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와 엄마 사이

in #nurse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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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carrotcake & @crowsaint

1일
일호의 운동회로 Off.

2일
Day근무다. 7시 10분전에 출근을 하긴 했으나... 병동 누구도 정확한 day 근무시간을 잘 모르는듯하다. 그냥 대충 우리끼리 정해서 일찍 와서 인계받고 하는 듯. 물론 정해져 있다. 아마 계약서 상으로는 7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으로 적혀있다. Evening은 2:30~21:30, Night 21:30~7:30으로 적혀있다. 왜 난 기본 한시간은 무급으로 근무하는 것인가... 기본이 한시간이지 더 일하는건 뭐 의례히 있는 일... 다시 일한 첫날인데... 가는 날이 장날인것인가.. 친절 교육에 간호부 회식까지... 12시간이 넘게 직장동료와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즐.겁.다. 일하다가 나와 함께 새로온 선생님과 함께 간호부장님 손에 이끌리어 병원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녔다. 난 왜... 굳이... 그래도 다시 왔다고 반겨주는 직원들 덕분에 기분은 좋아졌다. 반겨줘서 고마워요
수쌤에게 어이없는 말을 듣긴 했지만 굳이 남기진 않으리.. 무사히 첫날이 지나갔다.

그런데 오호를 데리고 병원에 갔던 신랑은 아침에 가서 점심때가 지나서 돌아오는 일이 생겼으며, 오호는 중이염을 앓다앓다 한쪽귀는 터진 상태였으며, 오호의 어린이집에선 아이가 안온다고 연락이 오고, 폰이 난리다. 아... 워킹맘 어째하지?????

3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호가 쌍콧물을 흘리며 크게 울지도 못하고 흐느끼며 나에게 달라 붙는다. 도저히 떼어 놓고 못 가겠다. 긴급 오프를 신청한다. 다행히 난 엑스트라 번이어서 오프를 받았다. 오호와 한몸되어 하루를 보냈다.

4일
아... 근무 스케쥴이 처음 받았던 것과는 달리 하루하루 바뀌고 있다. 내일 근무를 그 전날 알게 되는 일이 자꾸 일어난다. 원래는 스프린트번이었으나 내과 병동에 대란이 일어나 도와줘야한다며 뜬금 데이로 출근했다. 어쩐지 트레이닝을 시켜준다 싶었는데... 역시 그냥 던져 놓는다. 아직 환자파악도 못했는데 그냥그냥 일해야 한다. 다행히 몸이 기억하고 있고, 다른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끝냈다.

방과후 학교에서 일호가 오질 않는다고 연락이 계속 온다. 아직 핸드폰이 없는 일호와는 연락을 할 수 없어서 결국 못갔다. 집에 있었으면 챙겨서 보냈을텐데.. 핸드폰을 해줘야하나 고민이 된다.
그러곤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삼호 머리에 서캐가 보이는것 같다고... 아.. 허리까지 오는 긴머릴 가진 일.이.삼호를 씻겨 머릴 말리는데만 30분이 걸리는 일을 매일같이 하고 있는데.. 보람도 없이 어디서 이를 옮아왔다. 화가나서 머릴 다 잘라 버렸다. 내가. 미장원가면 돈이 얼만가 싶기도 하고 시간도 늦었고.. 그런데 머릴 생각보다 잘 잘라서 아이들이 다 잘어울린다. 돈 벌었다. 머릴 자르고 애들 머릴 뒤져봤는데 서캐가 안보인다. 그래도 모르니 약을 사서 머릴 감겨야겠다.

5일
어제까진 데이 출근이었는데... 갑자기 이브닝으로 바뀌었다. 사실 원래는 오프였다. 아... 제발...좀...
어린이날에 근무라 서둘러 지하철 범어역에서 한다는 어린이날 행사에 아이들을 끌고 갔다. 귀찮았으나 나오길 잘했다. 체험은 많이 못했지만 그래도 같이 나온거의 의의를 두자. 어린이날 선물로 해피밀 장난감을 하나씩 선물했다.

