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닐 적 내 소원은 ‘일만 하고 싶다’였다. 이미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고 있지만, 무의미한 회식이 너무 많았다. 업무의 연장이라고 말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회식은 모두가 힘들어하고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끝없이 이어졌다. 이 정도면 회식이 아니라 얼차려였다. 그 덕에 가뜩이나 바쁜 일을 처리할 시간과 정신은 사라져 버렸다. 모두들 입만 열면 바쁘다 말했지만, 그 이유는 늘 새벽까지 술 마시고 다음날 기운을 차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만 같았다.
그 상황에서도 같은 부서 동기 한 명은 회식이 끝나고 꾸역꾸역 사무실로 돌아가 다시 일을 했다. 눈은 풀리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저는 일을 덜 끝내서 사무실에 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를 부장은 “야 좀 살살 해!”하며 핀잔주듯 칭찬했다. 행여나 부장의 눈에 들지 못하는 날이면 그 동기는 새벽 4시에 회사 메일로 부장에게 굳이 안 해도 될 밤사이의 업무 보고를 하곤 했다. ‘남들 없을 때 회사에 출근해 일하다 메일로 보고하기’는 주말에도 이어졌다. 곁에서 지켜보면 처절한 그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납득할 수 없었지만 욕할 수도 없었다. 그래야만 부서 동기인 나를 이기고 인정받아 ‘평범한 삶’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그도,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듯 그것이 사회생활이고, 조직생활이니까.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동이 텄다. 눈물이 났다. 방금 전에 퇴근했는데 다시 출근해야 했다. _본문에서
_김보통,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책을 확인하고 처음 도서관에 갔을 땐 가는 사이 누군가 책을 대출해 가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한 주 뒤 다시 찾은 도서관. 그런데 이번에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사서 분과 함께 찾아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전화번호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삼고초려 끝에 겨우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 다행히 읽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웹툰 ‘아만자’의 김보통 작가의 에세이다. 사실 이 책은 지금 열심히 공부 중이신 @vimva님이 진행하셨던 kr-bookclub의 10월 선정도서였다. 10월에 썼어야 하는 글이었지만 여기엔 나름 사연이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데 세 번이나 방문해서 겨우 빌릴 수 있었던 것.
책은 작가가 웹툰 작가가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작가가 되기 전 대기업에 다니는 평번한 회사원이었다. 남들 보기에는 부족함 없는 삶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건 작가가 원한 삶은 아니었다.
잦은 야근 그리고 이어지는 회식. 쓸 때 없이 긴 회의와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직장 상사. 대기업에 가야 사람답게 산다고 말했던 그의 아버지 말을 뒤로하고 작가는 4년 뒤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작가가 다녔던 회사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었다. 이 책 전체가 회사 이야기로만 적혀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작가의 회사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힘들어하는 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 글은 오히려 읽는 내내 불편했다.
새벽 6시 50분에 회의를 하는 부장. 회식에서 빠졌다고 쌍욕 하는 차장. 매일 있는 야근과 이어지는 회식. 어느 하나 편한 얘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회사생활을 계속 알고 싶었던 건 읽을수록 안도하고 있는 나를 봤기 때문이다.
자신이 불행하다 느끼는 작가를 보며 동정이나 안타까움이 아닌 ‘나는 그나마 괜찮구나.’라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다. 그가 불행해질수록 나는 더 안심했다.
책에서 많은 사람들은 작가에게 말했다. 힘들어질 거라고. 안정된 회사를 그만두니 불행해질 거라고. 예전 직장에서 한 동료도 내게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 있다.
대책 없이 그만두면 힘들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큰일 난다고.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퇴사 후 내게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에게 직장이라는 건 인생의 한 조각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 불행해질 것도, 큰 일 날 것도 없었다.
책은 대기업 퇴사를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적어 놓은 몇몇 책들보다 더 교육적이고 훌륭하다. 자랑처럼 늘어놓는 무용담보다 힘들어서 그만뒀다는 작가의 솔직함이 몇 곱절은 더 멋지게 느껴졌다.
열공 중이신 @vimva님을 응원하며. :)
||북끄끄 책장||
#14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15 최은영, 그 여름
#16 릴리 프랭키,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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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soos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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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 List] "도서" 17차 원고료입니다.^^ 퐈이야~ 후라이 DAY~
https://steemit.com/kr/@soosoo/link-and-list-18-update-17-12-01-90
tip! 1.836
김보통씨는 사람들이 외면하는 어두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것 같습니다. 개의날 부터 팬이었어요.
저는 이번에 작가를 처음 알았는데 웹툰은 굉장히 유명하더라고요. 아만자도 암 투병 환자를 다뒀다니. 말씀 처럼 사람의 어두운 면을 잘 다룬 거 같아요.
