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3)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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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전부터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냥 자던지 혼자만의 무언가(낙서하기, 소설•만화책 보기 등)를 몰래 하는 수준이 아닌 대놓고 수업에 엇박을 놓고 교사에게 대들고 교실을 뛰쳐 나가는 수준까지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위치한 곳이 정말 시골이라 아직 '교실붕괴'에 대해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아이들이 수더분하게 수업과 교사를 대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 했다.
대부분의 사건들이 여자선생님들의 수업에서 일어났고 좀 더 단호하고 무섭게 교칙들을 들이대며 엄벌로 대하면 학생들의 행동이 수정되리라 여겼다.
그러나 좀 더 엄하게 교칙을 적용하고 벌을 주었지만 반성의 모습은 당장 벌을 받을 때 뿐이고 오히려 문제행동은 심해져갔다.
연대의식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단체기합을 하기도 했고 이것이 되려 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교사와 멀어지게 하는 거 같아 이벤트사를 불러 친목다지기 목적의 명랑 체육대회 같은 것도 실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학교나 수업, 교사를 대하는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단지 그때 그때를 모면할 뿐이었다.
너무 힘들기에 교사들이 자주 모여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작전회의를 가졌다.
대부분은 학생들에 대한 원망, 변한 시대에 대한 한탄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그런 우리 교사들의 비상회의에서 해결의 실마리들은 우리 교사들이 학창시절을 보내며 이전 세대의 교사들이 학생들의 행동수정을 위해 했던, 즉 우리 교사들이 학생일 때 당했던 방법에 기반하여 논의되었다.
결론은 잘 나지 않았고 기껏 결정되어 시도하는 방법들은 번번히 실패하였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를 더 싫어하게 되고 수업은 더더욱 들으려 하지 않았다.

바보야, 문제는 수업이야!

교사끼리 해결책이 찾아지지 않자 일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학교가 싫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업' 때문이라 했다.
자리에 앉아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는 것을 꼼짝없이 듣고만 있어야 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수업 듣고 공부해봐야 시험 성적 잘 나오는 애는 몇 명뿐이고 교사는 그 아이들만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자신들은 영락없는 죄인 취급 받으며 아무렇게나 대해지는 게 싫다 말한다.
그래서 수업이 싫고, 교사들이 싫고 수업 속에서 경쟁 해야하는 교실 속 친구들이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에 연장으로 부모들이 자신을 모자란 혹은 나쁜 아이로 대하게 되어 부모들도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통해 좌절하고 미움받고 증오를 키워가고 있었다.
공부를 잘 하고 얌전한 아이도 그 나름의 입장에서 수업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많이 상심했다.
나 자신은 교사로서 할 도리를 다 한다고 여겼고, 열심히 수업하고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살아 온 교사로서의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교사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수업을 바꿨지만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모여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학교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인 수업을 바꿔보려 했다.
당장 수업의 가시적 변화를 가져와야 했기에 모든 수업 기법을 공부해서 각자 실천해 보기로했다.
거꾸로수업, 하브루타, 토의토론, 협동학습, 액션러닝, co-teaching 등 여러 수업 기법들의 시도가 있었다.
이전까지 늘 그렇듯 각 수업 기법에 대한 연수를 듣고 그 매뉴얼을 숙지하고 와서는 수업에 그대로 적용해보는 식이었다.
나의 경우 1급정교사 연수에서 겉핥기로 배운 액션러닝을 시도하다 교사의 액션으로 진행되는 변종의 수업을 하기도 했다.(2차함수로 체조를 만들기도 했다....)
2명의 수학교사가 같이 들어가 코티칭을 하려 시도하기도 했다.(타 교과의 연계나 융합수업을 시도하려 했으나 교과의 벽 또는 교사들의 벽이 높았다. 그래서 그냥 수학교사 2명이서 연합했다.)
이러한 시도 중에서 그나마 협동학습과 토의토론 수업이 좀 오래 살아남고 나머지 방법들은 금방 사그라져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수업을 싫어했고 수업방법이 바뀜에 따라 '이번에 선생님이 뭘 연수 받아서 우리에게 써 먹으려나'라는 식이거나 '이런다고 뭐 변하는 거도 없잖아'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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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되게 어려운 문젠 거 같아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도
수업을 듣지 않는 애들도 있고
수업을 잘 듣는 애들도 있었는데

아무리 수업이 재밌고 최상의 질을 제공한들
정말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애들은
아무리 교사가 지도를 하고 뭐 방법을 알려줘도
쭉~ 안 하더라고요.

