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가 박제되는 곳, 우리는 아량이 필요하다.

in #kr7 years ago (edited)

우리는 모두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한다. 실체보다 가면을 쓴 이 공간에서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이고 싶고 쿨한 사람이고 싶고 실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다 자칫 실수를 하면, 현실의 내 앞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개망신을 당한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고 자신의 실수를 지우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스팀잇이라는 곳에서는 버튼을 누른 순간 그 모든 역사는 이미 지울 수 없는 박제가 되어 영원이 남게 된다.

나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그럴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옛날 아마 내가 스팀잇을 잠시 떠났을 때는 그런 게 너무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잊힐 권리가 이슈가 되는 시대에 흑역사 영구박제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

하지만 그게 블록체인이다. 우리의 주관적 감정과는 관계없이 모든 것을 기록한다. “찾으면 다 나와.”라는 말처럼, 찾아보면 다 나온다. 그런 걸 생각하면 실수를 하게 될 까봐 글 하나도 잔뜩 움츠러들어서 글 하나도 제대로 못 올리게 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요즘도 매일 글을 올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실수를 하는 게 나만이 아니며, 또한 그런 실수를 일일이 뒤져볼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TV에 매일 나오는 인물들의 흑역사를 잘 안다. 그렇다고 그들이 인생 조졌냐면,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여전히 잘 나간다. (물론 여전히 욕을 먹지만.)

어찌 보면 뻔뻔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렇지 못한 것이 자의식 과잉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한번 무언가를 기억하면 영원히 그걸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 다행이다. 그건 착각이다. 명백한 자의식 과잉이다. 사람들은 남들에 대해 별 관심 없다. 욕하는 것도 한 순간이다. 그저 그 사람의 하루 24시간 86,400 초 중에서 한 5초 정도 욕하고 말끔히 잊을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몇 자의 닉네임, 혹은 거기에 대한 프로필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우리의 존재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먼지들이다.

때문에 우리는 실수를 한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게 몇 초 정도만 욕을 하고 잊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우리가 실수를 하는 것처럼, 오늘도 점잖고 안 그럴 것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하고, 글을 지우고, 다시 지운 글을 되살려서 반박을 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식은 단계가 필요하며, 우리는 매번 잘못된 인식을 수정해가며 완벽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원히 완벽해질 수 없음은 유한의 존재인 인간이 가진 서글픔이다.)

자신의 실수에 부끄러워할지언정 그걸로 너무 고통 받지 말자. 마찬가지로 타인의 흑역사에 대해 잠시 비웃음이 나올지언정 그것을 영원히 기억하지 말자. 우리는 언제나 실수하는 존재이며, 또한 언제든 서로를 용서하고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어차피 이곳은 그렇게 하라고 있는 장소가 아닌가. 모든 것이 기록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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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kfn님 안녕하세요. 여름이 입니다. @julianpark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름냥이 하이~~

그러고보니 여름이 주인 키키님이요새 활동이 뜸하신듯..

Cheer Up! 댓글이 많은걸 보고 궁금해서 왔습니다!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스팀잇을 시작하고 며칠 뒤에 악몽을 꿨어요. 친구 하나가 저의 사생활, 가족이야기, 여러가지 사진들을 낱낱이 스팀잇에 올려놓고 나중에 삭제가 안된다고 얘기하는 꿈을. 그 뒤로는 제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팔로워분들이 제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자 저의 진심도, 저의 민낯도 자꾸만 꺼내게 되더라구요. 설령 흑역사를 만들어냈다한들, 리스팀만 반복되지 않으면 감당할 조금의 배짱은 생긴 것 같은 기분? 참고로 오늘 자신의 지난 흑역사를 스스로 공개한 용자가 있어서 링크합니다ㅎㅎㅎ
https://steemit.com/kr-darkhistory/@cagecorn/4vb387-kr

명곡인데 어째서 흑역사죠?
;;

스프링님ㅋㅋㅋㅋㅋㅋ 멋있으세요! 케이지님을 향한 사랑이 한가득 담긴 댓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2 ㅋ

축하합니다2 ㅋ

ㅎㅎ

ㅎㅎㅎㅎㅎ

궁금궁금..