웹툰도 한 번 읽어봐야 할 거 같습니다. :)
회식하면 허구한날 삼겹살에 소주였지요. 돼지와 닭이 아직 멸종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ㅎㅎ
삼겹살이 회식의 단골 메뉴이기는 하죠. :) 저도 지겹게 삼겹살에 소주 마시고 맥주에 치킨 엄청 먹었던 거 같아요. ㅎㅎ
앗!! 김보통씨책 저도 빔바님 블로그에서 보고 읽어보려했던 책인데...전 아직도 읽지 못했네요 ㅠㅠ 저 사실 초코님이 추천해준 도쿄타워도 너무너무 읽고 싶어서 도서관 사이트 들어가봤는데 다행히 도서관에 비치중이더라구요^^
요번주 토욜엔 기필코!!! 도서관 다녀오고 말꺼에요 ㅎㅎ
도쿄 타워는 나온지 오래되서 다른 사람이 대출해 가지는 않을 테지만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는 신간이라 대출이 많더라고요. :)
가실 때는 꼭 홈페이지에서 확인 하고 가셔요. 그래야 저처럼 세 번 씩이나 가지 않아요. ㅎㅎ
치열하게 살아 남아야 겨우 보통의 존재가 되는 세상이네요.
존재 고유의 행동, 생각, 감정, 성취 그대로가 보통인 것으로 인식되었으면 합니다.
남의 불행에 안도하는 모습도 보통인 것이죠.
타인을 보며 자신을 투영하는 건 인간의 본능인 거 같아요. 작가의 불행을 보며 안도했던 건 제가 살기 위한 본능 같은 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제가 속물일지도 모르겠네요. :)
제목부터 뭔가 와닿는데요. 대책없이 그만두면 안된다는 말은 참 많이 들을수 있는 말같아요. 직장이 꼭 아니더라도.
그만두는 것에 대해 공포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저희는 포기하면 안 된다고 배워 왔으니까요. :)
김보통.... 알랭드보통은 제가 아는데...ㅎㅎ 근데 내손동이면 평촌이잖아요.. 제가 평촌이랑 범계에 추억을 많이 가지고있어서... 반갑네요ㅎㅎ 거기 학원가 먹자에서 술 많이 먹었었죠 평촌에서 직장생활을 오래해서..^^
그리 먼 곳은 아니죠. :)
학원가에 먹자 골목도 아시는 거 보면 평촌에서 오래 직장 다니셨나봐요. ㅎㅎ 오히려 저보다 학원가를 더 많이 가셨을 거 같은데요? :)
이렇게 하면 대기업 갈 수 있다, 난 교과서만 보고 서울대 갔다!!는 책보단 정말 말씀대로 진심이 우러나는 내용일것 같네요. ^^
네. 그런 책들 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 어떻게 살아야한다고 말해주지는 않지만 어떻게 살야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던 거 같아요. ^-^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동이 텄다. 눈물이 났다. 방금 전에 퇴근했는데 다시 출근해야 했다.
이말에 진짜 순간 멈춰서 바라봤네요 ,..
김보통이라는 작가가 웹툰작가인가요?
네이버? 다음? 저도 한번 찾아 보고싶습니다!
저도 그 대목이 너무 인상 깊게 남아서 독후감 서문으로 써 봤어요. :)
김보통 작가는 웹툰 작가고요,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만자는 책으로도 나와있답니다. 저도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웹툰인 거 같더라고요.
아, 아만자는 암 투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
휴, 정말 회사 생활 너무 힘들어요.
회식이 일의 연장인데.. 다들 왜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지. ㅠ
아직까지는 회식 참석 안하면 상사 눈밖에 난다는 인식이 강한거 같아요. 에궁. 꼭 읽어보고 싶네요.
회식이 일의 연장이라 못 빠지는 거 아닐까요? :) 항상 그 핑계로 붙잡아 두니까요. ㅎㅎ
불편한 회식 자리에 있는 게 일 하는 것 보다 더 힘들어요 ㅠ
저도 회의랑 회식은 정말 싫어요!!!!!!!!!!!!!!!!!!!
회는 좋아하는데 말이죠.ㅋㅋㅋㅋㅋ
그럼! 회식을 회로 하면 어떻습니까?? :)
이 독후감을 보니 책을 한번 보고 싶네요.
그런데 왜 많은 이들이 싫어하는 회식을 돈까지 들여가며 자주 할까요?
작가가 책에서 말하기를 의식 같은 거였다고 하더라고요. 술을 먹으면서 부장에게 충성을 다짐하며 무속신앙을 믿는 사람들 처럼 열심히 하자! 뭐 이런 거 였다고. :)
저도 빔바님 포스팅으로 이 책 알고 꼭 읽어보고싶었는데!
초콜렛님 글로 읽게 되어 넘 좋습니다 >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농님. :)
조금 더 일찍 썼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써내요. ^-^
음..더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네요.
내가 대기업나와 이러고 있다 자랑.ㅋㅋ 공감합니다.
