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가 어떻게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게 되었는지 물어봤다. 첫째와 둘째 이야기를 하던 중 둘째는 사고뭉치라 둘째부터 데리고 왔으면 고양이는 1마리에서 끝났을 것 같다고 했더니, 친구도 둘째부터 낳았으면 아이는 한 명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했다.
첫째 고양이를 들일 땐 꽤나 까다롭게 굴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 얼마나 손이 많이 갈지 가늠이 되질 않았고, 집안에 깨트릴 법한 물건도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째는 너무나도 얌전했다. (다른 집에서 지냈던 것인지) 소파와 침대에는 올라가지 않았고, 이후 내가 직접 올려놓은 후에야 자유롭게 이용했다. 화분이 많이 놓인 곳도 요리조리 피해 다녔으며, 화장대 위로 뛰어오르다 실수로 툭 건드린 액자는 심지어 앞발을 이용해 제자리로 돌려놓기까지 했다. 때문에 나는 모든 고양이가 영리할 것이라고 착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 나와 남편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집안에 혼자 갇힌 첫째는 굉장히 외로워했고, 출퇴근 때마다 우는 첫째를 보며 둘째를 들일 결심을 했다. 다만, 모든 고양이는 첫째 같을 줄로만 알았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 VS 세상 겁쟁이
동물병원에서 집에 오는 차를 타자마자 뒷좌석 뒤의 선반에 올라가서 세상을 구경하던 첫째는 집에 들어온 첫날부터 기세 좋게 거실에 드러누워 그루밍을 하고 우리에게 비비적거렸다.
그랬던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우리 집에 도착하는 내내 울었고, 집에 오자마자 작은방으로 들어가 화장대 밑에 숨어서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지금도 초인종이 울리면, 첫째는 현관으로 향하고, 둘째는 부리나케 도망가서 침대 밑, 세탁기 옆 등에 숨는다.
때문에 친구들을 접대하는 것 또한 첫째의 몫이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 중에는 아직 둘째의 얼굴을 한 번도 못 본 이들도 있다.
또한 문만 열면 쏜살같이 나가는 첫째와 달리, 둘째에게 문 밖은 세상의 끝이다. 마치 현관문 밖에는 마그마가 출렁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한 발자국도 딛지 못한다.
물건을 피해 다닌다 VS 물건을 떨어트린다
둘째를 데려온 지 며칠이 지난 후 아침이었다. 소리가 들려 거실에 나가보니 둘째가 첫째의 밥그릇을 엎어 놓고는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집에 적응하는 듯 보이던 둘째는 화분, 화장품, 액자 등 어딘가 올려둔 것들을 하나하나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화분은 아직 몸을 제대로 못 가누어서 달리다가 부딪혔고, 작은 물건들은 떨어트리는 것을 하나의 놀이로 인식했다. 그 이후부터는 예쁜 장식품을 보더라도 결국 부서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본의 아니게 미니멀한 삶을 살게 되었다.
어느덧 훌쩍 자란 둘째는 평소에 물건을 실수로 떨어트리진 않지만, 배가 고픈데 밥이 없고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면 어김없이 화장대 위로 올라가서 내 화장품을 하나씩 떨어트려 우리를 깨운다. 반대로 첫째는 배가 고프면 내 앞에 예쁘게 앉아서 내가 눈을 뜰 때까지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다.
스크래처 VS 벽지, 쇼파
첫째를 데리고 올 때 스크래처도 하나 구입했다. 역시나 첫째는 스크래처만 열심히 긁었기에 둘째가 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캣초딩 시절에는 아무것도 긁지 않았던 둘째지만 조금씩 자라나더니 소파, 벽지를 긁어댔다. 소파의 가죽 감촉이 좋은 것은 이해하겠지만, 벽지 모서리는 왜! 그래서 결국 이사를 할 때마다 새로 도배를 해야 했다. 게다가 커튼에는 또 왜 이렇게 잘 매달리던지. 외국에서 사는 좋은 점은 중 하나는 집안이 벽지 대신 페인트 칠로 마감되어있다는 것이다.
소파 위에 덮어놓은 천은 둘째가 뜯어놓은 자국을 가리기 위함이다.
앉는 자세
둘 다 중성화를 했지만, 첫째는 암컷이고 둘째는 수컷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둘의 평소 자세 또한 다르다.
가지런한 발과 꼬리. 첫째의 우아함이란. 둘째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것은 둘째 뿐이다.
온도의 차이
찬 바닥보다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첫째는 주로 상자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또한 해가 들어 뜨끈해진 돌바닥은 첫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그 위에서 등을 지지는 것을 좋아한다.
둘째는 주로 차가운 타일, 대리석에서 매력적인 흰 점을 뽐내며 누워지낸다. 또한 더운 여름엔 발바닥을 시원한 벽에 대고 잠들기도 한다.
꼭 붙어자는 첫째 VS 혼자 자는 둘째
밤이 되면 첫째는 침대로 올라와서 내 어깨나 팔, 배에 기대어 잔다. 잠들기엔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을지라도 따뜻한 첫째에게 기대어 골골대는 소리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 때가 많다.
반대로 둘째는 소파, 의자에서 혼자 자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함께 침대에 누워 잤던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아파서 끙끙댈 때면 귀신같이 알고 와서 함께 있어준다.
그 외
침대 위에 누워있을 때 가벼운 첫째는 사람을 훌쩍 뛰어 넘어가는 반면, 무거운 둘째는 굳이 밟고 지나간다.
빗질을 싫어하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빗만 들면 앞에 와서 골골대며 자세를 잡는다. 또한 둘째만 남편에 한해 무릎냥을 허락한다.