맞팔 부탁드려요 ^ㅅ^/

맞습니다. 어려운 일이에요. 그렇지만 어렵다고 피하거나 버릴 수도 없는 게 또 교육이겠지요. 모두 같이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맞팔 했어요^^

아이들도 각각의 인격체로서의 사람들이고, 결국 선생님과 아이들 간의 소통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생님 대 아이들의 비율이 가급적이면 한 선생님 당 적은 수의 아이들을 커버하도록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눈높이가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맞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한 반에 60여명의 학생이 있었죠. 한 명의 교사가 이 학생들을 커버하려면 위아래가 분명한 위계조직이 필요했죠. 일방적으로 지식이나 명령, 지시를 쏟아 내는 식이었고 소통은 아니었죠. 소통이 있고 조직체계가 아닌 공동체로의 교실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교사당 학생 수가 적어야 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소통하여 서로의 맥락(혹은 삶 자체)을 이해하면 서로의 눈높이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테지요. 좋은 생각 나누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요! 변화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홍보해

@zaedol님 안녕하세요. 여름이 입니다. @kimssu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만화책도 많이 보고 PC방도 많이 다니면서 땡땡이를 치곤 했는데, 그래도 대학은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공부했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만 가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거란 생각으로 꾸역 꾸역 우겨넣듯 공부를 했었더랬죠. 물론 대학에 간 뒤 모두 헛된 환상이라는 걸 깨달았지만요.
제 경험상 단순히 상위 학교 진학을 위한 지식의 암기가 목적이 된다면, 특히나 지금처럼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는 학교라는 기관의 필요성이 갈수록 희박해질 듯합니다. 따라서 교수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는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울 것이냐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야할 때라고 봅니다. 그동안 우라나라가 고수해왔던 교육의 틀을 벗어날 때가 되었는 것이지요. @zaedol 님처럼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교사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하루 빨리 공교육 패러다임에 대한 전환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결국은 우리 교육의 목표를 다시 뒤돌아보아야 겠죠. 민주시민 양성 이라는 목표말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해 체득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그 다름을 인정하며 살고 서로 각각의 역량을 비교하는 것이 아닌 그 역량에서 협업하며 살아가야 하는데요. 그러한 것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게 해야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정말 유명한 강사 선생님의 수업을 처음 들을 때는 정말 감동을 받을 정도 였거든요. 근데 두 번 째 들으니 큰 감동은 없이 잘한다라고 느꼈고 세 번째는 큰 감흥이 없더군요.
수업이란게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목표를 심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학창시절을 돌아보며 선생님을 기억해 내면 그분의 수업, 강의가 떠오르진 않습니다. 그 분과의 관계, 대화, 일화(에피소드), 성품 등이 떠오르죠. 그리고 교사의 강의 기술로 학생이 배움을 키워 가는 것 만은 아닐 겁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ebs 강의를 하루 종일 시청하는게 좋은 수업이겠죠. 아이들에게 비전(목표)을 갖게 하고 배울 수 있는 장소와 상황, 관계를 만들어 줘야 하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거꾸로도 학생의 의욕이 없으면 힘들겠더라구요. 다음 내용이 궁금합니다

맞아요. 기껏 사전 영상이나 자료 준비해도 안 보거나 공부해 오지 않으면 본 수업 자체가 진행이 안되죠. 그래서 수업 시간 안에 영상시청이나 자료 공부 시간을 넣었더니 이전 수업과의 차별도 힘들고 시간부족에.... 마음이 중요하더라고요. 의욕이랄지 ^^ 댓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