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예뻐지고 싶은 나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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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눈썹 연장을 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아마 한참 웃을 것이다.

그거 알아? @ab7b13이 속눈썹 연장했대ㅋㅋㅋㅋ


고등학교 시절 나와 친했던 친구들은 죄다 예뻤다. 날씬한 몸매에 꽉 끼는 교복을 입고 빨간 입술로 시내를 종횡무진 다녔다. 우리는 시험이 끝나면 마치 의례처럼 영화를 보고, 노래방을 가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짧은 치마와 가장 딱 붙는 교복을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선생님 몰래 갈아입고, 교실 뒤에 걸린 거울을 보며 화장과 고데기를 하곤 했다.

그런 날에 내 친구들은 못생긴 나를 꾸며주고 싶어 했고, 나는 그게 몹시 낯간지러웠다. 그게 싫어 나는 교실 한쪽에서 꾸미는 아이들을 기다리곤 했었는데, 그 성화가 제법 오래갔던 날이 있다. 친구들은 쌍꺼풀이 없는 내게 쌍꺼풀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고, 나도 내심 궁금한 마음이 들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쌍꺼풀액으로 쌍꺼풀을 만들었다. 나는 괴물같아 보였는데, 애들이 예쁘다고 해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친구들은 다시 자신의 화장을 시작했다.

친구들을 기다리는데 긴 앞머리가 눈을 콕콕 찔렀다. 나는 눈을 찌르는 게 싫어 아무 생각 없이 앞머리를 가위로 잘랐고, 억지로 만들어진 쌍꺼풀 위로 내 머리카락이 덕지덕지 붙게 되었다. 친구들은 경악했고, 화장을 멈추고 모두 내 눈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는 데 정신이 없었다. 그날 우리가 시내에 나갔는지 어쨌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절대 화장을 하지 않겠다고.


그래서 스무 살이 되고도 몇 년은 화장을 하지 않았다. 나는 꾸미는 것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나이에도 비비크림 하나 바르지 않는 것이 자랑이라도 되는 듯 "나는 원래 화장 안 해"라고 말하고 다녔다.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내가 못 견디게 초라해 보였던 적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였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조금씩 나를 꾸미기 시작했다. 꾸민다고 해봤자 선크림과 비비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본격적으로(?) 꾸미게 되었던 것은 방송에서 연주할 일이 있었을 때다. 방송국 분장실에서 처음으로 '메이크업'이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무대화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라인을 정말 두껍게 그렸다. 나는 그런 내 모습이 무척 낯설었는데,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이 예쁘다며 평소에도 이렇게 하고 다니라는 말을 했다.

그 날 녹화는 이른 시간에 끝났는데, 나는 왠지 이상한 기분에 사진관에 가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남들이 예쁘다고 말하는 내 모습을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예뻐지고 싶지만 꾸미는 것이 부끄러운 내게 공연은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평소보다 진한 화장을 한 내게 사람들이 무슨 일 있냐 물으면 당당하게 "나 오늘 공연이야."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라면 어색하다고 놀렸을 사람들도 공연이라는 말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예쁘네~"라고 말해준다.

공연 날엔 화장을 잘하는, 그래서 평소에도 참 예쁜 동료에게 화장을 부탁해도 전혀 민망하지 않다. 공연 날이기 때문이다. 그럼 평소에 해보지 않은 속눈썹도 붙여보고, 서클렌즈도 껴보고, 눈에 잔뜩 이것저것 발라보기도 한다.


예뻐진다는 것이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나는 꾸미지 않는 사람으로 통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엔 (여성스럽게) 꾸미는 것을 터부시했다면, 요즘은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나는 큰 공연을 하거나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땐 샵에 가서 메이크업을 받는다. 처음엔 그런 걸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대에 완벽한 모습으로 서야 한다는 프로페셔널을 가장해 그 날만큼은 가장 예쁜 @ab7b13이 되는 걸 즐기기 시작했다.


속눈썹 연장이라는 말을 내 입에 담게 될 줄은 몰랐다. 작년 겨울부터 조금씩 관심이 생겼는데, 이제서야 하게 되었다. 역시나 다가올 공연이 좋은 핑계가 됐다. 시술에 한 시간이나 필요하다는 건 연장을 시작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10분이면 끝나는 줄 알고 일정을 잡았고, 그래서 뒤 일정이 밀렸다. 속눈썹 연장 때문에 늦는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시간 계산을 잘못했다고만 말했다.

미안한 마음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무도 나의 속눈썹 연장을 알아봐 주지 않았다. 다 남자들이어서 그런지, 내가 안경을 껴서 그런지, 아님 연장을 하나 안 하나 못나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는 같이 밥을 먹을 때 내 얼굴에 비치는 속눈썹 그림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 속으로 꺄르르 댔다.

