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요일 아버님은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가게 문을 열러 나가셨다. 매월 첫째주 일요일은 한달에 한번 쉬시는 날이기에 나는 의아해 하며 묻는다.
아버님. 오늘 쉬시는 날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일찍나가세요?
대목이 코 앞인데 장사가 안 되도 문은 열어놔야지.
하시며 추운 새벽 단단히 채비를 해서 나가신다. 난방이 들어와서 훈기를 느낄 때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하니 옷가지를 단단히 하는 것은 삶의 방편이고 지혜이리라. 사실 아버님 업종은 대목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음에도 혹여 지나는 길에 들렀다가 허탕치는 손님이 있으면 안된다시며 오늘도, 내일도 어김없이 새벽시장을 여신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전통시장을 참 좋아했다. 시장에 가면 군것질 거리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사람들로 북적대는 그 모습이, 온갖 잡화가 늘어져 있는 모습이 사람 사는 모습인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해도 시장에만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확실히 대목이라 시장에 사람이 많다. 방앗간이 길게 늘어선 골목을 지난다. 벌써부터 가래떡을 뽑는 손길로 분주하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떡시루가 가래 뽑는 기계 위에 얹어지고, 하얗고 길다란 가래가 길게 미끄러져 나오기 시작하면 똑 끊어 한 가닥 먹으면 참 맛있겠다 싶다.
어머님 가게에 앉아 있으면 어머님이나 아버님 지인분들이 떡을 뽑아가시면서 맛이라도 보라고 비닐에 싼 가래떡이며 콩시루떡 들을 던져주고 가신다. 그러면 어머니는 받아든 떡봉지를 떡보 며느리에게 건네주신다. 예전에는 집에 떡을 먹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안 받으셨다는데 요즘에는 며느리와 엄마를 닮아 떡을 좋아하는 손주 녀석들을 위해 꼭 챙겨두시고는 한다.
전통시장에 가면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들뜨기도 하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판을 깔고 장사를 하러 나오신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지고는 한다. 시장에서 몇칸의 자기 가게를 가지고 있다면 그나마도 낫다. 이 추운 겨울 고작 작은 바구니 몇개에 담긴 값싼 채소 따위를 펼쳐놓고 제대로 된 난방기구 하나 없이 노상에서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하루종일 저걸 파셔서 무슨 돈벌이가 될까 싶기도 하다. 굽어진 허리에 다 터지고 갈라진 손을 보면 우리네 어머님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나마 집에 사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불행하게도 이제 7~80세를 넘기시고도 행상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시대를 잘못 태어나 인생 자체가 고난과 궁핍의 연속이었던 분들이 너무나 많다. 6.25전쟁에, 월남전에 평생을 의지해야할 남정네를 먼저 저 세상에 보내고, 힘없는 나라에 대한 원망대신에 사나운 자신의 팔자 탓만 하며 평생을 살았으리라. 자식 새끼 입에 풀칠 한번 하게 해주려고 그 고된 삶을 끊지 못하고 살아오신 분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추운 날씨에 고목나무 껍질처럼 터서 갈라지는 손을 찬물에 계속 넣어가며 생계를 이어가는 그 모습을 보면 그저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며칠 째 야근하며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하다고 투정부리는 내 삶이 얼마나 행복에 겨운 삶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이번 대목에 장사가 잘 되서 그 분들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었으면 참 좋겠다.
어머니가 도매시장에 계셔서 형이랑 저는 명절 전에 시간을 빼서 가서 도와드리곤 합니다. 올 해엔 저는 아직 못내려가고 형은 연차쓰고 이미가있네요...소매상분들 오시면, 할머니들이 유독많으십니다. 할아버지보다 할머님들이 이상하게 많으세요. 꾸부정한 허리로 가볍지 않은 물건을 들고 가시려고 하면 얼릉 뛰어가서 옮겨드리기도 하지요...찡합니다 엄청...행여나 저희 부모님이 늦게까지 일하실까 염려도되구여...
그러시군요. 저희 시부모님께서 판매하시는 품목은 별로 대목하고는 상관이 없어서 저희는 명절에도 별로 바쁘지 않은데 옆집 떡집을 보면 온 가족이 모여 장사도 하고, 그러면서 또 오랜만에 만나 오순도순 시간을 갖이 보내니 좋아 보이더라구요. 루돌프님이 못가셨어도 형님이라도 가 계셔서 다행이네요. 내일 하루만 더 일하면 그래도 연휴네요. ㅎㅎㅎ 이번 설에는 부모님께 더 잘하는 설 되셨으면 좋겠네요.
네 ㅜㅜ 집안에 하나씩 있는 문제가 사실 저희집에는 '저' 라서 ㅎㅎㅎ 워킹맘님 말씀감사합니다.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ㅎㅎ감사합니다^^
지금도 재래시장이나 새벽시장을 나가보면, 그 속에서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그들의 투쟁을 보게됩니다., 상대적으로 내가 더 행복한 것도 있고 내가 더 불편한 것도 있고, 분명한 것은 그들이나 나나 서로 다르지 않은 똑 같은 삶의 체험속에서 각자의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멋진 말씀이시네요.