너무 공감하네요
가끔 스팀잇에서 내가 쓴글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적이 있었어요 ^^
그래서 저도가끔 가면을 쓰고 있는 기분이예요 ^^
좋은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워낙 생성되는 정보가 많아서 잊히고 싶지 않아도 잊히는 경우가 많으니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ㅎ

아 그렇군요 ^ ^ 스팀잇을 하면서 좋은분들많이 만나뵈서 좋은거 같아요
즐거운 밤 되세요 ~~~

누구든 실수하며 살아가는 거죠 뭐^^~
욕도 하지 말고 배려하는 '아량'을 가져 볼까요 ~~
평안한 밤 되셔요 ~~~

근데 저는 다혈질이라 잠시 욕을 하기도 합니다. ㅎㅎ
좋은 주말 되시길~

넘들은 사실 나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본인의 작은 실수 과거의 행동에 넘 스트레스 받지 맙시다.~^^
넘들의 단점 보다는 장점을 보려는 습관을 갖어야
긍정적인 정신을 갖을 수 있을것 같네용~
감사합니다. ㅇ~

너무 뻔뻔한 것도 문제지만
너무 예민한 것도 문제인것 같습니다 ^^

가즈앗!!! 다크를 국회로 만세!!! ㅋ

안갑니드앗!!!

가즈앗!!! 공주 내려갑니다~!! ㅋ

세종시겠지요. ㅎㅎ

세종으로 가즈앗!!

세종 밋업?

국회가 내려온다는 뜻인듯...;;;

너무 움츠러들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적으니까요
@홍보해

홍보 감사합니다 ^^
설령 타인에 관심이 있더라도 그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ㅎㅎ

움츠러 들 필요 없다에 풋처핸접!
@홍보해

세상은 좀 뻔뻔한 사람들이 좀 더 성공하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민폐를 끼치면 안되니 배려도 필요하지만요.

안그래도 박제되는 것이 무서워서 가입해두고 한동안 글 안썻다가
오늘 자기소개 했는데 이런글을 딱 올려주시니 너무 공감 되네요 ^^

수천개 글을 써서 흑역사도 몇개 박제 당했지만,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처럼 "별일없이" 살고 있습니다.
찾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참 리스팀 좀 해갈께용^^

넵 감사합니다 ^^

공감이 가네요.
사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으면서도, 우리는 너무 타인을 의식하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실수에 너무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 다시한번 새겨봅니다.

흑역사가 생길 때마다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큼...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그렇네요..

사실 기억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그게 가능했으면 고시 3관왕 했겠지요.

찾으려고 파고들면 다 드러나게 되서 신기한 스팀잇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사람은 사실 타인에게 의외로 그리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 눈치보지 않고 글을 올리게 되네요 ㅋㅋㅋ

그거 일일이 찾는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죠.
그런거 즐기는 사람이 있으면 차라리 복잡한 미로 퍼즐 풀고 있지
그런거 뒤져보지는 않을 겁니다.
ㅎㅎ

ㅎㅎ 내 실수는 보통 저만 기억하는경우가 많긴 하더라구요. 나만 부끄럽지.. 다른 사람들은 기억조차 못하는...
그래서 저도 매일 글 올립니다.

사람 이름도 헤깔려서 기억하기 힘든데 남의 실수 하나하나 기억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짧습니다. ㅎㅎ

사람을 대할때도 처음에 좀 낯설어하고 쉽게 오픈하지 못하는 저는... 글을 삭제할 수 없다는 게 여전히 좀 무섭긴해요 ^^;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남들은 나한테 관심없다는 말에도 동의합니다! 친구가 술먹고 실수한 걸 알기는 하지만 그걸 그냥 웃고 넘기는 것과 비슷한 거겠죠? 물론 그 친구는 그때 그 실수때문에 몇날몇일을 이불킥을 하겠지만 ㅎㅎ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내가 아니다... 이렇게 유체이탈 하면 좀 더 편합니다. ㅋㅋ

하긴 점점 비밀이 없어지는 세상이니, 어차피 오픈될 거 멘탈이라도 잘 잡고 있어야겠어요 ㅎㅎ

모든 것이 기록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명언이네요
저도 처음엔 모두 다 기록된다는 게 좀 걸렸지만 예전에 sns했던 거 생각해보면 딱히 수정도 삭제도 안했던 게 생각나서 맘 편히 하게되었습니다 ㅎㅎ

개인정보보다 더 중요하고 돈되는 정보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데 일개 개인의 과거를 뒤져볼 사람은 전 정권의 국가기관, 혹은 미래의 세계정부 알파고 정도 밖에는 없겠지요.

새벽글 조심해야합니다. ㅋㅋㅋㅋ 요즘 일상때문에 글을 새벽에 올리게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킥입니다. ㅠㅠㅠㅠ 조심조심... 그래도 하루지나면 다 잊혀지고, 저도 다른 감성글을 읽어도 다음날이면 잊는걸요.. 이렇게 혼자 위안을 삼습니다.