이 병동에 근무한 이래 이브닝 근무는 이번이 세번째라 어찌하는지도 모르는데... 다행히 친절한 선생님의 도움으로 잘 지나갈수 있었다.
해프닝- 갑자기 간병사님이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 나온다.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속으로 아... 이게 또 뭔일인가.. 하면서 달려갔더니 그냥 누워계셨던 할머니께 간병사님이 일어나라고 했더니 안일어나셨던 것이다. 대답도 안하고.. 그래서 간병사님이 할머니가 잘못된 줄 알고 소릴 지르며 간호사실로 뛰어나오셨던것. 그런데 알고 보니 그냥 대답하기 싫으셨던 것 같다. 간병사님이 꼬집고 하니깐 짜증내며 일어나시며 밥 달라고... 귀여우시다.

6일
데이다. 이브닝 후 데이다. 어제 이브닝 근무를 끝내고 집으로 와서 자고 바로 다시 출근했다. 머리가 멍하다. 간호사들이 싫어하는 근무표가 있다. 1.나이트 오프 데이- 속칭 나오데. 사실상 오프가 오프가 아닌것이다. 나이트 끝나고 자고 일어나 밥먹고 밤에 자서 담날 아침에 출근해야하는 번. 2. 나이트 이브- 이건 미친 번이다. 나도 신졸때 한번 해본적이 있는데.. 좀비처럼 이브닝 근무를 했던 기억이.. 요즘은 웬만한 병원에서 잘 안나온다고는 하는데.. 인력난이 심한 곳은 나이트 이브는 귀여운 수준이라고 한다. 3. 이브닝 데이-속칭 이브데이. 그래도 이번의 장점은 인계가 굳이 필요없다. 밤에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환자를 다 알고 있어서 일하긴 수월하다. 피곤해서 그렇지... 그 외에 더 있으나 생략.
아무튼 수쌤이 나에게 근무를 이렇게 주길래. 그것도 하루 전날에... 7일부터 있는 오프 세개를 킵해 달라고 하고 출근했다. 이 말을 안했으면 난 이 글을 쓰지 못하고 내일 또 불려나가서 일을해야했기에 잤을지도 모른다.
일요일인데도 한가하지 않다. 우리 병원엔 응급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토했다고 다시 입원하신 할머니 한 분이 아무런 증상 없이 산소 포화도 수치가 낮게 측정되어 주치의에게 보고했다. 그랬더니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보내라고 한다. 내가 무슨 힘이 있나.. 보내라고 하면 보내야지.. 당직의에게 말했더니 투덜댄다. 내가 보내라 그랬냐고... 주치의에겐 말도 못할거면서 나한테 투덜대는게 맘에 안들지만 난 병적으로 좋게 달랜다. 당직의는 투덜대더니 타병원 응급실에 해야할 인계를 나에게 슬쩍 미룬다. 본인은 할말 없다며.. 나는 뭐 할말이 있는가... 그리고 밖엔 비가 온다. 응급실이 바로 옆이라 가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거동이 불편하신지라 우산을 씌워줄 사람이 필요해 모셔다 드렸다. 보호자란 분들은 전화를 받더니 보내세요~ 한마디 하고 만다. 그래서 나와 간병사님이 낑낑대며 모셔다 드렸다. 뭔가 괜히 일을 많이 하는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그래도 무사히 잘 전원시켜드렸다.
그리곤 나와 처음 같이 일한 신졸 간호사는 일하는 중간에 틈만나면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수쌤과 병원이 싫다고 외쳐댄다. 들으면서 공감은 하지만 세대차이를 느낀다. 난 신졸때 윗년차 선생님들에게 한마디도 못했는데... 일을 그만둔다는건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그 신졸 간호사는 나와 1년은 같이 일한 사람처럼 속에 있는 말을 다 한다. 내가 편했거나 본인 성격이 그렇거나.. 아님 너무 절박해서 누군가에게라도 이야길 해야했거나...
아.. 어제 일하셨던 나이트 근무 선생님도 못해먹겠다고 하시던데...
이러다 또 다들 그만 두시는건아닌지 모르겠다.