전통시장 살리자는 뉴스 나오면 붙는 댓글들 보면 맘이 아플때가 많아요. 특히 덤터기 씌우거나 비싸게 받는다는 말은 정말 이해 안되요. 마트보다 적은 양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저는 시장을 가거든요. 요즘 카드도 잘 받아주시는데.
저도 마트보다 시장이런곳을 좋아하는데~
어렸을때 살던 동네에 시장이 있어서 ~ 엄마따라 자주 갔었는데~ 지금은 많이 못가지만ㅠㅠ 한번씩 가면 어렷을때 봐왓던 분들이 아직도 계셔서 시장은 뭔가 정겨워요ㅎㅎㅎ 설 전이라 모두 장사잘되셨으면 좋겠어요!ㅎㅎ
시장에 사람이 붐벼서 명절전에 상인분들이 든든하게 명절보내셨으면 좋겠네요. 해피워킹맘님 야근땜시 주무시지못하였는데 오늘은 꿀잠주무세요^^
날이 추워서 전통시장에 비해 대형마트가 상대적 호황을 누리는것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전통시장 먹거리가 정말 맛있는데~~ 재래시장이 좋게 형성이 된다면 아마 소쿠리에 야채 놓고 파시는 할머니들 자리가 없어질까 그것또한 걱정입니다~
친구네도 떡집을 해서 이맘때면 부모님 돕는다고 바빳는데~ 그런 정겨움이 그립네요~~
우리 시부모님이랑 친하게 지내시는 집이 떡집을 하시는데, 그 덕에 저희 아이들은 그냥 떡 먹고 싶으면 가서 떡 달라고 받아오곤 해서 미안할 때가 많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억이 되겠죠. 좋은 사람들끼리 정겨운 명절이네요. 필리핀에서 지내는 명절은 더 특별하기를 바래봅니다. 고국에서 보다 더 정겨운 설 명절이 되시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필리핀에서의 구정은 chinese new year 를 대표하기 때문에 좀 느낌이 없어요~
지인들과 같이 음식을 하거나~ 했는데~ 이번에는 남편하고 만두를 만들 계획입니다~~
아이들하고 명절 재미나게 보내셔요~~
저분들이 치열하게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의 삶은 나이지지 않는가에 대한 답답함과 속상함이 밀려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에 배신감을 느끼네요.. ㅠㅠ
명절엔 행복한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어요ㅎㅎ
웃는 일만 생기길...ㅎ
다시한번 부모님의 고마움과 감사함... 5남매 죽어라 키우시다가 자신은 정작 돌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님의 생각나네요.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집 근처 시장을 자주 들려요. 남편이랑 반찬 사러, 군것질 하러, 밥 하기 싫을 땐 끼니 때우러요 :)
추운 날씨에 몇 겹씩 옷을 겹쳐 입고 부침개며 야채들을 팔기 위해 앉아계시면서도 어찌나 힘이 넘치시는지! 활기가 넘치는 전통시장을 갈 때마다 오히려 에너지를 얻어서 돌아오는 것 같아요 :) 그분들에게도 행복한 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예전 어렸을 때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엄마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장을 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뒷자리에 덤을 얹어주시던 분들이 생각나네요. 시아버님 마음가짐이 너무 이쁘세요. 역시 시장은 정을 주고 받는 곳인가 봅니다. 설을 앞두고 날씨가 조금 풀려 다행입니다!
전통시장 저도 좋아해요~
탁 트여 있고 시끌벅적하고 마트처럼 갑갑하지 않고요^^
회사에서 준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와이프랑 샤핑 갈거에용~
해피님 야근 하시느라 힘드시겠네요~ 떡먹고 빠팅하세요
ㅋㅋㅋ 왠지 옛다 떡이나 먹어라 하는 느낌인데요.. 오늘은 어제의 야근으로 보고꺼리가 하나 줄어서 일찍 퇴근해서 스티밋하네요.. 너무 너무 졸려서 이제 좀 자구 싶어요... 급 신랑이랑 연애할 때 유명한 전통시장 찾아다녔던 생각이 나는걸요. 좋은 시간 되세요..^^
연휴동안 회사일 생각 마시고 푹 주무셨으면 좋겠네요^^ 화이팅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인것 같아요. 늘 글에서 그런 느낌 받았는데, 역시 주변을 돌아볼줄 아는 분이시군요. 덕분에 저도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금 생각하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워킹맘님의ㅡ글은 항상 따뜻함이 느껴져요~^^
설 잘보내세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가 문득 떠오르다가도
읽어나가다 보니
해당 속담이 좋지만도 않게 느껴지네요
언제까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어야 하는지....
갑갑한 마음이 밀려들어옵니다.
