낼 기회를
낼 수 있기에 도전해보았지만...

생각이상으로 장난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돈을 받으셨으니 경험했다 샘칠수는 있겠구나
싶네요
(시간과 만족감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며...)

잘 보고 가며
동영상도 잘 시청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정말요.....

한때는 제가 본 사람중에서는 제가 제일 빠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프로와 아마의 차이가 이정도 일까요

아마 이것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엄청나게 빠르실것 같아요.

그래도 8만원이라는 큰돈을 받았으니 만족합니다 ㅎㅎㅎㅎ

생각해보면 책 받으러, 책 주러 2번 왕복했으니까 차비 6000원도 날라갔네요ㅋㅋㅋㅋㅋㅋ

다음부터는 안해야겠습니다.

p.s. 동영상을 첨부하니 뭔가 현실감도 느껴지고 꾸미지 않은 이야기 같은 느낌을 주는것 같아요
앞으로 종종 첨부할 계획입니다

sindoja님 내일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