7일
오프라 자고 낮잠을 자버렸다. 애들은 마지막 쉬는 날인데... 꾸역꾸역 타요키즈카페를 찾았다. 이곳은 다자녀면 셋째부터 두시간 무료다. 어른들에게 3500원이나 받는건 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심지어 음료제공도 없다. 일호와 이호만 돈을 내면 삼사오호는 그냥 놀 수 있으니깐 우리집엔 이득이다. 이미 외할머니와 자주 왔던 일이삼호는 들어가자마자 자기 집인냥 알아서 놀고. 한번 와봤던 사호도 어디로 가고 없다. 키즈카페를 심히 싫어하는 신랑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맘에 들어하는 눈치다. 노는 날이나 생각보다 아이들도 없어서 놀기에 적당했다. 오프를 맘껏 즐기며 저녁도 외식을 했다. 역시나 놀이방이 있는 곳으로... 늘 후회하는 거지만 신랑과 둘이서 애들을 다 데리고 외식하는건 아닌것 같다. 내가 먹고 있는게 뭔질 알수가 없다.
애들을 다 먹이고 신랑도 다먹고 오홀 신랑에게 맡기고 혼자 먹고 있는데 병원 단톡방이 울린다.
번이 또 바뀌었다. 알고 보니 새로온 선생님이 못하겠다고 그만두신거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다른 선생님과 함께 입을 모았다. 아.. 저놈의 근무는 대체 언제 안바뀔 수 있는건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근무를 좀 짜시라고요!!! 라고 수쌤에게 소리치고 싶으나... 현실은 침묵이다. 그리고 수쌤이 단톡방에 사과인듯 사과 아닌 사과문을 올리셨다. 일요일에 나와 함께 근무했던 신졸 간호사가 부장님과의 면담에서 한풀이를 했나보다. 역시 세대차이를 느낀다. 하지만 뭐 잘했다. 싫은건 싫다고 말할 줄 알아야지...

아... 나의 병원생활과 가정생활은 앞으로 어찌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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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파워 충전 중이지만... 이 글엔 100%를 안 찍을 수 없었습니다.
내 일이 아닌데 고통이 느껴집니다. 정말 어떻게 될런지...

아... 고통까지...
나름 담백하게 쓴다고 쓴건데.... ㅎㅎㅎ
풀봇감사~^^

글만 읽어도 숨이 막히네요. 헉~
아이 셋만 되도 아내랑 둘이 데리고 외식하다 욱~할 때가 많은데(3호가 다섯 살 되고 급 편해지긴 했지만..)다섯이라면 ㅠㅠ
병원 근무는 몸도 힘들고 감정 노동도 더 힘들다고 하는데 지치지 말고 쭉~ 힘내세요 리자님! ^^

저두 막내가 빨리 오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그러게요. 막내가 다섯도 아니고 딱 네 살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게 엇그제 같네요~ ^^
오늘도 홧팅! 입니다~

정말 슈퍼맘이시네요.. 대한민국 모든 부모님, 특히 워킹맘 분들 대단하시고 응원합니다.

저혼자 하는게 아니라... 신랑도 함께 하죠. 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시는가봐요~ 간호사가 직업이신줄은 몰랐네요~ 얼마나 일의 압박이 심할지 느껴집니다..
5호도 안타깝고.. 석케를 옮겨온 3호도.. 저희 아이들도 한번 지나봐서 압니다.. 하루종일 잡았던 기억이..ㅜ.ㅜ
더 좋은 근무환경이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힘내세요 워킹맘!!