님 말대로
저도 같이 희망해 봅니다.
잘 보고 가요
지금도 살기 힘든 시기라고 하지만 오래전 어려운 시기를 겪지 않은건 정말 행운이죠... 즐거운 설 보내세요~
저희 어머니도 이번대목때 나름 장사가 잘되셔서 하루하루 힘들어도 웃고 계시내요 ㅎㅎㅎ.. 저도 도와가며 같이 웃고 있어요 ㅋㅋㅋ....조금은 가족과 소소하게 웃고 있는게 행복이다고 느껴지고 있는 것 보니 저도 이 삶에 불만은 없나 봅니다.
행상하시는 호호할머니 보면 맘아파서 괜히 거기가서 사곤 하네요.
물건이 가게가 있는 곳이 훨씬 더 좋아보이긴 하지만...
괜히 우리 할머니 같고... 그래서 거기서 사면...
또 인심은 좋으셔서 더 주시고 하는게 참.. 민망할때도 있고 그래요.
감사합니다 @happyworkingmom. 한국 전통시장 가장 인성적인 것이예요. 왜국에 이런 시장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큰 마트 이나 댁배 서버스 이용해서 시장이 어려워지 고 있어요. 고생 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그분들의 정에 이끌려 저는 설대목인 내일도 시장으로 향합니다^^
정말 왠지 길에 계신 분들을 만나면, 왠지 더 조심스럽고 맘이 안좋고 그렇더라구요. 말씀대로 이번 대목이 지나며 보다 얼굴이 피셨으면 좋겠습니다.에구구구구
제 세대도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진짜 6.25전쟁 겪고 가난이 뭔지 배고픔이 뭔지 가족잃은 슬픔이 뭔지 모르고 살수있다는것에 감사해야겠네요...!!!
Rally awesome writing....✌
부모마음 다 같다고 하지만, 정말 내 부모같은 분, 당신의 부모같은 분과 내아이에게 나도 부모라고 했던것과 비교 하면, 그 자체가 참 초라해지고, 참 죄송스러운 마음 뿐입니다. ㅠㅠ
항상 의미 있고, 저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하는 @happyworkingmom 님의 글 덕분에, 오늘도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코 앞에 와 있는 설 명절 잘 보내시길 기원 드립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어쩜 이리 글을 잘쓰시는지.. 시장의 분위기와 어르신들을 제가 직접 만나뵙는것같아요..
사나운 자신의 팔자탓만 하며 살아오신 그분들의 삶 그리고 추운 날씨에 고목나무 껍질처럼 터서 갈라지는 손을 찬물에 넣어가며 생계를 이어가시는그모습이 생각되어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대목에 장사가 잘되었음 좋겠어요 ★
저희 어머님도 시장에서 장사하시는데 대목이라서 장사가 잘된다며 대목내내 장날도 아닌데 시장에 나가셔서 힘드심에도 계속 장사하고 계시네요. 저도 같이 도와드리고는 있지만 어머님이 웃는거보니 저도 이런 삶에 크게 불만은 없나봅니다.ㅎㅎ
Lovely writing,.,,
바쁘게 나가시는 데목의 아침에 장사가 잘되서 명절날 수줍게 내미시는 할아버지의 손자 손녀 사랑에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에게 따뜻한 명절이 되었으면 하네요~
저도 시장에 가는걸 좋아하긴 해요 ^^
근데 대부분 전통시장을 찾는 분들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으신거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서 시장 활성화를 시켰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
시장에 가면 늘 생각하는게 할머니들 쪼그리고 앉아서 물건파시고 추운데 찬밥 드시고 하는거 보면 마음이 무거워 지긴해요 ~~~
이번설은 모두에게 따뜻한 설이 되었음 좋겠네요 ^^
맞아요...특히 겨울이면 더욱 그런 마음이 드는데 음식 만드는데는 소질이 없어서 사와도 짐이 될터라 항상 안타까운 마음만 들지 팔아드리지는 못해요.ㅜㅠ 모두가 따뜻한 설이었으면 좋겠네요.
Dear @happyworkingmom I am your new follower.Nice to meet you. I am very glad to know that you are so amazing man and you always help another people.Thanks so much.
@oliviaalexa
해피워킹맘님 떡보셨군요 ㅎㅎㅎ :-) 저도 시장에 가는 것을 좋아해요. 특히 기분이 우울할 때 가면 알 수 없는 기운을 받고 오는데, 가래떡처럼 삶을 이어나가시는 상인들의 꾸준함과 부지런함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해피워킹맘님의 글을 읽고 고되었을 그 분들의 삶이, 막 뽑은 가래떡처럼 따뜻하고 말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깊이 공감하는 글입니다. 저도 자영업을 핑계로 근 8년만에 명절을 쇠러 고향에 내려갑니다만 설대목에도 자리를 지키시는 부모님들의 주름진 얼굴을 생각하면 마음이 찡합니다. 모든 부모님들이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마음깊이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