얼마 전부터 자기 전에 항상 팩을 한다. 우연히 얻은 팩을 버리기 아까워 시작했던 것인데, 일과 마치고 깨끗이 씻고 팩하면서 스팀잇 하는 즐거움이 엄청나다. 조금씩 예뻐지는 기분이 든다. 극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살을 빼거나 수술을 해야겠지만, 나는 이 정도 노력으로 얻게 되는 예뻐짐(혹은 심리적 만족감)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공연 때 원 없이 꾸미게 되면서, 평소 추레한 내 모습을 조금은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면서 평소의 나도 좀 더 예뻐도 된다는, 꾸며도 된다는 마음의 여유도 같이 얻게 되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지만, 좀 더 행복한 호박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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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이 연장이 되는군요 ^^ 쭉 잡아당기면 아플텐데... 뭔가 붙이는거겠죠? ㅋㅋㅋ
아님 쌍거풀 수술를 뜻하는 것은 아닐테죠? 요즘 쌍수는 기본인 시대... 제 가까운 지인 중에 안하신 분이 없어요

제가 받은 곳에서는 원래 속눈썹에 글루로 긴 속눈썹 모를 붙여주었어요! 쌍꺼풀 수술과는 다릅니다. 수술은 무서워서 못해요 ㅠ_ㅠ

눈이 공작새 마냥 화려해지셨겠네요. 속눈섭 길면 매력적이죠. 근데 혹시 지난번 호두 받침대의 정체는 밝혀졌는지여?

아무것도 안발라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얼굴....
정말 원했던거인데 이제 늙음을 조금이라도 감추려고
찍어 발라요.ㅜㅡ

헛... 댓글이 너무 슬픈데요. 아직 어리지만 저도 비슷한 마음이랍니다. ㅠㅠ 민낯으로 나가는 건 상상도 못 하겠어요 ㅠ_ㅠ

ㅎㅎㅎ 뭘 그리 겸손하세요! 오늘 엄청 이뻤을겁니다. 안경에 가려 안 보인거지요. 저고 뭐 화장 전혀 안하고 다니는데 큰일입니다. 내일 중요한 일이 있는데 안할수도 할수도 없눈 상황이라서요... 걍 하지 말까 생각중요 ㅋㅋ 아참! 더 오늘 스팀시티 응원가 올렸어요 ㅎㅎㅎ

오늘 어떤 중요한 일이 있으셨는지 궁금한데요?! 어떤 모습으로 가셨을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에빵님도 오늘 엄청 예뻤을 거라고 생각할래요~~

여자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

가끔 저도 예쁘게 화장을 한 후엔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근데 가끔 남자의 변신도 무죄더라고요:)

그거 아세요? 周易에 있는 표현인데요. 白賁(백비)라고 하는데 민낯이지요. 원래 민낯이 가장 아름다워요. 가장 솔직할때 가장 가치가 일어나는 거지요.


만상이불여심상.gif

타타님의 포스팅에 댓글 달면서 만들었던 부적이에요. 나루님을 위해서 여기에도 심어 놓습니다.

萬相而不如心相

온갖 생김새가 제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마음가짐만 못합니다


惟心造

당신의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
(아름다운 마음가짐이 화장품)


피터님과 오래 대화를 나눴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저것이 부적이고, 저것을 직접 만드신 거군요(!) 피터님은 정말 알면 알수록 깜짝 놀라게 돼요.

실은 저도 제가 많이 웃게 되면서 예뻐졌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크크 다정한 피터님 감사해요.

그래요? 글탐,

U are

이런 말씀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나루님이 계속 행복한 호박이었으면 좋겠네요. 맘껏 꾸미시고 그 모습 예쁘게 남겨 두세요. 예쁜 여자는 많지만 나루님처럼 예쁘게 글쓰는 사람은 잘 없을거에요.^^

꺄아~~~ 이 댓글 보고 아주 좋아서 뒹굴거렸어요. ㅋㅋ @miniestate님은 가끔씩 오셔서, 예쁜 칭찬만 남겨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오, 방송출연도 하셨군요!

출연이라고 하기엔... 출연은 맞지만...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요. 그냥 잠깐 연주할 일이 있었습니다:)

방송인!

눈썹 연장 전후 사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눈부분만요. ^ㅇ^ 후 사진만도 좋고요.
혹시 아래 속눈썹도 붙여주나요?

찹촙님 댓글을 보고 사진을 찍어볼까 하다가... 부끄러운 마음에 나 몰라라 하기로 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참고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래 속눈썹은 안 붙였어요!

하여간 하기 전보단 엄청 길어졌습니다. 두 배 이상!

“저 속눈썹연장했어요.”

전에 알던 아이가 이 말을 했을 때 속눈썹을 잡아당겨서 늘리는 건 줄 알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풀로 새 눈썹을 붙여주는 시술이더군요.

