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형물을 보며 든 생각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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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간은 과학을 통해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고, 유기체가 아닌 생명을 만들기 시작할 지 모른다. 과학은 자연선택으로 빚어진 유기적 생명의 시대를 지적설계에 의해 빚어진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로 대체하는 중이다. 특히 오늘날의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할 수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중에서

저녁에 온 가족이 외식을 하고 나오는 길에 본 조형물입니다. 인간과 로봇의 조화를 나타내는 듯한 데요. 문득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 서문에서 본 위의 글이 생각났어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인간이 유기체로의 존재로 계속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인간은 지금처럼 유기체로의 존재로 남은 채로 새롭게 만들어낸 로봇과 경쟁하거나 인간같아지는 로봇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미래를 생각하기 쉬운데 로봇의 발전은 결국 인간의 비유기체로의 진화를 가져오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영화말고요.) 던지던 인간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저의 해석 아래에서 느낀 물음이지만 말이죠.) 현재에도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 하기도 하는데,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면 온 몸을 기계로 바꾸고 뇌만 남길 수도 있으리란 상상을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뇌만 유기체로서의 신체로 남은 상태가 되면 이는 인간 일까요? 더 나아가 뇌 속의 기억 및 사고 패턴 등의 모든 것을 데이터화해서 전자칩에 담고 뇌마저 없애고 전뇌화해 드디어 유기체로의 신체가 남지 않은 상태라면 인간 일까요? 전뇌화한 데이터가 온라인 상으로 올라가 육신을 벗어던지고 데이터 그 자체가 되었다면 그건 인간일까요? 로봇기술의 발전은 어쩌면 인류의 새로운 진화를 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하듯 우리 스스로가 몸과 마음을 재설계하면서 말이지요.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류 진화의 한 모습일런지도요.
따순 저녁밥 잘 먹고 이 무슨 망상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읽기 시작한 책의 서문에서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요. 어쨋든 오늘 본 저 조형물에서 인간과 로봇의 조화가 아닌 인간이 유기체에서 비유기체로의 진화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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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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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중 하나가 망각인데 모든것이 데이터화되고 망각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어쩌나 생각해보니 갑자기 소름이 돋는건 왜일까요?ㅎㅎ

아 망각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도 있겠군요. 어쩌면 우리가 망각을 하기에 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일 건데 말이죠. 나의 잊고 싶은 기억 하나하나가 매일 나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또렷이 기억난다면 사는 것이 지옥일지도 모르겠네요.

네 생각만해도 무서운 일이예요 ㅎㅎ

과연 인간과 A.I.는 손을 잡을수 있을까요?

아직은 잘 감이 오지 않지만 인간이 상상하여 만든 것들이 결국은 인간의 삶에서 공존해 온 것이 사실이니 결국 A.I.와도 손을 잡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손잡음이 어떤 방식일지 그것이 우리가 풀어내야 할 것이겠지요.

공각기동대에서도 쿠사나기 소령이 하는 행동이지만, 생명체로서 삶의 욕구와 그에 따르는 두려움 따위를 갖는다는 것이 여전히 인간과 인공지능 기계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자연선택의 진화를 받아 생긴 가장 근원적인 산물을 가지고 있는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기준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공각기동대에서 인형사의 존재는 생명 혹은 인간에 대한 구분, 정의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지요.

컴퓨터의 보급이 기억의 외부화를 가능케 했을 때
당신들은 그 의미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야 했어.
(중략) 현재의 과학은 아직 생명을 정의할 수 없으니까

공각기동대와 같은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만, 현실적인 면에서 저는 이러한 물음이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이성적 능력을 발달시키면 결국 고등 생명체로서 갖는 일련의 욕구들까지 재현되리라는 사고방식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생명체의 행동과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은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이 아니라 더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진 감정의 뇌 아니겠습니까. 즉, 감성에서 이성이 발전해 나가는 모양새인 것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이러한 과정이 결여되어 있으니 우리 생명체를 움직이는 욕구하는 감정을 얻을 수 없습니다. 어떤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이를 구현하려들지 않는 이상 구분은 쉽게 없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감정... 우리가 모든 행위를 이성적으로 생각한 바탕에서 행하는 듯하지만 결국 그것은 감정에 의해 실행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이성적으로 불우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 생각하지만 정말 불우한 사람을 돕는 건 불쌍하다 느끼는 감정이 실천하게 만드는 거 겠죠. 대부분의 행위가 그러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A.I.가 감정을 갖게 되느냐가 분수령이 되겠군요. 차라리 이성이 더 다루기 편하겠군요. 감정을 재현 혹은 창조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감정의 재현이 가장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간이 해낼 수 있을까요? 진정 신의 지위에 올라설 수 있을까요? 또다른 재미있는 상상이 이어집니다ㅎㅎ

그러게요. 감정을 재현하는 순간 실제적으로 생명체를 완전히 만들어 내는 수준이 되니까. 생명을 창조하는 존재는 곧 일테니 인간이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이겠군요. 신이 있다면 반대할 거 같습니다.

'사피엔스'와 '공각기동대'
오늘은 제가 감명깊게 읽고, 재미있게 본 것이 언급되서 괜히 기분이 좋네요~ㅎ

'사피엔스'는 정말 최근 몇 년간 읽은 책 중 단연 No.1입니다.
숨도 안 쉬고 읽었다고 표현해도 좋을만큼의 몰입도였어요.ㅋ

'공각기동대'는 정말 철학적인 애니메이션이라서
제가 정리해놓은 명대사도 엄청 많네요~ㅎㅎ

미소 가득한 한 주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공각기동대를 보며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몇번을 보아도 물리지 않는 매력이 있지요. 사피엔스를 보려고 서문을 읽는데 문득 공각기동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거기에 오늘 저 조형물까지 보이고 가끔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생각에 연관되어 대상들이 보여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지요. 일단 사피엔스를 완독해 보야 겠습니다. ^^;; 좋은 주말이셨길 바라고 행복한 한주의 시작이었길 바랍니다.

어디까지 로봇이 대체가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저 역시 궁금합니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대체되며 인간이 더 향상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지요. 그럼에도 여러 영화나 소설이나 애니, 만화 등에서 그리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먼저 떠오르는 건 노파심의 일종일까요? ^^;;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더 발전할 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 즉 인문학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막연히 미래가 두렵습니다. 저는...

그 누구도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단언하지 못하는 미래가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일 거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미래가 장미빛으로만은 느껴지지 않아 두렵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결국 도래할 미래라면 외면하지 않고 그에 대해 알려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좋은 한 주의 시작, 월요일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앞으로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어요.
영화같은거 보면 어떻게 저런일이 일어날까 하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온 일들이 많아요 그런걸 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생각을 해요 ^^

인간이 상상한 대부분이 실현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요.^^;;

최근 방영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 '웨스트월드'가 떠오르는 물음이네요. 자아에 대한 정보가 아무리 복제되더라도 originality 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대체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물론 복제된 모든 것들도 모두 각자의 originality를 가질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