술 마시고 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인정합니다.ㅋㅋㅋ

기록되지만 기억할 필요는 없다는 말,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
사실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력의 한계가... ㅎㅎ

저는 성격이 그래서인지 지나간 실수가 많이... 신경쓰이더라구요ㅜㅜ
이 글을 보고 좀 고쳐지면 좋겠네요...
글 잘보고 갑니다ㅎㅎ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그래도 조금은 둔감한게 도움이 될 때가 있는 거 같습니다 ^^

모든 것이 기록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멋짐 말입니다 ㅎㅎ 흑역사 방지를 위해 5번 읽고 올리고 있습니다..ㅎ

좋은 습관입니다. 그리고 재빠른 수정이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ㅎㅎ

흑역사는 기록되라고 있는 것이지요 ㅎㅎㅎ 그리고 점차 좋은 방향으로 더 나아가면 됩니다 ㅎㅎ
모든 사람이 그냥 항상 완벽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사회는 없을 것 같아요

ㅎㅎ 흑역사가 기록되라고 있는 거였군요.
기록되지 않은 흑역사들에 안도를....

사람들이 흔히 말하길 '니가 생각하는만큼 너 신경 안써' 여러분 서로 적당히 잊고 신경끄고 살아요 :p

정드압!~!!!!

유태인들의 속담은 여기서 살짝 수정돼야 할 것 같습니다. 용서도 하고 잊기도 하자...

그러면 곧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겠네요.

저는 온라인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데 조금씩 나아지는 거 같아요. ㅋ

금방 적응하시는 것 같은데요 ^^

새벽 감성글 몇번 써본 1인이라 이 글을 보고 안심하고 갑니다...^^;;;
오늘은 이불킥 안하고 잘 수 있겠어요~

하지만 잊지 않고 놀려먹는 글러먹은 사람도 몇명 보이니 조심하시길 ;;; ㅎㅎ

악!!! 이불킥은 영원히.......

(글러먹은 1인 여기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카르마를 상기하시길...
언젠가 돌아옵니다. ㅋㅋㅋ

이건 마치 @cagecorn 님을 위한 글이군요.
하지만 그 분의 흑역사는 영원히 박제될거고, 우리는 기억할겁니다. 스팀잇의 마지막 그 날까지....

흑역사라뇨!
그것은 세상에 널리 알려야 될 찬란한 백역사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에 서로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그렇게만 하면 따뜻한 세상이 되겠지요~

맞아요..거의 본인만 걱정하는 거 겉아요. 남들은 별로 신경 안쓰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배려정도만 하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블로그를 하면서 으이그 포스팅을 저리 촌스럽게? 으이그 저렇게 하니까 인기가 없지 하고, 제가 초반에 쓴글을 보니..그분들보다 더하더라구요. 스스로 돌아볼수있는 좋은 계기인것 같습니다.

오...! 파워 블로거신가보군요.
이곳에서 백역사 쓰시기를 바라겠습니다. ㅎㅎ

마지막이 킬링파트네요... 크...

모든 것이 기록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다음에 써먹어야겠어요...ㅎㅎㅎ

힐링파트입니다. :)

오.. 힐링파트... 이 단어도 메모해갑니다 ㅎㅎㅎ image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야죠. 그러므로 더 많은 스티미언을!!

그나저나, 스토킹 문제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제가 하는 증강현실 게임에서도 문제가 되기도 해서...

흠.. 그건 좀 걱정이네요.
그러니 개인정보는 조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사과하고 후회하고 개선하고 그리고 묻고 나아가면 되지요 :)

정드압!
우리는 불완전하지만 완전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흑역사 박물관 싸이는 삭제라도 되는데.. 스팀잇은......ㅋㅋㅋㅋㅋㅋ 격하게 공감하고갑니다.

아무리 기록이 되어진다고 해도, 그것을 일일이 다 신경쓸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차치 내가 실수하는 것 만큼 다른 사람들도 다 실수는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서로 이해를 해야 되는데 내로남불인 사람들이 좀 있지요.

오프라인에서도 언제나 흑역사는 이불킥이죠 온라인도 이불킥으로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생이란 자기 자신을 이루어가는 과정. 타인과의 부대낌 속에 자기 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좋은 글 잘 읽고 퍼갑니다.

글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리스팀부터 눌러버렸네요.

리스팀 감사합니다 ^^

모든것이 기록되지만, 모든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이 부분 왜 이렇게 좋은거지요 ㅠ_ㅠ
댓글을 보니 마지막이 킬링부분이라고 느낀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그런데 의외로 사소한 실수 기억해서 놀려 먹는 사람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ㅎㅎ