저도 남자라 그런 것인지 그 아이의 속눈썹이 얼마나 길어졌는지 알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술을 마치고 온 그 아이는 평소보다 표정이 밝았고 자신을 사랑스러워 하는 것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앗!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그런 말 못 할 것 같아요. 부끄러워서... ㅋㅋㅋ 친한 사이였나 봐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닛! 왠지 정다워 보이기도 하고요.

저뿐 아니라 많은 분이 속눈썹 연장과 함께 자신감도 얻게 되는군요. 역시 자기만족인가 봐요. 저도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조금 흐뭇해하는 중입니다. 크크

속눈썹 연장 결과는 만족스러우신가요? 저는 엊그제 속눈썹펌했는데 망했어요... 효과가 없네요 ㅜㅜㅋㅋ

음...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근데 꾸준히 받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귀찮아서요. 그나저나 왜 망하셨을까요? 속눈썹 펌은 아직 모르는 분야지만 제가 다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저도 처음으로 속눈썹 펌 받아본건데... 그래도 상상했던 기대치가 있는데 ㅋㅋㅋ 기대 그 이하.. 해주신 분도 민망하셨는지 제가 너무 직모라서 펌제 시간을 더 오래하셨어야한다며... 그럼 뭐해요ㅠㅠ효과가 없네요^^ㅎㅎ 이젠 안하는거로~~

속눈썹하면 제 진상 클라이언트가 생각나네요...
손눈썹 패키지랑 광고등등 제작해 주었는데 하도 진상짓을 해서
대판 싸우고 거래중단했지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댓글이에요. 어떤 진상짓(?)을 하셨길래??? 얼마나 고생하셨으면 속눈썹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분이 생각날까요. ㅎㅎㅎ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ㅋㅋ 이 글 귀여워요.ㅋㅋ

제이미님에게 이런 댓글을 받으니 부끄러워지네요. 왠지 낯선데 자꾸 웃게 돼요. ㅋㅋㅋ 웃고 있는 제 모습이 영락없는 행복한 호박입니다. ㅋㅋ

속눈썹연장이라는 단어를 나루님 페이지에서 보게되니 뭔가 어색한느낌도 들지만~ 예쁘게 잘 나와 만족하셨다니 좋네요!! 효과가 좋은가요(나도한번해볼까...)

P님도 한 번도 안 해보셨죠?! 생각해보니 처음 P님을 뵀을 땐 당연히 남자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그때가 떠올랐어요. 한 번 해보세요.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저도 외모에 관심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만... 안해본사람스럽나요 ㅋㅋㅋㅋㅋ

편하신대로 하시는거죠 뭐~ ~ 개인적으로는 꾸미시는게 여러모로 긴장도 좀 되고 자세도 바로 잡게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추천드리긴 합니다.

긴장도 좀 하고, 자세도 바로잡는 건 꾸민다고 되진 않더라고요. 저는 그른 것 같아요. 편한 대로 살면서 때때로 꾸미고, 그렇게 지내보려고요. ㅎㅎ

당당하게 꾸미세요^^
사람들이 처음에는 놀라지만, 그 1초가 지나면 그냥 똑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영구제모를 했을 때 사람들이
"헐! 영구제모했어? 대박"

등등의 반응을 보였더랬죠. 워낙 털이 많아서 항상 컴플렉스였거든요. 그런데 영구제모는 왠지 성형을 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계속 미루다가 하게 되었는데, 왜 진작 안했을까 하고 후회했어요.

영구제모를 미룰 때 했던 생각들 중 하나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거든요.

근데 그건 진짜 1초였어요. 그냥
"와 대박"
그러고 그냥 끝.

하물며 화장은 말할 것도 없죠ㅎㅎ

영구제모는 뭐죠?! 수염 같은 걸 제모하는 건가요? ㅋㅋㅋ 평소와 다른 글을 올렸더니 생소한 댓글들이 많이 달리네요. 제 지인은 모발이식을 했대요. 어릴 때부터 컴플렉스였다는데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사람들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대로 맘껏 꾸며봐야겠어요+_+

전 시력이 많이 나빠서, 안경 낀 상태로 화장하면 정말 이상하게 보여요. :(
그렇다고 매일 렌즈를 끼는건 불편해서 평소땐 거의 맨얼굴로, 술 약속 있는 날만 화장하고 다녔더니 회사 사람들이 제가 화장하고 온 날은 약속있는걸 다 아셔서 눈치 안 보고 퇴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가끔 제대로 화장하면 기분도 업되고 좋잖아요 :) 자주 큰 공연 하셔야겠는데요?!!

저는 친구가 속눈썹에 뭔가를 했는데(연장인가? 더 심는 건가? 아무튼) 너무 예뻐져서, 그래서 시도하지 않았어요. 하하하. 나루님은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