회사와 업무 특성 상 우리는 식구라는 마인드가 많다보니 늘 저녁을 같이 먹고 술은 당연히.
술 안 먹고 저녁만 먹어야지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않네요.
진짜 낼 건강검진 끝나고 다욧.
그러나 12월은 송년회의 계절...
퇴사는 늘 꿈꿔오는 일인데 정말 대책없이 관두면 큰일날 것 같은...그런데 곧 결정의 순간이 올 것 같습니다.
스팀잇이 있어 꿈꾸게해주는 것 같아요.
그러시군요. 요즘 생각이 많으시겠어요. 카일님. :)
그러고보니 12월 1월. 유난히 술자리가 많은 달들이군요. 술 드셔도 꼭 빈 속에는 드시지 마시고 건강 생각하시며 드셔요. ^-^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잖아요. :)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꼬옥 읽고싶어지는 책이에요.
한국 도착하자마자 위시리스트 1위에 올려두어야겠어요~^^
중간에 작가가 그린 그림도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고 좋은 책이었답니다. :)
지금쯤이면 비행기 안이시려나요? 부쩍 추워졌어요. 옷 꼭 껴입고 오셔요. :)
초코님! 저 '아만자' 왕팬이에요. 웹툰 작가님이 쓰신 에세이라니 당장 보고 싶어지네요. 내용도 공감가고요 ㅎㅎ 내일 초코님 덕분에 새로운 책 읽을 수 있겠습니다 :) 감사해요.
주변에 물어보니까 아만자를 저만 몰랐더라고요. :)
상도 많이 받고 해외로도 번역 되어 나가는 웹툰이었는데ㅎㅎ
전 반대로 새로운 웹툰을 보게 될 거 같아요.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이님. ^-^
안 그래도 왜 이 책 독후감이 안 올라오나 했어요. 10월 북클럽 책으로 선정된 뒤 무척 궁금해졌거든요.
책 내용을 읽다 보니 김어준이 생각나네요. 나름 대기업(? 정확히는 기억 안 나네요..)에 취직했는데, 마찬가지로 회식하고 늦게 퇴근하고, 새벽 같이 일찍 출근하는 곳이었대요. 그때 회식때문에 늦게 퇴근했음에도, 눈이 시뻘개진 채 자기 보다 먼저 출근해있는 상사를 보며 "아, 몇 년 뒤에 내 모습이 저렇겠구나."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사표를 썼다고 하더라고요.
네. 맞아요. :) 아마 총수 포스코에 다녔다가 회식 다음 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서 정신력을 보여주라는 임원의 말을 듣고 퇴사했다고 하더라고요. ^-^
그러고 나서 imf 때 사업 말아먹고 만든 게 딴지 일보였다고 ㅎㅎ
퇴사 안 하고 사업이 안 망해서 딴지 일보가 안 만들어 졌다면.. 아, 상상하기도 싫으네요. :)
저도 그런분을 보았지요. 그런데 우스운건 그렇게 야간에 보란듯이 일한다고 반드시 앞날이 보장되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요즘 더더욱 느끼게 되는데 글 보면서 마음을 정리할 수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마 윗분들은 그냥 그렇게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물론 크로우님 말씀처럼 앞날이 보장 되는 건 아니지만요.
아마 처음에는 열정넘치는 신입사원으로 그다음엔 알거 다아는 중견 사원으로 그러다가 적당히 타협도 하고 꼬장꼬장한 상사가 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만만해보이는 상사는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서 도태되기 마련이거든요... 이러나 저러나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아아 잊지않고 이렇게 서평을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 막상 저도 열어놓기만 하고 쓰지도 못하고 관리도 못했더니 다른 분들도 관심을 많이 못가지셨던 듯 합니다 ㅠ 어서 돌아와 다시 북클럽을 진행해보고싶네요... 전 아직 회사에 들어가본적은 없지만 요즘 퇴사를 아름답게 치장하는 분위기가 조금 불편했는데, 이 책을 읽고 뭔가 속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ㅎㅎ 김보통 작가님이 올해 가기 전에 책 한권을 더 내신다고 했으니 이어지는 회사 이야기를 한 번 기다려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책에선 더 적나라한 회사 이야기를 쓴다고 하셨거든요 :)
빔바님 다시 돌아오셔서 북클럽 운영하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다시 참여하겠습니다. :)
저도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작가의 솔직함이었던 거 같아요. 누구나 힘들다는 말은 할 수 있으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건 어려운 일이거든요. 다음 책이 나온다면 그것 또한 읽어봐야겠네요. 회사 이야기라니. :)
하고 계신 공부들은 잘 되시는지요? 바쁘시더라도 식사 거르지 마시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 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멀리서 나마 응원하겠습니다. ^-^
<그가 불행해질수록 나는 더 안심했다.>
정말 그래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