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의 모든 이별의 이유

in #zzan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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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이지 않고도 타인의 매력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재능이 있었다. 나는 자주 타인에게 매료되었다. 열렬한 사랑의 증거를 가지런히 모아 정갈하게 정렬할 수 있었다. 나의 모든 사랑에는 타당한 이유가 존재했다. 낯간지러운 언어로 사랑의 서사를 밤새 재잘 될 수 있었다. 본 적 없지만 아마 나의 눈빛은 전형적으로 사랑에 빠진 감각을 재현하고 있었을 거다. 따뜻하고 온화하며 위태롭고 금세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신기루 같은 찰나의 눈빛.

모든 속성엔 어둠과 빛이 공존한다. 필연적으로 무언가로 인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정확히 같은 이유로 그 사람이 싫어지고 만다. 열렬했던 초기 사랑에서는 인식조차 되지 않을 만큼 작디작은 점들은 시간이 흐르면 무럭무럭 자란다. 귀여운 주근깨는 오서방의 점이 된다. 아주 사소한 불편함과 조금의 낯섦은 시간이 지날수록 받아들이기 버거운 불쾌감을 주고 다름은 견딜 수 없는 이질감으로 안착된다.

결국 나는 타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던 셈이다.

다른 이에게 보일 수 없는 은밀하고 깊은 속내를 탐구하고 두드렸다. 진심을 다해 그 사람을 알아가고자 했고 그 사람의 본질에 가닿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를 부정하거나 다른 모습이 되라고 강요하진 않았다. 결국 내가 좋아했던 이유는 늘 변질되었고, 좋아할 수 없는 부분이 도드라지면 항상 그들을 떠났다.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경계선 안에서만 그들을 사랑했다. 한 사람을 총체적으로 껴안으며 사랑한 적 없었다. 부분적으로만 진심을 다해 사랑해 왔던 거다.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열 번 넘게 같은 질문을 받았다. 어색함에서 나온 질문이지만 힘들이지 않고 진심으로 대답했다.

"H는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거든요. 무얼 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의 옆에서는 그냥 내가 될 수 있어요."

술을 한잔 걸친 타인들은 기대했던 대답이 아닌지 심드렁하며 그대로 넘겼지만 이건 내 세계에 아주 이상한 일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내가 사랑했던 타인들 또한 내게 기대하는 모습과 유달리 좋아하는 모습, 원치 않는 모습, 실망하는 모습을 내게 보이곤 했다. 그게 사랑하는 관계에 있어서 형벌이라 생각한 적 없었다. 숨 쉬듯 자연스러웠고 그게 내가 아는 사랑의 전부였다. 어떤 날에 우리의 사랑이 커졌고 어떤 날엔 우리의 사랑이 식어갔다.

조건부 사랑이 휘두르는 변덕이 두려웠던 나는 그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툭- 폭탄을 몇 차례 투하했다. 그는 그 폭탄을 배경의 일부로 여겼고 그냥 거기다가 두었다. 이 사람 세계에서 나의 폭탄은 점화가 되지 않았다. 그건 더 이상 폭탄이 아니었다. 그의 세계에서는 오버하지 않아도 되었고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어떤 모습의 나라도 사랑해 주었다. 내 사랑이 어떤 모습이라도 받아들였다.

여전히 이 사람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 아주 가끔 그에게 거슬리는 부분을 발견하곤 한다. 그의 사랑을 생각하면 내 사랑이 미숙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더 이상 그 작은 불편감을 떠나기 위한 빌미로 삼지 않는다. 나는 자신도 타자도 세상도 조건 없이 편견 없이 온전히 총체적으로 사랑해주고자 연습 중이다. 사랑의 진폭이 크지 않아도 괜찮다.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사랑보다 크고 충만하다.

지금의 사랑으로 깨닫게 된 지난 모든 이별의 이유는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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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본인의 사랑이 넘치기 때문 아닌가요!!!

아무래도 사랑이 부족할 때는 나눠줄 여력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사랑 없이 사랑하면 금방 지치게 되요.

편견 없이 온전히 총체적으로 사랑하는 것...
결국 존중이죠 ㅎㅎ피차 존중할수 있다면 오래 갈 수 있겟죠.
하지만 일단 사랑에 빠지는것이 중요한 능력이지요. 화려한 금사빠....

존중! 깔끔한 요약이에요. 인간과 인간 사이 가장 필요한 게 배려보다도 존중일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화려한 금사빠 무언가 꽂히는 제목인데요? 저 나중에 이거 써도 되나요?

지난 모든 이별의 이유.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여유도 능력도 없는 애송이였던 제가 오히려 그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곤 했었어요. 그때의 감정이 물길듯이 떠올려지는데, 지난날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감정에 빠졌다가 나오는 게 쉬웠거든요. 한 사람에게 부분적으로 매료되어 사랑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더라도 어느 기준에 어긋나는 성질이 보이면 돌연 내 사람이 아니였던 듯 짜게 식기도 하던 지난 사랑의 미성숙함이 사실 아직 제안에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Turn off/on the relationship 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사랑에 금방 빠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쉽게 꺼지기도 하는..?
음, 문득 고물님의 온전한 사랑을 받고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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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온전히 사랑을 해야 사랑을 하는가 봐요. 남성은 대체로 결혼을 그저 계약관계로 생각하거나, 생활의 편리성이나 전통에 대한 귀의라는 측면에서 보기도 하거든요. 다만 한 여성을 사랑할 때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게 사랑하게 되는 것도 본능일 겁니다. 종족보존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유전인자로 박혔으니까요. 사랑, 특히 남녀간의 사랑은 철저히 본능에 따르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본능적 사랑보다 더욱 숭고한 사랑(?)은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요? 원수도 사랑하는 사랑, 모든 인류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 그런 사랑의 경지란 쉬운 것이 아닌 듯 해요.