이제는 첫째에게 필건으로 알약을 먹이는 것도 서로 익숙해져서 거의 실패하지 않지만, 입안 깊숙이 넣을 수 있는 필건 없이는 먹이기 힘들다. 반대로 둘째는 알약에 츄르를 발라 입속에만 넣어주면 날름 삼켜버린다.
첫째는 캣 그라스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 때문에 보통은 한 번에 2~3줄기만 먹고 간다. 반대로 뭐든 먹고싶어하는 둘째는 제초기 수준으로 캣그라스를 먹어치운다. 또한 첫째와 둘째를 같이 먹일때면 욕심많은 둘째는 첫째에게 주려는 내 팔을 앞발로 제지한다.
여하튼 둘 다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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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친구분 둘째 아이가 말썽을 많이 부리나봐요^^
벽에 기댄 둘째 모습이 아주 세상편안해 보이네요~ ㅋㅋㅋㅋ
남편은 넷째까지 가지기를 원했는데 둘째를 키우다가 마음을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둘째는 워낙 편하게 굴러다닐 때가 많아서 고민이 있다가도 둘째를 보면 제 마음도 좀 편해져요. 😆
둘째 포즈에서 뿜었네요 ㅋㅋㅋㅋㅋ
저 자유분방함이란!
ㅋㅋㅋㅋㅋ 성격이 완전 잘 드러나죠.
허리와 궁둥이 사이 그 어디쯤 손을 턱 올린 모습에 유혹당할 뻔 했어요ㅋㅋ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냥이들~ 이러나 저러나 마냥 사랑스럽네욤!
ㅋㅋㅋㅋㅋ 둘째를 보고있으면 재밌어요. 자세도 그렇지만 아무 생각 없는게 눈에 보여서요.
집사의 생활은 끝이 없는거 같네요
필건으로 약을 먹이는건 처음알았어요 와 넷째까지 어떻게 안되시겠어요? 4명다 사랑스러울것같은데요~
아아 그 넷째는 저희집이 아니라 친구집이요ㅋㅋㅋ 저희도 고양이 두마리면 족해요.
달라서 더 다채로울 것 같아요. 세탁기옆에 낑긴거 너무 귀여운데요 ㅋㅋㅋ
ㅋㅋㅋ 불쌍한데 귀엽죠. 덩치도 큰 애라 저기 들어갔다 끼여서 못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더라고요.
세탁기 옆에 있는 둘째 주인님은 심기가 많이 불편해보이시는데여. ㅋㅋㅋ
네 ㅠㅠ 무서워서 숨은거라서요. 불쌍하고 귀엽고 그래요.
아 둘째 너무 웃겨요..ㅎㅎ
정말 첫째가 저런 성격이면 둘째가 와서 저럴 줄은 상상도 못하셨겠네요.ㅎㅎ
아프면 귀신같이 알아서 와주는 고양이들.. 집사할 맛 나시겠네요 ^^
ㅋㅋㅋ 둘째 넘 귀엽죠. 그래도 저는 역시 저만 쫄쫄 따라다니는 첫째에게 더 마음이 가요. 😍
냥이를 키워 보진 않았지만 첫째냥이 같으면 키워볼 수 있을 것 같군요. ㅎㅎ
너무나 다른 두 냥이의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네. 첫째 키우는게 확실히 훨씬 쉬워요. ㅋㅋ 그래도 둘이 잘 지내서 좋습니다.
둘째가 스크래치를 내서 씌웠다는 소파 커버 예뻐요~
분위기가 너무 편하게 보여서 저기서 저도 낮잠 자고 싶어요~ ㅎㅎㅎㅎ
히힛. 감사합니다. 어디선가 그릇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천인데 묘하게 천 길이가 딱이더라고요.
쇼파가 낡긴 했는데 누워자기엔 편해요. 말씀하신대로 낮잠자기에 딱이예요.
고양이도 그렇게 다를 수 있네요.. 큰대자 눕기와 벽에 기대기도 고양이의 본능인지,,, 자세가 귀엽네요..ㅎㅎ
ㅋㅋ 첫째는 큰 대자 눕기는 가~~~~~~끔 해도 벽에 기대기는 안해요. 진짜 다들 다른가봐요 ㅋ
첫째와 둘째가 살아가는 이야기 재미있게
잘 보았어요.
얌전한 첫째와 자기개성대로 살고있는둘째 엉뚱한
행동과 잠자는 폼들 너무귀여워요.
그곳에 살고있는 집사님도 행복해 보이고요.
항상 즐거운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옐로캣님 오랜만에 봬요! 슈퍼 준비는 잘 되시나요? 아이들도 잘 지내고 있죠? 겨울이라 길냥이들 때문에 걱정 많으시겠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네~마트는 거의 완성이 되었어요.
아직은 날씨가 덜 취워서 길냥이 들도 잘지내고
우리집 아이들도 잘 지내고 있어요.
고마워요 써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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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 대한 써니님의 사랑이 듬뿍 묻어나네요.
냥이들도 귀엽고요^^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둘째 너무 웃깁니다. ㅎ
역시 저 포즈는 누가봐도 예사롭지 않나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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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집에서 강아지하고 고양이를 많이 키웠는데 그때 생각나네요 ^^
강아지와 고양이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사진을 깔끔하게 잘 찍으셨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
앗 강아지랑 고양이랑 같이 키우신건가요? 고양이랑 강아지랑 다르긴한데 첫째 고양이는 어릴 때 키운던 강아지랑 비슷한 느낌이예요. 올해 아프고 나니까 더욱 더 저랑 떨어져있지 않으려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