ㅎㅎ 대학병원 옆에 있는 그냥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용.
신졸때는 대학병원에 근무했었는데 그때보다는 좀 일의 강도가 낮긴한데 여긴 간호사가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 비슷해지네요.
응원해주셔성 감사해용~ 차차언닝~ ^^

글 내용도, 태그의 not good도 안타깝네요. 저희집은 어린이날에 앞산수련원(대구시청소년수련원), 대구박물관 다녀왔는데 초등 저학년 아이데리고는 다녀오기 괜찮아보였습니다. 무료 체험위주라 한두시간 아이들끼리만 다녀도 되도록 해놨더라고요.

아직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사호때문에 박물관은 다같이 가는걸 꿈도 못꾸고 있네요. ㅎㅎ
내년엔... 오호때문에 힘들겠군용.
어린이날은 없어지지 않을테니 기회가 또 있겠죠? ㅎㅎ

하 너무 슬퍼서 가슴이 먹먹하네요. .
수쌤 제발 근무표 좀 잘 제발 잘 쫌 짜보십시다..!!!

아.. 슬픈글까진 아니었는데...
하지만 수쌤의 근무표이야긴 백만개 동감입니다.

힘내세요 워킹맘 ㅠㅠ 흙
제가다 피곤하네요 ㅠㅠ

아.. 제가 너무 피곤하게 해드렸나요?? ㅎㅎㅎ

힘내세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화이팅!

넵~ 사랑하는 가족 때문에 일하니깐용. ㅎㅎ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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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그새 많은일이 있었구나..
정말 리자는 위대하다^^♡♡
힘내요 친구 다시만날날 기대해보자.. 꼭 연락해.. 화이팅..

ㅎㅎ
울 일호가 어제 친구랑 놀 수 있는지 물어봐달래서 물어봤었징..
일단 수쌤이 오늘 근무표를 보여주시기로 했으니 나오는 즉시 톡 날릴껭~ ^^

님 글 읽으면서 예전 병원생활이 생각나네요. 나이트이브~꽤 많이 했었죠. 이브데이~밥 먹듯 했어요 ㅎㅎ 힘내십시요^^

헐.... 리키님... 힘드셨겠어요. ㅠㅠ
이브데인 뭐 암껏도 아니죠..뭐.. ㅎㅎ
어쩌다 한번있는건 괜찮습니다. 전 이브데이보다 스프린트하라고 하는게 더 싫네요. 손이 느려서 말이죠.

일주일동안 수고하셨어요!! 많이 고단하시죠? 워킹맘이 아니라 공감 백은 아니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힘들 들지만 요령이 생겨서 조금은 아주 조금은 수월해지길 빌어봅니다♡♡
5호 귀는 괜찮아 지고 있는지요?ㅜㅜ 얼마나 아팠을지ㅜㅜ 1호에게 핸드폰을 선물해서 이동이동 연락을 받는게 리자님이 마음이 더 안정 되실것같아요.
리자님!! 삼시세끼 밥힘 잘챙겨드시고 미약하게나마 화이팅 드립니다!!

감사해요. ㅠㅠ
5호는 낫질않아서 오늘 항생제를 바꿔왔네요. 근데 까먹고 먹이질 않았다는게 함정입니다. 오혼 어쩌면 저때문에 더 아픈거일지도.. ㅠㅠ
1호 핸드폰일 정말 고려해봐야겠어요. 제가 오전
근무면 좀 괜찮은데... 오후근무면 좀 많이 필요할것같네요.

요새는 좀 싫으면 대놓고 많이 말하는 분위기더라구요:)ㅋㅋ 저는 못하지만 신입이 그렇기 하는 걸 보면 참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참 애매해요~ㅋㅋ이제 복직하셔서 고생이 많으시네요..ㅠㅜ

듀티 스트레스가 장난아닐것 같아요ㅠㅠ.ㅠㅠㅠ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