저도 제 경험을 적어놓은 맥락에서, 위 댓글은 ‘여성’의 이야기로 치부될순 있지만 사랑을 남성성과 여성상을 굳이 분리해 귀결하는 것은 애매한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물님이 말씀하신 온전한 사랑은 마지막 문단처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고 전 그부분에 큰 공감을 했어요. 온전하고 관용적인 사랑은 여성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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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지요. 육체적 본능에 의한 것을 초월하는 순간.. 사랑은 포용성을 내포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므로, 인간과 인간의 관계지속성을 위한 필요도 충족되어야겠지요. 관계가 장기간 지속되려면 별것 아닌 결함은 수용할 수 있어야죠.

Turn off/on the relationship 이거 너무 적확하고 상징적인 말이네요. 레일라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제가 말하고자 하던 모든 부분을 완전히 이해와 공감해주신 것 같아서 기쁘고 감사해요. 저 역시 아직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요. 저는 저 자신부터 시작하고 있어요.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하는 게 가능하다니까 온전히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자신부터 하는 게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해서요.

레일라님을 아직 직접 만나본 적 없지만 이미 레일라님에게 매료된 지 오래입니다. .. ㅋㅋㅋ 더 표현했다가는 스토커로 신고당할까봐 적당한 선을 찾으려고 노력중이죠 :D 천천히 다가가는 것도 좋더라구요. 가끔씩 너무 빠른 걸음을 옮기기도 하지만 우리 찬찬히 오래오래 알아가요 ㅋ

경험을 이야기하신 것이라면 이 글을 쓰신 분은 "여성"이시군요. 몇 번의 글을 읽었지만 아직까지 파악도 못 했군요. 결혼을 하신다니 축하드려요.
저야 여러 사람을 만나지 않고 한 사람을 만나 그냥 별 생각 없이 결혼을 했어요. 지금도 별 생각 없이 살고 있기는 한데.. 여성들은 결혼과 사랑에 대해 크게 생각하나 봅니다.
본인이 크게 생각하셨으니 큰 결심을 하셨을 테고, 결혼을 통해 큰 행복을 느끼시겠군요. 축하드려요.

먼저 eunsik님 이토록 멋진 댓글을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온전한 사랑은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분리하거나 드러내려고 사용한 단어는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사랑의 확장은 모든 인류, 자연, 우주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대가 없는 순수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나 그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살면서 조금이나마 그런 사랑을 나누며 살아보려고 최근들어 생각해요.

물론 이 글은 남녀간의 관계 그리고 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저는 원래 비혼주의자였습니다. 결혼이 필수라고 지금도 생각하지 않기에 저 같은 사람에겐 별 생각 없이 결혼을 하는 게 부자연스러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여자라서라기 보단 가치관과 개인적 성격에 의해서 결혼에 대해 훨씬 신중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 친구들 중에 무조건 결혼하고 싶다는 친구도 있거든요. :D

제가 결혼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꽤나 놀라고 저도 가끔 놀랍니다. 결혼을 해서 행복한 건 아니지만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 자신이 생겨서 결혼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eunsik님과 스팀잇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더 따뜻해지네요. 좋은 밤 되세요 !

  •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사랑보다 크고 충만하다.

오래도록 충만한 사랑하시길요~^^

감사합니다. 항상 이 사랑의 마음 잊지 않으려고요 미스티님도 평온하시길

<조건부 사랑이 휘두르는 변덕이 두려웠던 나는 그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툭- 폭탄을 몇 차례 투하했다. 그는 그 폭탄을 배경의 일부로 여겼고 그냥 거기다가 두었다. 이 사람 세계에서 나의 폭탄은 점화가 되지 않았다. 그건 더 이상 폭탄이 아니었다. 그의 세계에서는 오버하지 않아도 되었고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어떤 모습의 나라도 사랑해 주었다. 내 사랑이 어떤 모습이라도 받아들였다.>

폭탄 투하를 저도 자주 하는데요..
늘 떠날 준비를 하는 저에게,
그래도 (점화는 늘 되지만) 널 떠나지 않는다는걸
나한테 보여준 그가 고마워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할까요..

고물님 언제 결혼하세요!!

메가님도 폭탄투하반이셨군요 ㅋㅋ 떠나지 않을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거 너무나 축복이죠. 다행이에요. 메가님 곁에 그 분이 계셔서 ^_^
저 딱 10일후에 결혼해요! ㅋㅋ 이미 같이 살고 있답니다.

오!!!!!!!

열흘 후에!!!!

이미 그 축복같은 분과 함께시군요..!!!!

날이 갈수록 더 좋아지실거에요...!!

저는 한 열흘 있으면 결혼 십주년이랍니다..^^

고물님 축복 같은 결혼 너무나 축하 드려요!!!!!!!

우왕 결혼 십주년!! 멋져요. 저도 언젠간 그럴 날이 올테죠.
감사합니당 메가스포님에게도 늘 축복이 +_+!!!

네 ㅎㅎ 살다보면 더 좋습니다~~~^^

요약
금사빠

부정할 수 없습니다ㅋㅋㅋㅋㅋㅋ
지금은 STOP 했습니당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팩폭

마이님 드립이 날이 갈수록 찰지고 예리해집니당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